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이의 말이 원칙적으로는 옳지만, 그 집단적 갈등 사태로 전개되게 만든 집단적 상황과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거네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borumis

borumis
문제를 처리하는 기본 원칙은 갈등하는 쌍방을 조용히 진정시키되, 아무도 서로 보복하는 공격성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58,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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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허엽과 김효원 두 사람이 미리부터 정치세력화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시 상황리 사림 내부의 집단적 갈등 형태로 나타나고 전개되었다는 사실 자체이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66,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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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벽 돌책 읽기 첫 참여입니다.다소 적은분량이라는 점과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과 관련된 주제의 책이어서 용기내 봅니다. 전사부분읽었고 이제 진도표 참고해서 완독해 볼게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은 참 서글프면서도 아찔하게 섬뜩합니다. 진실하고 절실해서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인간은 늘 현명하다고 착각하는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떠올리며 좀 더 느슨하고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할 듯요.
다들 열독, 완독 응원합니다

연해
와! 벽돌 책 읽기 첫 참여시라니 환영합니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 마음껏 나눠보아요. 함께 열독, 완독!

YG
@oh 님! 환영합니다. 자주 감상 나눠 주세요.

YG
66쪽의 '김계휘'는 '김효원'의 오타겠죠? (저는 초판 1쇄입니다.)

borumis
저도 그게 좀 이상했는데 앞에 59쪽에서도 석담일기에서도 "근원이 명류의 비위를 맞추려고 계휘를 지방으로 내려 보내니 더욱 사람들의 기대에 만족치 못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하네요. 저는 2016년 1판인데 66페이지에 '김계휘의 지방좌천'이라고 나와있어요. 뒤의 부록을 보니 김계휘는 사헌부에 있으며 심의겸과 친밀한 사이였다고 하네요.

borumis
조금 혼란스러워서 저도 제대로 정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김효원과 심의겸이 지방으로 간 것은 맞는데 여기서 말한 김계휘의 지방 좌천은 그 후에 또 다른 사건인 것 같습니다. 박근원의 동생 박신원이 지방 발령받은 것을 피해가기 위해 박근원이 정치적 인플루언스를 발휘해서 결국 동생이 아니라 김계휘를 지방으로 내려 보는 듯합니다. 박근원의 관여는 결국 구신과 신진사림이 반드시 대립하지만은 않고 서로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결합한 최초의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작가분이 앞의 동서분당 양상의 마지막 상황으로 덧붙인 것 같습니다.
밥심
제가 보기엔 김계휘가 맞는 것 같습니다. 57쪽의 대사헌에서 물러난 김계휘를 박근원이 평안도 관찰사로 좌천성 인사를 한 사건을 말하는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11월 6일 목요일은 본문 1부를 시작합니다. 우선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를 던지고 나서 선조 8년부터 10년까지 사림 세력의 분열의 시작을 살피고 있어요. 33쪽부터 66쪽까지입니다.

YG
이 책의 주인공인 조선 사림 정신 세계의 원형은 공맹 사상, 특히 주자가 정리한 맹자 사상이죠. 그 맹자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짚은 눈높이 낮은 좋은 책이 이권우 선생님의 『최소한의 윤리』(어크로스)입니다.

최소한의 윤리 -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는 우리의 선한 본성에 대하여깊이 있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신망을 받아온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통과하며 읽어온 《맹자》 탐독의 기록을 내놓았다. 《최소한의 윤리》는 이익과 욕망이 최우선인 오늘날, 우리가 인간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양고전 《맹자》에서 길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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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앗 이 책 읽어보고 싶었는데! 안그래도 전 유교에 대해 너무 몰라서 솔직히 조선사의 반은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많은데요.. 맹자도 그렇고 이 책을 좀 읽어봐야겠어요.

