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완독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이 궁금해서 속도가 붙어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사건 사고(?)도 많고, 등장인물도 워낙 다양해서 읽으며 버거운(제 기억력 탓이겠죠) 부분도 있었지만,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도덕적이다'의 기준이란 게 뭘까, 하는 것이었어요. 도덕적 확신에 찬 사람들이 정치를 하게 되었을 때,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낱낱이 파헤치는 역사서 같았달까요. "도덕적 확신에 찬 사림은 결국 그것보다 더 강력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의 자장磁場으로 빨려 들고 마침내 함몰되었다."는 문장처럼요.
얼마 전에 친구와 이 책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정치인들 이야기도 하게 되었는데요. 그와 비슷한 맥락(정치만 하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해지더라, 그 집단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더라)으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둘 중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 집단에 물들어가거나 죽거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들은 제발 정치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계속 존경받으시면서 연구만하셨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마음도 품게 됩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D-29

연해

borumis
이해가 가요. 존경받는 분들이니 그런 자리에 올라갔겠지만.. 그 자리가 그분들을 이상한 길로 몰고 가는 것 같기도 해서 안타깝습니다.

YG
@연해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내내 전남에서만 살아서 어렸을 때는 전학 자주 다니는 친구가 그렇게 부러웠답니다?! 연해님 서울, 광주, 창원 찍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철없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나중에 생각해 보면, 정작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적응했을 당사자는 참 힘들었겠지, 이랬어요.)

연해
매달 의미 있는 책으로 모임을 이끌어주시는 YG님이 항상 고생이시지요. 감사한 마음이 계속 누적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2월도 잘 부탁드... (뻔뻔)
저도 한 동네에서만 오랫동안 살아왔던 친구들에게, 본인들도 이사(전학) 좀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들었더랬죠. 저는 초, 중학교 모두 입학한 곳에서 졸업했던 적이 없어 그 말이 낯설기도 했고요. 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클 리셰처럼 등장하는 전학생 판타지("와, 쟤가 전학생이래!")는 나름 현실이기도 한데요. 그 호기심이 생각보다 빨리 식는다는 게... (헤헤)
어릴 때는 새로운 환경에 자꾸 적응해야 하는 게 힘들고, 무섭고, 외로웠는데요. 지금은 그 덕에 어느 집단에 가도 있는 듯 없는 듯 (마치 오랫동안 그 공동체에 있었던 사람처럼) 은근슬쩍 잘 적응하는 것 같습니다. 큰 잡음 없이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법도 나름 터득한 것 같고요. 하지만 작정하고 괴롭히려 드는 호전적인 사람들은 막아낼 재간이 없더라고요.

