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반전 영화는 막스 형제의 <식은 죽 먹기>(1933년)일 것이다. 그루초 막스가 연기한 루퍼스 T.파이어플라이는 프리도니아의 새 지도자로서, 이웃 나라 실바니아 대사와 평화 협정을 맺어야 한다. -사랑하는 조국 프리도니아가 세계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아서야, 내게 주어진 크나큰 신뢰에 대한 보답이 아닐테지. 트렌티노 대사를 만나게 되어 기쁘군. 우리 나라를 대신하여 그에게 진실한 우정의 악수를 청해야지. 그도 틀림없이 내 취지에 걸맞는 행동으로 응할 거야. 그런데 안 그러면 어쩌지? 거참 볼 만한 광경이겠군. 내가 손을 내밀었는데 그가 맞잡지 않는다면 말이야. 내 위신에 퍽도 도움이 되겠어, 안 그래?... 생각해보라고. 내가 손을 내밀었어. 그런데 그 하이에나 같은 놈이 악수를 받아들이지 않아. 젠장, 치사하게 허세나 부리는 놈 같으니라고! 녀석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어, 두고 보라고! [대사가 들어온다] 그래서, 네 녀석이 내 악수를 거부했다는 거지? [대사의 따귀를 때린다] 대사 : 티스데일 씨, 보자보자 하니 안되겠군요! 이제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전쟁 선포예요! 이 대목에서 어처구니없이 노래가 터져 나오고, 막스 형제들은 운집한 병사들의 철모를 실로폰처럼 두드리면서 총알과 폭탄을 요리조리 피한다. 그동안 병사들의 제복이 계속 바뀌는데, 처음에는 남북 전쟁의 제복이었다가 다음에는 보이스카우트로, 영국 근위병으로, 너구리 가죽 모자를 쓴 변경 개척자로 바뀐다. 사람들은 전쟁을 결투에 빗대기도 했는데, 알다시피 결투는 결국 비웃음을 받으며 사라졌다. 전쟁도 그렇게 쪼그라들고 있었다. 어쩌면 오스카 와일드의 예언이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이 사악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 그 매력은 언제까지나 간직될 것이다. 그것이 천박한 것으로 여겨질 때, 그 인기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뮬러에 따르면, 1930년대에는 유럽의 전쟁 기피 풍조가 독일 대중과 군사 지도자들에게까지 퍼졌다. 독일인들은 베르사유 조약에 대한 악감정이 컸지만,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복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뮬러는 당시 총리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지도자들을 모두 살핀 뒤, 히틀러 외에는 어느 누구도 유럽 정복의 열망을 보이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역사학자 헨리 터너는 독일군의 쿠데타조차도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리라고 주장했다. 히틀러는 전쟁에 대한 세상의 염증을 이용했다. 그는 거듭 평화에 대한 사랑을 천명했다. 그는 자신을 막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아직은 그를 막을 수 있었던 시기였는데 말이다. 뮬러는 히틀러의 전기들을 검토함으로써, 세계 최대 격변에 대한 책임을 대체로 이 한 명의 인간에게 있다는 견해를 옹호했다. 다른 역사학자들도 이런 견해를 많이 갖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이제 1945년 이후의 가장 흥미로운 통계를 볼 때가 되었다. 0의 통계이다. ... -0은 충돌에서 핵무기가 사용된 횟수이다. -0은 냉전의 주인공인 두 초강대국이 전장에서 서로 싸운 횟수이다. -0은 1953년 이래 강대국들이 서로 싸운 횟수이다 -0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서유럽 나라들이 서로 싸운 국가간 전쟁 횟수이다. -0은 1945년 이래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이 (1인당 소득에서 상위44개 나라를 말한다.) 서로 싸운 국가 간 전쟁 횟수이다. -0은 1940년대 말 이래 선진국들이 다른 나라를 정복함으로써 영토를 확장한 횟수이다. -0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국제적으로 국가의 지위를 인정받은 나라들 중 정복을 당해 존재가 지워진 나라의 수이다. ... 이 장의 요지는, 이런 0들도 - 긴 평화를 뜻한다. - 과거 역사에서 수시로 등장하여 폭력을 줄였던 심리적 조율의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선진국들은 전쟁을 개념화하고 대비하는 방식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1500년 이래 전쟁의 치사력이 갈수록 높아졌던 것은 (그림 5-16 참고) 징집이라는 연료 공급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군대를 재생 가능한 육체들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나폴레옹 전쟁 시기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는 모종의 징병 제도가 있었다. .... 징병은 국가가 개인에게 이중으로 무력을 가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강제로 병역을 치르는 데다가, 병역을 치르면서 불구가 되거나 죽을 확률이 높다. 