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미국의 2007년 지역별 살인율 지도에서) 루이지애나의 살인율은 남부의 다른 주들보다 높고, 컬럼비아 특별구 곧 워싱턴 D.C.는 (눈에 띌락 말락 하는 검은 점이다.) 척도를 벗어나다시피 하는 30.8명으로서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남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 구역들이 이상치가 된 까닭은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인구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살인율 차이가 극명하다. 1976년에서 2005년까지 백인의 평균 살인율은 4.8명이었지만 흑인은 36.9명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인종 간 살인율 격차는 옛날부터 늘 있었던 현상이 아니었다. 동북부 도시들, 뉴잉글랜드, 중서부, 버지니아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살인율이 19세기 초반에 내내 비슷했다. 간격은 그 이후에 벌어졌다. 20세기에는 차이가 더 커져,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살인율이 치솟았다. 뉴욕에서는 1850년대에 흑인의 살인율이 백인의 세 배로 높아졌고, 한 세기 뒤에는 13배 가까이 높아졌다. 경제적, 주거적 분리를 비롯한 여러 원인을 따지노라면 책 한 권은 족히 채워질 것이다. 어쨌든 한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저소득 공동체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법에 호소하기보다는 명예의 문화에 (다른 말로 '거리의 법률'에) 의지하여 자신의 이익을 지켰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왜 (미국의) 남부는 오랜 폭력의 역사를 갖게 되었을까? 가장 포괄적인 대답은 정부의 문명화 사업이 남부에서는 동북부에서처럼 깊숙이 침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과는 비교할 것도 없다. 역사학자 피터르 스피렌뷔르흐는 미국에 "민주주의가 너무 일찍 당도했다."는 자극적인 주장을 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먼저 국가가 개인들을 무장 해제시키고 폭력을 독점한 뒤, 나중에 개인들이 국가 기구를 대신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먼저 개인들이 국가를 대신했고, 나중에 국가가 개인들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강요했다. 유명한 헌법 수정 제2조가 단언하듯이, 미국의 개인들은 무기를 지니고 소지할 권리를 유지했다. 미국인들, 특히 남부와 서부의 미국인들은 폭력의 적법한 사용에 대한 독점권을 정부에게 부여하는 사회적 계약을 온전히 맺은 적이 없었던 셈이다. 또한 대부분의 기간에 민병대, 자경단, 폭력배, 청원 경찰, 흥신소, 사설 탐정소 등이 적법한 폭력을 휘둘렀고, 개인에게도 좀 더 많은 폭력이 권리로 허용되었다. 역사학자들이 지적하는 바, 남부에서는 이런 권력 분담이 늘 신성하게 여겨졌다. 에릭 몬코넨의 말을 빌리면, 19세기에 "남부는 정부를 의도적으로 약하게 유지했고, 교도소 등을 삼가는 대신 지역적, 개인적 폭력을 선호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자력 구제 정의의 성패는 남들이 그 사람의 용명과 결의를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있다. 그래서 요즘도 남부인들은 신뢰성 있는 억제 조치, 달리 말해 명예의 문화에 집착하는 편이다. 그 핵심은 포식적, 도구적 폭력은 용인하지 않되 모욕이나 부당한 취급에 대한 보복은 용인하는 것이다. 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과 도브 코언은 이런 사고방식이 여태 남부의 법률, 정치, 태도에 침투해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들의 발견에 따르면, 강도 행각 중 벌어진 살인 통계에서는 남부인이 북부인을 능가하지 않았고, 말다툼으로 촉발된 살인에서만 그랬다. 남부인도 이론적으로는 폭력 사용을 찬성하지 않았지만, 가정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사용에는 찬성했다. 남부에서는 주 법률도 이런 도덕관념을 지지한다. 자기 자신과 재물을 보호하기 위한 살해는 크게 면책해 주고, 총기 구입에 제약을 덜 두고, 학교에서 체벌을 허락하고, 살인에 대한 처벌로 사형을 규정하며, 사법 제도가 기꺼이 사형을 실시한다. 남부에서는 남녀 모두 좀 더 기꺼이 군대에 가고, 사관 학교에서 고부하고, 외교 정책에 대해 매파적인 입장을 취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따라서 영국 후미진 지역에서 온 이주자들이 남부 후미진 지역에 정착했다고 가정하는 것, 그리고 그런 지역들이 오랫동안 무법 상태였기 때문에 명예의 문화가 장려되었다고 가정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그렇더라도 우리는 남부에서도 유효한 형법 제도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는데도 왜 명예의 문화가 이토록 지속력이 좋은지를 설명해야만 한다. 어쩌면 남보다 먼저 명예를 포기하는 사람은 남들에게 겁쟁이라고 놀림 당하고 만만한 표적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그 지속력이 큰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요컨대, 미국에서는 적어도 다섯 군데의 주요 지역들이 - 동북부, 중부 대서양 연안주들, 남부 연안 주들, 캘리포니아, 남서부 - 문명화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정도로 겪었다. 