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그쵸 자기가 잘난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듯 ... 주변에 대해 좀 둔감한 타입? 반면 이발은 진짜 정치 (또는 장사) 잘하게 생겼네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잘하는 듯..
맞다. @꽃의요정 님 최근에 『솔라리스』 즐겁게 읽으신 것 같던데? 이러다 고전 SF 마니아 되시는 것 아닙니까?
솔라리스현대 SF 문학, 대중문화,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영향을 끼친 스타니스와프 렘의 최고 걸작 소설이다. 세 차례에 걸쳐 영화화될 정도로 대중과 아티스트의 호감을 산 <솔라리스>는 ‘타인’이라는 영원한 미지와의 조우를 절절히 그려낸 아름다운 소설이다.
제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SF에 대한 짝사랑이 심합니다. '솔라리스'는 꼭 재독하려고요! 참고로, '쌀과 소금의 시대 2부' 아직도 읽고 있습니다. ㅎㅎㅎ
대간이 매일 대계를 올려야 하는 의무 규정은 조선이 언관제도를 설치한 본래의 취지를 잘 보여 준다. 대간 역시 법적 신분은 관료조직의 일원 즉 관료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대간은 다른 관료와는 달랐다. 이들은 ‘관료적’으로 사고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대간에게 요청된 본질적 기능이었다. 그것은 오늘날로 치면 비판적인 민간 언론 활동에 해당하는 기능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35쪽, 이정철 지음
관료조직은 조직 자체의 특성인 의사 결정권 및 인사권의 편중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직되고, 그 구성원인 관료가 조직 논리에 매몰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관료조직은 본래 설정했던 공공적 목적에서 벗어나서 조직 자체의 내적 목적에 의해서만 작동된다. 관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조직 논리에 충실해야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간을 포함한 언관은 관료조직을 설치한 본래 목적에 충실함으로써, 관료조직의 동맥경화를 막는 역할을 했다. 비관료적 기능으로 관료조직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것이 언관을 설치한 이유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35쪽, 이정철 지음
그러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관료조직의 위계를 뛰어넘어서 언관이 현실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왕과 직접 의사소통 하는 것이다. 언관을 왕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목관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의사소통이 왕의 자의성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매일 대계를 올리도록 의무화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왕이 소집권을 가졌던 중세시대 프랑스의 초기 신분제 의회가, 프랑스혁명 이후 매년 열리도록 규정되게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35쪽, 이정철 지음
엇! 올리고 보니 @향팔 님과 같은 문장:)
@연해 찌찌뽕
삼사(언관)은 왕의 눈과 귀(耳目)이어서 이목관, 대신은 왕의 팔과 다리(股肱)여서 고굉지신이란 말이 나왔다고 하네요. 근데 그 언관들의 양심에 모두 맡기고 팩트체크를 제대로 안하고 또 이렇게 각 부서의 직무가 다른 성격인 데 비해 그 구성원은 좀 유동적인 것 같습니다. 자꾸 여기서 그만두면 다른 쪽으로 옮기고 제가 읽어가면서 이이 등이 맡은 직책과 부서가 몇 개이고 최근에 어디로 갔는지 따라가기도 벅차네요;;이이는 삼사 안에서도 자꾸 이동했다가도 이조 병조까지 맡게 되죠?
사실 저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건지 확신이... 직책과 부서 이동도 정신 없지만, 인물들 이름도 왜 이렇게 다 비슷비슷해보이는지(라고 핑계를 대봅니다).
조선의 정치제도 자체는 참 아름답고 이상적인 의도에서 고안한 선진적 제도였군요.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었든) 설계자들이 정말 ‘좋은’ 고민과 낙관적인 전제 하에 만들어낸 제도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관을 왕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고 해서 이목관耳目官이라고 부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한 의사소통이 왕의 자의성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매일 대제를 올리도록 의무화했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왕이 소집권을 가졌던 중세시대 프랑스의 초기 신분제 의회가, 프랑스혁명 이후 매년 열리도록 규정되게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35, 이정철 지음
이럴 줄 알았으면 사극 열심히 볼걸. 조선왕조 500년은 부모님이 애청하셨는데. 저 초등부터고등학생 때까지 방영한 줄은 몰랐네요. 박순애 님은 제눈에 엄청 예쁜 배우였어요. 촬영 중 사고로 배우 생활이 여의치 않았나 (불확실한 기억ㅠㅠ)
양사가 별로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고 언관의 권위를 대신의 권위 위에 두었던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조선의 전통적 정치 상식에서 어긋나는 일이었다. 동시에 그것이 훈척정치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것이기도 했다. 본래 조선의 정상적인 정치운영 구조는 대신과 언관을 양대 축으로 했다. 각자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았다. 대신은 민생을 포함한 국정현안 해결이 임무였고, 언관은 관리의 부패를 막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52쪽, 이정철 지음
대신이 갖는 권위와 존경은 국정현안에 대한 해결 능력에서 나왔다. 대신 기능의 부재는, 조정의 존재 이유가 국정현안 해결임이 오랫동안 망각되었음을 뜻한다. 신진사림은 대신이 문제해결 능력 없이 부패만 일삼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런 대신이라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대신에게 권위가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진사림이 놓친 것이 있었다. 대신 개인의 무능력과 부패를 이유로 대신의 임무나 역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신의 임무나 역할을 부정한다는 것은, 언관 자신들도 포함된 조정 자체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152-153쪽, 이정철 지음
오늘날 한국 정치상황이 만들어 낸 문제들의 배경에도 리더십의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인다. 한쪽은 오래되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만, 복잡하고 전문화된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는 리더십이다. 다른 한편은 과거의 권위주의에서 탈피했지만 그 익숙함과 효율성에서 사람들에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리더십이다. 두 종류의 리더십은 세대별로 다른 호소력을 가진 듯이 보인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가 더 예민하게 느끼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나이 든 세대에게 불편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것은 정치상황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리더십이 정치 영역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4쪽, 이정철 지음
이후에도 나타나는 일이지만, 선조는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단히 관대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76p, 이정철 지음
이러지 맙시다!
