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육식 포유류의 행동에서 포식과 분노는 전혀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뇌에서도 전혀 다른 부위의 자극 때문에 야기된다. 포식에 관여하는 회로는 팡크세프가 명명한 탐색 체계(Seeking system)의 일부이다. 탐색 체계는 주로 중간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하여(그림 8-1에서는 안 보인다.) 뇌 중앙의 섬유 다발을 따라(안쪽 앞뇌 다발) 가쪽시상하부로 이어지고, 다시 이른바 파충류 뇌의 중요 부위인 배쪽줄무늬체로 이어진다. 줄무늬체는 여러 평행한 띠들로 이루어져 있고(그래서 줄무늬로 보인다.), 대뇌반구에 깊이 묻혀 있으며, 이마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탐색 체계를 발견한 사람은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였다. 그들이 쥐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그것을 스키너 상자의 레버와 연결했더니, 쥐는 쉴 새 없이 레버를 눌러서 자기 뇌를 자극하다가 마침내 탈진하여 나가떨어졌다. 연구자들은 처음에 뇌의 쾌락 중추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신경 과학자들은 그 체계가 실제 쾌락보다는 욕구와 갈망의 토대라고 본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욕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구와 쾌락을 구별하는 것은 뇌의 구조에 기반한 진실인 셈이다.). 탐색 체계는 뉴런 연결이 아니라 화학 물질을 통해서 하나로 묶인다. 뉴런들은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로 서로 교신한다. 코카인이나 암페타민처럼 도파민을 더 많이 생산하게 만드는 약물은 동물을 신나게 만들고, 항정신병 약물처럼 도파민을 줄이는 약물은 동물을 심드렁하게 만든다(배쪽줄무늬체에는 엔도르핀이나 내인성 아편제 등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이 반응하는 회로들도 있다. 이런 회로들은 무언가를 앞서서 갈망하는 행위보다 그것이 주어졌을 때 보상을 즐기는 행위에 더 밀접하게 관계한다. ) 동물은 탐색 체계를 통해서 자신이 추구할 목표를 확인한다. 가령 실험실에서는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레버를 찾고, 자연의 육식 동물이라면 탐색 체계가 부여한 동기에 따라서 사냥을 한다. 동물이 사냥감에 살금살금 다가가는 행위는 상상컨대 즐거운 기대의 상태일 것이다. 성공하면, 동물은 먹이를 한 입에 물어 단숨에 해치운다. 이것은 으르렁거리는 분노의 공격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동물의 공격은 공세적인 것과 방어적인 것이 있다. 공세적 공격을 일으키는 단순한 유발 기제는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좌절인데, 후자는 탐색 체계가 전달한 신호에 따른다. 인간의 몇몇 원초적 반응에서도 이런 반사 행동이 드러난다. 아기의 두 팔을 갑자기 꽉 누르면, 아기는 분노로 반응한다. 어른은 망치로 손가락을 찧거나 기대하던 것을 얻지 못해 놀라면, 대뜸 공격적으로 욕설을 뱉거나 물건을 망가뜨린다(충격 유지 보수 기법이라고 불리는 컴퓨터 수리 방법, 즉 몇 대 때리는 방법을 떠올려 보라.). 이와달리 방어적 공격은 공포를 담당하는 뇌 체계에서 유발된다. 쥐라면 상대의 옆구리를 물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머리로 돌진하는 것이 방어적 공격이다. 공포 체계도 분노 체계와 마찬가지로, 뇌수도관주위회색질에서 시상 하부를 거쳐 편도로 이어지는 회로이다. 공포 회로와 분노 회로는 서로 다르고, 각각의 기관에서 서로 다른 핵을 잇지만,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쉽게 상호 작용한다. 가벼운 공포는 그 자리에 얼어붙거나 도망치는 행동을 일으키지만, 극심한 공포는 다른 자극들과 결합함으로써 분노한 방어적 공격을 일으킨다. 어쩌면 사람의 예측적 공황 혹은 광란극도 공포 체계에서 분노 체계로 자극이 넘어가는 현상과 관계있을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눈알 위의 눈확겉질(그림 8-3)과 안쪽으로 면한 배안쪽겉질(그림 8-4)은 붙어 있다. 둘의 역할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신경 과학자들은 둘을 뭉뚱그려 말하곤 한다. 그래도 눈확겉질은 경험이 유쾌한지 불쾌한지를 결정하는 데 좀 더 관여하는 듯하고(내장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섬겉질 옆에 있으니까 그럴 만하다.), 배안쪽겉질은 원하는 것을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을 잘 피했는지를 결정하는 데 좀 더 관여하는 듯하다(탐색 체계가 뻗은 뇌 중선을 따라 놓여 있으니까 역시 그럴 만하다.). 어쩌면 이 구분이 도덕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피해에 대한 감정적 반응과 피해에 대한 판단과 반성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흐릿하기에, 나는 앞으로도 두 부분을 '눈확겉질'로 통칭하겠다. 눈확겉질은 여러 신호들을 받음으로써 - 내장의 감각, 욕망의 대상, 감정적 충동, 겉질의 다른 부분에서 온 감각과 기억도 입력 받는다. - 감정의 조절자로 기능한다. 