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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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에 함께 읽을 스물여덟 번째 벽돌 책은 이정철의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너머북스)입니다. 2016년에 나왔으니 올해 나온 지 딱 9년이 되었네요. 새삼, 세상에 등장한 지 10년이 다 된 책을, 그것도 조선 선조 시대의 정치사를 함께 읽자고 제안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선조 시대랑 지금이랑 닮았거든요. 연산군을 반정으로 몰아내고 중종이 왕위를 차지하고 나서부터 인종, 명종까지 조선 정치는 흔히 훈구대신으로 불리는 공신, 외척 등이 좌지우지합니다. 중종 때의 조광조부터 시작해서 사림 세력이 하나둘씩 권력에 나서면서 이들과 맞서지만 결국 기묘사화(1519), 을사사화(1545), 기유옥사(1549) 같은 사화를 맞으면서 희생당하죠. 그러다, 선조가 즉위합니다. 선조는 자기를 왕으로 올려준 명종비 인순왕후가 죽고 나서부터 사림 세력을 적극적으로 중용합니다(선조 8년, 1575). 저자는 1575년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2년 전인 1590년(선조 23년)까지 15년간을 ‘정치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조선 시대 전체를 통틀어 이 시대만큼 정치에서 이상이 드높이 외쳐진 시대가 드물었습니다.” 저자의 질문은 이렇습니다. 조선 시대 전체를 통틀어서 “각자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이상을 드높이 외친” 지식인이 서로 맞서며 정치를 한 결과가 왜 “비극적으로” 끝나야 했을까? 이 책은 선조 23년(1590)의 기축옥사로 마무리합니다만, 사실 망국 직전까지 간 임진왜란(1592)의 책임도 이들에게 물어야죠. * 이제 ‘선한’ 혹은 ‘지식인’이라고 하기에는 동의 못 할 사람이 많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는 그 어느 때보다 이상을 드높이 외치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길게는 1980년대부터 학생운동, 사회운동에 오랫동안 헌신했던 수많은 이상주의자가 금배지를 달고서 정치인이 되어서, 저마다 이상 정치의 비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선조 때 사림 세력이 훈구대신을 이상 정치를 가로막는 척결 대상으로 규정했던 것도 오늘날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세 차례 보수 정부 대통령이 옥살이하고, 헌법이 정해 놓은 선을 넘으며 계엄을 시도했던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를 “내란 세력”이라 부르면서 척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한국 현대사에서 2000년대 정치를 꿰뚫는 특징이야말로 자기가 ‘선하다고’ 믿는 ‘사회운동가’ 혹은 ‘공공 지식인’의 정체성을 가진 정치인 다수가 실제로 권력을 쥐고서 세상을 바꾸려고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 때의 두 번의 실패를 놓고서는 관료나 검찰 탓을 하기도 했었죠. 이번 세 번째 시도는 성공할까요? 저자는 거의 500년 전에 이상을 드높였던 정치인이 서로 “각자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말 그대로 ‘목숨 걸고’ 현실 정치에서 좌충우돌했던 모습을 그립니다. 그러고 나서 묻고 답하는 도대체 이런 ‘선한 지식인’이 왜 ‘나쁜 정치’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 이정철은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역사비평사, 2010)으로 접하고 나서 책이 나올 때마다 따라 읽는 역사학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책도 최고지만 개인적으로 좋아서 주변 지인에게 권하는 책은 조선 시대 개혁가 여럿의 모습을 재조명한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역사비평사, 2013)입니다. (또 다른 걸작 『권력 이동으로 보는 한국사』(역사비평사, 2021)가 최근작입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는 저자의 세 번째 저서로 현실 정치를 보면서 한숨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꺼내서 훑어보는 책입니다. 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 가운데는 두께가 얇습니다만, 통상 연말에는 (물리적으로) 가벼운 벽돌 책을 읽었던 점을 염두에 두고서 또 지금 읽기에 아주 의미 있는 책이라서 골랐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11월, 또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한국 정치의 답답함에 지친 분이라면 이번에는 450년 전 이상 정치를 추구했었던 ‘선한 지식인’이 실패한 이야기를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아주 오래된 질문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의 딜레마를 고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 벽돌 책 함께 읽기 모임은 온라인 독서 플랫폼 ‘그믐’의 게시판에서 진행 중인 자발적 독서 모임입니다. 2023년 8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사이언스북스) 읽기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총 스물일곱 권의 다양한 주제를 다룬, 각기 다른 두께의 벽돌 책을 작게는 25명에서 많게는 50명 이상의 참여자가 한 달에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처음 이 모임을 시작한 저는 책을 선정하고, 읽기 일정을 제안하고, 최소한의 가이드를 하는 역할을 자발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11월에도 우리 함께 벽돌 책 읽어요(댓글 링크). * 지금까지 읽은 벽돌 책(총 27권) 2023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년 8월) 『권력과 진보』 (2023년 9월) 『위어드』 (2023년 10월) 『변화의 세기』 (2023년 11월)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 (2023년 12월) 2024년 『사람을 위한 경제학』 (2024년 1월) 『경제학자의 시대』 (2024년 2월) 『앨버트 허시먼』 (2024년 3월)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4년 4월) 『나쁜 교육』 (2024년 5월) 『화석 자본』 (2024년 6월)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2024년 7월)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2024년 8월) 『메리와 메리』 (2024년 9월) 『중국필패』 (2024년 10월) 『마오주의』 (2024년 11월) 『노이즈』 (2024년 12월) 2025년 『행동』 (2025년 1월) 『호라이즌』 (2025년 2월) 『3월 1일의 밤』 (2025년 3월) 『세계를 향한 의지』 (2025년 4월) 『어머니의 탄생』 (2025년 5월) 『냉전』 (2025년 6월) 『소련 붕괴의 순간』 (2025년 7월) 『일인 분의 안락함』 (2025년 8월) 『조지 오웰 뒤에서』 (2025년 9월) 『경이로운 생존자들』 (2025년 10월)
YG님, 오랜만이죠? 나이드니 역사가 가끔 땡기네요. 그렇지 않아도 궁금한 책이었습니다. 마침 중고샵에 걸려있어 실한 놈으로 구입했습니다. ㅎ 모쪼록 11월도 힘내시고, 잘 이끌어 주십쇼! ^^
오랜만입니다! 여직 ‘어머니의 탄생’을 다 못 읽어서 새 모임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 그냥 하던 대로 이것저것 병렬독서하는 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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