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양사가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고 언관의 권위를 대신의 권위 위에 두었던 것은 의미심장하다. (...) 본래 조선의 정상적인 정치운영 구조는 대신과 언관을 양대 축으로 했다. 각자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다. 대신은 민생을 포함한 국정현안 해결이 임무였고, 언관은 관리의 부패를 막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 사실 현안 해결과 부패 방지는 시대와 공간을 막론하고 어떤 조직이든 잃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다. 두 가지 중 하나가 기능을 못하면 결국 그 조직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 대신 기능의 부재는, 조정의 준재 이유가 국정현안 해결임이 오랫동안 망각되었음을 뜻한다. 신진사림은 대신이 문제해결 능력 없이 부패만 일삼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런 대신이라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진사림이 놓친 것이 있었다. 대신 개인의 무능력과 부패를 이유로 대신의 임무나 역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신의 임무나 역할을 부정한다는 것은, 언관 자신들도 포함된 조정 자체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52-153, 이정철 지음
선조 14년쯤 몇 가지 사항이 비교적 분명해졌다. 첫째, 사림을 하나로 통합하는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동사로 분열된 사림을 통합하는 것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이이는 자신이 가깝게 생각했던 인물들에 대해서조차 자기 생각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둘째, 국정 개혁에 대해서 선조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이 시기에 이이는 자신의 개혁 요구를 몇 가지로 압축하였다. 공안을 개정하고, 전국 고을 수령의 수를 줄이고, 각 도 감사를 구임하는 것이 그것이다. (...) 나아가 이이는 관리들에 대한 고공의 필요를 역설하였다. 고공이란 관리들의 평상시 직무 수행에 대한 감찰을 의미한다. 사실은 이것도 현실에서는 삼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59-161, 이정철 지음
이이가 선조의 개혁 의지에 호소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정치적 패배를 의미했다. 그는 사림의 단합된 힘으로 선조에게 개혁을 요구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미 사림의 독자적인 힘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62, 이정철 지음
류성룡은 "개혁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이 일을 이이와 함께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이 시기에 류성룡은 개혁의 당위성보다는 당파적 전선에 따른 행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65, 이정철 지음
이이가 일찍이 경연에서 "미리 10만의 군사를 양성하여 앞으로 뜻하지 않은 변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자, 류성룡은 "군사를 양성하는 것은 재앙의 단서를 키우는 것이다."라고 하며 매우 강력히 변론하였다. 이이는 늘 탄식하기를 "류성룡은 재주와 기개가 참으로 특출하지만 우리와 더불어 일을 함께 하려고 하지 않으니 우리들이 죽은 뒤에야 반드시 그의 재주를 펼 수 있을 것이다."하였다. 임진년 변란이 일어나자 류성룡이 국사를 담당하여 군무를 요리하게 되었다. 그는 늘 "이이는 선견지명이 있었고 충성스럽고 근실한 절의가 있었다. 그가 죽지 않았다면 반드시 오늘날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65-166, 이정철 지음
때는 늦으리...;; 징비록에서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던 류승룡이 이랬다니 놀랍네요..
이런 차이들 때문에 율곡은 화폐에도 등장하고 율곡로도 있는데 큰 전쟁 동안 조선을 꾸려나간 서애에게는 별다른 보상도 없는 것인가요. 한편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율곡이 그야말로 화폐에도 등장하고 길 이름도 부여받을 정도로 훌륭한 인물이었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실은 율곡이이가 내세운 십만양병설도 실은 진위가 의심받고 있긴 한데.. 어쩌면 임진왜란보다는 이이가 그나마 민생에 직접 와닿는 나라 살림을 위한 국정 개혁 요구를 높게 본 게 아닌가 싶어요. 공물 수취를 위한 정부문서인 공안 개정, 쓸데없이 백성을 착취하는 고을 수령의 수를 줄이고 각 도 감사를 임기를 채우도록 오래 근무하게 하는 것 등 실제로 현실적이고 당장 필요한 개혁이었죠. 선조가 계속 무시해서 실제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전 오히려 이황은 정말 왜 지폐에 있는지 궁금한데요..;;; 이이처럼 현실적으로 국정에 개입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홀로 정계에서 벗어나 성리학에 빠져 있는 사람 같았는데.. 제가 성리학에 대해 잘 모르고 이황의 학문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지만 이이처럼 국가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이는 서인, 이황은 동인 쪽이어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가요? ^^;;;
실은 제가 너무 유교 성리학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잘 몰라서 얼마전 같은 너머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스위스인이지만 옥스포드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한국인과 결혼한 한국학 박사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님이 쓴 책들이에요. 전 실은 집안이 제사도 안 지내서 이런 문화가 참 낯설거든요. 근데 외국인인데도 이렇게 한국학을 공부한 분이 있다니 놀랍더라구요.
