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역사적으로 볼 때, 20세기 말의 권리 혁명에는 충격적인 속성이 하나 있었다. 폭력을 거의 쓰지 않았고 상대의 폭력을 자극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킹은 시민권 운동의 순교자가 되었고, 그 밖에도 차별적 테러에 희생된 사람이 몇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1960년대 하면 떠올리는 도시 폭동들은 시민권 운동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운동의 중요한 이정표들이 대부분 출현한 뒤에 분출한 사건이었다. 다른 혁명들은 아예 이렇다 할 폭력이 없었다. 사상자가 없는 스톤월 폭동이 있었고 동물권 운동의 변방에서 몇몇 테러 행위가 있었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활동가들은 책을 썼고, 강연을 했고, 행진을 주최했고, 입법가들에게 로비를 했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그들은 대중에게 약간의 자극만 주면 되었다. 대중은 이미 개인의 권리에 바탕한 윤리를 받아들인 상태였고, 어떤 형태의 폭력이든 반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을 과거의 운동들과 비교해 보라. 과거에는 수십만, 수백만 명이 죽어 나가는 유혈 사태를 겪고서야 전제 정치, 노예제, 식민 제국을 끝장 낼 수 있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그저 사고였을 뿐>을 보며 어느순간부터는 엉엉 울고 싶었다. 더 긴 시간 앉아있었지만 본 게 별로 없다고 느꼈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보다 내게는 훨씬 더 좋은 영화였다.
폭력의 감소 덕분에, 이제 우리는 수천 년 동안 그 원인을 이해하는 일을 가로막았던 이분법을 버릴 수 있다. 인류가 근본적으로 악한가 선한가, 유인원인가 천사인가, 매인가 비둘기인가, 전형적인 홉스식의 비천한 짐승인가 전형적인 루소식의 고귀한 야만인인가 하는 이분법이다. 자연적 상태로 존재하는 인간들이 반드시 평화로운 협동 상태를 구축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규칙적으로 기갈을 풀어야 하는 피의 갈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하나 이상의 구성 요소로 만들어졌다고 보는 개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을 것이다. 능력 심리학(faculty psychology), 다중 지성(multiple intelligences), 정신 기관(mental organs), 모듈성(modularity), 영역 특수성(domain-specificity), 마음을 스위스 만능칼에 비유하는 이론 등이 그런 시각을 취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포식성, 우월성, 복수처럼 폭력으로 몰아가는 동기들이 있지만, 연민, 공정성, 자기 통제, 이성처럼 - 적절한 환경에서는- 평화로 이끄는 동기들도 있다. 이 장과 다음 장에서는 무엇이 그런 동기들이고 어떤 환경에서 그것들이 발휘되는지 살펴보겠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심리학자 리처드 트랑블레는 사람의 평생에 걸쳐 폭력 발생률을 측정해 보았는데, 그 결과 인생에서 가장 폭력적인 시기는 사춘기나 청년기가 아니라 그 이름도 절묘한 미운 두 살이었다. 걸음마를 배우는 시기의 아기들은 아무리 얌전해도 보통 남들을 발로 차고, 물고, 때리고, 싸우지만, 이후에는 물리적 공격의 빈도가 아동기 내내 낮아진다. 트랑블레는 이렇게 말했다. "아기들은 물론 서로 죽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아기들에게 칼이나 총을 못 만지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공격성을 익힐까 하고 물었다. [그러나] 잘못된 질문이었다. 옳은 질문은 아이들이 어떻게 공격성을 버릴까 하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람들이 상상에서 저지르는 폭력 행위의 수와 현실에서 저지르는 수가 크게 차이 난다는 점에서 우리는 마음의 구조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폭력의 통계는 폭력이 인간에게 갖는 중요성을 간과하는 면이 있다. 인간의 뇌는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라틴 격언을 따른다. 사람들은 평화로운 사회에서 살 때조차 엄포와 위협의 논리에 매력을 느끼고, 동맹과 배신의 심리에 매료되며, 인체의 나약함과 그것을 착취하거나 보호할 방법을 골똘히 고민한다. 