분노, 온기 공포, 혐오 같은 본능적 감정들을 받아서 그 사람이 지닌 목표와 통합한 뒤, 적절한 계산으로 신호를 조절하여 원래의 감정 영역의 감정 영역으로 돌려보낸다. 냉정한 숙고와 실행을 제어하는 겉질 영역으로도 신호를 올려 보낸다. ... 레인이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폭력에 취약한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눈확겉질 영역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확겉질은 역시 감정을 담당하는 다른 영역들, 가령 편도에 비해 대사가 덜 활발했다. 레인은 또 충동적 살인범들과 계획적 살인범들의 뇌를 비교했는데, 충동적 살인범들만 눈확겉질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 이것은 눈확겉질의 자기 통제 기느이 폭력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쩌면 여기에는 눈확겉질의 또 다른 임무가 관여하는지도 모른다. 눈확겉질이 손상된 원숭이는 위계 서열에 잘 끼어들지 못하고, 더 많이 싸운다. 사람도 그 부분이 손상되면 사회적 실책에 무감한 태도를 보이는데,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 레인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 환자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실책을 글로 써서 읽어 보라고 시켰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부끄러움, 수치심, 죄책감이 동반된 시련이라 신경계가 반응하지만, 환자들의 신경계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요컨대, 눈확겉질은 (이웃인 배안쪽겉질과 함께) 자기 통제, 타인에 대한 공감, 규범과 관습에 대한 감수성 등 여러 평화화 능력에 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확겉질은 대뇌에서 상당히 원시적인 부분이다. 쥐에도 눈확겉질이 있고, 내장에서 온 신호들을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폭력을 좀 더 의도적으로, 지적으로 조절하는 기제들은 뇌의 다른 부분에 의존할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심리학자 리앤 영과 레베카 삭스는 사람들을 fMRI(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스캐너에 넣은 뒤, 고의적인 피해나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했다. 그 결과, 가해자의 심적 상태에 비추어 과실을 결정하는 능력은 관자엽과 마루엽의 이음부에 달려 있었다. 그림 8-3에서 환하게 표시된 부분이다(연구에서 실제로 활성화된 곳은 우반구의 해당 영역이었다.). 관자마루이음부는 다양한 정보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자기 몸의 위치에 대한 인식, 타인의 신체와 행동에 대한 인식도 포함된다. 삭스는 그 영역이 이른바 마음 읽기, 직관적 심리학, 마음의 이론이라 불리는 정신 능력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쉽게 말해 타인의 신념과 욕망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본능을 넘어서는 도덕적 심사숙고에는 또 다른 종류가 있다. 서로 다른 행동들의 결과를 두고 경중을 따지는 일이다. 도덕 철학에서 노상 등장하는 사례로 이런 것이 있다. 어느 가족이 나치를 피해 지하실에 숨었다. 아기가 울면 소재가 발각되어 아기를 비롯한 가족 전원이 죽을 텐데, 그렇다면 아기를 질실시켜 죽여야 할까? 이런 것도 있다. 폭주하는 전차 앞에 뚱뚱한 남자를 내던지면 철로에 있던 노동자 다섯 명이 치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할까? 공리주의적 계산에 따르면 둘 다 허락할 만하다. 한 명을 희생하여 다섯 명을 구하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아기를 질식시키거나 뚱뚱한 남자를 내던지는 데 난색을 표한다. 아마도 자신의 맨손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친다는 데에 본능적인 반감을 느끼기 떄문일 것이다. ... 철학자 조슈아 그린은 코언의 연구진과 함께 이 점을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아기를 질식시키거나 남자를 전차에 내던지는 데 대한 본능적 반감은 편도와 눈확겉질에서 생겨나지만, 최대 다수의 목숨을 구하는 공리주의적 사고는 이마엽의 일부인 뒤가쪽이마앞엽겉질에서 계산되었다. 그림 8-3에 이 부위도 표시되어 있다. 뒤가쪽겉질은 지적, 추상적 문제 풀이에 많이 관여한다. 이를테면 IQ 검사를 받을 때 활성화한다. 사람들이 지하실의 우는 아기 문제를 고민할 때는 눈확겉질(아기를 질식시킨다는 공포에 반응한다.)과 뒤가쪽겉질(구하고 희생할 목숨을 계산한다.)이 모두 활성화하는 동시에 서로 상충하는 충동들을 다루는 또 다른 뇌 영역이 함께 활성화하는데, 바로 앞띠겉질이다. 그림 8-4에 표시되어 있듯이, 앞띠겉질은 뇌의 안면에 있다. 이 문제에서 아기를 질식시켜도 괜찮다고 추론한 사람들은 뒤가쪽겉질이 더 많이 활성화했다. 관자마루 이음부와 뒤가쪽이마앞엽겉질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유달리 성장한 부분으로, 덕분에 우리는 폭력 중에서도 어떤 종류는 정당화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계산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결과에 양가적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 아기를 질식시키는 것을 폭력으로 볼 것인가, 폭력을 방지한 행위로 볼 것인가? - 우리 대뇌에서도 가장 대뇌적인 핵심 부분은 내면의 악마도, 선한 천사도 아니다. 