조상의 눈 아래에서 - 한국의 친족, 신분 그리고 지역성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지난 50년 동안의 열정을 다한 한국사 공부를 집대성한 <조상의 눈 아래에서>. 신라시대 초기에 생겨나 가장 대표적인 사회 단위로 뿌리내린 한국 고유의 출계집단에 초점을 두고, 신라 초기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는 한국 출계집단의 역사를 다룬다.
한국의 유교화 과정 - 신유학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꾸었나15~16세기 당시 사회에 신유학(성리학)의 도입과 정착이 지속적으로 강력히 추진된 동기는 무엇이었으며, 신유학이 사회 구조에 미친 영향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공백을 메운 최초의 본격 시도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저도 잘 모릅니다만 퇴계는 정치가보다는 학자로서의 업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체는 잘 모르나 주리론을 주장하며 우리나라 성리학의 수준을 꽤나 올린 것으로요.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한반도가 배출한 최고의 철학자라는 얘기를 저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 저는 신사임당이 왜 지폐에 올라가 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폐 인물에 독립운동가가 한 분도 없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그쵸 안 그래도 왜 유관순이나 다른 사람 독립운동가도 아닌 신사임당이?하고 의아했어요;; 하지만 한국은행에선 지폐 인물 선정 과정은 비밀로 하는 듯합니다. (웬지 정부측에서 한일 관계 등을 눈치 본 게 아닐까 싶은데;;)
@borumis 헉, 정말요! 그 생각을 못해봤네요. 일본만해도 나쓰메 소세키 지폐가 있다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유관순이나 안중근 정도는 올려줘도 될텐데. 그렇게 한일관계가 신경 쓰인다면 적어도 문화계 인사라도... 근데 올릴만한 인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네요. 허허.
@borumis 정파 논리가 국운에 영향을 준 중요한 사례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저는 지금 한국 사회도 어쩌면 비슷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70, 이정철 지음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이 갈등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71, 이정철 지음
이 부분이 아주 뼈를 때리네요.. 독서의 힘으로 타고난 기질을 변하지 못하는 부분과 함께 매우 공감하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 부분입니다.
이이가 좀 다르긴 하네요. 좀 이런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그 하찮은 다름으로 파를 나누기도 하잖아요. 다 자신의 입지를 위한 거 아니겠습니까?
전 이이같은 천재도 아니고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예전에 직장에서 어떤 사람한테 미움을 받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 미움을 받은 이유가 제게는 너무 사소한 이유같았지만 (출신학교, 논문성적, 외국어실력, 교수님들의 인지도 등) 그사람에게는 그게 엄청난 컴플렉스더라구요. 처음에는 도대체 왜 그런 별 것도 아닌 일로 그렇게까지 날 미워하지?하고 납득이 안 갔는데 사람마다 중요한 게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심지어 논문상을 받으러 교수님들 앞에 나섰을 때 실험하고 다른 논문 마감하느라 바빠 화장은 커녕 머리도 제대로 안 빗고 세수도 안 한 추리한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바쁜 거 티내느라 그렇게 수수하게 나왔냐'고 타박하더라구요..;; 사람마다 중요하고 사소한 것을 느끼는 것에 차이가 많고 그것을 좀 인지하는 척이라도 했어야하는데;; 그 이후로 그나마 공적인 자리에서는 그렇게 지저분하게 하고는 안 나갔어요;;;
아유, 힘드셨겠어요. 잘해도 못해도 흠잡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인성이잖아요. 비교하고, 열등감 쩔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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