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자, 그러면, 도덕의 심리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했기에 인도주의 혁명, 긴 평화, 권리 혁명과 같은 폭력 감소를 장려했을까? 각 시대에 우세했던 모형이 역사적으로 변한 방향은 아주 분명하다. 피스케와 테를록은 "지난 300년 동안 전 세계의 모든 사회 체계들이 공동체적 공유 모형에서 권위 서열 모형으로, 동등성 모형으로, 시장 가격 모형으로 갈수록 빠르게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관찰했다. ... 도덕 자원의 투자를 공동체, 신성, 권위로부터 거둬들이는 것이 어째서 폭력에서 멀어지는 방향일까? 공동체성이 부족주의와 패권주의를 정당화한다는 점이 한 이유이고, 권위가 정부의 억압을 정당화한다는 점도 이유이다. 그러나 더 일반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도덕 감각의 기반이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정당한 처벌 대상이 되는 위반 행위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 사회에서든 현대 사회에서든, 진보주의이건 보수주의자이건, 자율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 정부가 폭행범, 강간범, 살인범을 철창에 가두려고 폭력을 쓰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 도덕의 수호자들은 그 합의된 기반으로 그치지 않고, 그 위에 더 많은 비폭력 위반 행위를 쌓고 싶어 한다. 동성애, 음란, 신성 모독, 이단, 상스러움, 신성한 상징에 대한 모독 등등. 도덕적 반대의 실효를 얻기 위해서, 전통주의자들은 리바이어던으로 하여금 그런 행위자를 처벌하게 한다. 따라서 법전에서 이런 위반 행위가 지워지면, 국가가 사람들을 곤봉으로 때리고, 수갑을 채우고, 패고, 가두고, 처형할 근거가 줄어든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장. 낯선 나라
화제로 지정된 대화
2장. 평화화 과정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장. 문명화 과정
화제로 지정된 대화
4장. 인도주의 혁명
화제로 지정된 대화
5장. 긴 평화
화제로 지정된 대화
6장. 새로운 평화
화제로 지정된 대화
7장. 권리 혁명
화제로 지정된 대화
8장. 내면의 악마들
화제로 지정된 대화
9장. 선한 천사들
요즘 사회 규범이 시장 가격 모형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에 많은 사람이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좋든 나쁘든, 비폭력을 지향하는 경향성을 연장하는 일일 것이다. 시장 가격 모형을 사랑하는 급진적 자유주의자들은 매춘, 마약 소지, 도바을 탈불법화할 것이므로, 정부가 감옥에 가둬 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죄수들이 풀려날 것이다(말하나마나, 포주와 마약상은 금주법 시대 갱들의 선례를 따를 것이다.). 무릇 개인의 자유를 지향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기 마련이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폭력의 수준의 낮추는 대가로 신성 모독, 동성애, 마약, 매춘처럼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나쁘다고 느끼는 행동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도덕 면에서 과연 바람직할까? 그러나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옳든 그르든, 우리가 전통적인 공동체, 권위, 순수성의 영역으로부터 도덕 감각을 철수시킨다면 반드시 폭력은 감소한다. 고전적 자유주의가 의제로 내건 것이 정확히 바로 그런 축소였다. 개인이 부족과 권위의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타인의 자율과 안녕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선택은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 현대 사회에서 도덕 감각은 단순히 공동체성과 권위에서 멀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법적 제도를 향해 적극적으로 나아갔다. 이런 변화에도 평화화 효과가 있다. 피스케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표로 삼는 공리주의 도덕이야말로 시장 가격 모형의 대표 사례라고 말한다(나아가 시장 가격 모형은 합리적 -법적 사고방식의 특수 사례에 해당한다.). 앞에서 보았듯이, 체사레 베카리아의 공리주의는 형사 처분을 노골적인 복수심이 아니라 계산된 억제책으로 바꾼 추진력이었다. 제러미 벤담은 공리주의 추론을 이용하여 동성애자 처벌과 동물 학대의 논리를 무너뜨렸고, 일찍이 존 스튜어트 밀도 그것을 이용하여 페미니즘을 지지했다. 199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가 화해 운동에서,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를 포함한 평화 중재자들은 가해자에게 똑같이 갚아 주는 대신 진상 조사, 사면, 최악의 가해자만을 고른 신중한 처벌을 섞어서 썼다. 이것은 적절한 비율로 계산한 처벌을 통해 폭력 감소를 달성한 훌륭한 사례였다. 외국의 도발에 대해 보복 공격보다 경제 제재와 봉쇄 전술로 대응하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최근의 도덕 심리 이론들이 옳은 궤도를 따르는 것이라면, 우리가 공동체, 권위, 신성, 터부에 대해 느끼는 직관은 인간 본성의 일부일 것이고 따라서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영향을 차단하려고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그러나 이것이 꼭 경계할 일만은 아니다. 