“ 나주에서 비롯된 정개청을 둘러싼 갈등은 그가 가진 두 가지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그가 미천한 향리 가문 출신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데도 높은 수준의 도학 이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그가 획득한 새로운 학문은 신분상 약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명문 사대부 가문 제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여전히 사장과 문사는 과거 급제를 위해서 중요한 학술적 기능이었다. 학문의 목적이 과거 급제이고, 도학 이해가 아닌 관료 지위가 지배 신분의 조건이라면 새로운 경향인 도학은 필수적이지 않았다. 다수의 유생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고, 홍천경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정개청을 둘러싼 갈등은 향권, 즉 지방 고을 내의 주도권을 둘러싼 지역적 갈등일 뿐만 아니라, 신분적 갈등임과 동시에 당대의 학문적 경향 사이의 갈등이기도 했다. (4부 7장, 407쪽)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7장, 407쪽, 이정철 지음
문장모음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