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과잉 확신은 포식의 비극을 더 나쁘게 만든다. 만일 우리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있을 때만, 그리고 성공의 전리품이 싸움의 손실을 능가할 때만, 포식적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약한 쪽은 결과가 기정사실로 보이면 당장 패배를 인정할 것이다. 그런 합리적 행위자들로 구성된 세계에서는 착취 행위는 무수히 많을지언정 싸움과 전쟁은 드물 것이다. 양측이 막상막하라서 싸움으로만 누가 더 센지 결정할 수 있을 때만 폭력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긍정적 착각이 존재하는 세상은 다르다. 공격자는 성공 확률을 한참 넘어서는 지경까지 대담하게 공격하고, 방어자는 성공 확률을 한참 넘어서는 지경까지 대담하게 저항한다. ... 그 결과는 (게임 이론적 의미와 군사적 의미 모두에서) 소모전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존슨은 민주 국가에서는 과잉 확신으로 인한 전쟁이 비교적 드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보의 흐름이 자유로워, 지도자의 착각에 현실의 찬물을 끼얹기 쉬울 테니까. 그런데 존슨의 발견에 따르면, 차이를 내는 요인은 민주주의 체제의 존재 여부라기보다는 정보의 흐름이었다. 그의 책은 2004년에 나왔는데, 표지 사진 선택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항공복을 입은 조지 W. 부시가 항공모함 갑판에 서 있는 유명한 2003년 사진을 썼다. 배경에는 '임무 완수'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과잉 확신이 이라크 전쟁 자체에 피해를 준 바는 없지만 (물론 사담 후세인의 입장은 다르리라.), 이라크에 안정된 민주주의를 구축한다는 전후의 목표에서는 치명적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파국적으로 실패했다. 정치학자 캐린 알터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발표한 분석에서, 부시 행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정책팀은 자신들의 무류성과 미덕을 믿었고, 모순되는 평가를 차단했고, 합의를 강요했고, 개인적으로 떠오른 의혹을 자기 검열했다. 실로 집단 사고 현상의 교과서적 사례라 할 만했다. 이라크 전쟁 직전, 국방 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아는 알려진 것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안다는 것을 안다. 세상에는 알려진 미지의 것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것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는 것조차 모른다. 존슨은 슬라보예 지젝의 발언을 인용하여, 럼즈펠드가 결정적인 네 번째 종류를 빼먹었다고 지적했다.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 즉 우리가 이미 알거나 알 수 있지만 무시하거나 억압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알려지지 않은 알려진 것 때문에, 적절한 규모의 도구적 폭력이 (가령 몇 주간의 충격과 공포가) 온갖 폭력을 주고받는 무제한의 전쟁으로 비화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한 사회에서 구성원들의 상대적 싸움 능력이 안정되어 있고 모두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위계 서열(dominance hierarchy)이라고 부른다. 위계 서열은 완력에만 기반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거친 영장류라도 1대 3으로 싸워 이길 수는 없으므로, 우세는 동맹을 끌어들이는 능력에도 달려 있다. ... 우세 경쟁에서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쟁점은 정보이다. 바로 이점에서 우세는 포식과 구별된다. ... 대부분의 우세 경쟁은 과시 행동으로 마무리된다. (인간도 동물도 마찬가지이다.). ... 대조적으로 포식에서는 끝내 욕망의 대상을 얻는 것만이 목표이다. 우세 경쟁의 쟁점이 정보인 데서 생기는 또 다른 함의는, 폭력이 데이터의 교환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평판은 논리학자들이 공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 위에 구축된 사회적 구성물이다. 싸움을 피하려면, 두 경쟁자가 누가 더 강한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둘 다 상대도 그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자신이 안다는 것을 상대도 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 이렇게 되풀이된다. 이때 반대되는 의견은 공통 지식을 훼손하므로, 우세 경쟁은 곧 공공 정보의 장에서 벌이는 싸움인 셈이다. 모욕은 그 계기가 된다. 명예의 문화나 결투를 승인하는 문화에서는 더 그렇다. 