그것은 폭력을 조장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인지 도구일 뿐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는 조장하는 힘과 억제하는 힘 둘 다를 인간 고유의 폭력들에게 아낌없이 적용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폭력의 심리적 뿌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여러분이 충분히 납득했기를 바란다. 폭력에는 수많은 뿌리가 있고, 각각은 다른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그것들을 이해하려면, 뇌의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살펴보아야 한다. 즉, 사람들이 폭력을 행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 폭력의 분류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들 얼추 비슷하게 구분한다. 나는 폭력을 네 종류로 나눈 바우마이스터의 체계를 사용할 텐데, 그중 하나만은 둘로 더 쪼갰다. 폭력의 첫 번째 종류는 실용적, 도구적, 착취적, 포식적 폭력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것은 가장 단순한 폭력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힘을 쓰는 것이다. 이때 폭력은 탐욕, 정욕, 야심 등 뇌의 탐색 체계가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 이용되며, 뒤가쪽이마앞엽겉질로 상징되는 개인의 지적 능력 전체가 그 과정을 이끈다. 폭력의 두 번째 뿌리는 우세 충동이다. 경쟁자들보다 우월해지려는 동기이다(바우마이스터는 '자기중심주의'라고 불렀다.). 이 충동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자극되는 우세 체계, 다른 말로 수컷 간 공격 체계와 관계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컷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개개인에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집단들도 서로 우세를 점하고자 경쟁하기 때문이다. 폭력의 세 번째 뿌리는 복수심이다. 피해를 똑같이 되갚으려는 동기이다. 그 직접적인 엔진은 분노 체계이지만, 탐색 체계에서도 이유를 끌어올 수 있다. 폭력의 네 번째 뿌리는 가학성, 즉 남을 해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한 이 동기는 인간 심리에 존재하는 여러 괴벽들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특히 탐색 체계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폭력의 원인은 이데올로기이다. 신실한 신자들이 일군의 동기들을 하나의 교리로 엮어 낸 뒤, 다른 사람들까지 끌여들여 그 파괴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뇌의 일부가 아니다. 뇌 전체와도 동일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의 뇌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인간이 동물을 포식할 때만큼 가해자의 관점과 - 무도덕적이고, 실용적이고, 심지어 경박하다. - 피해자의 관점이 멀찌감치 벌어진 경우는 또 없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배스는 어부의 애정을 그대로 돌려줄 마음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가지 요리 대신 닭이나 산 가재를 먹으면서 느끼는 추가의 작은 쾌락이 동물들의 희생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 동물들에게 의견을 묻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무관심 때문에, 사람에 대한 냉혹한 포식적 폭력도 가능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포식적 폭력은 너무나 평범하고 쉽게 설명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도덕적 풍경 가운데 가장 특이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잔학 행위에 대해서 읽고는 - 이를테면 우간다 반군들이 지붕에서 야영하다가 시간을 때울 겸 여자를 납치하고, 결박하고, 강간하고, 끝내 땅으로 떨어뜨려 죽이는 사건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을 하지? " 이때 우리는 지루함, 욕정, 놀이 등등 명백한 답이 있는데도 그 답을 거부하는 셈인데, 왜냐하면 가해자의 이득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해자의 관점을 취하고, 순수한 악의 개념을 취한다. 그러나 사실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지지 않는가를 물어야만 그런 무도한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포식적 폭력은 전적으로 실용적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추상적 추론에 그리 오래 매달리지 못한다. 