검열과 도덕적 비난이 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폭력적 오락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을 보면, 인간의 마음은 폭력에 대한 정보를 늘 갈망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대한 그럴싸한 설명은,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늘 폭력의 가능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만 잘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도널드 시먼스는 몹쓸 몽상과 오락의 소재로서 폭력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 소재에서도 비슷한 불일치를 확인했다. 바로 섹스다. 사람들은 흔히 금지된 섹스를 몽상하고, 그것을 소재로 예술을 창작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로 그러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 간통이든 폭력이든 실제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기회가 온다면 그것이 다윈주의적 적응도 면에서 주는 잠재 이득이 엄청나다. 시먼스는 우리가 무언가를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빈도는 낮되 충격은 큰 사건에게 맞춰진 반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손으로 잡고, 걷고, 말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몽상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런 내용으로만 이루어진 드라마를 돈 내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정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는 것은 금지된 섹스, 폭력적 죽음, 월터 미피 풍의 신분 상승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고양이는 식식거린다. 사람은 욕한다. (뇌의) 분노 회로가 언어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기능이 멎은 흔적 회로가 아니라 뇌의 나머지 부분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분노 회로는 인간이 아닌 다른 포유류들의 공격성을 제어하는 여러 회로 중 하나이고,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인간의 다채로운 공격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폭력이 우리 유년기, 환상, 예술, 뇌에 새겨져 있다면, 군인들은 왜 전투에서 발사를 주저할까? 그러려고 전투에 나간 것이 아닌가? 유명한 한 연구는 제2차 세계 대전 참전 용사의 15~25퍼센트만이 전투에서 무기를 발사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치명적 폭력 앞에서 돌연 소심해지는 현상은 길거리 싸움이나 술집 난투극에서도 흔하다. ... 두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치고 악담을 주고받아 체면을 살린 뒤, 몸보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채로 헤어진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일대일로 충돌할 때 종종 자제심을 발휘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인간의 온화함과 연민의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것은 홉스와 다윈의 폭력성 분석에서 충분히 예측되는 결과이다. ... 내가 아예 그를 죽여 버린들, 그의 친척들이 내게 복수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다윈주의적 생물들은 대칭적 대치 상태에서 먼저 심각한 공격을 가하는 행위를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고려해야 한다. 그 자제력을 우리 인간은 불안이나 마비로 경험하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신중함이다. 연민과는 무관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콜린스는 또 예측적 공황(forward panic)이라고 명명한 증후군이 (실제 싸움에 관한 기록을 점검하면서)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용어로 말하자면 광란극(rampage)이다. 