모욕은 신체적 상해나 도둑질처럼 간주되고, 그래서 폭력적 복수의 충동을 일으킨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우세 경쟁에 걸린 문제는 정보뿐이기 때문에, 일단 누가 보스인지 결정되면 복수의 악순환 없이 폭력이 마무리될 수 있다.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이 발견했듯이, 대부분의 영장류 종에서는 두 동물이 싸운 뒤에 화해를 한다. 손을 잡고, 입을 맞추고, 포옹을 하고, 보노보는 섹스도 한다. 그렇게 화해할 것이라면 애초에 왜 싸울까? 그리고 애초에 싸울 이유가 있었다면 나중에 왜 화해할까? 이유는 이렇다. 화해는 장기적으로 서로 이해가 얽힌 개체들 사이에서만 벌어진다. 그들을 묶는 유대는 유전적 관계일 수도 있고, 포식자에 대항하는 집단 방어일 수도 있고, 제삼자에 대항하는 패거리 의식일 수도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성차가 왜 진화했는지는 앞에서 이야기했다. 포유류 수컷은 암컷보다 더 빨리 번식할 수 있기 때문에, 성적 기회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반면에 암컷의 우선순위는 자신과 후손의 생존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치우친다. 남성은 여성보다 폭력적 경쟁에서 얻을 것이 더 많고, 잃을 것이 더 적다. ... 도구적 폭력은 뇌에서 탐색하고 계산하는 영역들을 동원하는 데 비해, 우세 경쟁적 폭력은 팡크세프가 수컷 간 공격 체계라고 불렀던 회로를 동원한다. 사실은 동성 간 경쟁 회로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자들의 뇌에도 그 체계가 있고, 인간은 남자도 부모로서 투자한다는 점 때문에 여자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짝을 두고 자기들끼리 경쟁할 진화적 동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로에서 적어도 한 부분, 시상하부의 시각교차앞에 있는 핵만큼은 남자가 여자의 두배로 크다. 그리고 회로에 전체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용기가 있는데, 남자는 여자보다 혈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다섯 배에서 열 배 높다. 기억하겠지만 시상하부는 뇌하수체를 제어하고, 뇌하수체가 분비한 호르몬은 고환과 부신으로 가서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게끔 자극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흔히 사람들은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의 호전성을 일으키는 원인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 저널리스트 나탈리 앤지어는 테스토스테론을 "사내들로 하여금 너무나도 사내다운 짓을 하게 만드는 물질, 즉 허세 부리고, 떼밀고, 고함지르고, 트림하고, 주먹질하고, 에어 기타를 연주하게 하는 물질"이라고 표현했다. - 생물학자들은 그것을 남성 공격성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데에 좀 더 조심스럽다. 물론 대부분의 조류와 포유류는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아지면 더 난폭해지고, 농도가 낮아지면 덜 난폭해진다. 중성화한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에는 수많은 복잡한 생화학적 이유들 때문에 그 효과를 측정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그리고 흥미로운 한 가지 심리적 이유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과 덜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최선의 추측은, 테스토스테론이 남자의 공격성을 전반적으로 높이지는 않지만 우세 경쟁에 더 기꺼이 나서게끔 만든다는 것이다. ...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사춘기와 청년기에 상승하고, 중년기에 감소한다. 남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도 감소한다. 이 호르몬은 부모로서의 노력과 짝짓기 노력의 근본적인 교환 관계를 조절하는 내부 장치인 셈이다. 이때 짝짓기 노력이란 상대 성에게 구애하는 행위와 동성 경쟁자를 물리치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자를 아빠 아니면 난봉꾼으로 만드는 조절 손잡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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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개인적 정체성 중 일부는 그가 제휴를 맺은 집단의 정체성과 융합된다. 사람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들의 자리가 있듯이, 집단들의 자리도 있다. ... 우리의 이런 사회적 정체성은 집단이 개인의 안위에 갖는 중요성에 대한 적응적 특질인 듯하다. 