마음은 진화를 통해 갖춰진 다른 종류의 폭력, 즉 감정이 팽배한 폭력으로 자꾸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포식의 대상이 폭력에 대응하여 방어 조치를 취하는 순간, 포식자는 감정이 격화된다.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숨거나 재규합하여 포식자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포식자를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것도 도구적 폭력인데, 이러면 양쪽은 안전의 딜레마, 즉 홉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해자는 흔히 피해자를 해충에 빗대고 도덕적 혐오를 느낀다. 혹은, 그들을 존재론적 위협으로 감주하고 증오를 느낀다. ... 포식자는 먹잇감의 방어적 보복에 대해서 마치 자신이 공격을 당한 입장인 양 반응하고, 도덕화된 분노와 보복의 갈망을 느낀다. 도덕화 간극 때문에, 자신의 선제공격은 불가피하고 사소한 것으로 축소하면서 상대의 보복은 이유 없고 파괴적인 것으로 부풀린다.양측은 과실을 다르게 셈하고 - 가해자와 피해자는 공격 횟수를 서로 다르게 헤아린다. - 그 차이 때문에 보복의 악순환에 빠진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자기 위주 편향이 포식적 폭력의 작은 불꽃을 지옥의 불길로 부채질하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힘과 전망도 과장해서 생각한다. 자기 위주 편향 중에서도 이런 유형을 긍정적 착각(positive illusion)이라고 부른다. 수백 건의 연구가 보여 준 바, 우리는 자신의 건강, 리더십, 지능, 전문가로서의 유능함, 스포츠 실력, 관리 기술을 과대평가한다. ... 우리는 왜 이런 망상을 품을까? 긍정적 착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자신감을 주고, 정신적 건강을 북돋운다. 그러나 이것은 왜 우리가 그러는가에 대한 설명이 못 된다. 그렇다면 왜 뇌가 현실을 기준으로 삼아 만족을 평가하는 대신 비현실적인 평가에서 행복과 자신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생겨나니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긍정적 착각이 협상의 전략, 즉 신뢰할 만한 허세라는 것이다. 당신이 위험한 모험을 함께할 동맹을 모집할 때, 유리한 거래를 꾀할 때, 적을 겁주어 물러나게 할 때, 스스로의 힘을 그럴싸하게 과장할 수 있다면 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냉소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당신도 스스로의 과장을 믿는 편이 낫다. 거짓말과 거짓말 탐지의 군비 경쟁 때문에 당신의 청중에게는 새빨간 거짓말을 꿰뚫는 능력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과잉 확신은 포식의 비극을 더 나쁘게 만든다. 만일 우리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그리고 성공의 전리품이 싸움의 손실을 능가할 때만, 포식적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약한 쪽은 결과가 기정사실로 보이면 당장 패배를 인정할 것이다. 그런 합리적 행위자들로 구성된 세계에서는 착취 행위는 무수히 많을지언정 싸움과 전쟁은 드물 것이다. 양측이 막상막하라서 싸움으로만 누가 더 센지 결정할 수 있을 때만 폭력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착각이 존재하는 세상은 다르다. 공격자는 성공 확률을 한참 넘어서는 지경까지 대담하게 공격하고, 방어자는 성공 확률을 한참 넘어서는 지경까지 대담하게 저항한다. ... 그 결과는 (게임 이론적 의미와 군사적 의미 모두에서) 소모전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존슨은 민주 국가에서는 과잉 확신으로 인한 전쟁이 비교적 드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보의 흐름이 자유로워, 지도자의 착각에 현실의 찬물을 끼얹기 쉬울 테니까. 그런데 존슨의 발견에 따르면, 차이를 내는 요인은 민주주의 체제의 존재 여부라기보다는 정보의 흐름이었다. 그의 책은 2004년에 나왔는데, 표지 사진 선택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항공복을 입은 조지 W. 부시가 항공모함 갑판에 서 있는 유명한 2003년 사진을 썼다. 배경에는 '임무 완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과잉 확신이 이라크 전쟁 자체에 피해를 준 바는 없지만 (물론 사담 후세인의 입장은 다르리라.), 이라크에 안정된 민주주의를 구축한다는 전후의 목표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파국적으로 실패했다. 정치학자 캐린 알터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발표한 분석에서, 부시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책팀은 자신들의 무류성과 미덕을 믿었고, 모순되는 평가를 차단했고, 합의를 강요했고, 개인적으로 떠오른 의혹을 자기 검열했다. 실로 집단 사고 현상의 교과서적 사례라 할 만했다. 