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궤적은 시기적으로 어긋나고 부조화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이 동시에 겪은 경향성도 있었다. 1960년대에 폭력률이 유턴을 그렸던 점이다. 그림 3-1에서 3-4까지를 보자. 1960년대에 유럽 국가들의 살인율이 한 세기 전에 작별을 고했던 수준으로 반등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10을 보자. 미국에서도 1960년대에 살인율이 급등했다. 대공황, 제2차 세계 대전, 냉전을 겪으면서도 30년 동안 자유낙하했던 살인율이 이때 2.5배 이상 높아져, 1957년에 최저 4.0명이었던 것이 1980년대 최고 10.2명이 되었다. 강간, 폭행, 강도, 절도 등 다른 주요 범죄들도 급증했고, 향후 30년간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도시가 위험해졌다. 뉴욕은 새로운 범죄의 상징이 되었다. 폭력의 급증은 모든 인종과 성별에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극적인 변화는 흑인 남성들이 겪었다. 그들의 연간 살인율은 1980년대 중반에 10만 명당 72명까지 치솟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하지만 나는 1960년대 범죄 급증을 일종의 세대적 비문명화 과정과 연결지은 점에서는 윌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새 세대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묘사했던 800년간의 문명화 과정을 다방면에서 애써 반격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이 마치 다른 인종 집단이나 국가인 양 대담한 결속감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세대였다. ... 이들은 나이 많은 세대들을 수적으로 능가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전자 매체 덕분에 자신들의 수적 우세를 한껏 실감했다. 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첫 세대였다. 세 대형 방송국 시절의 텔레비전 덕분에 이들은 동세대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의식했고, 남들도 자신이 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의식했다. 경제학자나 논리학자가 공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이 인식으로부터 수평적 결속망이 만들어졌다. 이 그물망은 과거에 젊은이들을 서로 떨어뜨리고 연장자에게 조아리게끔 강요했던, 부모와 권위자에 대한 수직적 연계를 끊어 놓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5~30세 인구의 결속감은 호시절을 겪고 있는 문명사회에게도 위협이 될 만하다. 더욱이 이 비문명화 과정의 영향력은 20세기에 줄곧 세력을 유지했던 또 다른 경향성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다. 엘리아스를 번역했고 그의 지적 후계자라 할 만한 사회학자 카스 바우터르스는 유럽의 문명화 과정이 끝까지 전개된 뒤 그 후속으로 탈형식화 과정(informalizing process)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문명화 과정은 상류 계층에서 아래로 규범과 예절이 흘러내린 과정이었다. 그러나 서구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자 더 이상 상류층이 도덕적 모범으로 보이지 않았고, 취향과 예절의 위계가 점차 평평해졌다. 탈형식화는 복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모자, 장갑, 넥타이, 드레스 대신 편한 스포츠복을 입었다. 언어도 영향을 받았다. 사람들은 친구를 아무개 씨, 부인, 아가씨로 지칭하는 대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거지는 그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격식을 탈피했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탈형식화 과정으로 차차 무너져 내리던 엘리트의 정당성은 또 다른 타격을 경험했다. 시민권 운동을 통해서 미국 기성세대의 도덕적 오점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비판자들은 사회의 다른 부분도 조명하여, 더 많은 얼룩을 공개했다. 핵 홀로코스트의 위협, 비자유주의적인 군사 개입, 특히 베트남 전쟁, 나중에는 환경 오염,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까지. 서구 기성세대의 공언된 적이었던 마르크스주의는 제3세계 '해방' 운동에 침투함으로써 영예를 얻었고, 보헤미안들과 유행을 따르는 지식인들은 점차 그것을 받아들였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수행된 여론 조사들에서는 온갖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던 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이런 퇴보는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을 이끌었던 주된 두 원동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미국 서부나 제3세계 신생 독립국처럼 정부 통제가 느슨해져 무정부 상태가 된 탓이 아니었다. 상업과 분업에 기반한 경제가 봉건제와 물물교환으로 후퇴한 탓도 아니었다. 196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의 반(反)문화가 엘리아스의 과정에서 그 다음 단계를 - 즉, 더욱 강력한 자기 통제와 상호 의존을 지향하는 심리변화 - 끈질기게 공격한 탓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960년대 대중문화의 가치들과 동시대 폭력 범죄의 증가를 연결 지어야 할까? 직접적으로는 물론 아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아마도 제3의 요인이, 즉 문명화 과정의 가치들에 대한 반격이라는 요인이 대중문화의 변화와 폭력적 행동의 증가를 둘 다 일으켰을 것이다. 더군다나, 베이비붐 세대의 압도적 다수는 아무런 폭력도 저지르지 않았다. 어쨌든 태도와 대중문화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취약한 개인들과 하위문화들이 갈팡질팡 휘둘리기 쉬운 사회 변두리에서만큼은 비문명화를 지향하는 사고방식이 실제 폭력을 조장한다고 인과의 화살표를 그려도 좋을 것이다. 