개인의 적응도는 각자의 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무리, 마을, 부족의 운에도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리에도 그 밖의 여러 방식으로 집단에 기여하게끔 만드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집단과 자아의 경계가 부분적으로 흐릿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집단을 대신하여 다른 집단에게 공감하고, 고마워하고, 화내고, 죄책감을 느끼고, 신뢰하고, 불신한다. 그리고 상대 집단 구성원들이 개인으로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와는 무관하게 그들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적용한다. 우리는 충성하는 집단이 경쟁을 벌일 때, 타고난 우세 경쟁 충동을 대리 경험한다. ... 심리학자 짐 시다니우스와 펠리시아 프라토는 정도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이른바 사회적 우세(social dominance)의 동기가 있다고 말한다. 좀 더 직관적인 용어로는 부족주의(tribalism)라고 하면 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 집단들 사이에 위계가 구축되기를 바라는 욕망으로, 보통은 자기 집단들보다 우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있다. ... 민족주의(nationalism) 현상은 심리와 역사의 상호 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다음 세 가지가 결합된 결과이다. 부족주의 이면의 감정적 충동, '집단'을 같은 언어, 영토, 조상 따위를 공유하는 사람들로 인지하는 개념, 정부라는 정치 도구. 아인슈타인은 민족주의를 가리켜 "인류의 홍역"이라고 했다. ...앞에서 나르시시즘은 폭력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르시시스트가 현실로부터 불손한 신호를 받아 격분한 때다. 나르시시즘과 민족주의가 결합하면, 정치학자들이 르상티망(ressentiment, 분노[resentment]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라고 부르는 치명적 현상이 등장한다. 자신의 민족과 문명은 역사적으로 위대해질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위신이 낮은데, 그것은 오로지 내부나 외부의 적이 행사하는 악의 때문이라고 믿는 상태이다. 르상티망은 나르시시스트가 사로잡히기 쉬운 좌절된 우세의 감정들을 - 굴욕, 시기, 분노 - 끓어오르게 만든다. 리아 그린필드, 대니얼 치롯 같은 역사학자들은 20세기 초 주요 전쟁과 집단 살해의 원인을 독일과 러시아의 르상티망에서 찾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오늘날, 온화한 나라들은 내부의 부족주의 심리를 씻어 내면서 민족 국가를 재정의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스스로를 특정 민족 집단의 혼이 서린 결정체로 여기지 않는다. 그 대신, 어쩌다 보니 한 땅덩어리에 살게 된 모든 사람들과 집단들을 포용하는 계약으로 여긴다. 정부의 운영 기제는 일부러 복잡할 때가 많다. 권한 이양, 특수 지위, 권력 공유, 우대 정책이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고, 가령 국가 대표 럭비팀 같은 소수의 국가적 상징이 그것들을 한데 묶는다. 국민들은 피와 흙 대신에 유니폼을 응원한다. 이런 어수선함은 어수선하게 분열된 우리의 자아에 제법 어울린다. 우리는 개인의 정체성은 물론이거니와 서로 겹치는 여러 집단들의 구성원으로서도 정체성을 갖고 있으니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여성이 남성보다 평화를 좀 더 사랑하기는 해도, 한 사회 속에서는 남녀의 의견이 상관관계를 보인다. 1961년에 미국인에게 "공산주의의 통치 하에 사느니 전면적 핵전쟁을 치러야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남성의 87퍼센트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여성은 '겨우' 75퍼센트만이 그렇게 답했다. 여성이 같은 시대와 같은 사회의 남성에 비해 약간 더 평화적일 뿐이라는 증거이다. 남녀의 차이는 국가적으로 의견이 양분된 사안일 때 가장 컸고(베트남 전쟁), 의견이 일치할 때는 그보다 작았고(제2차 세계 대전), 사회 전체가 집착하는 사안일 때는 거의 없었다(아랍-이스라엘 충돌의 해결책에 관한 이스라엘과 아랍 사람들의 태도). 그런데 여성들이 직접 전쟁에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그 사회의 전쟁 선호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권을 인식하는 태도와 전쟁에 반대하는 태도가 나란히 가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남녀평등에 호의적으로 답한 응답자일수록 아랍-이스라엘 충돌의 비폭력적 해결을 선호했다. 여러 전통 문화에 대한 민족지학 조사를 보면, 여성을 존중하는 사회일수록 전쟁을 덜 벌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우세 경쟁은 무정부 상태에 대한 적응 현상이다. 문명화 과정을 거친 사회나 협정과 규범으로 규제되는 국제 체제에서는 우세 경쟁의 기능이 없다. 