이라크 전쟁 직전, 국방 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알려진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는 알려진 미지의 것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조차 모른다. 존슨은 슬라보예 지젝의 발언을 인용하여, 럼즈펠드가 결정적인 네 번째 종류를 빼먹었다고 지적했다.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 즉 우리가 이미 알거나 알 수 있지만 무시하거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 때문에, 적절한 규모의 도구적 폭력이 (가령 몇 주간의 충격과 공포가) 온갖 폭력을 주고받는 무제한의 전쟁으로 비화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상대적 싸움 능력이 안정되어 있고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계 서열(dominance hierarchy)이라고 부른다. 위계 서열은 완력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거친 영장류라도 1대 3으로 싸워 이길 수는 없으므로, 우세는 동맹을 끌어들이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 ... 우세 경쟁에서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쟁점은 정보이다. 바로 이점에서 우세는 포식과 구별된다. ... 대부분의 우세 경쟁은 과시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인간도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 대조적으로 포식에서는 끝내 욕망의 대상을 얻는 것만이 목표이다. 우세 경쟁의 쟁점이 정보인 데서 생기는 또 다른 함의는, 폭력이 데이터의 교환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평판은 논리학자들이 공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 위에 구축된 사회적 구성물이다. 싸움을 피하려면, 두 경쟁자가 누가 더 강한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둘 다 상대도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안다는 것을 상대도 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 이렇게 되풀이된다. 이때 반대되는 의견은 공통 지식을 훼손하므로, 우세 경쟁은 곧 공공 정보의 장에서 벌이는 싸움인 셈이다. 모욕은 그 계기가 된다. 명예의 문화나 결투를 승인하는 문화에서는 더 그렇다. 모욕은 신체적 상해나 도둑질처럼 간주되고, 그래서 폭력적 복수의 충동을 일으킨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우세 경쟁에 걸린 문제는 정보뿐이기 때문에, 일단 누가 보스인지 결정되면 복수의 악순환 없이 폭력이 마무리될 수 있다.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발견했듯이, 대부분의 영장류 종에서는 두 동물이 싸운 뒤에 화해를 한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고, 보노보는 섹스도 한다. 그렇게 화해할 것이라면 애초에 왜 싸울까? 그리고 애초에 싸울 이유가 있었다면 나중에 왜 화해할까? 이유는 이렇다. 화해는 장기적으로 서로 이해가 얽힌 개체들 사이에서만 벌어진다. 그들을 묶는 유대는 유전적 관계일 수도 있고, 포식자에 대항하는 집단 방어일 수도 있고, 제삼자에 대항하는 패거리 의식일 수도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성차가 왜 진화했는지는 앞에서 이야기했다. 포유류 수컷은 암컷보다 더 빨리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성적 기회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반면에 암컷의 우선순위는 자신과 후손의 생존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치우친다. 남성은 여성보다 폭력적 경쟁에서 얻을 것이 더 많고, 잃을 것이 더 적다. ... 도구적 폭력은 뇌에서 탐색하고 계산하는 영역들을 동원하는 데 비해, 우세 경쟁적 폭력은 팡크세프가 수컷 간 공격 체계라고 불렀던 회로를 동원한다. 사실은 동성 간 경쟁 회로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자들의 뇌에도 그 체계가 있고, 인간은 남자도 부모로서 투자한다는 점 때문에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짝을 두고 자기들끼리 경쟁할 진화적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로에서 적어도 한 부분, 시상하부의 시각교차앞에 있는 핵만큼은 남자가 여자의 두배로 크다. 그리고 회로에 전체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용기가 있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혈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다섯 배에서 열 배 높다. 