서부는 동부보다 폭력 감소에서 200년쯤 뒤져, 미국에서 무정부 상태의 종말을 상징적으로 알렸던 이른바 1890년 개척 종결 선언 때까지 이어졌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미국) 서부를 비롯하여 그 밖에도 한창 팽창하던 폭력적 지역들, 가령 일용 노동자 야영지, 뜨내기 일꾼들의 마을, 차이나타운("관둬, 제이크, 여긴 차이나타운이잖아.")에서 소란이 잦았던 것은 꼭 무정부 상태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트라이트는 인구 구성과 진화 심리학의 조합이 난폭함을 격화시켰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그런 지역에는 미혼의 젊은 남자가 많았다. ... 모든 폭력 연구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한 가지 현상은 대부분의 폭력을 15~30세 사이의 남자들이 저지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 경쟁적이다. 게다가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에는 남자가 위계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평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평판은 성인기 초기부터 투자해야 얻을 수 있고 그 후에는 그 보상을 평생 누릴 수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생물학자들은 가끔 이 연속선을 가리켜 '난봉꾼이냐 아버지냐 (cads vs. dads)'라고 부른다. 남자가 많은 사회 생태계라면, 남자 개인에게 가장 유리한 에너지 할당은 '난봉꾼' 극단이다. 알파메일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곧 경쟁을 물리치는 일이고, 희소한 여성들에게 다가가 구애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여자가 많지만 남자 중 일부가 그들을 독점하는 환경에서도 난봉꾼 전략이 선호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제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만하다. 데일리와 윌슨이 지적했듯이, "스스로 생식 면에서 완벽한 실패의 궤도에 올랐다고 인식하는 생물체라면 어떻게든 현재의 궤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가끔은 죽음의 위험마저 감수해야 한다. 한편, 남녀 수가 같고 일부일처 결합이 이뤄지는 생태계에서는 남자들이 '아버지'를 선택한다. 그런 환경에서는 폭력적 경쟁이 남자에게 생식의 이득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큰 불이익을 암시한다. 자신이 죽어버리면 자식을 부양할 수 없으니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여자와 결혼이 젊은 남자를 문명화시킨다는 생각은 진부하고 입에 발린 말로 느껴지지만, 현대 범죄학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보스턴의 저소득층 십대 1000명을 45년간 추적한 유명한 연구에서, 불량 청소년이 범죄자의 삶을 피할 수 있는가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두 가지가 밝혀졌다.하나는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가 아끼는 여자와 결혼하여 아내와 자식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결혼의 효과는 상당했다. 독신자의 4분의 3이 계속 범죄를 저지른 데 비해 기혼자는 3분의 1만이 그랬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미국과 유럽의 역사적 궤적은 시기적으로 어긋나고 부조화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이 동시에 겪은 경향성도 있었다. 1960년대에 폭력률이 유턴을 그렸던 점이다. 그림 3-1에서 3-4까지를 보자. 1960년대에 유럽 국가들의 살인율이 한 세기 전에 작별을 고했던 수준으로 반등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 3-10을 보자. 미국에서도 1960년대에 살인율이 급등했다. 대공황, 제2차 세계 대전, 냉전을 겪으면서도 30년 동안 자유낙하했던 살인율이 이때 2.5배 이상 높아져, 1957년에 최저 4.0명이었던 것이 1980년대 최고 10.2명이 되었다. 강간, 폭행, 강도, 절도 등 다른 주요 범죄들도 급증했고, 향후 30년간 (오르락내리락하며) 그 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도시가 위험해졌다. 뉴욕은 새로운 범죄의 상징이 되었다. 폭력의 급증은 모든 인종과 성별에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극적인 변화는 흑인 남성들이 겪었다. 그들의 연간 살인율은 1980년대 중반에 10만 명당 72명까지 치솟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하지만 나는 1960년대 범죄 급증을 일종의 세대적 비문명화 과정과 연결지은 점에서는 윌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새 세대는 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묘사했던 800년간의 문명화 과정을 다방면에서 애써 반격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이 마치 다른 인종 집단이나 국가인 양 대담한 결속감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세대였다. ... 