도롱
저도 책을 읽으면서 도덕적 확신이 정치에 큰 세력을 형성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부엌의토토
“ 더구나 그가 배운 도학은 단순히 머리만 쓰는 이론 지식이 아니다. "날마다 의관을 정제하고 읍양과 진퇴를 고례대로 따르고", "검속", 즉 엄중하게 단속함을 주로 하는 《소학》의 실천적 가르침이 도학의 핵심이다. 이 시기 도학은 추상적 이론이나 정치적, 사상적 대의에 대한 단순한 지지를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몸으로 익히고 행동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7장406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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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이이의 판단 착오는 단순히 조정 상황에 대한 그의 이해 부족 때문에 빚어진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사림에 대해서 이이가 가진 인식과 믿음이 판단 착오를 일으키게 한 근본적 원인으로 보인다. 이이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상태에 있었다. 이이에게 사림은 부패하고 부도덕한 구세력을 물리친 정의로운 집단이다. 그 집단 구성원 사이에 사소한 오해와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사림은 정치집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덕적 실천 공동체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의 사림집단은 이미 이이의 그런 인식을 넘어서 정치화되고 있었다. 이이는 그것을 몰랐거나 혹은,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이의 사림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 특정 시기에 고착되어 있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426,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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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사림은 왜 분열했을까? 물론 어떤 시대의 정치에도 나타나기 마련인 정치권력에 대한 욕망이 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림의 분열은 스스로에 대한 강력한 도덕적 확신에 기인했다. 분열을 정당화하는 기제는 스스로 확신한 도덕적 정당성이었다. 그들은 공론의 이름으로 갈등했고 분열했다. 사실 이이는 희생자만은 아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469,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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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 나주에서 비롯된 정개청을 둘러싼 갈등은 그가 가진 두 가지 특성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그가 미천한 향리 가문 출신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도학 이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정개청을 둘러싼 갈등은 향권, 즉 지방고을 내의 주도권을 둘러싼 지역적 갈등일 뿐만 아니라, 신분적 갈등임과 동시에 당대의 학문적 경향 사이의 갈등이기도 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7장407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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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시비是非와 원칙에 민감한 젊고 비타협적인 지식인들이 그들이다. 정철과 최영경은 서로를 미워했지만, 흥미롭게도 그들에 대한 친구들의 평가는 비슷하다.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지나치고, 다른 사람 의견을 구차히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비단 두 사람만의 특징은 아니다. 이 시기 인물들에 대한 평에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지나쳤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선조 대 정치세력 간 분열은 정치적 욕망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다른 일부는 도덕적 확신에 따른 행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도덕적 확신에 찬 사림은 결국 그것보다 더 강력했던 권력에 대한 욕망의 자장磁場으로 빨려들고 마침내 함몰되었다. 그들은 정치세력 간의 시비가 아닌 민생개혁에 대한 추구가 자신들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그들 중 극소수가 살아남아 그것을 이해하게 된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p.470,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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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 하지만 정개청은 의지가 굳고 명민했다. 박순은 정개청의 이런 점을 높이 평가했던 것 같다. 그는 정개청에게 끝까지 관대했다. 심지어 나중에 정개청이 이산해 도움으로 수령이 된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이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정개청이 본인의 미천한 신분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그의 불우한 처지를 이해해 주었다. 정개청은 박순 집을 드나들며 그의 학문적, 경제적 보살핌을 받았다. 그 결과 정개청은 높은 수준의 공부를 위한 도약대를 얻었고 당시 확산되던 새로운 학문 경향인 도학에 대해 높은 식견을 갖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학문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박순의 도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경덕(1489~1546)은 중종(1506~1544) 말엽 사림 중에서 이기론에 대한 최초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사림이 새로운 학문적 지향에서 처음 획득한 돌파구였다. 박순은 그런 서경덕에게 배웠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7장403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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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 도학은 개인에게 도덕적 주체성을 강조했다. 성리학적 언어로 말하면 그것은 기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고 인욕에 빠질 위험을 제거함으로써 선한 인간 본성인 이의 확립과 그 실현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인간의 내면세계 특히 그 도덕적 측면에 대한 수양을 강조하게 된다. 그 결과 수양의 주체인 심을 중시하게 되었고 수양 방법으로 경에 주목하였다. 요컨대 정치적 현실이 엄혹하기에 그것을 이겨나가기 위해서 강력한 정신무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경은 '삼감', '절제' 같은 것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의 반대편에 있는 태도이다. 경은 이후 조선성리학의 핵심 가치가 되었다. 그에 따라 특정한 인간형이 형성되었다. 경을 내면화한 인간형이다. 그것은 매우 절제하고 비타협적이고 역경을 헤쳐 나가는 굳센 의지를 지닌 인간형이다. 이러한 인간형을 길러내는데 적합한 책이 바로 《심경》이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8장418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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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 그에게 사림은 정치집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도덕적 실천 공동체에 가깝다. 하지만 현실의 사림집단은 이미 이이의 그런 인식을 넘어서 정치화되고 있었다. 이이는 그것을 몰랐거나 혹은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이의 사림에 대한 인식 역시 과거 특정 시기에 고착되어 있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부8장426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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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연해 @aida @borumis @oh @부엌의토토 현대 심리학의 중요한 성취 가운데 하나가 '사람일까, 상황일까?'라는 질문에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라고 답한 것이죠. 이 질문에 답한 심리학계 원로가 리처드 니스벳과 리 로스라는 분인데, 그들이 낸 1991년 고전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인기 작가가 말콤 글래드웰이에요. 그가 쓴 『타인의 해석』은 그걸 잘 보여준 책이고요. 어제(11월 26일) 저녁에 좋은 분들과 친목 모임이 있었는데 한 분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군가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고집을 부릴 때는 그 사람의 '상황'에 한 번 주목해 보라고. 저는 아주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가 이번 책에서 읽은 그 똑똑하고 공부 많이 하고 자기 성찰도 많이하는 선조 때의 지식인도 (이이 를 포함해서) '사람'보다는 '상황'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훨씬 정치도 나아지고 그들의 삶도(생사의 경계에서 왔다 갔다 하고 맨날 귀양 가고 등등등)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 모두 '사람'보다 '상황'이라고 세 번씩 외쳐요~!!! :)

