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1월 21일 금요일은 3부를 마무리합니다. 345~362쪽까지입니다. 주말에 완독하시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뒤따라 오시는 분들도 다음 주 4부까지 일정대로 차분히 함께 읽어도 좋습니다. 4부는 기축옥사의 서브 스토리로 정개청과 최경영이라는 당대의 문제적 인물이 희생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저는 4부를 읽으면서 조선 시대의 역동성과 폐쇄성을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었답니다.
피에르 클라스트르(1934~1977)는 그의 책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에서 말하기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 준다. 그에 따르면 말하기와 권력은 밀접하게 관련된다. 둘은 서로를 기반으로 해서만 유지되며 각각이 상대편의 본질을 이룬다. 주인과 노예, 군주와 신하의 분리에 기반을 둔 사회에서는 주인과 군주만 말할 수 있고, 노예와 신하는 존경, 숭배, 또는 공포로 인해 침묵한다. 오늘날 지도자와 시민의 관계 역시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도 일상에서 경험하는 일이다. 수직적 위계가 있는 집단에서는 말이 독점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성혼이나, 위에서 이항복의 모습은 그들이 복종만 하는 신하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계미삼찬 당시 동인이 선조의 최후통첩성 명령에 대해서 굴하지 않았던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357쪽, 이정철 지음
선조와 이산해 관계는 선조와 이이 관계와는 전혀 달랐다. 말 그대로 이산해는 선조의 종속변수였다. 그는 무언가를 주장하며 선조를 설득하거나 그에게 반발한 적이 없다. 사실 이산해의 행동이 지금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익숙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어떤 조직 안에서 논리와 당위로 상급자와 부딪히는 것을 감수하는 것에는 신념과 용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이이보다는 이산해 유형의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공동체의 이상을 위해서 분투하기보다는 개인의 보상을 위해서 애쓰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 354, 이정철 지음
선조의 리더십에 저는 계속 의문이 생겨요. 판세나 떠도는 소문이 리더가 결정을 내리는 배경이 되고, 말이 많은 자들이 득세하는 상황이 안타까워요. 그래서인지 4부의 제목이 ‘파국’이더라구요. 저는 역사 알레르기가 있는데 이번 모임 덕에 역사랑 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답니다. :) 지금도 내용을 다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올려주시는 글들을 읽는 게 많은 도움이 되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주말 즐겁게 보내셨나요? 저는 오는 주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아서 주말 내내 밀린 일(글 쓰고 강연 준비하기 등)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내일 11월 24일 월요일부터는 4부를 들어갑니다. 앞에서 @밥심 님, @부엌의토토 님께서 미리 언급하시면서 좋은 자료도 공유해주신 기축옥사 때의 '정개청 옥사'와 '최영경 옥사'를 살펴보는 부분입니다. 정개청 옥사도 아주 복잡한데 미리 언급해 주셔서 뒤따라 읽으시는 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을 것 같아요. 일단 내일 월요일에는 4부 7장 '정개청 옥사'의 앞 부분을 읽습니다. 365~387쪽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 11월 28일까지 완독하는 일정입니다.
내일 11월 24일 월요일 읽을 부분에서 제가 메모한 몇 대목 공유합니다.
무엇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가가 바로 그 사람 정체성의 좌표이고, 그가 맺은 사회적 관계의 액면가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365쪽, 이정철 지음
(..,) '수기치인' 에서 치인은 세상에 대한 사대부의 책임감으로 설명된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이정철 지음
(기축옥사) 당시 호남 지역에는 동인 세력과 서인 세력이 병존했다. 동인 쪽은 해남, 남평, 무안, 화순, 영광 등에, 서인 쪽은 광주, 장성, 보성, 순천 등에 많이 거주했다. 두 세력 모두에게 중요했고, 또 두 세력이 공존했던 지역이 바로 호남의 중심 나주였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7장, 371쪽, 이정철 지음
조선 시대 호남 지방 학맥을 보면 그 연원에서 5개 그룹이 주목된다. 김굉필(1454~1504), 최부(1454~1504), 송흠(1459~1547), 박상(1474~1530), 이항(1499~1576) 등이 그들이다. 김굉필, 최부는 김종직에게서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절친한 동학이다. 마르코 폴로(1254~1324)의 『동방견문록』, 일본 승려 옌닌(794~864)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중국 3대 기행문으로 알려진 『표해록』의 저자가 최부이다. 그는 성종 19년(1488) 도망간 죄인을 잡으러 제주도에 갔다가, 나주에 사는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고 돌아오던 중에 풍랑을 만나 중국까지 표류한다. 