이들은 나이 많은 세대들을 수적으로 능가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전자 매체 덕분에 자신들의 수적 우세를 한껏 실감했다. 이들은 텔레비전을 보며 자란 첫 세대였다. 세 대형 방송국 시절의 텔레비전 덕분에 이들은 동세대의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다는 사실을 의식했고, 남들도 자신이 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의식했다. 경제학자나 논리학자가 공통 지식이라고 부르는 이 인식으로부터 수평적 결속망이 만들어졌다. 이 그물망은 과거에 젊은이들을 서로 떨어뜨리고 연장자에게 조아리게끔 강요했던, 부모와 권위자에 대한 수직적 연계를 끊어 놓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5~30세 인구의 결속감은 호시절을 겪고 있는 문명사회에게도 위협이 될 만하다. 더욱이 이 비문명화 과정의 영향력은 20세기에 줄곧 세력을 유지했던 또 다른 경향성 때문에 더욱 증폭되었다. 엘리아스를 번역했고 그의 지적 후계자라 할 만한 사회학자 카스 바우터르스는 유럽의 문명화 과정이 끝까지 전개된 뒤 그 후속으로 탈형식화 과정(informalizing process)이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문명화 과정은 상류 계층에서 아래로 규범과 예절이 흘러내린 과정이었다. 그러나 서구 사회가 점차 민주화되자 더 이상 상류층이 도덕적 모범으로 보이지 않았고, 취향과 예절의 위계가 점차 평평해졌다. 탈형식화는 복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모자, 장갑, 넥타이, 드레스 대신 편한 스포츠복을 입었다. 언어도 영향을 받았다. 사람들은 친구를 아무개 씨, 부인, 아가씨로 지칭하는 대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말과 행동거지는 그 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격식을 탈피했고, 더 자연스러워졌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탈형식화 과정으로 차차 무너져 내리던 엘리트의 정당성은 또 다른 타격을 경험했다. 시민권 운동을 통해서 미국 기성세대의 도덕적 오점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비판자들은 사회의 다른 부분도 조명하여, 더 많은 얼룩을 공개했다. 핵 홀로코스트의 위협, 비자유주의적인 군사 개입, 특히 베트남 전쟁, 나중에는 환경 오염, 여성과 동성애자에 대한 억압까지. 서구 기성세대의 공언된 적이었던 마르크스주의는 제3세계 '해방' 운동에 침투함으로써 영예를 얻었고, 보헤미안들과 유행을 따르는 지식인들은 점차 그것을 받아들였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수행된 여론 조사들에서는 온갖 사회 제도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던 것이 잘 드러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이런 퇴보는 엘리아스의 문명화 과정을 이끌었던 주된 두 원동력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미국 서부나 제3세계 신생 독립국처럼 정부 통제가 느슨해져 무정부 상태가 된 탓이 아니었다. 상업과 분업에 기반한 경제가 봉건제와 물물교환으로 후퇴한 탓도 아니었다. 196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의 반(反)문화가 엘리아스의 과정에서 그 다음 단계를 - 즉, 더욱 강력한 자기 통제와 상호 의존을 지향하는 심리변화 - 끈질기게 공격한 탓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960년대 대중문화의 가치들과 동시대 폭력 범죄의 증가를 연결 지어야 할까? 직접적으로는 물론 아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아마도 제3의 요인이, 즉 문명화 과정의 가치들에 대한 반격이라는 요인이 대중문화의 변화와 폭력적 행동의 증가를 둘 다 일으켰을 것이다. 더군다나, 베이비붐 세대의 압도적 다수는 아무런 폭력도 저지르지 않았다. 어쨌든 태도와 대중문화가 서로를 강화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적어도 취약한 개인들과 하위문화들이 갈팡질팡 휘둘리기 쉬운 사회 변두리에서만큼은 비문명화를 지향하는 사고방식이 실제 폭력을 조장한다고 인과의 화살표를 그려도 좋을 것이다. 인과 관계를 꼽을 만한 한 요소는, 사법 정의를 담당하는 리바이어던이 스스로를 불구화한 현상이었다. ... 그들(작가와 지식인)은 시대정신에 감화된 나머지, 새로운 방종함을 합리화했다. 마르크스주의는 폭력적 계급 투쟁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로 묘사했다. 허버트 마르쿠제, 폴 굿맨 같은 유력한 사상가들은 마르크스주의나 무정부주의를 프로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융합시키려고 노력했다. 서적, 감정적 억압을 정치적 억압과 연결 짓고, 금지로부터의 해방을 혁명적 투쟁의 일환으로 옹호하는 것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950~2010년 미국의 살인율과 1961~2009년 캐나다의 살인율을 비교한 데이터에서) 캐나다의 살인율은 미국인의 3분의 1 미만이다. 