존재론적 위협의 시절이 아닌 경우, 징병의 범위는 국가가 어디까지 힘을 행사할 의사가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지표와 같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의무 병역 기간은 세계적으로 착실히 줄었다. 미국, 캐나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강제 징집을 아예 폐지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강제 징집은 전투원 훈련 제도라기보다 국민 의식을 함양하는 제도로 기능한다. 페인은 역사가 오래된 48개 국가를 대상으로 1970~2000년까지 병역 기간 통계를 수집했다. 나는 거기에 2010년 자료를 덧붙여 그림 5-19를 그렸다. 징집은 냉전이 끝나기 전인 1980년대 말부터 감소세였다. 1970년에는 이 나라들 중에서 징집하지 않는 나라의 비율이 19퍼센트였지만, 2000년에는 33퍼센트로 높아졌고 2010년에는 50퍼센트가 되었다. 추가로 최소 두 나라가 2010년대 초에 징병을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에 (폴란드와 세르비아), 수치는 곧 50퍼센트를 넘을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전쟁 친화적 사고방식의 모든 요소들은 - 국가주의, 영토에 대한 야심, 국제적 명예의 문화, 대중의 전쟁 수용, 인적 비용에 대한 무관심 - 20세기 후반부에 선진국에서 한물간 것이 되었다. 그 신호탄은 1948년 48개 나라가 세계 인권 선언에 서명한 사건이었다. ... ... 이런 선언은 듣기 좋은 말일 뿐 속 빈 강정이 아닐까? 그러나 정치영역에서 인간 개개인이야말로 궁극의 가치라는 계몽주의적 이상을 승인하기 위해서, 서명국들은 궁극의 가치가 국가, 민족, 문화, 폴크, 계층 등의 연합체라는 한 세기 동안의 원칙으로부터 결별해야 했다. (하물며 궁극의 가치는 군주이고 백성은 그의 소유라는, 그보다 더 앞선 원칙은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인권 선언의 필요성은 1945~1946년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드러났다. 몇몇 변호사들이 나치가 폴란드 같은 점령국에서 저지른 집단 살해에 대해서만 전범을 기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옛 사고방식에 따르면 나치가 제 영토 내에서 저지른 짓은 남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이 서명을 주저했다는 점도 선언이 허풍만은 아니었다는 증거이다. 영국은 식민지들 때문에, 미국은 흑인들 때문에, 소련은 괴뢰 국가들 때문에 우려했다. 그러나 엘리너 루스벨트가 83번의 모임을 주재하면서 잘 이끈 덕분에 선언은 반대 없이 통과되었다(다만 소련 지역에서 기권 여덟 표가 나왔다는 점으로 신랄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시대가 반계몽주의 이데올로기와 의절했다는 점은 45년 뒤에 바츨라프 하벨이 명확하게 지적했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비폭력 벨벳 혁명으로 공산주의 정부가 전복된 뒤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던 극작가 출신의 하벨은 이렇게 썼다. "유럽이 민주적 기반에서 하나로 통합한다는 발상은 민족 국가를 국가 생명의 지고의 표현으로 간주했던 과거 헤르더식 사상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국경을 신성시하는 심리는 감정 이입이나 도덕적 추론보다는 규범과 터부에서 나온다 ... 차허는 영토 보전의 규범이 정복뿐만 아니라 다른 종류의 국경 수정도 논외로 몰아냈다고 말했다. ... (제국의 행정관이 과거 식민지의 국경에 대해서) 지도에 임의로 그은 선을 신성화하는 것이 비논리적인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임의적이고 정당화하기 어려운 규범이라도 사람들이 그것을 존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게임 이론가 토머스 셸링이 지적했듯이, 협상의 양측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보다 타협할 때 더 나아질 선택지가 다양하게 존재할 경우, 무엇이 되었든 인식적으로 두드러진 경계표가 있다면 그것을 계기로 삼아서 양쪽 다 이득을 보는 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을 가격을 흥정할 때 양쪽이 제안한 값의 차이를 나눠 부담하기로 함으로써 "그렇게 합시다."에 도달한다. 혹은 어림수로 타협을 본다. 공정한 가격이 얼마인지 따지면서 무한정 입씨름하지는 않는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소련이 비록 냉전 중에 신발을 두드려 대는 허세를 아끼지 않았지만(1960년 유엔 총회에서 흐루쇼프가 신발을 벗어 단상을 두드렸던 일화를 가리킨다. - 옮긴이), 그 지도부는 세상에 또 한 번의 동란을 안기는 일을 피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처음에는 소비에트 블록의 소멸을, 나중에는 연방 자체의 소멸을 허락했던 것이다. 역사학자 티머시 가턴 애시는 이것을 가리켜 "충격적이리만큼 놀라운 힘의 단념"이자 "역사에서 개인이 중요성을 명쾌하게 보여 준 사례"라고 평했다. 애시의 마지막 발언은 역사의 우연성이 양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20세기 가치들의 풍경에서 또 다른 역사적 격변은, 민주 국가의 대중이 지도자의 전쟁 계획에 저항한 것이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에 핵폭탄 금지 시위가 벌어졌다. 