기억하겠지만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를 제어하고, 뇌하수체가 분비한 호르몬은 고환과 부신으로 가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게끔 자극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흔히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호전성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 저널리스트 나탈리 앤지어는 테스토스테론을 "사내들로 하여금 너무나도 사내다운 짓을 하게 만드는 물질, 즉 허세 부리고, 떼밀고, 고함지르고, 트림하고, 주먹질하고, 에어 기타를 연주하게 하는 물질"이라고 표현했다. - 생물학자들은 그것을 남성 공격성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데에 좀 더 조심스럽다. 물론 대부분의 조류와 포유류는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아지면 더 난폭해지고, 농도가 낮아지면 덜 난폭해진다. 중성화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수많은 복잡한 생화학적 이유들 때문에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흥미로운 한 가지 심리적 이유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과 덜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최선의 추측은, 테스토스테론이 남자의 공격성을 전반적으로 높이지는 않지만 우세 경쟁에 더 기꺼이 나서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사춘기와 청년기에 상승하고, 중년기에 감소한다. 남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감소한다. 이 호르몬은 부모로서의 노력과 짝짓기 노력의 근본적인 교환 관계를 조절하는 내부 장치인 셈이다. 이때 짝짓기 노력이란 상대 성에게 구애하는 행위와 동성 경쟁자를 물리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를 아빠 아니면 난봉꾼으로 만드는 조절 손잡이일지도 모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람의 개인적 정체성 중 일부는 그가 제휴를 맺은 집단의 정체성과 융합된다.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들의 자리가 있듯이, 집단들의 자리도 있다. ... 우리의 이런 사회적 정체성은 집단이 개인의 안위에 갖는 중요성에 대한 적응적 특질인 듯하다. 개인의 적응도는 각자의 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무리, 마을, 부족의 운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리에도 그 밖의 여러 방식으로 집단에 기여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집단과 자아의 경계가 부분적으로 흐릿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단을 대신하여 다른 집단에게 공감하고, 고마워하고, 화내고, 죄책감을 느끼고, 신뢰하고, 불신한다. 그리고 상대 집단 구성원들이 개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그들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적용한다. 우리는 충성하는 집단이 경쟁을 벌일 때, 타고난 우세 경쟁 충동을 대리 경험한다. ... 심리학자 짐 시다니우스와 펠리시아 프라토는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이른바 사회적 우세(social dominance)의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직관적인 용어로는 부족주의(tribalism)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 집단들 사이에 위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욕망으로, 보통은 자기 집단들보다 우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있다. ... 민족주의(nationalism) 현상은 심리와 역사의 상호 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다음 세 가지가 결합된 결과이다. 부족주의 이면의 감정적 충동, '집단'을 같은 언어, 영토, 조상 따위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인지하는 개념, 정부라는 정치 도구. 아인슈타인은 민족주의를 가리켜 "인류의 홍역"이라고 했다. ...앞에서 나르시시즘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르시시스트가 현실로부터 불손한 신호를 받아 격분한 때다. 나르시시즘과 민족주의가 결합하면, 정치학자들이 르상티망(ressentiment, 분노[resentment]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라고 부르는 치명적 현상이 등장한다. 자신의 민족과 문명은 역사적으로 위대해질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위신이 낮은데, 그것은 오로지 내부나 외부의 적이 행사하는 악의 때문이라고 믿는 상태이다. 르상티망은 나르시시스트가 사로잡히기 쉬운 좌절된 우세의 감정들을 - 굴욕, 시기, 분노 - 끓어오르게 만든다. 리아 그린필드, 대니얼 치롯 같은 역사학자들은 20세기 초 주요 전쟁과 집단 살해의 원인을 독일과 러시아의 르상티망에서 찾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오늘날, 온화한 나라들은 내부의 부족주의 심리를 씻어 내면서 민족 국가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스스로를 특정 민족 집단의 혼이 서린 결정체로 여기지 않는다. 