한 원인은 캐나다에서는 19세기에 기마 경관들이 이주자들보다 먼저 서부 변경으로 이동함으로써 폭력적인 명예의 문화를 배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범죄 경향성에서 흔히 또 다른 용의자로 거론되는 경제 역시, 이 현상(1990년대 범죄 감소현상)을 설명하는 데에는 별반 더 낫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에 과연 실업률이 낮아졌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오히려 높아졌는데, 그럼에도 강력 범죄는 미국처럼 줄었다. 프랑스와 독일도 실업률은 높아졌지만 폭력은 줄었고, 거꾸로 아일랜드와 영국은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폭력은 늘었다. 이것은 언뜻 느끼기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다. 범죄학자들은 실업률과 폭력 범죄 발생률이 무관하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알았다(재산 범죄 발생률과는 상관관계가 조금 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를 야기한 2008년 금융 붕괴 이후 3년 동안, 미국의 살인율은 14퍼센트 더 떨어졌다. 범죄학자 데이비드 케네디는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경제가 폭락하면 범죄가 심해진다고 굳게 믿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옳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레빗은 저널리스트 스티븐 더브너와 함께 베스트셀러 <괴짜 경제학>을 써서 이 이론(1973년 로 대 웨이드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 판결로 낙태가 합법화되었기 때문에 폭력 발생률이 줄었다는 이론)을 대중화시켰고, 덕분에 많은 독자가 1970년대 에 장차 범죄자가 될 태아들이 낙태되었기 때문에 1990년대에 범죄가 감소했다고 믿게 되었다. 공정을 기하고자 밝히는데, 레빗은 정확히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범죄 감소를 야기한 네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교한 상관관계 통계로 연관성에 대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가령 그는 1973년 이전에 낙태를 합법화했던 소수의 선도적 주들이 범죄율 하락도 제일 먼저 겪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통계는 길고 가설적이고 가느다란 인과의 사슬에서 양 끝을 대뜸 비교하면서 - 첫 번째 고리는 낙태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마지막 고리는 20년 뒤의 범죄 감소이다. - 중간 고리들은 모조리 무시한다. 그 중간 고리로는 낙태가 합법적으로 가능하면 사람들이 원치 않는 아이를 덜 낳는다는 가정,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는 범죄자가 되기 쉽다는 가정, 낙태로 선별된 최초의 세대가 1990년대 범죄 감소의 선봉에 섰다는 가정 등이 있다. 그러나 사실 전체적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설명도 가능하고 (이를테면, 낙태 합법화에 앞장섰던 크고 자유주의적인 주들은 마약 유행의 흥망도 선봉에서 겪었다.), 중간 고리들은 알고 보면 허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가정들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괴짜 경제학 이론은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비율이 1973년 전후로 비슷했다고 가정한다. 아이가 태어나느냐 마느냐만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가 합법화되었을 때, 연인들은 그것을 산아 제한에 대한 보완책으로 여겨 피임 조치 없는 섹스를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만일 여자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면, 낙태를 더 많이 선택하더라도 결국 원치 않는 아이의 출생 비율은 일정했을 수 있다. 오히려 더 늘었을 수도 있다. 낙태라는 선택지에 대담해진 여자들이 순간의 열기에 휩쓸려 피임 없는 섹스를 더 많이 한 뒤, 임신 후에는 꾸물거리면서 낙태를 미루거나 결국 낙태할 마음을 고쳐먹었다면 말이다. 실제로 1973년 이래 취약 계층 여성들에게서 - 가난하고, 미혼이고, 십대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산모들 - 태어난 아기의 비율은 괴짜 경제학의 예측대로 줄기는 커녕 늘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쩌면 내가 앞에서 했던 짐작이 정말로 이 사실에 대한 설명일지도 모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설령 부모가 원치 않았던 아이가 자라서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더라도, 그것은 범죄 성향의 환경에서 사는 여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지 원치 않는 임신 자체가 직접적으로 범죄 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을 고정한 채 양육의 효과와 아이의 또래 환경 효과를 대조해 본 연구들에서는 언제나 또래 환경이 이겼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나를 넘어뜨린 나에게』 함께 읽기 / 책 나눔 안내[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