어느 공격적인 집단이 상대 집단의 동정을 엿보거나 대치한 상태로 오래 걱정하고 두려워했다고 하자. 그러다가 상대가 취약한 순간을 포착하면 두려움은 분노로 바뀌고, 야만스러운 광란성이 분출된다. ... 예측적 공황은 폭력 중에서도 추악하다. 그것은 집단 살해, 대량 학살, 치명적 인종 폭동, 포로 없는 몰살전을 낳는 정신 상태이다. 또한 경찰의 잔혹 행위에 깔린 심리이다. 1991년 로드니 킹 사건이 그런 예였다. 경찰은 고속도로 추격 끝에 킹을 체포했는데, 그가 격렬하게 저항하자 야만스럽게 집단 구타했다. 잔인함에 발동이 걸리면 분노는 황홀경으로 발전한다. 광란극을 벌이는 사람들은 웃고 환성을 올리면서 야만의 축제를 즐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하나의 사건을 공격자, 피해자, 중립적 제삼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각각 서사가 달라지는 현상은 그림 2-1에서 본 폭력의 삼각형에 겹쳐진 심리적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도덕화 간극(Moralization Gap)이라고 부르자. 도덕화 간극은 자기 위주 편향(self-serving bias)이라는 더 큰 현상의 일부이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 '좋다'는 것은 효율적이고 능력 있고 가치 있고 유능하다는 뜻일 수도 있고, 착하고 정직하고 너그럽고 이타적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인간에게 자신을 긍정적으로 내보이려는 동기가 있다는 것은 20세기 사회 심리학의 중요한 발견이었다. ... 자기 위주 편향의 대표적인 현상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평가를 조작함으로써 자신이 스스로의 행동을 잘 통제한다는 인상을 지키려고 애쓰는 현상이다. 레이크 워비건 효과(Lake Wobegon Effect)도 있다(작가 개리슨 케일러가 창조한 가상의 마을 이름으로, 그곳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평균 이상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갖가지 바람직한 재능과 특징에 있어서 자신을 평균 이상으로 평가하는 성향을 말한다. 자기 위주 편향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치르는 진화의 대가이다. 우리가 집단을 형성하는 것은 서로 자석처럼 끌리는 로봇이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에게 사회적, 도덕적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기와 공감을, 감사와 신뢰를, 외로움과 죄책감을,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 이런 감정들이 내면의 규제자로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회 생활의 대가로 고통 받지 않으면서도, 즉 사기꾼이나 무임승차자에게 착취 당하지 않으면서도 사회 생활의 이득을 -상호 교환과 협동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협동할 사람에게 공감, 신뢰, 감사를 느끼고, 우리도 그에게 협동으로 보답한다. ... 사회 집단은 다양한 수준의 너그러움과 신뢰도를 지닌 협력자들의 시장이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들통 나지 않을 정도로만 자신의 너그러움과 신뢰도를 실제보다 높게 선전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도덕감정이 협동에 대한 적응이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은 트리버스였다. 그런데 그는 중요한 반전도 하나 지적했다. 자신의 친절과 능력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데는 문제가 따르는데, 남들이 그것을 간파하는 능력을 반드시 발달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 거짓말은 내적 모순 때문에 들통 날 수도 있고 ('거짓말쟁이는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는 이디시 속담도 있다.), 머뭇거림, 씰룩거림, 홍조, 진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단서 때문에 들통 날 수도 있다. 