사람일까 상황일까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석좌 교수 리처드 니스벳과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리 로스의 저서. 동조, 이타성, 갈등 해결, 집단 행동 등 60여 년간 진행된 사회심리학의 주요 연구들의 의미를 짚어내며 ‘성격보다 상황이 인간의 행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티핑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등 발표한 책을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 신작을 들고 귀환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논픽션 분야,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동시에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시카고트리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또 한 권의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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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토토
역지사지가 바로 충서의 서(한자 입력을 못 해서, 나와 같다는 마음) 공자, 맹자는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유교에서 유의 의미가 '넉넉하다, 여유롭다'라고 하는데 조선의 사림은 그와는 달랐네요. 아직 안 봤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영화가 제목으로 나왔던데 그런 말 쓰는 게 다 상황 때문이겠죠. @YG 님도 언젠가 힘들다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 항심 있는 큰사람!이십니다. 선한 끝은 있다니까요^^ 오늘도 응원합니다!
참고 서적, 언제나 고맙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책 소개가 마치 엔터 키처럼, 돋보기 키처럼!!! 그 바람에 덕분에 상식이 늘고 있어요. 이번 벽돌책은 통찰에 관하여 생각하게 합니 다. 《이것은 물이다》 그 책의 사례집 같기도 하고요(주인공이다, 생각 말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논어 12편(안연 편?) 인가에서는 인은 사랑하는 거라고 그랬는데... 읽다가, 찡한 적이 있었네요.

borumis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사람보다 상황!!!

연해
'사람'보다 '상황'이라는 말씀을 마음속으로 (진지하게) 세 번 외쳤습니다. 계속해서 맥락, 맥락, 맥락! 을 주장하던 새폴스키의 목소리가(정작 목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지만)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기분이에요.
'사람'보다 '상황'에 집중하라는 말은 어릴 때 자주 들어왔던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격언이 생각나는 문구이기도 한데요. 제가 그 숲을 잘 못 보는 사람이라 자주 혼나곤 했지요. 엄마가 그때마다 (아니 사실 30대가 되고도 여전히) 너는 휠 줄도 알아야 되는데, 너무 꼿꼿해서 부러질 것 같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더랬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는 건 알겠는데, 적용하기는 왜 매번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stella15
오늘 날은 선조의 상황과 같거나 그 보다 더 심한 것 같죠? 젊을 때 한때 심리학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시큰둥 하더군요. 그런데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 봤더니 얼마전 김경일 교수의 TV 강연을 듣고 좀 깨달음 오더군요. 저도 김경일 교수처럼 인지심리학으로갈 걸 괜히 상담심리쪽으로 가서 이 지경이됐나 하는... ㅋ
소개해 주신 책 언제고 함 읽어 보겠습니다. 고맙!
화제로 지정된 대화

YG
오늘 11월 27일 목요일에는 4부 8장 '최영경 옥사'를 계속 읽습니다. 434쪽부터 452쪽입니다. 내일 11월 28일 금요일에 '에필로그'까지 읽으면 이번 함께 읽기도 마무리됩니다.
이번에는 수면 밑에 잠복되어 있던 최영경의 역모 연루설이 부상하는 과정, 그가 처음으로 수감되어서 의연하게 자기의 결백을 주장하는 모습 등이 나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정철이 최영경 옥사에 얼마나 책임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죠.

YG
정철은 최영경에게 딱히 애정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동인의 상징 지식인 중 하나이니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던 듯하죠? 그나저나, 이 책의 전반부에서 저자의 페르소나가 이이였다면 기축옥사 때는 이항복인 모양입니다. 오성과 한음에서 그 오성 이항복!
그나저나, 정철도 어지간히 술꾼이었나 보네요. 저도 술을 좋아하는 편이고(술자리!) 그래서 주변에 술꾼이 많은데. 한 술꾼 때문에 요즘 술꾼 이미지가 아주 많이 나빠져서 기분이 안 좋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술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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