그 유산인 삼지창 기호는 다른 반전 운동들의 상징으로 채택되었다. 1960년대 말에 미국은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로 가리가리 찢겼다. 반전 신념은 남녀를 막론하고 감상적인 족속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샌들을 신고 턱수염을 기른 이상주의자는 소수의 괴짜가 아니었고, 196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의 상당수를 차지했다. 제1차 세계 대전을 개탄한 예술 작품들은 종전 후 10여 년이 지나서 등장했던 데 비해, 1960년대 대중 예술은 핵무기 경쟁과 베트남 전쟁을 실시간으로 비난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역사학자 제임스 시헌은 유럽 사람들이 국가의 개념 자체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더 이상 민족의 위엄과 안전을 드높이는 군사력의 독점 소유자가 아니다. 사회적 안전과 물질적 복지의 제공자일 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긴 평화가 핵 평화라면, 이것은 바보들의 낙원인 셈이다. 하나의 사고, 하나의 오해, 고귀한 체액에 집착하는 한 명의 공군 장군만으로도 묵시록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귀한 체액'이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나오는 대사이다. - 옮긴이). ... 루어드는 이렇게 말했다. "대단히 파괴적인 무기의 존재만으로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역사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1939년에 세균 무기, 독가스, 신경가스, 다른 화학 무기들이 전쟁을 억제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핵무기라고 해서 그럴 이유가 없다." 게다가, 핵 평화 이론은 핵무기가 없는 나라까지 전쟁을 삼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 초강대국들은 어떨까? 뮬러는 그들이 서로 안 싸우는 이유는 더 간단하다고 했다. 그들은 재래식 전쟁의 전망만으로도 충분히 억제된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조립 라인에서 대량 생산한 탱크, 대포, 폭격기로 수천만 명을 죽이고 도시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 주었다. ... 마지막으로, 핵 평화 이론은 그동안 실제로 일어난 전쟁 중 비핵 세력이 핵보유국을 자극한 경우가 (혹은 핵보유국에게 굴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930년대 이후의 독가스 사용은 1967년에 이집트가 예맨에서 사용했던 것, 1980~1988년 전쟁에서 이라크가 이란 세력들에게 (자국의 쿠르드 시민들에게도) 사용했던 것이 전부였다. 사담 후세인의 영락에는 그가 터부를 깬 것이 한몫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독가스 사용에 대한 반감 때문에 2003년 미국이 전쟁을 주도했을 때 반대가 일부 줄었고, 그 전쟁으로 결국 후세인이 실각했다. 2006년 이라크 전범 재판에서 후세인에게 씌어진 일곱 죄목 중 두 가지는 독가스 사용과 관계있었다. 결국 그는 그해에 처형되었다. 전 세계 국가들은 1993년에 공식적으로 화학 무기를 폐지했고, 알려진 모든 비축량은 현재 해체되는 중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세계가 화학 무기를 치웠다면, 핵무기도 그럴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을 상징하는 명사들이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이름의 이상주의적 성명서를 내놓았다. 그 상징들이란 '피터,폴,메리'가 아니라 조지 슐츠, 윌리엄 페리, 헨리 키신저, 샘 넌이었다. 슐츠는 레이건 행정부의 국무 장관이었다. 페리는 클린턴 시절 국방 장관이었다. 키신저는 닉슨과 포드 시절 안보 보좌관이자 국무 장관이었다. 넌은 상원 군사 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오래전부터 국방에 가장 정통한 입법자로 명망이 났다. 이들 중 몽상적 이상주의자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요즘은 이 계획을 글로벌 제로라고 부른다. 버락 오바마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연설에서 그들을 지지했고(오바마가 2009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여러 정책 두뇌 집단들이 실행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추진 일정은 네 단계로 구성될 것이다. 협의, 축소, 확인, 그리고 2030년에 최후의 탄두를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 글로벌 제로 이면의 심리는 핵무기 사용의 터부를 소유의 터부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 문제는, 어떻게 여기에서 거기까지 가느냐이다. 