트리버스는 내처 자연 선택이 이런 단서를 뿌리부터 억제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기기만(self-deception)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대담하게 주장했다. 우리는 남을 더 잘 속이기 위해서 스스로를 속인다. 그러면서도 무의식의 한 켠에서는 자신의 실제 능력을 냉철하게 인식한다. 그래야만 현실에서 지나치게 멀어지지 않을 테니까. 트리버스는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하며, 오웰이 누구보다 먼저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오웰의 말은 이렇다. "통치의 비결은 스스로의 무류성에 대한 믿음과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능력을 결합하는 것이다." ... 자기 위주 편향자들은 마음 속 깊이 정말로 자신이 공정하다고 믿었을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뇌 속의 의견 조작자가 그렇게 말했을 뿐, 무의식이라는 현실 점검자는 줄곧 진실을 깨닫고 있었을까? 심리학자들(피에르카를로 발데솔로와 데이비드 드스테노)들은 피험자들에게 일곱자리 숫자를 외우는 과제를 줌으로써 의식을 붙들어 둔 뒤, 그 상태에서 자신의 (혹은 남들의) 행동을 평가해 보라고 시켰다. 그렇게 의식의 주의가 흩뜨러지자, 끔찍한 진실이 튀어나왔다. 피험자들이 남들에게 그랬듯이 자신에게도 가혹하게 평가했던 것이다. 이것은 진실이 줄곧 바탕에 존재하고 있다는 트리버스의 이론을 증명하는 결과이다. ... 자신에 대한 남부끄러운 진실을 깨닫는 것은 더없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 그렇기에 프로이트는 부정, 억압, 투사, 반응 형성 등등 끔찍한 순간을 최대한 미뤄 주는 갖가지 방어 기제가 있다고 가정했다. - 이론적으로나마 가능하기는 하다. ... 어쨌든 우리는 자신이 늘 옳지는 않다는 사실을 깨우칠 방법이 있다. 그래도 자기기만 문제에서 자신을 기만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망신스러운 계기가 없는 이상, 우리는 자신이 저지르거나 입은 피해를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바우마이스터는, 여전히 심리의 안경을 쓴 채, 이것을 순수한 악의 신화(myth of pure evil)라고 불렀다. 우리가 도덕의 안경을 썼을 때 채택하는 사고방식은 피해자의 사고방식이다. 악은 그저 피해를 입힐 요량으로 이유 없이 일부러 자행된 행위이고, 뼛속까지 사악한 악당이 자행하는 행위이고, 죄 없고 착한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행위이다. 이것이 왜 신화일까? 사실 (심리의 안경을 꿰뚫어 볼 경우) 악은 대체로 정상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피해자의 도발을 비롯한 주변 환경에 대해 자기로서는 합리적으로 정당한 방식으로 반응한 것뿐이다. ... 한나 아렌트는 홀로코스트의 수송 담당 아돌프 아이히만의 전범 재판에 관한 글에서, '악의 평범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남자의 평범성과 동기의 평범성을 포착한 표현이었다. 아이히만에 대한 판단이 옳았는지는 둘째 치더라도(역사학자들은 그가 아렌트의 생각과는 달리 좀 더 단호한 이데올로기적 반유대주의자였다고 본다.), 아렌트는 순수한 악의 신화를 해체하는 데 예지를 발휘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지난 40년 동안 사회 심리학은 - 그녀에게 영감을 얻은 연구들도 있다. - 해로운 결과를 낳은 동기들이 대부분 평범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육식 포유류의 행동에서 포식과 분노는 전혀 다른 형태로 드러난다. 뇌에서도 전혀 다른 부위의 자극 때문에 야기된다. 포식에 관여하는 회로는 팡크세프가 명명한 탐색 체계(Seeking system)의 일부이다. 탐색 체계는 주로 중간뇌의 한 부분에서 시작하여(그림 8-1에서는 안 보인다.) 뇌 중앙의 섬유 다발을 따라(안쪽 앞뇌 다발) 가쪽시상하부로 이어지고, 다시 이른바 파충류 뇌의 중요 부위인 배쪽줄무늬체로 이어진다. 줄무늬체는 여러 평행한 띠들로 이루어져 있고(그래서 줄무늬로 보인다.), 대뇌반구에 깊이 묻혀 있으며, 이마엽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탐색 체계를 발견한 사람은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너였다. 그들이 쥐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고 그것을 스키너 상자의 레버와 연결했더니, 쥐는 쉴 새 없이 레버를 눌러서 자기 뇌를 자극하다가 마침내 탈진하여 나가떨어졌다. 