연해
엇! 이 책, 안 그래도 책걸상에서 소개해주신 것 듣고, 읽으려고 책 목록에 넣어둔 책인데! 여기서 만나니 괜히 또 반갑네요:)

향팔
이 책 꼭 읽어보겠습니다. 작년 가을에 함석헌기념관에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에 관한 주말 연속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함석헌 선생이 직접 가꾸셨다는 유리온실에서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끼어 앉아 믹스커피 타먹으며 공부했어요ㅎㅎ) 그동안의 제 선입견과는 달리 공맹 사상이 상당히 새롭고 혁명적(특히 맹자)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나더라고요. (이상하지요. 고등학교 다닐 땐 해당 과목이 너무너무 지루했는데 말이죠.)
강연 듣기 전에 급히 예습하느라 EBS에서 나온 작은 책들을 훑어보고 갔더니 (워낙 아는 게 없는 터라)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치만 그때 들은 4회 강연만으로는 여전히 목마른 부분이 많았는데 마침 이렇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논어 -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2500년 유가 사상의 시초이자 완성인 『논어』를 새로 해석하고 음미해 보는 책이 출간되었다. 구태환 교수의 『논어―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는 주인으로서의 『논어』 보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유가 사상의 핵심을 ‘도덕성’으로 제시하면서, 유학은 과연 무엇을 지향했을까 묻는다.

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동양철학자 전호근 교수가 맹자의 책 『맹자』를 통해, 왕도와 성선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맹자의 진면모를 안내하는 책이다.

대학·중용 - 철학의 시대에서 정치를 배우다『대학』과 『중용』은 태평천하를 건설하기 위해 위정자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 실천, 앎, 통치 방법 등을 논의한 책이다. 『대학』이 평천하로 가는 정치 목적과 실천 원리에 대해서 논의한다면, 『중용』은 삶의 실천 윤리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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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향팔 님께서 언급해 주셔서 제가 쓴 소개 서평도 공유할게요. 뒤에 언급한 책들도 재미있어요.

YG
21세기에 맹자를 읽는다는 것
벌써 재작년(2023년) 일입니다. 오랫동안 교류하던 선배 세 명의 환갑을 기념해서 다른 선생님 세 분과 함께 ‘진화’ ‘시간’ ‘지능’ 세 키워드로 책을 펴낸 적이 있습니다. 『살아 보니, 진화』(사이언스북스) 『살아 보니, 시간』(생각의힘) 『살아 보니, 지능』(어크로스). 그 가운데 ‘진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 맹자야말로 “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해서 반은 농담으로 “아예 ‘진화 유학’ 같은 책을 한 권 쓰세요!” 하고 너스레를 떨었죠. 그런데 정말로 책이 나왔습니다. 이권우의 『최소한의 윤리』(어크로스). 물론, 공맹 사상과 진화 이론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맹자 사상의 의미를 두루 다루면서 둘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합니다(‘지성사 최초의 진화 철학자’).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부터 소개해야겠습니다. 이권우는 “간명한 문장과 예리한 통찰이 돋보이는 서평”으로 오랫동안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서평가입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서평가를 꼽아야 할 자리가 있다면 항상 주저 없이 그의 이름을 말하곤 했었죠.
그의 깊고 넓은 독서 편력이 어느 순간부터 동양과 서양 고전, 특히 동양 철학으로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습니다. 애초 루카치 죄르지 같은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비평가의 『소설의 이론』 같은 책을 탐독하면서 청춘을 보냈던 저자가 만년에 공맹 사상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최소한의 윤리』는 저자의 그런 시도가 빚어낸 첫 번째 결과물입니다. 그가 요령 있게 복원해 놓은 맹자의 사상은 뜻밖에도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동양 철학, 특히 공맹 사상에 한 번도 진지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독자라면 『최소한의 윤리』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도 있겠습니다.