인과 관계를 꼽을 만한 한 요소는, 사법 정의를 담당하는 리바이어던이 스스로를 불구화한 현상이었다. ... 그들(작가와 지식인)은 시대정신에 감화된 나머지, 새로운 방종함을 합리화했다. 마르크스주의는 폭력적 계급 투쟁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로 묘사했다. 허버트 마르쿠제, 폴 굿맨 같은 유력한 사상가들은 마르크스주의나 무정부주의를 프로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융합시키려고 노력했다. 서적, 감정적 억압을 정치적 억압과 연결 짓고, 금지로부터의 해방을 혁명적 투쟁의 일환으로 옹호하는 것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950~2010년 미국의 살인율과 1961~2009년 캐나다의 살인율을 비교한 데이터에서) 캐나다의 살인율은 미국인의 3분의 1 미만이다. 한 원인은 캐나다에서는 19세기에 기마 경관들이 이주자들보다 먼저 서부 변경으로 이동함으로써 폭력적인 명예의 문화를 배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범죄 경향성에서 흔히 또 다른 용의자로 거론되는 경제 역시, 이 현상(1990년대 범죄 감소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별반 더 낫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과연 실업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강력 범죄는 미국처럼 줄었다. 프랑스와 독일도 실업률은 높아졌지만 폭력은 줄었고, 거꾸로 아일랜드와 영국은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폭력은 늘었다. 이것은 언뜻 느끼기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범죄학자들은 실업률과 폭력 범죄 발생률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알았다(재산 범죄 발생률과는 상관관계가 조금 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를 야기한 2008년 금융 붕괴 이후 3년 동안, 미국의 살인율은 14퍼센트 더 떨어졌다. 범죄학자 데이비드 케네디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경제가 폭락하면 범죄가 심해진다고 굳게 믿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옳은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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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빗은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와 함께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을 써서 이 이론(1973년 로 대 웨이드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 판결로 낙태가 합법화되었기 때문에 폭력 발생률이 줄었다는 이론)을 대중화시켰고, 덕분에 많은 독자가 1970년대 에 장차 범죄자가 될 태아들이 낙태되었기 때문에 1990년대에 범죄가 감소했다고 믿게 되었다. 공정을 기하고자 밝히는데, 레빗은 정확히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범죄 감소를 야기한 네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교한 상관관계 통계로 연관성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가령 그는 1973년 이전에 낙태를 합법화했던 소수의 선도적 주들이 범죄율 하락도 제일 먼저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통계는 길고 가설적이고 가느다란 인과의 사슬에서 양 끝을 대뜸 비교하면서 - 첫 번째 고리는 낙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 고리는 20년 뒤의 범죄 감소이다. - 중간 고리들은 모조리 무시한다. 그 중간 고리로는 낙태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면 사람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덜 낳는다는 가정,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는 범죄자가 되기 쉽다는 가정, 낙태로 선별된 최초의 세대가 1990년대 범죄 감소의 선봉에 섰다는 가정 등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전체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도 가능하고 (이를테면, 낙태 합법화에 앞장섰던 크고 자유주의적인 주들은 마약 유행의 흥망도 선봉에서 겪었다.), 중간 고리들은 알고 보면 허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가정들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괴짜 경제학 이론은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비율이 1973년 전후로 비슷했다고 가정한다. 아이가 태어나느냐 마느냐만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가 합법화되었을 때, 연인들은 그것을 산아 제한에 대한 보완책으로 여겨 피임 조치 없는 섹스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면, 낙태를 더 많이 선택하더라도 결국 원치 않는 아이의 출생 비율은 일정했을 수 있다. 오히려 더 늘었을 수도 있다. 낙태라는 선택지에 대담해진 여자들이 순간의 열기에 휩쓸려 피임 없는 섹스를 더 많이 한 뒤, 임신 후에는 꾸물거리면서 낙태를 미루거나 결국 낙태할 마음을 고쳐먹었다면 말이다. 