무엇이 되었든 우세 개념에서 바람을 빼는 요소라면, 개인 간 싸움과 집단 간 전쟁의 발생률을 낮출 것이다. 우세 경쟁의 바탕에 있는 감정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은 아니지만 - 그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에 가깝고, 남성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 그것들이 주변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복수는 말 그대로 일종의 충동이다. 한 실험에서는, 피험자가 복수의 충격을 가하려는 찰나에 기계가 고장 나서 (실험자가 속임수를 부려둔 탓이었다.) 복수가 완성되지 못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피험자들을 가짜 와인 가식 실험에 초대했다. 이때, 자신을 모욕한 사람에게 충격을 가하지 못했던 피험자들은 술로 슬픔을 잊겠다는 듯 와인을 더 많이 마셨다. 복수의 신경 생물학은 중간뇌-시상하부-편도에 걸친 분노 회로에서 시작된다. 동물이 다치거나 좌절하면, 이 회로의 신호에 따라 가까이 있는 잠재적 가해자를 공격한다. 사람은 뇌 전역의 정보가 이 회로로 모인다. 그중에는 공격이 고의인지 사고인지 분간하는 관자마루이음부에서 온 정보도 있다. 그러면 분노 회로는 섬겉질을 활성화하고, 섬겉질은 통증, 혐오, 분노 감각을 일으킨다(기억하겠지만, 섬겉질은 남에게 속았다고 느낄 때 활성화된다.). 이런 감각은 즐겁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동물들은 가능하면 분노 회로의 전기 자극을 끄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때, 뇌는 그것과는 다른 정보 처리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복수는 달콤하다.', '성내지 말고 대갚음하라.', '복수는 차가울 때 가장 맛있는 요리이다.' 등등의 속담은 감정 신경 과학이 따져볼 만한 가설이다. 이런 표현들은 뇌의 활동 패턴이 회피적 분노에서 냉정하고 즐거운 탐색으로 바뀔 수 있음을 암시한다. ... 피험자가 그 (복수의) 기회를 따지는 동안 그의 뇌를 스캔했더니, 줄무늬체(탐색 회로의 핵심이다.)의 일부가 활성화하는 것이 드러났다. 우리가 니코틴, 코카인, 초콜릿 따위를 갈구할 때 활성화하는 부분과 같았다. 복수는 정말로 달콤한 것이다. 줄무늬체가 많이 활성화되는 사람일수록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못된 상대를 처벌하기로 결정하는 확률이 높았다. 줄무늬체 활성화가 진정한 욕망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그는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그 욕망을 이루고 싶은 것이다. 그가 비용을 내기로 결정한 경우, 이번에는 눈확겉질과 배안쪽이마엽겉질이 활성화했다. 이것은 여러 행동 경로들의 쾌락과 고통을 저울질하는 영역으로, 이 경우에는 복수의 비용과 만족감을 저울질한다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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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성 죄수의 딜레마는 비극이지만, 그보다는 반복적(iterated) 죄수의 딜레마가 현실에 더 가깝다. 이것은 참가자들이 상호 작용을 여러 회 반복하면서 보수를 쌓는 상황으로,협력의 진화에 대한 모형으로도 훌륭하다. ... 그런 토너먼트를 최초로 주최한 사람은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였고, 시합의 승자는 팃포탯(Tit for Tat)이라는 단순한 전략이었다. 이것은 첫 수에는 무조건 협력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계속 협력하되 상대가 배신하면 따라서 배신하는 전략이다. 협력에는 보상이 따르고 배신에는 처벌이 다르므로, 배신자들은 협력으로 전환할 것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모두가 이득을 본다. 이것은 로버트 트리버스가 그 몇 년 전에 수학적 도구 없이 제안했던 상호 이타성(reciprocal altruism)의 진화 이론과 같은 내용이었다. ... 도덕적 감정들이 협력에 대한 적응으로 진화했다는 트리버스의 이론은 팃포탯 알고리즘으로 고스란히 번역될 수 있다. 공감의 감정은 첫 수에 협력하는 것이다. 감사의 감정은 협력자에게 협력하는 것이다. 분노의 감정은 배신자에게 배신하는 것으로, 달리 말해 복수하는 것이다. 복수는 도움을 거부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직접 피해를 가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복수는 질병이 아니다. 복수는 협력의 필수 요소로, 착한 사람이 착취 당하는 것을 막아 주는 장치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팃포탯의 성공에 기여한 첫 번째 속성은 그것이 착하다는 점이다. 팃포탯은 첫 수에 협력함으로써, 서로 유익한 협력의 기회를 끌어낸다. 그리고 팃포탯은 먼저 배신을 당하지 않는 이상 배신하지 않는다. 두 번째 속성은 분명하다는 점이다. 전략의 실행 규칙이 너무 복잡하면, 상대는 자신의 행동에 이쪽이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할 수 없다. 