무기 해체 고정에는 취약한 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동안 남은 핵 세력들 중 하나가 확장주의적 광신자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쉽다. ... 셸링, 존 도이치, 해럴드 브라운 등 일부 핵전략 전문가들은 핵 없는 세계의 가능성에 대해서, 심지어 그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한편 다른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일정표와 안전장치를 설계하여 그들의 반대에 대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영구 평화론>에서 칸트는 국가 지도자들이 더 착해지거나 온화해지지 않아도 전쟁 동기가 감소하게끔 만드는 세 가지 조건을 이야기했다. 첫째는 민주주의이다. 민주 정부는 국민들 사이의 갈등을 합의된 법률로써 해소시키도록 설계되었다. 민주 국가는 다른 국가를 대할 때도 이 윤리를 외면화한다. 또한 모든 민주 국가는 다른 민주 국가의 작동 방식을 잘 안다. 모름지기 민주 국간는 한 개인에 대한 숭배, 구세주에 대한 신념, 집단주의 사명 따위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모두 동일한 합리적 기초로부터 구축되었다. 그래서 민주 국가 사이에는 신뢰가 생기고, 신뢰는 서로 상대의 선제공격이 두려워서 자신이 선제공격을 하고 싶어 하는 홉스적 악순환의 싹을 자른다. 마지막으로 민주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국민의 피와 부를 희생하여 제 영광을 높이는 한심한 전쟁을 덜 일으킨다. 오늘날 이 이론은 '민주주의 평화'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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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주의는 놀라 만큼 뿌리가 얕다. 동쪽 절반은 1989년까지 공산주의 독재에 장악되었고,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는 1970년대까지 파시스트 독재 치하였다. 독일은 군사주의 군주국으로서 첫 세계 대전을 일으켰고, 역시 군주국이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와 손잡았다. 나중에는 나치 독재 하에서 다시 세계 대전을 일으켰고, 이때는 파시스트 이탈리아와 손잡았다. 프랑스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 다섯 번이나 시도해야 했고, 그 사이에는 군주국, 제국, 비시 정부로 존재했다.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많은 전문가는 민주주의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975년에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은 이렇게 탄식했다. "미국식 자유 민주주의는 19세기 군주제와 비슷한 처지가 되어 가고 있다. ..." ... 모이니한이 민주주의의 죽음을 선언한 해는 통치 형태들(민주주의, 독재, 혼합 정치)의 상대적 운명이 갈리는 고비였다. 그리고 실은 민주주의야말로 미래이 세상이었다. 선진국에서는 특히 그랬다. 남유럽은 1970년대에, 동유럽은 1990년대에 완전히 민주화되었다. 현재 유럽에서 독재로 분류되는 나라는 벨라루스뿐이고, 러시아 외에는 모두 어엿한 민주 국가들이다. 민주주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우세하고, 남한이나 대만처럼 태평양 지역 중에서도 발전된 나라에서 그렇다. 민주주의가 국제 평화에 기여하느냐 마느냐를 차치하더라도, 민주 국가는 자기 국민에게 최소한의 폭력을 가하는 정부 형태이기 때문에 그 득세는 그 자체로 폭력의 역사적 감소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인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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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조건들이 모두 같을 때, 정말로 민주 국가들끼리는 군사 분쟁에 덜 휘말렸을까? 답은 확실하게 '그렇다'였다. 둘 중 덜 민주적인 나라가 완전한 독재 국가라면, 평균적인 위험 수준에 비해 분쟁 가능성이 두 배나 되었다. 둘 다 완전한 민주국가라면, 분쟁 가능성은 절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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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팍스 아메리카나나 팍스 브리타니카의 징후는 전혀 없었다. 두 나라의 군사력이 세계 제일이었던 해가 그들이 여러 강대국 중 하나였던 해에 비해 더 평화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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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평화는 간혹 자유주의 평화의 특수한 사례로 여겨진다. 이때 '자유주의'란 고전 자유주의를 뜻하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의 자유를 강조하는 입장을 말하지, 좌파 진보주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주의 평화 이론은 온화한 상업의 원리를 포함한다. 