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선조는 동인과 서인의 갈등에서 자신이 어떤 편을 지지한 적이 없고, 이이와 성혼도 단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신하들 추천에 따라 등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자신은 이이가 오활하고 경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 277, 이정철 지음
어떤 세력이 강한 지에 따라 왕도 주장을 순식간에 바꾸는 것이 정치인가 봅니다.
@oh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오래 기억에 남은 책이어서 읽자고 권했었는데 여러 생각을 하신 듯해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넵^^ 즐거운 고생이었습니다. 다른분들 도움받아가며 제 눈높이에 맞게 앞으로도 잘 따라가볼게요.
완독 후에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선한 지식인이란 전제가 맞는건가 하는 문제죠. 과연 조선 선조 대 사림들이 선한 사람들이었나? 장강명 작가님이 <먼저 온 미래>에서 우리는 정의가 불명확한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쓴 대목이 생각나는데 도대체 ‘선하다’의 정의가 뭘까요? 도덕적으로 자신들이 옳고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저놈들은 나쁜 패거리라고 생각한 사람들을 ‘선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결국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믿는 사람이라, 이 책의 제목 전제부터가 잘 못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심님도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진도 맞춰서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선하다'의 정의에 대한 말씀이 유독 인상 깊었어요.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말씀도요. 잊을만하면 제가 한 번씩 언급하는 새폴스키의 『행동』을 읽을 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유전적으로 타고 났다해도 환경과 맞으면 발현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럼 그 사람은 선한 사람인가, 악한 사람인가. 악하게 태어났어도 숨겨질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쓰고 나니 무슨 말장난 같네요). 여담이지만요.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몇 해 전인가, 토론 주제로 '소통'을 엄청 강조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토론을 이어가면서 각자가 생각하는 소통의 정의가 다 다르다는 걸 깨닫고는 소통의 정의부터 다시 정하자고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조직이라는 집단의 정설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하하하).
소통이라.. 금요일 오후 잖아요. 우선 주말 재밌게 잘 지내고 다음주부터 소통 잘 해보죠. 하하.
오 밥심님도 완독 축하드립니다! 안그래도 아까 제 해결되지 않았던 질문들 중 하나가 그 '선' 또는 '도덕적'의 정의인데요.. 만약에 다른 환경에 다른 사회적 구조라면? 예를 들어 그 선한 정치인이 이이같은 중간 급의 정치인이 아니라 선조처럼 더 위쪽 지도자라면? 상황이 좀 다르게 진행되었을까? 붕당을 화합하는 방법도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어떻게 하면 선조를 더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이끌고 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사람들은 너무나 다양한데 반드시 선악 등 도덕적 잣대가 절대적이고 이분화되어야 할까 좀더 진실을 다층적으로 바라보고 선도 다각적인 방법으로 추구할 수는 없을까? 등등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 투성이입니다. 어찌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은 '사회적 결과에 대한 책임'에 중점을 둔 것 같은데.. 사회적 책임 또한 다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의도보다는 결과인 건가.. 하고 고민이 더 생기더라구요..^^;;;
역사를 보면 우리가 흔히 태평성대라고 불렸던 시기도 제 개인적 의견으로는 그 당시 사람들이 더 선하거나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에 맞는 정치체제가 잘 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는 자연/사회 환경이 크게 도움 되었을거구요. 라인홀드 니버의 책은 안 읽어봤지만 개인이나 사회의 도덕성 발현 여부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당초 도덕성의 정의도 시대에 따라 다를 것 같고요. @borumis 님의 완독 기원합니다!!
@밥심 네,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선함'을 독점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문제고, 근대 이전(종교)과 이후(이데올로기)에 등장한 수많은 역사적 비극의 근원이었죠. 이정철 선생님도 바로 그런 대목에 꽂히셔서 2016년의 시점에 이 책을 낸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저는 2016년뿐만 아니라 그 문제의식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원익의 선조에 대한 충은 선조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반면, 이산해의 충은 개인 선조에 대한 추종에 더 가까웠다. 그런 맥락에서 그의 충성은 조선시대에 강조되던 충忠 개념과 달랐다. 오늘날, 국가의 정체政體와 특정 정권은 구분된다. 조선시대에 이는 종묘사직과 금상今上 즉, 현재 왕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산해는 양자를 구분하지 않았고, 사실은, 그랬기 때문에 선조도 그를 좋아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352, 이정철 지음
선조와 이산해 관계는 선조와 이이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 말 그대로 이산해는 선조의 종속변수였다. 그는 무언가를 주장하며 선조를 설득하거나 그에게 반발한 적이 없다. 사실 이산해의 행동이 지금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익숙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떤 조직 안에서 논리와 당위로 상급자와 부딪히는 것을 감수하는 것에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이이보다는 이산해 유형의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이상을 위해서 분투하기보다는 개인의 보상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354, 이정철 지음
이 대목이 유독 씁쓸했어요.
맞아요! 정말 예나 지금이나;;
사건 발생 직후 형성된 정치적 구도와 그것이 작동하는 힘의 방향은 명확하고 강력했다. 이귀의 예견대로 정철은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었다. 정철은 이귀의 상황 판단에는 동의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일정하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가 조정에 나갔을 때 상황은 이미 그가 통제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선조가 상황을 장악하고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33, 이정철 지음
양천회가 지적했던 대로 이 사건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역모에 실제로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처음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역모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는 늘어만 갔다. 이를 두고 김천일은 "역적이 나라에 재앙을 끼치려 했던 계책은, 오히려 그들이 죽은 뒤에도 행해지고 있다."고 탄식하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37, 이정철 지음
정여립 집에서 가져온 '적가문서'를 읽고 선조는 큰 충격을 받았다. 매일 보다시피 하는 가까운 신하들의 속마음을 보게 된 것이다. 그들의 사적 대화에서 선조는 국왕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적으로도 낮게 평가되었다. 그가 받은 충격은 그대로 신하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45, 이정철 지음
자네를 위하여 슬퍼하지만 내 아직 속됨을 면하지 못하여 입이 있으나 말할 수 없고 눈물이 쏟아져도 소리 내어 울 수도 없네 베개를 어루만지며 남이 엿볼까 두려워서 소리를 삼켜 가며 가만히 운다 어느 누가 잘 드는 칼날로 내 슬픈 마음을 도려내어 주리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47, 이정철 지음
사림이 탄압받던 증종과 명종 시기에 정치적 파행 구조의 핵심은 '대신의 전단'이었다. 선조는 역사적 교훈을 자기 식대로 사용하였다. 오히려 전단하는 사람은 선조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48, 이정철 지음
선조가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셈이다. 자신이 가장 신뢰하던 두 사람이 사건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50,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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