그래서 양쪽은 사실상 임의적인 수를 두게 되고, 서로 임의적인 수를 두는 상황에서 최선의 반응은 '언제나 배신하라' 전략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팃포탯은 워낙 단순하기 때문에 상대 전략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맞춰 자신의 수를 정확하게 조정할 수 있다. 셋째로, 팃포탯은 보복적이다. 배신에는 배신으로 응수한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보복이다. 마지막으로, 팃포탯은 용서한다. 회개의 문을 열어둔다. 상대가 줄곧 배신하다가도 일단 협력으로 바꾸면, 팃포탯은 즉각 협력으로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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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실의 세상은 이처럼 오해와 실수가 잦은 번잡한 곳이므로, 팃포탯보다는 좀 더 많이 용서하는 전략이 더 낫다. 너그러운 팃포탯(Generous Tit for Tat)이라는 그 전략은 가끔 무작위로 배신자를 용서함으로써 다시 협력을 끌어낸다. 무조건적인 용서가 서로를 상호 배신의 수렁에서 끄집어내어 다시 협력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너그러운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 늘 배신하는 사이코패스와 늘 협력하는 허수아비가 개체군에 소수라도 존재하면 다들 망한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는 허수아비를 착취하며 번성할 것이고, 결국에는 그 수가 많아져 다른 사람들도 모두 착취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성공적인 전략 하나는 뉘우치는 팃포탯(Contrite Tit for Tat)이다. 용서하되, 좀 더 분별 있게 하는 전략이다. 뉘우치는 팃포탯은 자신의 행동을 기억해 둔다. 그래서 자신이 무작위적인 실수나 오해를 저질러 상호 배신을 낳았을 때는 상대에게 마음대로 배신할 기회를 한 번 주고, 그 다음에 협력으로 바꾼다. 그러나 상대가 배신을 개시한 경우에는 봐주지 않고 보복한다. 만일 상대도 뉘우치는 팃포탯 전략을 쓴다면, 이 정당한 보복은 눈감아 줄 것이다. 그래서 양측이 다시 협력으로 돌아설 것이다. 요컨대 사회적 개체들이 서로 협력의 이익을 누리려면 복수만이 아니라 용서와 뉘우침도 필요하다. 협력이 진화하려면, 반복된 만남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일회적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협력이 진화하지 않는다. ... 비슷한 이유에서, 서로 영원히 시합할 수밖에 없는 참가자들은 - 이사할 수 없는 이웃사촌들이라고 하자. - 짐을 싸서 다른 동네로 가 다른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참가자들보다 서로 더 많이 용서한다. 당파나 조직 등 사회적 그물망은 가상의 마을이나 다름없다. 집단들끼리 반복적으로 상호 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용서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서로 배신했다가는 다 함께 망할 테니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복수가 억제책으로 진화했다면, 왜 현실에서 이토록 자주 쓰일까? 냉전 시대의 핵무기처럼, 공포의 균형이 구축됨으로써 모두가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세상은 복수의 악순환이 있을까? ... 주된 이유는 도덕화 간극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끼치는 피해는 정당하고 용서할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겪은 피해는 이유 없고 가혹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장부 작성 때문에, 격화하는 싸움에 말려든 양측은 공격 횟수를 서로 다르게 헤아리고 피해 규모도 서로 다르게 측정한다. ... 나는 이 책에서 폭력의 감소에 대한 주된 공을 리바이어던에게 - 폭력의 정당한 사용을 독점한 정부에게 - 많이 돌렸다. 혈수와 무정부 상태는 함께 간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리바이어던의 효과 이면에 어떤 심리가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법은 개자식일지 모르지만 공평한 개자식이다. 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기 위주 편향 없이 공정하게 피해를 저울질 할 수 있다. 어떻게 결정하든 한쪽은 동의하지 않을 테지만, 정부는 폭력을 독점하기 때문에 패배자는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다. 그리고 굳이 행동을 취하고 싶은 이유도 적어지는데, 왜냐하면 상대에게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니까 명예를 회복하려고 끝까지 싸울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로마의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에게는 액세서리가 세 개 있다. (1) 저울, (2) 눈가리개, (3) 칼. 