관계 맺기 모형들은 서로 통합되거나 포섭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합리적-법적 추론으로 폭력의 총량을 최소화할 때 다른 모형들을 무해한 방식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동체적 공유 모형을 인간 생명이라는 자원에 적용하되 가족, 부족, 국가가 아니라 종 전체에 적용한다면, 추상적 인권 개념을 감정으로 뒷받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하나의 대가족에 속하고, 그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남의 생명과 자유를 강탈할 수 없는 것이다. 권위 서열 모형은 국가가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해서 폭력을 독점하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국민에 대한 국가의 권위는 민주적 견제와 균형이라는 또 다른 권위에 복속될 수 있다. 대통령이 의회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의회가 대통령을 탄핵하고 몰아내는 경우가 그렇다. 한편, 우리가 진정으로 귀중하다고 결정한 자원에게는 신성한 가치와 그것을 보호하는 터부를 적용할 수 있다. 개인의 생명, 국경, 화학 무기와 핵무기 사용 금지 등이 그런 자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외교 전문가들은 분쟁자들을 합리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평화 협상의 비용 편익을 조작하려고 하는데, 그런 표준 도구들은 도리어 역효과를 내기 쉽다. 그보다는 분쟁자들을 도덕적 행위자로 간주하고 평화 협상의 상징적 틀을 조작하는 편이 낫다. 그래야만 조금이나마 서광이 비칠 것이다. 인간의 도덕 감각이 늘 평화의 장애물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성과 터부의 사고방식이 자유롭게 활개 칠 때는 그러기 마련이다. 우리가 진정 도덕적이라고 부를 만한 결과를 끌어내려면, 합리적 목표의 안내를 좇아서 그 사고방식을 새롭게 이용해야만 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도덕적 직관을 공동체, 권위, 순수성이 아니라 공정성, 자율성, 합리성에게 할당하도록 장려하는 외생적 원인은 무엇일까? 한가지 분명한 힘은 지리적, 사회적 이동성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가족, 마을, 부족의 좁은 세상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서는 순응과 결속이 삶의 핵심이고, 배척과 추방은 사회적 죽음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다른 집단에서 살 길을 찾을 수 있다. 다른 세상은 대안의 세계관을 보여 주고, 집단에 대한 무조건 숭배보다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초당파적 도덕으로 이끈다. 게다가 열린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재능, 야망, 운을 추구하고자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할 수 있으므로, 권위 서열을 불가침의 자연 법칙으로 여기지 않고 역사의 구성물이나 불평등의 유산으로 여기기 쉽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우리의 결정이 정말로 직관을 따르더라도, 어쩌면 직관 자체가 사전에 진행되었던 도덕적 추론의 유산이다. 개인의 숙고이든, 식탁에서의 토론이든, 과거 토론들의 결과로 축적된 규범이든. 사례 연구를 보면, 사람들은 개인의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가령 여성이 낙태를 결정하는 순간)과 사회 역사에서 결정적인 순간(가령 시민권, 여성권, 동성애자 권리를 주장하며 투쟁하는 시기, 전쟁에 참가한 시기)에 고통스러운 숙고와 고민에 열중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과거의 많은 도덕 변화는 고통스러운 지적 논거에서 유래했고, 그 논거에 대한 격렬한 반박도 뒤따르곤 했다. 그러나 일단 토론이 정리되면, 이긴 쪽의 생각은 사람들의 감수성에 깊이 파고든 뒤에 자신의 자취를 지웠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이단자를 화형해도 되는가, 노예를 부려도 되는가, 아이를 채찍질해도 되는가, 범죄자를 바퀴에서 부서뜨려도 되는가 하고 물으면 사람들은 말문이 막힌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몇 백 년 전에는 정말로 그런 문제가 토론의 주제였다. 조슈아 그린이 전차 딜레마에 대한 피험자들의 반응을 뇌 스캔을 통해 살핀 연구에서 보듯이, 우리는 직관과 이성이 어떤 신경 해부학적 기반을 토대로 상호 작용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각각의 도덕 능력은 각기 독특한 신경 생물학적 중추를 갖고 있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과학 혁명과 이성의 시대가 시기적으로 인도주의 혁명에 앞섰던 것을 떠올리면, 아마도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 줄곧 작동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리석음이 잔혹함을 낳는다고 했던 볼테르의 경구는 이런 이성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허튼 생각들의 정체가 폭로되면 - 신이 인신 공양을 요구한다는 생각, 마녀가 주문을 건다는 생각, 이단자는 지옥에 간다는 생각... - 폭력의 논거는 약화되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 이성은 자기 통제와 나란히 간다는 점에서도 평화를 가져온다. 