중국에서 조선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보고 들은 것을 귀국 후에 정리한 기록이 『표해록』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7장, 373쪽, 이정철 지음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그 이름을 워낙 많이 들어보기도 했고, 김호동 선생님의 완역본이 나와 있다고 해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도 해봤었던 반면, 최부의 표해록은 그 존재 자체를 이번 독서로 처음 알았네요. 표류의 사연도 참 극적인데 말이죠. 책에 그림으로 나와 있는 최부의 귀국 항로를 보면서 ‘아 나는 정말 우리 역사나 우리 책에 대해 너무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개청 옥사가 성립되는 과정은 ‘필연적인 우연’이 작동하는 방식을 잘 보여 준다. 처음에 역적을 고발하라는 조정 명령이 내려왔을 때, 다수의 나주 유생들은 지역 내에 역적이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사사로운 목적을 가진 소수의 유생들이 그런 다수의 의견을 간단히 뒤집어 버렸다. 소수가 홍여순 같은 고위층의 사적 욕망에 호응하고, 윤우신 같은 중간 책임자들이 무책임할 때 조직은 곧 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구로 전환되었다. 조직 내에서 고위층의 사적 욕망에 부응하는 소수는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7장, 383쪽, 이정철 지음
이 대목 읽으면서, 지금 정국이 정국인지라 여러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지인 선생님께서도 보수랑은 거리가 먼 분이신데, 지난 정부에서 큰 연구비를 따시는 바람에 (그 과정이 아주 정당했는데도) 지금 새 정부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어요. 어느 세상이나 비슷해요;
우연을 필연으로 바꾸는 요인은 결국 사람이고, 그러한 전환을 정치적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혼자 져야 할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면에서 정철은 정개청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 7장, 383~384쪽, 이정철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항상 매월 20일이 넘어서면 또 다음 주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이 됩니다. 계속해서 몇 권 만지작거리는 책이 있긴 한데. 일단 일순위로 꼽고 있는 책은 내년(2026년)이 푸코 탄생 100주년이더라고요. 푸코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이자 지금까지 여러 현대 사상에 영향을 주고 있으니 이런 계기에 그의 삶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또 과학-역사에 더해서 목록에 변화를 주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해서 꼽아보고 있답니다. 디디에 에리봉의 푸코 평전은 1989년에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가장 권위 있는 푸코 평전'으로 꼽히는 책이고, 평전 자체로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평전을 쓴 에리봉 역시 문제적 인물이니 연말에 여러 얘기를 나눠볼 수 있을 듯한데, 어떠신가요?
미셸 푸코, 1926~198420세기 문제적 철학자 푸코에 대한 가장 내밀하고 충실한 평전. <그린비 인물 시리즈 he-story>의 첫 책으로 소개하는 이 책, <미셸 푸코>는 2011년 프랑스에서 개정증보판(초판은 1989년)으로 새롭게 출간된 <미셸 푸코>를 완역함으로써, 그동안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푸코의 지적 초상을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롭고 다채롭게, 내밀하게 보여 준다.
안타깝게도 이 책 역시 한국어판 이북은 없어요; 하지만 영어판 이북(원서는 프랑스어판)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외국에 계시거나 영어책 읽기가 수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앗 이 작가 혹시 랭스로 되돌아가다 (Retour a Reims) 작가 아닌가요? 아직 푸코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지만 관심은 많습니다. 다만, 전 철학자에 대한 평전보다는 철학자의 책 자체를 먼저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긴 해요. 저번에 조지 오웰의 책도 그렇지만 작가의 글과 삶을 좀 분리해서 따로 본 후에 합쳐서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서요.
네, 맞아요. 『랭스로 돌아가다』도 역작이죠. 푸코 평전 시작하기 전에 읽어보셔도 좋을 듯해요.
랭스로 되돌아가다푸코 평전 및 레비-스트로스와의 대담집 등을 펴내고, 성적 지배 체계와 소수자의 정체성 문제를 탐구해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디디에 에리봉의 회고록.
아 혹시 영어판 이북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아마존에서는 불어판 밖에 못 찾겠는데.. 그런데 지금 불어판을 몇 페이지 읽어보니 확실히 현대에 쓴 글이어서 문장이 읽기 괜찮네요. 에리봉의 문체 좋습니다. 그리고 웬지 그의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생각나네요.
오, 지난번에도 말씀해주셨던 책이네요. <일인분의 안락함>을 읽을 때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에 관해 써주셨던 글도 언뜻 생각나고요. 그때 푸코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잘되었네요. 같이 읽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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