무역은 상호 이타주의의 한 형태로, 양쪽에게 포지티브섬 이득을 주고 서로 이기적인 이유에서 상대의 안녕을 바라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트는 협동의 역사적 확장을 살펴본 책 <넌제로>에서 상호성에 최고의 위치를 부여하며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가 일본을 폭격하지 말아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내 미니밴을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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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많은 역사학자는 무역이 평화를 가져온다는 일반 법칙에 회의적이다. ... 분명, 고대와 중세에는 무역을 뒷받침하는 하부 구조가 개선된 것만으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 배와 도로처럼 무역을 장려하는 기술은 약탈도 장려한다. 때로는 경로마저 같다. 당시 사람들은 '상대가 더 많으면 무역을, 우리가 더 많으면 약탈을'이라는 규칙을 따랐다. 나중에는 무역으로 얻을 이득이 너무나 탐난다는 이유로 저항하는 식민지와 약소국에게 함포를 들이대며 무역을 강제하기도 했다. 19세기 아편 전쟁이 악명 높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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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에인절도 강조했던 바이지만, 국가가 경제적 무익함을 이유로 전쟁을 피하는 것은 애초에 경제적 번영에 흥미가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많은 지도자는 국가적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 혹은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기 위해서, 혹은 자국의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불공평했던 일을 바로잡기 위해서, 약간의 번영쯤은 기꺼이 희생한다(약간이 아닐 때도 많다.). 국민들도 그런 지도자를 따르곤 한다. 심지어 민주 국가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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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가를 '죽음의 상인'이나 '전쟁의 나리'로 불렀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에게, 자본주의 평화는 발상만으로도 충격이다. 저명한 평화 연구자 닐스 페테르 글레디치는 이 역설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국제 정치학회 회장 취임 연설에서 1960년대 평화 시위의 슬로건을 업데이트하여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관두고, 돈이나 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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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박산호 작가의 인터뷰집
[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책 증정] <이대로 살아도 좋아>를 박산호 선생님과 함께 읽어요.
<책방연희>북클럽도 많관부!
[책방연희 북클럽] 정보라, 최의택 작가와 함께 <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읽기정명섭 작가와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내가 늙어버린 여름> 읽기
함께 읽은 논어 vs 혼자 읽은 논어
[벽돌책 독파]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논어》 혼자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희곡 함께 읽을 친구, 당근에선 못 찾았지만 그믐에는 있다!
플레이플레이땡땡땡
걸리버가 세상에 나온지 3백년이 되었습니다
[그믐밤] 44. <걸리버 여행기> 출간 300주년, 새로운 세상 상상하기 [마포독서가문] 서로서로 & 조은이책: <걸리버 여행기>로 20일간 여행을 떠나요!<서울국제도서전> 함께 기대하며 나누는 설렘, 그리고 책으로 가득 채울 특별한 시간!걸리버가 안내하는 날카로운 통찰에 대하여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김규식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31. <김규식과 그의 시대> (1)[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소설로 읽는 인류세
[소설로 읽는 기후위기・인류세 - 우리는 왜·어떤 다른 세상을 꿈꾸는가?] 1회차-마션[소설로 기후위기/인류세 읽기] 『야성의 부름』 잭 런던, 1903.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심는 작은 씨앗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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