그 대신, 어쩌다 보니 한 땅덩어리에 살게 된 모든 사람들과 집단들을 포용하는 계약으로 여긴다. 정부의 운영 기제는 일부러 복잡할 때가 많다. 권한 이양, 특수 지위, 권력 공유, 우대 정책이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고, 가령 국가 대표 럭비팀 같은 소수의 국가적 상징이 그것들을 한데 묶는다. 국민들은 피와 흙 대신에 유니폼을 응원한다. 이런 어수선함은 어수선하게 분열된 우리의 자아에 제법 어울린다.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이거니와 서로 겹치는 여러 집단들의 구성원으로서도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여성이 남성보다 평화를 좀 더 사랑하기는 해도, 한 사회 속에서는 남녀의 의견이 상관관계를 보인다. 1961년에 미국인에게 "공산주의의 통치 하에 사느니 전면적 핵전쟁을 치러야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남성의 87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여성은 '겨우' 75퍼센트만이 그렇게 답했다. 여성이 같은 시대와 같은 사회의 남성에 비해 약간 더 평화적일 뿐이라는 증거이다. 남녀의 차이는 국가적으로 의견이 양분된 사안일 때 가장 컸고(베트남 전쟁), 의견이 일치할 때는 그보다 작았고(제2차 세계 대전), 사회 전체가 집착하는 사안일 때는 거의 없었다(아랍-이스라엘 충돌의 해결책에 관한 이스라엘과 아랍 사람들의 태도). 그런데 여성들이 직접 전쟁에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그 사회의 전쟁 선호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권을 인식하는 태도와 전쟁에 반대하는 태도가 나란히 가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남녀평등에 호의적으로 답한 응답자일수록 아랍-이스라엘 충돌의 비폭력적 해결을 선호했다. 여러 전통 문화에 대한 민족지학 조사를 보면,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전쟁을 덜 벌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우세 경쟁은 무정부 상태에 대한 적응 현상이다. 문명화 과정을 거친 사회나 협정과 규범으로 규제되는 국제 체제에서는 우세 경쟁의 기능이 없다. 무엇이 되었든 우세 개념에서 바람을 빼는 요소라면, 개인 간 싸움과 집단 간 전쟁의 발생률을 낮출 것이다. 우세 경쟁의 바탕에 있는 감정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 그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에 가깝고, 남성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 그것들이 주변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복수는 말 그대로 일종의 충동이다. 한 실험에서는, 피험자가 복수의 충격을 가하려는 찰나에 기계가 고장 나서 (실험자가 속임수를 부려둔 탓이었다.) 복수가 완성되지 못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을 가짜 와인 가식 실험에 초대했다. 이때, 자신을 모욕한 사람에게 충격을 가하지 못했던 피험자들은 술로 슬픔을 잊겠다는 듯 와인을 더 많이 마셨다. 복수의 신경 생물학은 중간뇌-시상하부-편도에 걸친 분노 회로에서 시작된다. 동물이 다치거나 좌절하면, 이 회로의 신호에 따라 가까이 있는 잠재적 가해자를 공격한다. 사람은 뇌 전역의 정보가 이 회로로 모인다. 그중에는 공격이 고의인지 사고인지 분간하는 관자마루이음부에서 온 정보도 있다. 그러면 분노 회로는 섬겉질을 활성화하고, 섬겉질은 통증, 혐오, 분노 감각을 일으킨다(기억하겠지만, 섬겉질은 남에게 속았다고 느낄 때 활성화된다.). 이런 감각은 즐겁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동물들은 가능하면 분노 회로의 전기 자극을 끄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때, 뇌는 그것과는 다른 정보 처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복수는 달콤하다.', '성내지 말고 대갚음하라.', '복수는 차가울 때 가장 맛있는 요리이다.' 등등의 속담은 감정 신경 과학이 따져볼 만한 가설이다. 이런 표현들은 뇌의 활동 패턴이 회피적 분노에서 냉정하고 즐거운 탐색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 피험자가 그 (복수의) 기회를 따지는 동안 그의 뇌를 스캔했더니, 줄무늬체(탐색 회로의 핵심이다.)의 일부가 활성화하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니코틴, 코카인, 초콜릿 따위를 갈구할 때 활성화하는 부분과 같았다. 복수는 정말로 달콤한 것이다. 줄무늬체가 많이 활성화되는 사람일수록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못된 상대를 처벌하기로 결정하는 확률이 높았다. 줄무늬체 활성화가 진정한 욕망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 욕망을 이루고 싶은 것이다. 그가 비용을 내기로 결정한 경우, 이번에는 눈확겉질과 배안쪽이마엽겉질이 활성화했다. 이것은 여러 행동 경로들의 쾌락과 고통을 저울질하는 영역으로, 이 경우에는 복수의 비용과 만족감을 저울질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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