YG
권력자가 증오한 철학자
공맹 사상에 문외한이지만 먼저 읽은 독자 처지에서 어쭙잖게 흥미로운 대목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맹자가 살던 전국 시대는 중원의 패권을 놓고서 여러 나라가 치열하게 다투던 때였습니다. 그 나라를 모두 정벌해서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인물이 바로 진시황입니다. 맹자는 바로 이 시대에 이 나라, 저 나라 권력자에게 초빙받아 자문했던 지식인이었습니다.
끝없는 전쟁이 계속되는 난세에서 맹자나 그가 사사했던 공자의 사상은 찬밥 신세였습니다. 이권우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럴 만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맹자 정치철학의 핵심에는 사람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성선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선한 마음의 씨앗은 키워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여기서 맹자의 ‘왕도 정치’가 등장합니다. 권력자는 사람의 선한 마음을 확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왕도 정치는 이 노력의 결정체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노력에는 국가의 생산력을 증진하고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부를 늘려서 백성의 생계를 보장하는 일이 포함됩니다. 저자의 평가를 빌리자면, 맹자는 국가가 적절히 관리하는 시장의 효용을 믿는 사회민주주의자였습니다.
만약 권력자가 이런 왕도 정치를 펼치지 않으면, 즉 백성의 생계를 도외시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역성혁명’입니다. 설사 정당하게 세습한 왕이라고 하더라도 왕도 정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권력자로 갈아치워야 합니다. 저자가 존 로크의 시민 혁명론을 맹자가 2,000년 앞서 선취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런 맹자의 사상을 권력자가 좋아했을 리가 없습니다. 맹자가 송나라 시대에 재평가되어(“공자에 버금간다”) 명예 회복에 성공하기 전까지 1,000년 동안 ‘기타 사상’ 취급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맹자 사당에서 지내는 제사를 중단하고 책을 불태우라고” 지시했다니 맹자 사상의 위험을 권력자는 확실히 알았던 셈입니다.

YG
중용의 진짜 의미
전국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은 뜻밖에도 묵자였습니다. 지금은 잊혔지만, 묵자의 사상도 관심을 가질 법합니다. 묵자는 당대 최고의 성곽 방어 기술을 갖춘 군사 공동체이면서 또 침략 전쟁을 거부하고(‘비공(非攻)’) 모든 사람 심지어 내 부모와 남의 부모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겸애(兼愛)’ 같은 급진적인 사상을 설파했답니다.
묵자가 추구하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이익’과 ‘성과’였습니다. 그들이 침략 전쟁에 반대했던 이유도 그것이 손해이기 때문이었죠. 묵자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라고 하면서도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선호했던 이유도 그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죠. 저자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런 묵자의 사상은 서양의 공리주의와 통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당대의 논객이었던 맹자는 바로 이 묵자와의 대결을 통해서 공맹 사상을 발전시킵니다. 맹자가 겸애에 맞서서 ‘차등애(差等愛)’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맹자 사상과 진화 이론의 유사성을 끄집어냅니다. 맹자가 보기에 피를 나눈 부모와 타인의 부모를 똑같이 보는 일은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입니다. 분명히 사랑에는 차등이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맹자는 공감과 사랑의 농도가 동심원으로 확산한다고 봤습니다. 맹자가 친족 간의 사랑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짙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동식물을 아끼는 것보다 짙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이렇게 공감과 사랑의 차등을 전제할 때 비로소 ‘공감의 반경’(장대익)을 늘리는 일도 가능하다는 아이디어가 맹자 사상에 닿아 있습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겠습니다. 그 유명한 ‘중용’입니다. 중용을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정도로만 이해했던 저로서는 맹자의 해석을 읽고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공자와 맹자가 강조했던 중용의 진짜 의미는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에 따라서 초점을 새롭게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했던 다음과 같은 말과 통하죠. “사실이 바뀌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When the facts change, I change my mind).” 중용을 제대로 실천하려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놓고서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니죠. 중용이 “칼날 위를 걷기보다 어려운” 진짜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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