선조 11년(1578)은 동서 간 갈등의 누적된 힘이 갈등 구조 자체를 변형시키기 시작한 시점이다. 75쪽 이 시기에 동인세력이 확대되는 흐름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세 가지 양상이 나타났다. 첫째는 동인과 서인이 정과 사, 즉 바름과 간사함으로 구분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래 동인과 서인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입장이 다를 뿐 정사로 구분되지는 않았다. 둘째는 구신 중에서 동인의 뒤늦게 가담한 사람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서인을 공격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보상받으려 했다. 때문에 그 말이 더욱 공격적이었다. 셋째는 이전까지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 있었던 김우옹, 이발, 류성룡 같은 인물들이 당파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점이다. 77~78쪽 ' 동서분당'과 '이수의 옥사'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도 있다. '이수의 옥사'를 통해서 동인과 서인이 확실하게 적대적인 관계가 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구신 출신으로 뒤늦게 동인에 합류한 인사들의 역할이 컸다. 83쪽 두 사람은 이수 사건이 동인의 서인에 대한 정치적 공격임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서 이이는 "전후 시비를 들어보지 않고 오로지 옥사만 성립시키려 힘썼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류성룡 이발 같은 무리도 이와 같이 행동한단 말인가! 남에게 알려질까 걱정이다."라고 기록하였다(1581년). 이이는 두 사람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사림의 장래에 대해서 깊이 우려했다. 이이에게 사림은 여전히 하나의 사림이었다. 85쪽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2장선조11~13년 대립구도의 성립, 이정철 지음
'시비'와 '정사'는 차원을 달리하는 구분이다. '시비'는 특정한 상황이나 문제에 대한 판단 내용에 국한될 뿐 판단 주체에 대한 규정은 아니다. 때문에 사안에 따라 시와 비의 주체는 달라질 수 있다. '비' 즉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해서 그 판단 주체가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반면에 '정사'는 개별 상황을 뛰어넘어 판단 주체의 정체성에 대한 규정이다. 그리고 '정과 사'의 차원에서 비로소군자와 소인이 구분되었다.소인은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아닌 제거되어야 할 대상을 뜻했다. 87~88쪽 선조 12년에 조정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은 지중추부사 백인걸의 상소에서 시작된다. 상소에서 백인걸은 동 서를 타파하고 어진 사람만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동인과 서인을 조화시키는 것이 군자의 논의라고 말했다. 정희적의 소인론에 대한 반박이었다. 91쪽 백인걸 이이의 상소가 가져온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송응개의 친동생인 사간원 정언 송응형이 1백인걸 상소를 다시 문제 삼고 나섰다. 백인걸이 올렸던 상소가 실은 이이가 쓴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서 이 이를 탄핵했던 것이다. 요컨대 이이가 백인걸 이름으로 자신이 쓴 상소를 올려서 선조를 속였다는 말이었다. 103쪽 동인은 그때까지만 해도 이이가 막연히 자신들을 지지한다고 여겼다. 실록에 따르면 "이이는 당시의 인망을 받고 있었는데 동인은 이이가 반드시 동인의 형세를 붙들어 주리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상소하여 동인을 나무라자 동인이 크게 성을 냈다." 이이가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고 동인이 믿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동인의 좌장 격인 이발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이이이다. 또한 이이가 선조 9년 초에 조정을 떠난 것도 서인의 독주를 막으려다 실패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였다. 서인 주류와 이이 사이의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믿었던 이이가 당시 동인에게 가장 치명적인 논리인 동인과 서인 간의 조제보합론을 들고 나오자 동인 강경파 측에서 무리하게 탄핵을 감행한 것이 바로 백인걸, 이이 상소 사건이다. 결국 이들은 이이를 탄핵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오히려 삼사 내부가 분열되었다. 더불어 조제보합론이 쉽게 부정될 수 없는 정치적 명분과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107쪽 조제보합론은 동인이 서인과 분리되어 구신과 가까워지자 그 반발로 나온 주장이다. 이이가 보기에 동인은사림의 이상을 포기하고 현실 정치화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주장한 조제보합론은 동인이 구신이 아닌 같은 사림인 서인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의 사림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조제보합론의 핵심 내용이다. 이미 현실은 조제보합론의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하지만 조제보합론은 사림의 오랜 이상과 정체성을 담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조제보합론이 가진 힘의 원천이었다.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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