연구자들은 처음에 뇌의 쾌락 중추를 발견했다고 생각했지만, 요즘 신경 과학자들은 그 체계가 실제 쾌락보다는 욕구와 갈망의 토대라고 본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욕구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왜냐하면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더 이상 즐겁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구와 쾌락을 구별하는 것은 뇌의 구조에 기반한 진실인 셈이다.). 탐색 체계는 뉴런 연결이 아니라 화학 물질을 통해서 하나로 묶인다. 뉴런들은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로 서로 교신한다. 코카인이나 암페타민처럼 도파민을 더 많이 생산하게 만드는 약물은 동물을 신나게 만들고, 항정신병 약물처럼 도파민을 줄이는 약물은 동물을 심드렁하게 만든다(배쪽줄무늬체에는 엔도르핀이나 내인성 아편제 등 다른 신경 전달 물질이 반응하는 회로들도 있다. 이런 회로들은 무언가를 앞서서 갈망하는 행위보다 그것이 주어졌을 때 보상을 즐기는 행위에 더 밀접하게 관계한다. ) 동물은 탐색 체계를 통해서 자신이 추구할 목표를 확인한다. 가령 실험실에서는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레버를 찾고, 자연의 육식 동물이라면 탐색 체계가 부여한 동기에 따라서 사냥을 한다. 동물이 사냥감에 살금살금 다가가는 행위는 상상컨대 즐거운 기대의 상태일 것이다. 성공하면, 동물은 먹이를 한 입에 물어 단숨에 해치운다. 이것은 으르렁거리는 분노의 공격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동물의 공격은 공세적인 것과 방어적인 것이 있다. 공세적 공격을 일으키는 단순한 유발 기제는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좌절인데, 후자는 탐색 체계가 전달한 신호에 따른다. 인간의 몇몇 원초적 반응에서도 이런 반사 행동이 드러난다. 아기의 두 팔을 갑자기 꽉 누르면, 아기는 분노로 반응한다. 어른은 망치로 손가락을 찧거나 기대하던 것을 얻지 못해 놀라면, 대뜸 공격적으로 욕설을 뱉거나 물건을 망가뜨린다(충격 유지 보수 기법이라고 불리는 컴퓨터 수리 방법, 즉 몇 대 때리는 방법을 떠올려 보라.). 이와달리 방어적 공격은 공포를 담당하는 뇌 체계에서 유발된다. 쥐라면 상대의 옆구리를 물고 때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머리로 돌진하는 것이 방어적 공격이다. 공포 체계도 분노 체계와 마찬가지로, 뇌수도관주위회색질에서 시상 하부를 거쳐 편도로 이어지는 회로이다. 공포 회로와 분노 회로는 서로 다르고, 각각의 기관에서 서로 다른 핵을 잇지만, 위치가 가깝기 때문에 쉽게 상호 작용한다. 가벼운 공포는 그 자리에 얼어붙거나 도망치는 행동을 일으키지만, 극심한 공포는 다른 자극들과 결합함으로써 분노한 방어적 공격을 일으킨다. 어쩌면 사람의 예측적 공황 혹은 광란극도 공포 체계에서 분노 체계로 자극이 넘어가는 현상과 관계있을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눈알 위의 눈확겉질(그림 8-3)과 안쪽으로 면한 배안쪽겉질(그림 8-4)은 붙어 있다. 둘의 역할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신경 과학자들은 둘을 뭉뚱그려 말하곤 한다. 그래도 눈확겉질은 경험이 유쾌한지 불쾌한지를 결정하는 데 좀 더 관여하는 듯하고(내장으로부터 신호를 받는 섬겉질 옆에 있으니까 그럴 만하다.), 배안쪽겉질은 원하는 것을 얻고 원하지 않는 것을 잘 피했는지를 결정하는 데 좀 더 관여하는 듯하다(탐색 체계가 뻗은 뇌 중선을 따라 놓여 있으니까 역시 그럴 만하다.). 어쩌면 이 구분이 도덕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피해에 대한 감정적 반응과 피해에 대한 판단과 반성을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경계가 흐릿하기에, 나는 앞으로도 두 부분을 '눈확겉질'로 통칭하겠다. 눈확겉질은 여러 신호들을 받음으로써 - 내장의 감각, 욕망의 대상, 감정적 충동, 겉질의 다른 부분에서 온 감각과 기억도 입력 받는다. - 감정의 조절자로 기능한다. 분노, 온기 공포, 혐오 같은 본능적 감정들을 받아서 그 사람이 지닌 목표와 통합한 뒤, 적절한 계산으로 신호를 조절하여 원래의 감정 영역의 감정 영역으로 돌려보낸다. 냉정한 숙고와 실행을 제어하는 겉질 영역으로도 신호를 올려 보낸다. ... 레인이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폭력에 취약한 사람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눈확겉질 영역이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확겉질은 역시 감정을 담당하는 다른 영역들, 가령 편도에 비해 대사가 덜 활발했다. 