두 특징은 개인에게서 통계적 상관관계가 있다. 뇌에서 두 특징의 생리적 기반은 서로 겹친다. 자아에게 자아를 통제할 이유를 알려 주는 것이 바로 - 행동의 장기적 결과를 유추한다는 의미에서 - 이성이다. ... 이성은 도덕 감각과도 상호 작용한다. 도덕 충동의 기원인 네 가지 관계 맺기 모형들은 각각 특징적인 추론 스타일과 연결된다. ... 공동체적 공유 모형은 모 아니면 도의 범주로 사고한다(이것을 명목 척도[nominal scale]라고도 부른다.). 개인은 신성한 집단에 속하거나 속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이것은 순수한 정수와 잠재 오염 물질을 감지하는 직관적 생물학의 사고방식이다. 두번째 권위 서열 모형은 순서 척도(ordinal scale)를 사용한다. 서열은 직선적으로 나열되는 법이고, 우리가 그것을 인식할 때 동원하는 장치는 공간, 힘, 시간에 대한 직관적 물리학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은 더 크고, 강하고, 높고, 맨 앞에 오는 것처럼 보인다. 세 번째 동등성 모형은 간격 척도(scale of intervals)로 측정된다. 이 척도는 둘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큰지 비교하지만, 비례 개념은 쓰지 않는다. 그저 대상들을 줄 세우고, 헤아리고, 저울에 올려 비교하는 구체적 과정으로만 계산한다. 마지막 시장 가격 모형(그리고 그것을 포함하는 합리적-법적 사고방식)만이 비례(proportionality)를 사용하여 추론한다. 합리적-법적 모형에는 분수, 퍼센트, 거듭제곱처럼 직관적이지 않은 수학 상징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것은 결코 보편적인 능력이 아니다. 이 능력은 문자와 숫자로 인지를 향상시키는 기술에 의존한다. 비례라는 단어가 수학적 의미 외에도 간혹 도덕적 균형을 뜻한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도덕적 진보는 실력 행사를 전체적으로 삼가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계산된 양만 조심스럽게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베카리아의 공리주의 주장에 따른 형사 처분 개혁, 계몽된 부모들이 아이를 적당히 벌주는 것 시민들이 폭력의 문턱을 넘지 않은 채 불복종과 소극적 저항을 하는 것, ... 이런 형태의 폭력 감소에는 비례 감각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해내는 일이 아니라 이성으로 진작되어야만 하는 습관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이성에 대한 위의 논거들 중, 이성은 목적에 대한 수단일 뿐이고 그 목적은 그 사람의 열정에 달렸다고 했던 흄의 말에 제대로 대답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 이성은 평화와 조화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지만, 그 사람이 평화와 조화를 원할 때만 그렇다. 그 사람이 전쟁과 고통을 즐긴다면, 이성은 전쟁과 고통으로 가는 길도 닦아 준다. 그렇다면, 이성이 우리를 폭력을 덜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고 기대해도 괜찮을까? 엄격한 논리로만 보자면, 그럴 수 없다. 그러나 쉽게 그렇게 바꿀 수 있다. 두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된다. 첫 번째는 이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자신의 안녕을 염려한다는 조건이다. 그가 죽음보다 삶을, 불구보다 온전한 몸을, 고통스러운 삶보다 편안한 삶을 선호한다는 조건이다. 인간이 논리만으로는 이런 선호를 가질 수 없지만, 자연 선택의 산물이라면 그 어떤 존재이든 - 엔트로피의 파괴력을 견디고서 이렇게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 살아남는 존재라면 무엇이든지 - 이런 선호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조건은 그가 자신의 안녕을 침해할 수 있는 다른 행위자들과 한 공동체에 속해 있고, 그들이 서로 메시지를 교환하며 각자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자연 선택은 고독한 추론자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진화는 개체군에서 작용하며, 호모 사피엔스는 특히 이성적인 동물인 것을 넘어서 사회성과 언어를 지닌 동물이기 때문이다. 우주 유일의 군주조차, 왕관을 쓴 머리는 편히 쉴 틈이 없다는 원칙에 따른다. 그도 이론적으로는 실각할 가능성을 늘 걱정해야 하고, 정말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아랫 사람이었던 상대들을 어떻게 다룰지 걱정해야 한다. 4장의 끝에서 보았듯이, 모든 인간이 사익을 추구하고 사회성을 갖고 있다는 가정이 이성과 결합하면, 비폭력을 목표로 삼는 도덕성이 도출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일단 인간이 제약 없는 추론 체계를 습득하면, 처음에는 그것이 식량 조달이나 동맹 확보와 같은 범속한 문제를 위해서 진화했더라도, 나중에는 어떤 명제의 결과에 해당하는 다른 명제들에 대해서도 그것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익혀서 '이것이 쥐를 죽인 고양이다.'라는 문장을 이해하면, 다음에는 '이것이 엿기름을 먹은 쥐다.'라는 문장도 당연히 이해하게 된다. 