법의 논리를 간명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리바이어던은 칼을 겨눠 정의를 실현하므로, 여전히 폭력을 쓰는 셈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정부의 복수가 지나칠 때도 있다. 인도주의 혁명 이전의 잔인한 처벌과 방탕한 처형, 오늘날 미국의 지나친 투옥이 그런 예다. 범죄를 처벌할 때,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유인책으로서 미세하게 조정된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가혹할 때가 있는 것이다. 사법적 처벌은 특정적 억제만이 아니라 일반적 억제와 무력화도 추구한다. 게다가 응보주의까지 포함하는데, 이것은 사실상 시민들의 복수심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극악한 범죄자가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도, 또한 누구도 그를 따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해도, 아무튼 '정의를 집행해야 한다'고 느낀다. 범인도 자신이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피해를 입어야 마땅하다고 느낀다. 이런 응보주의의 바탕에 깔린 심리적 충동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데일리와 윌슨은 이렇게 말했다. - 거의 신비로운 데다가 결코 억제할 수 없어 보이는 이 도덕 명령은, 진화 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분명한 적응적 기능이 있는 정신적 메터니즘의 표현이다. 위반자가 나쁜 짓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계산법을 통해서 정의를 산정하고 처벌을 집행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속죄니 회개니 신성한 정의니 등등에 대해서 신비주의적이고 종교적이고 어려운 말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그것은 단지 평범하고 실용적인 문제를 더 고차원적이고 초연한 권위에 귀속시키려는 것뿐이다. 사실은 이기적이고 경쟁적인 행위에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을 0으로 줄임으로써 그런 행위를 단념시키려는 것일 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3장에서 정부의 존재 자체만으로는 폭력 감소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야기했다. 살인률이 연간 인구 10만 명당 수백 명에서 수십 명 수준으로 떨어지는 게 고작이다. 한 자릿수까지 더 떨어지려면, 좀 더 모호한 무언가에 의지해야 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정부와 사회적 계약의 정당성을 인정하느냐 마느냐 같은 요소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복수 욕망이 가장 쉽게 조절되는 경우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연스러운 감정 이입 범위에 포함되는 때다. 우리는 낯선 이가 저지르면 용서하지 않는 위반 행위도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가 저지르면 용서한다. ... 복수심이 약화되는 두 번째 상황은 가해자와의 관계가 너무 소중해서 차마 끊을 수 없을 때다. 상대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서로 하나로 묶인 처지라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법을 익혀야 하는 경우이다. ... 복수의 세 번째 조절 장치는 가해자가 무해함을 확신할 때 작동한다. 용서가 제아무리 따스하고 포근해도, 당신을 해쳤던 상대가 다시 그럴 가능성이 있을 때는 섣불리 무장 해제할 수 없다. 그러니 가해자가 당신의 분노를 회피하고 다시 우방이 되고 싶다면, 더 이상 당신을 해칠 동기가 없다는 점을 충분히 설득해 보여야 한다. 그는 우선 자신이 끼친 피해가 특정 상황에서 비롯한 불운한 결과였을 뿐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주장한다. 고의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피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가해자는 사실 자신이 끼친 모든 피해에 대해서 스스로의 변명을 철석같이 믿는데,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도덕화 간극의 일면이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그는 당신의 입장에서 서술한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이다. 즉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당신의 고통에 공감하고, 피해를 배상하고,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신뢰를 약속할 것이다. 