실제로 1973년 이래 취약 계층 여성들에게서 - 가난하고, 미혼이고, 십대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산모들 - 태어난 아기의 비율은 괴짜 경제학의 예측대로 줄기는 커녕 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쩌면 내가 앞에서 했던 짐작이 정말로 이 사실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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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부모가 원치 않았던 아이가 자라서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더라도, 그것은 범죄 성향의 환경에서 사는 여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지 원치 않는 임신 자체가 직접적으로 범죄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을 고정한 채 양육의 효과와 아이의 또래 환경 효과를 대조해 본 연구들에서는 언제나 또래 환경이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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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최근의 범죄 감소를 설명하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많은 사회 과학자가 시도했으나, 그들이 얻은 최선의 결론은 원인이 다중적이었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원인들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너무나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두 가지 포괄적인 설명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는 리바이어던이 더 강해졌고, 똑똑해졌고, 효율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둘째는 1960년대에 반문화가 전복하려고 애썼던 예의 문명화 과정이 제 방향을 되찾았다는 점이다. 문명화 과정은 아예 새 국면에 접어들었던 것 같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투옥은 억제 효과가 있었다. 복잡한 통계보다 현실의 실험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1969년 몬트리올 경찰 파업에 주목해 보자. 경찰들이 근무지를 떠난 지 몇 시간 만에, 안전하기로 유명한 그 도시에서 은행 강도 6건, 방화 12건, 약탈 100여 건, 살인 2건이 벌어졌다. 곧 경찰들이 불려 와서 질서를 회복해야만 했다. 하지만 투옥 열풍이 범죄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물샐틈없을 만큼 확고하지는 않다. 우선, 감옥 열품은 1980년대에 시작되었지만 폭력 감소는 10년 뒤에야 시작되었다. 캐나다에서는 투옥 열풍이 없었는데도 폭력률이 낮아졌다. 물론 이런 사실이 투옥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론을 반증하지는 않겠지만, 연구자는 추가의 가정을 덧붙일 수밖에 없다. 투옥 효과는 시간에 따라 누적되다가 임계를 넘어서면 국경을 건너서까지 넘친다거나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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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지고 똑똑해진 경찰력이 실제로 범죄를 줄였을까? 여기에 대한 연구는 혼란스러운 변수들 때문에 사회 과학 연구가 뒤죽박죽이 되어버리는 전형적인 사례이지만, 대충 큰 그림만 보자면 답은 '일부 그렇다'이다. 정확히 어떤 개혁이 솜씨를 부렸는지는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여러 분석이 암시하는 바, 달라진 치안의 어떤 요소인가가 실제로 범죄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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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단정한 환경이 책임감을 일깨우는 까닭에 대해서 (네덜란드의 세 )연구자들은 그것이 억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흐로닝언 경찰은 쓰레기 투기를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 사회적 규범을 신호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소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규칙을 지킨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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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범죄율 폭락을 이해하려면, 궁극적으로는 규범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30년 전의 범죄 급증을 설명할 때도 규범의 변화가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미국에서는, 특히 뉴욕에서는 치안 개혁이 거의 틀림없이 폭력의 급감을 거들었지만, 캐나다와 서유럽은 미국 수준으로 감옥과 경찰을 증강하지 않았는데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감소세를 겪었다. 덕분에 끈질긴 범죄 통계학자들 중에서도 일부는 손을 들었고, 측량하기 어려운 문화적, 심리적 변화가 설명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만 결론 내렸다. 1990년대의 대대적인 범죄 감소는 재문명화 과정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감수성 변화의 일환이었다. 우선 1960년대의 얼빠진 생각들 중 일부가 매력을 잃었다. 공산주의의 몰락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경제적, 인도적 파국을 깨우침으로써 혁명적 폭력에서 낭만성을 지웠고, 총구를 겨눠 부를 재분배한다는 지혜를 대해서도 의심을 품었다. 강간과 성적 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기분 좋다면 저질러라'라는 정서는 해방이기보다 불쾌하게 느껴졌다. 도심 폭력의 타락상은 - 운전자의 총기 난사에 걸음마 하는 아기들이 맞는 것, 십대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던 교회에 불량배가 칼을 휘두르며 난입하는 것 - 더 이상 인종 차별이나 빈곤에 대한 반응으로서 이해할 만하다고 치부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그 결과, 문명화 공세가 밀어닥쳤다. 7장에서 이야기하겠지만 1960년대가 남긴 긍정적 유산은 시민권, 여성권, 아동권, 동성애자 권리를 둘러싼 혁명이었다. 이 유산은 베이비붐 세대가 기성세대가 된 1990년대부터 세를 굳혔다. 강간, 폭행, 증오 범죄, 동성애자 괴롭히기, 아동 학대가 타파해야 할 표적이 되자, 법과 질서는 반동적 대의에서 진보적 대의로 재편되었다. 