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그믐의 고인물인 저는 어쩌죠? ㅎㅎㅎ 회사에서도 고인물이라...고민이 좀 많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책 읽고 나서 뉴스 보면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건 저만인가요?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그게 옳은지는 알겠는데~~내 맘에 안 들어~'란 이유로 없던 일 취급하거나 이상한 소리 늘어 놓거나요. 책도 뉴스도 보고 있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정인홍이 열거한 사항들의 진위와는 별도로, 그것들이 탄핵의 진짜 이유는 아니었다. 정인홍은 우성전에 대해서 사감이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25, 이정철 지음
인사가 등용되고 탄핵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사심과 개인적인 미움이 원인을 제공한다는 것이 흥미로워요. 한편으로는 이이가 주장하는 조제보합론이 현실 정치에 적합한 방향이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계속 해서 읽어나가볼게요 :)
새삼 궁금한게 율곡은 이름이 왜 ‘이’일까에요. 이씨인데 이름도 이? ‘이야‘하고 친구나 어른들이 불렀을까요. 차라리 ’황아‘가 나은 것도 같습니다. 조선 왕들의 이름이 주로 외자였는데 참고로 보시죠. ‘이황‘도 있네요.
외자가 많은 것도 재밌네요!
이이에게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 집안에 내려오는 가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문인의 예를 갖추어 예안의 이황을 방문했지만, 통상적인 의미에서 이황을 스승으로 생각했던 것 같지도 않다. 이이가 23세이고, 이황이 온 나라 선비들의 깊은 존경을 받았던 59세 때 일이다.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 갔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70, 이정철 지음
이와 같은 성혼의 평가는 홍가신이 '평생의 오래된 병'으로 가리켰던 것 들이고, 이이를 비판했던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했던 말들이다. 하지만 이런 이이의 모습을 그의 인간적 단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이 시대 젊은 유자들이 이상적 모습으로 상정한 인간상에 온전히 일치한 것은 아니다.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 이 갈등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 171, 이정철 지음
결국 이이가 선조에게 직접 개혁을 호소하면서 사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일에 실패를 한 것으로 보였어요. 선조의 개혁 의지가 적기도 했고요. 이이가 이렇게 물러나는 건지… 뒷 내용을 어서 읽고 싶어져요. 오늘 읽을 분량의 말미에는 이이의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이 나오는데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도, 다수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지도 않았다는 동료의 평가가 인상 깊어요. 그가 만약 세속과 시류를 따라 동인의 편에 섰다면 동인의 지지를 얻어서 원하는 개혁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이이가 그 시대 젊은 유자들이 가진 이상적인 인간상에 온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른 시대였어도 이이가 같은 평가를 받았을까 궁금해집니다.
이 당시 조정의 인사권은 이조 판서가 아닌 이조 전랑과 삼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동인이었다. 이 상황을 바꾸지 않고는 이조 판서가 인사행정에 영향력을 가질수 없었다. 이이는 바로 이문제를 지적했다. .. 나아가 이이는 관리들에 대한 고공(평사시 직무 수행에 대한 감찰)의 필요를 역설하였다. …. 사실은 이것도 현실에서는 삼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 동인 측에서 “이이가 권세를 함부로 휘두르려는 계책을 하였다”는 비난이 곧바로 나왔다. 결국, 이이는 이조판서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성혼 말대로 이이는 “뜻이 커서 하찮은 일에 대해서는 소략하고 자신감이 넘쳐 세속을 따르지 않았다”. 많은 경우에 “하찮은 일”이 갈들의 단서가 된다. 사람마다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이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다수를 따르는 척도 하지 않았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선한 천재의 딜레마 같군요..
다만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주목된다. 그것은 이 시기에 이르러 선조의 이이 개인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선조 14년 이이와 신진사림 사이의 점증하는 갈등에서, 이이는 거의 혼자 이들 전부를 상대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이이도 신진사림을 설득할 수 없었지만, 그들도 이이에게 정치적 승리를 거둘 수 없었다. 이것은 거의 전적으로 선조의 이이에 대한 정치적 지지 때문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59, 이정철 지음
이이에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그가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 했던 류성룡은 물론, 한때 그의 사람이기도 했던 이발에게까지 배반당했던 것이다. 배반까지는 아니지만 김우옹과도 서먹해졌다. 조정의 많은 동료와 후배는 이이에 대해서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이이에 따르면 "삼사 여러 사람의 경우에, 다 물러가 움츠리고 서로 눈을 부릅뜨고 이리저리 관망하면서 (나에게) 찾아오지도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해서도 직무를 보지 않는 자도 있었다." 물론 이런 양상을 빚은 일차적 원인을 이이에게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이이 개인의 성향이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66, 이정철 지음
일정한 스승이 없는 천재들은 그들을 얽어매는 정신적 굴레가 없기에 흔히 독립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은 이이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났다. 이이는 다른 학자를 평할 때도 독창성 있는 견해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가 서경덕을 높이 평가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학문과 현실 중에서 전자보다는 후자에 집중했다. 그는 기존 견해에 얽매이지 않았고, 현실 상황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더 집중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170, 이정철 지음
@밥심 @연해 그게 참 쉽지 않더군요. 제가 한 2년 삽질하다가 이제 인연을 끊기 직전인 공장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명백한 위기는 외부에서 시작되었지만, 내부에서 한목소리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가장 중요한 사정이 각자의 이해관계 (특히 기존에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집단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가 가장 크더군요. 사실, 저는 그들을 압박하는 처지였지만 내심 이해도 되었어요. 길게는 30년, 20년 가까이 그렇게 보내면서 기득권을 챙겨 왔는데 갑자기 환경이 변하고 심지어 자기 자리도 위협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무섭고 싫겠어요;
YG님의 공장 이야기를 얼마 전 TV에서 보고 정말 헉 했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조금씩 회사 이야기 하실 때마다 꽤 큰 곳인데 큰일이 있겠어? 했는데, 정말 큰일이 나 있더라고요. ㅜ.ㅜ 잘 모르는 제가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기사 검색도 해 보면서...YG님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만으로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이산해의 행동이 지금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익숙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떤 조직 안에서 논리와 당위로 상급자와 부딪히는 것을 감수하는 것에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이이보다는 이산해 유형의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이상을 위해서 분투하기보다는 개인의 보상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354쪽) 이 수집해놓은 문장으로 @꽃의요정 님 포함 저 자신을 토닥거려봅니다.
아직 이 부분까지 읽지는 못했지만, 밥심 님의 위로 감사 드립니다.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12일 수요일에는 2부 3장 '선조 13년 말~15년: 이이의 분투와 좌절'을 마저 읽습니다. 156~171쪽까지입니다. :) 아,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수개월 고민의 결론을 내렸네요. 지난 2년간 어떻게든 결론을 내보려고 했던 일을 그만하려고요. 점심 때 벽돌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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