레인은 또 충동적 살인범들과 계획적 살인범들의 뇌를 비교했는데, 충동적 살인범들만 눈확겉질 기능에 이상이 있었다. 이것은 눈확겉질의 자기 통제 기느이 폭력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어쩌면 여기에는 눈확겉질의 또 다른 임무가 관여하는지도 모른다. 눈확겉질이 손상된 원숭이는 위계 서열에 잘 끼어들지 못하고, 더 많이 싸운다. 사람도 그 부분이 손상되면 사회적 실책에 무감한 태도를 보이는데,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 레인은 반사회적 성격 장애 환자들에게 자신이 저지른 실책을 글로 써서 읽어 보라고 시켰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부끄러움, 수치심, 죄책감이 동반된 시련이라 신경계가 반응하지만, 환자들의 신경계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요컨대, 눈확겉질은 (이웃인 배안쪽겉질과 함께) 자기 통제, 타인에 대한 공감, 규범과 관습에 대한 감수성 등 여러 평화화 능력에 관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확겉질은 대뇌에서 상당히 원시적인 부분이다. 쥐에도 눈확겉질이 있고, 내장에서 온 신호들을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폭력을 좀 더 의도적으로, 지적으로 조절하는 기제들은 뇌의 다른 부분에 의존할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심리학자 리앤 영과 레베카 삭스는 사람들을 fMRI(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스캐너에 넣은 뒤, 고의적인 피해나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읽게 했다. 그 결과, 가해자의 심적 상태에 비추어 과실을 결정하는 능력은 관자엽과 마루엽의 이음부에 달려 있었다. 그림 8-3에서 환하게 표시된 부분이다(연구에서 실제로 활성화된 곳은 우반구의 해당 영역이었다.). 관자마루이음부는 다양한 정보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자기 몸의 위치에 대한 인식, 타인의 신체와 행동에 대한 인식도 포함된다. 삭스는 그 영역이 이른바 마음 읽기, 직관적 심리학, 마음의 이론이라 불리는 정신 능력에도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쉽게 말해 타인의 신념과 욕망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본능을 넘어서는 도덕적 심사숙고에는 또 다른 종류가 있다. 서로 다른 행동들의 결과를 두고 경중을 따지는 일이다. 도덕 철학에서 노상 등장하는 사례로 이런 것이 있다. 어느 가족이 나치를 피해 지하실에 숨었다. 아기가 울면 소재가 발각되어 아기를 비롯한 가족 전원이 죽을 텐데, 그렇다면 아기를 질실시켜 죽여야 할까? 이런 것도 있다. 폭주하는 전차 앞에 뚱뚱한 남자를 내던지면 철로에 있던 노동자 다섯 명이 치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할까? 공리주의적 계산에 따르면 둘 다 허락할 만하다. 한 명을 희생하여 다섯 명을 구하니까. 그러나 사람들은 아기를 질식시키거나 뚱뚱한 남자를 내던지는 데 난색을 표한다. 아마도 자신의 맨손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친다는 데에 본능적인 반감을 느끼기 떄문일 것이다. ... 철학자 조슈아 그린은 코언의 연구진과 함께 이 점을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아기를 질식시키거나 남자를 전차에 내던지는 데 대한 본능적 반감은 편도와 눈확겉질에서 생겨나지만, 최대 다수의 목숨을 구하는 공리주의적 사고는 이마엽의 일부인 뒤가쪽이마앞엽겉질에서 계산되었다. 그림 8-3에 이 부위도 표시되어 있다. 뒤가쪽겉질은 지적, 추상적 문제 풀이에 많이 관여한다. 이를테면 IQ 검사를 받을 때 활성화한다. 사람들이 지하실의 우는 아기 문제를 고민할 때는 눈확겉질(아기를 질식시킨다는 공포에 반응한다.)과 뒤가쪽겉질(구하고 희생할 목숨을 계산한다.)이 모두 활성화하는 동시에 서로 상충하는 충동들을 다루는 또 다른 뇌 영역이 함께 활성화하는데, 바로 앞띠겉질이다. 그림 8-4에 표시되어 있듯이, 앞띠겉질은 뇌의 안면에 있다. 이 문제에서 아기를 질식시켜도 괜찮다고 추론한 사람들은 뒤가쪽겉질이 더 많이 활성화했다. 