사람들이 취약한 집단을 위해 집, 직장, 학교, 거리를 안전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자 (가령 페미니스트들의 '밤을 되찾자' 시위), 모두에게 더 안전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지난 20년의 재문명화 과정은 단순히 중세 이래 서구를 휩쓸었던 문명화 흐름이 재개된 것만은 아니었다. 원래의 문명화 과정은 국가 통합과 상업 성장의 부산물이었지만, 최근의 범죄 감소는 대체로 사람들의 안녕을 도모하고자 의도적으로 설계한 문명화 공세들의 결과였다. 문명에 따르는 겉치레들이 우리가 진심으로 중시하는 감정 이입 및 자기 통제 능력과 분리된 것도 새로운 점이었다. 1990년대가 1960년대의 비문명화를 도로 뒤집지 않은 유일한 영역은 대중문화였다. 평크, 메탈, 고스, 그런지, 갱스터, 힙합 같은 최신 장르의 대중 음악가들에 비하면 롤링 스톤스는 여성 기독교 금주 협회처럼 보인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유혈 낭자하다. 마우스를 한 번만 클릭하면 제약이라고는 없는 포르노를 볼 수 있다. 비디오 게임이라는, 전혀 새로운 폭력적 오락이 중요한 여가 활동이 되었다. 그러나 문화에서는 이처럼 퇴폐의 징후가 불어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오히려 폭력이 줄었다. 재문명화의 과정은 문화의 시계를 <오지와 해리엇> 시절로 되감지 않고도 어찌어찌 사회적 역기능의 파고를 되돌린 셈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카스 바우터르스는 만년의 엘리아스와 나눴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우리가 문명화 과정의 새 단계를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장기적 탈형식화 경향성과 같은 말이다. 엘리아스가 '감정적 통제에 대한 통제된 비통제'라고 불렀던 것, 바우터르스가 제3의 천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과정에서 생겨난다. 우리의 제1의 천성은 자연적인 삶을 다스리는 진화된 동기들로 이뤄져 있고, 제2의 천성은 문명사회에서 내면화된 관습들로 이뤄져 있다. 제3의 천성은 그런 관습들에 대한 의식적 고찰로 이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고찰을 통해서 우리는 문화 규범 중 어떤 측면은 고수할 가치가 있고 어떤 측면은 효용이 다했는지를 평가한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은 자발성과 개인성의 징후를 모조리 찍어눌러야만 스스로를 문명화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비폭력의 규범이 공고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구식이 되어 버린 일부 금지들은 오히려 어겨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요즘 여자들이 살갗을 많이 드러내거나 남자들이 공공장소에서 욕설을 하는 것은 문화적 퇴락의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회가 이미 철저히 문명화되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해도 남들이 괴롭히거나 공격할 걱정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소설가 로버트 하워드는 이렇게 말했다. "문명화된 인간은 미개인보다 더 무례하다. 버릇없이 굴어도 머리통이 쪼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칼로 포크에 콩을 얹어도 되는 시대는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핑커가 왜 무례한지 알 것 같은 대목이다?😂),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고문을 동원한 처형은 지하 감옥에 숨겨지기는커녕 대중의 오락이었다. 구경꾼들은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광경을 보면서 환성을 올렸다. 바퀴에 부서진 몸, 교수대에 매달린 몸, 철창에 갇힌 채 방치되어 비바람을 맞으며 굶어 죽은 피해자의 썩어 가는 몸. 이런 것은 익숙한 일상 풍경이었다. (지금도 뮌스터 대성당과 같은 유럽의 몇몇 공공건물에는 그런 철창이 매달려 있다.). 고문은 또 참여 스포츠였다. 구경꾼들은 차꼬에 매인 피해자를 간질이고, 때리고, 절단하고, 돌로 치고, 진흙과 배설물을 짓이겨 질식하게 만들었다. 제도적 잔인함은 결코 유럽만의 일이 아니었다. 다른 문명들의 기록에도 수백만 명의 피해자에게 가해졌던 수백 가지 고문 기법들이 남아 있다. 아시리아, 페르시아, 셀레우코스, 로마, 중국, 힌두, 폴리네시아, 아즈텍, 많은 아프리카 왕국과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에. 잔혹한 살해와 처벌은 이스라엘, 그리스, 아랍, 오스만 투르크 사람들의 기록에도 남아 있다. 2장의 마지막에서 보았듯이, 최초의 복잡한 문명들은 사실상 모두 고문과 절단으로 피해자 없는 범죄를 처벌했던 전제주의 신정 정치였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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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책방연희>북클럽도 많관부!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
함께 읽은 논어 vs 혼자 읽은 논어
[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논어》 혼자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희곡 함께 읽을 친구, 당근에선 못 찾았지만 그믐에는 있다!
플레이플레이땡땡땡
걸리버가 세상에 나온지 3백년이 되었습니다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마포독서가문] 서로서로 & 조은이책: <걸리버 여행기>로 20일간 여행을 떠나요!<서울국제도서전> 함께 기대하며 나누는 설렘,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울 특별한 시간!걸리버가 안내하는 날카로운 통찰에 대하여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김규식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소설로 읽는 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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