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borumis 저는 『적과 흑』 못 읽어봤는데, 맥락을 설명해 주시면 저도 다른 분에게도 도움이 되겠어요. :)
적과 흑의 주인공 줄리앙은 프랑스 왕정복고기에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학문적 능력으로 인해 상류층의 가정교사로 (우리 시대로 치면 스타 강사?) 인기를 누리면서 동시에 귀부인들의 사랑을 받아 상류층으로 진입하려 하는 이야기인데요. 돈과 계급은 있는 주변 상류층에 비해 지적 능력은 있지만 계급사회의 한계에 부딪히며 나폴레옹처럼 한계를 벗어나고파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지나친 출세욕으로 스스로 파멸하는 점은 다르죠.
대개 규범은 공식적일 때보다 사적일 때 개인에게 더 깊이 영향을 준다. 겉치레가 아니라 진짜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향음주례가 아니라도 어차피 술자리는 있게 마련이다. 이상의 이름으로 사적 차원에서 규범적 가치를 집행함으로써 지배이념의 공고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04, 이정철 지음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 OT나 MT 문화가 생각나네요.
"제가 최영경을 보고 돌아왔는데, 홀연히 맑은 바람이 소매에 가득함을 깨달았습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13, 이정철 지음
너무 시적인 표현이어서 밑줄 좍 쳤습니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요?
사림은 그 무고한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고, 현실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무리들이 올바르지 않음을 증명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의 필요에 따라 도학에 몇 가지 특징이 각인되었다. 도학은 개인에게 도덕적 주체성을 강조했다. 성리학적 언어로 말하면, 그것은 기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인욕에 빠질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선한 인간 본성인 이의 확립과 그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인간의 내면세계, 특히 그 도덕적 측면에 대한 수양을 강조하게 된다. ... 요컨대 정치적 현실이 엄혹하기에, 그것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강력한 정신무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18, 이정철 지음
잘은 모르지만 도학은 뭔가 stoicism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네요.
@borumis 님, 이 대목이 궁금해하셨던 조선 성리학의 특징으로 보여요. 저는 그 다음 부분에 오히려 주목하고 싶습니다.
경은 ‘삼감’, ‘절제’ 같은 것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의 반대편에 있는 태도이다. 경은 이후 조선 성리학의 핵심 가치가 되었다. 그에 따라 특정한 인간형이 형성되었다. 경을 내면화한 인간형이다. 그것은 매우 절제하고, 비타협적이고, 역격을 헤쳐 나가는 굳센 의지를 지닌 인간형이다. 이러한 인간형을 길러내는 데 적합한 책이 바로 『심경』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8장, 418쪽, 이정철 지음
오 안그래도 이걸 읽고서 심경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제가 아는 심경은 반야심경이어서 불교 서적인데;; 찾아보니 심경이 주자학의 마음훈련 매뉴얼이라고 하네요.. 예나 지금이나 Mindfulness 관련 자기계발서는 인기였나..하고 섣부른 판단을 했다는.. 밀리의 서재에 이한우 역의 심경부주가 있어서 조금 읽어보았는데 어렵긴 하네요;;
오늘 이 대목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아버지를 떠올렸어요. 밑에 @연해 님도 도덕적이다의 기준에 대한 의문을 남기셨지만, 우리 아버지의 올바름의 의미가 주변을 평생 힘들게 하시더라구요. 도학이 가르치는 "절제하고 비타협적이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굳센 의지를 지닌 인간형"에 어찌하면 좀 맞닿아 있어서 생각이 났나 싶어요. 음식을 남길수 없고, 흐트러짐을 견디지 못하고 남의 신세를 지지 못하며 떳떳해야 하다보니 가족인 저도 흐트러짐은 내 잘못이고 실패는 얘기할수 없고 성취만을 알리게 되더라구요. 아버지의 기준을 먼저 가져다 검열하면 뭔가 변명하는 것 같고 역경을 이겨내야 하는 의지가 부족해 보이게 만들더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비난을 하기도 어렵지요. 그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말할수는 없으니.. 결국 그 올바르다의 기준이 절대적이라 어떤 수용도 할수 없다는 점에서 이미 선한 도덕기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저에게도 작게나마 그런 기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을 알아챌 때마다 다른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사정이 있음을 생각해야 하는데 매 번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열린 마음으로 살아야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거들떠 보지 않던 조선과 성리학이 배경인 책을 읽게 될 줄이야... 저의 열린 마음의 결과입니다. ㅎㅎㅎ
실은 저는 성리학에서 말하는 이理와 기氣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passion과 reason간의 관계처럼 받아들였는데요. 심경에서 말하는 인심人心(사람의 마음)과 도심道心(도리의 마음)도 그런 관계인 것 같습니다. 심경에서 정이천이 인심과 도심이 각각 사람의 욕심(인욕)과 하늘과도 같은 이치(천리)이라고 하자, 주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진실로 옳다. 단, 이것은 두 가지 서로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한 사람의 마음이 도리에 맞으면 그것이 하늘과도 같은 이치요, 그 마음이 정욕을 따르면 그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따라서 바로 그 둘이 나뉘는 지점에서 정확하게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봉이 말하기를 '하늘과도 같은 이치와 사람의 욕심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은 같지만 그 속사정은 서로 다르다'고 했으니 이 설이 아주 좋다" '행동'의 새폴스키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의 리사 펠드먼 배렛 처럼 사람의 마음은 그 상황적 문맥에 따라 선악으로 나뉘어진 것으로 보는 것 같았어요. 주자도 사람의 마음이 선악으로 갈라지는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결과)보다는 속사정(의도, 또는 상황적 문맥)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 것 같아요.
제가 벽돌책 모임을 하면서 생각한게 그 점이에요. 이렇게 다양한 책을 접할 줄이야.. YG님의 큐레이션에 열린 마음이 이끌고 가는 길은 참 다양하고 넓은 세상인 듯 해요!
영화 원더가 생각나네요. 옳은 것보다 친절한게 더 중요하다는 명대사와 함께요. 올바름의 기준은 반드시 있어야하고 중요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더 중요한건 친절함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했어요. 반성과 함께^^; 주변에도 스스로에게도 친절한 하루 하루를 보내는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이는 이준경의 이 지적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러고나서 붕당의 존재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그 당이 군자당인지 소인당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스스로에 대한 대단한 도덕적 자신감이었다. '군자'들은 당을 지어도 문제가 안 되고, 자신들 모두가 군자라는 말이다. 이때만 해도 이이는 공격하는 측의 선봉장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22, 이정철 지음
사실 신진들에 대한 이준경의 비판은 정확했다. 자신만만하고 경험 없는 신진들의 태도와 활동의 핵심을 지적한 것이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23, 이정철 지음
이이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상태에 있었다. 이이에게 사림은 부패하고 부도덕한 구세력을 물리친 정의로운 집단이다. 그 집단 구성원 사이에 사소한 오해와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사림은 정치집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덕적 실천 공동체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의 사림집단은 이미 이이의 그런 인식을 넘어서 정치화되고 있었다. 이이는 그것을 몰랐거나 혹은,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이의 사림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 특정 시기에 고착되어 있었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26, 이정철 지음
늘 그렇듯이 집단 간 갈등이 고조되면, 집단 내에서 강경파가 힘을 얻게 마련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27, 이정철 지음
지금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풍토가 만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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