한마디로 사과할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이런 전략들은 사무치게 당한 피해자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머컬러는 이런 복수의 조절 장치들이 공공연한 충돌을 줄임으로써 형법 체계를 보완한다고 말했다. 정말로 그렇다면 그 잠재적 보상은 엄청난 셈이다. 사법 체계는 비싸고, 비효율적이고, 피해자의 요구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강제로 투옥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폭력적이다. 요즘 많은 공동체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때로는 형사 재판을 보완하고, 때로는 아예 대체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롱과 브렉케는 1957년 이후 내전을 상징적으로 중단시킨 11건의 화해를 살펴보았는데, 그중 7건(64퍼센트)이 폭력으로 회귀하지 않았다. 이 수치는 인상적이다. 화해가 없었던 충돌들 중에서는 9 퍼센트만 이 폭력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성공 사례들의 공통분모는 화해 의식을 통해 상징적이고 불완전한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었다. 완벽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었고, 아예 정의를 추구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우리가 스피커 근처에 마이크를 두면 출력이 증폭되어 귀청이 떨어질 듯 울리는 것처럼, 응보적 정의는 가해자에게 새로운 피해를 입힘으로써 양측이 경쟁적으로 피해자 의식을 느끼게 만들고, 그 속에서 복수의 욕망을 부추긴다. 그러나 우리가 음량을 낮추면 마이크의 되먹임이 잦아드는 것처럼, 응보적 정의의 정도를 조절하면 공동체 내 폭력의 악순환을 진압할 수 있다. 정의 추구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은 특히 내전 이후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내전 상황에서는 경찰이나 수감 체계와 같은 정의의 제도들이 허약하기 쉽고, 심지어 그런 제도들 스스로 가해자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내부 갈등에서 화해를 끌어낸 대표적 사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는 우애를 뜻하는 코사 족의 개념인 우분투(ubuntu)를 언급하며, 응보적 정의가 아닌 회복적 정의의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서 수십 년 동안 폭력적 억압과 반항을 경험했던 나라를 치유했다. 권리 혁명의 전술들이 그랬듯이, 만델라와 투투의 회복적 정의는 무수한 비폭력적 갈등 해소 방안들을 선별하여 이용했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그것에 기여했다. 롱과 브렉케는 모잠비크,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엘살바도르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평화를 굳혔다고 본다. 그리고 성공의 묘약에는 네 가지 성분이 있다고 보았다. 첫번째는 가감 없이 진실을 알리고 피해를 인정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이것은 가해자가 자신의 해악을 공개적으로 자백하는 진실 화해 위원회의 형태일 수도 있고, 국가 차원의 진실 규명 위원회가 보고서를 작성한 뒤 널리 공표하고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 화해 성공의 두 번째 주제는 사람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명시적으로 고쳐 쓰는 것이다. 달리 말해, 각자가 동일시하는 집단의 정체성을 재정의 하는 것이다. ... 군대는 자신이 곧 국가라는 주장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국가의 호위병으로 강등시킨다. 가장 중요해 보이는 세 번째 요소는 불완전한 정의이다. 사회는 원한을 일일이 갚으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위해에 일정한 선을 긋고, 대대적인 사면을 허락해야 한다. 명백한 주모자들과 일부 불량한 추종자들만을 고발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처벌도 피의 복수가 아니라 평판, 체면, 특권에 타격을 입히는 형태여야 한다. 배상도 요구할 수 있지만, 그것의 회복 가치도 실제 금전적인 것이라기보다 감정의 장부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에 더 가깝다. ... 한마디로 '평화를 원한다면 정의를 추구하라'는 자동차 범퍼 스티커를 벗겨 내라는 말이다. 대신에 조슈아 골드스타인이 권한 문구를 붙이는 게 옳겠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를 추구하라.' 마지막으로 교전자들은 언어와 비언어의 제스쳐를 아낌없이 남발하며 새로운 관계에 대한 각자의 헌신을 신호해야 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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