무엇도 그 발전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37+24를 계산하는 법을 익히면, 당연히 32+47을 계산하는 법까지 알게 된다. 인지 과학자들은 이 기술을 체계성(systematicity)이라고 부르며, 언어와 추론을 담당하는 신경 체계들에게 조합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피터 싱어의 확장하는 윤리 이론은 원래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타인의 관점을 취함으로써 갈수록 더 많은 집단에게 공감을 느끼는 역사적 과정을 명명하고자 싱어의 비유를 빌렸지만, 원래 싱어는 지성을 염두에 두었을 뿐 감정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는 철학에 대한 철학자로서, 사람들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사고 능력을 통해서 타인을 더 존중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존중은 우리가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작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했으면 하고 바라는 한 나를 남보다 더 선호할 수 없듯이, 우리 집단을 다른 집단보다 선호할 수도 없다. 싱어에 따르면, 윤리의 범위를 계속 팽창시키는 추진력은 부드러운 감정 이입이 아니라 단단한 이성이다. -이성을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까마득히 위로 뻗어 있되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는 것이다. 일단 첫 단계를 밟으면, 이후에 우리가 이동할 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과정이 언제 끝날지 미리 알 수 없다. ...... 만일 우리가 에스컬레이터가 무엇인지 모르고 탔다면, 처음에는 몇 미터만 이동할 생각이었더라도 일단 오르고 나면 끝까지 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단 이성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그것이 어디에서 멈출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어떤 행위를 공평무사한 견지에서 옹호하려고 하는 태도는 인간의 사회성과 집단생활의 조건에서 생겨난다. 그러나 추론하는 존재들의 생각 속에서 그 태도는 곧 독자적인 논리를 갖게 되고, 그 논리가 또 스스로를 확장함으로써 집단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적용되도록 이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믿거나 말거나, 우리는 정말로 더 똑똑해지고 있다. 1980년대 초, 철학자 제임스 플린은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했다. 지능 지수(IQ) 검사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주기적으로 기준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안 순간이었다. 정의상 IQ의 평균은 100이다. 그러나 질문은 몇 퍼센트나 맞혀야 평균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질문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지능 검사 회사들은 어떤 공식을 써서 정답률 척도를 IQ 척도에 얹는데, 공식은 계속 이상을 일으켰다. 수십 년 동안 평균 점수가 착실히 높아졌기에, 평균을 100으로 맞추려면 이따금 공식을 손질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문항을 맞혀야만 일정 IQ 점수를 얻도록 바꿔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IQ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다. 플린은 이 인플레이션이 그저 쫓아야 할 골칫거리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그 현상은 최근의 역사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 주고 있었다. 후세대들은 전 세대들과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더 많이 맞혔다. IQ검사가 측정하는 능력이 무엇이든, 그 점에서 후세대들이 더 나아진 것이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에 전 세계에서 IQ 검사가 대규모로 시행되었으므로, 한 나라의 지능 점수 변화는 쉽게 도표화할 수 있다. 플린은 전 세계를 뒤져서 오랜 기간 동일한 IQ 검사를 실시한 경우, 혹은 점수 산정 기준을 알기 때문에 여러 수치들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경우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결과는 모든 표본이 다 같았다. IQ점수는 계속 높아져 왔다. 194년에 리처드 헤른스타인과 정치학자 찰스 머리는 이 현상을 플린 효과라고 명명했고, 이 이름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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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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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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