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미로운 것은 이 책[심경]이 정작 중국에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유독 조선 학자들이 몹시 중시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성리학 그 자체의 문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16세기 전반 조선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 때문이었다. 철학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였던 것이다.
조선의 사림은 16세기 전반에 정치사회적으로 훈척세력과의 대결을 현실 조건으로 하여 형성되고 성장하였다. 당시의 현실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사화이다. 많은 무고하고 올바른 사림 성향 인물들이 사화에서 희생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림의 학문이자 조선의 성리학인 도학이 태동하고 형성되었다. 사림은 그 무고한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고, 현실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무리들이 올바르지 않음을 증명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의 필요에 따라 도학에 몇 가지 특징이 각인되었다. ”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 - 동서분당의 프레임에서 리더십을 생각한다』 417쪽, 이정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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