관자마루 이음부와 뒤가쪽이마앞엽겉질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유달리 성장한 부분으로, 덕분에 우리는 폭력 중에서도 어떤 종류는 정당화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계산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 결과에 양가적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보아 - 아기를 질식시키는 것을 폭력으로 볼 것인가, 폭력을 방지한 행위로 볼 것인가? - 우리 대뇌에서도 가장 대뇌적인 핵심 부분은 내면의 악마도, 선한 천사도 아니다. 그것은 폭력을 조장할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인지 도구일 뿐이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우리는 조장하는 힘과 억제하는 힘 둘 다를 인간 고유의 폭력들에게 아낌없이 적용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폭력의 심리적 뿌리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여러분이 충분히 납득했기를 바란다. 폭력에는 수많은 뿌리가 있고, 각각은 다른 원칙에 따라 작동한다. 그것들을 이해하려면, 뇌의 하드웨어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살펴보아야 한다. 즉, 사람들이 폭력을 행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 ... 폭력의 분류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다들 얼추 비슷하게 구분한다. 나는 폭력을 네 종류로 나눈 바우마이스터의 체계를 사용할 텐데, 그중 하나만은 둘로 더 쪼갰다. 폭력의 첫 번째 종류는 실용적, 도구적, 착취적, 포식적 폭력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것은 가장 단순한 폭력이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힘을 쓰는 것이다. 이때 폭력은 탐욕, 정욕, 야심 등 뇌의 탐색 체계가 설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 이용되며, 뒤가쪽이마앞엽겉질로 상징되는 개인의 지적 능력 전체가 그 과정을 이끈다. 폭력의 두 번째 뿌리는 우세 충동이다. 경쟁자들보다 우월해지려는 동기이다(바우마이스터는 '자기중심주의'라고 불렀다.). 이 충동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자극되는 우세 체계, 다른 말로 수컷 간 공격 체계와 관계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컷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개개인에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집단들도 서로 우세를 점하고자 경쟁하기 때문이다. 폭력의 세 번째 뿌리는 복수심이다. 피해를 똑같이 되갚으려는 동기이다. 그 직접적인 엔진은 분노 체계이지만, 탐색 체계에서도 이유를 끌어올 수 있다. 폭력의 네 번째 뿌리는 가학성, 즉 남을 해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다.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한 이 동기는 인간 심리에 존재하는 여러 괴벽들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특히 탐색 체계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폭력의 원인은 이데올로기이다. 신실한 신자들이 일군의 동기들을 하나의 교리로 엮어 낸 뒤, 다른 사람들까지 끌여들여 그 파괴적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데올로기는 뇌의 일부가 아니다. 뇌 전체와도 동일시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의 뇌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인간이 동물을 포식할 때만큼 가해자의 관점과 - 무도덕적이고, 실용적이고, 심지어 경박하다. - 피해자의 관점이 멀찌감치 벌어진 경우는 또 없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배스는 어부의 애정을 그대로 돌려줄 마음이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가지 요리 대신 닭이나 산 가재를 먹으면서 느끼는 추가의 작은 쾌락이 동물들의 희생을 정당화하는지에 대해 동물들에게 의견을 묻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무관심 때문에, 사람에 대한 냉혹한 포식적 폭력도 가능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포식적 폭력은 너무나 평범하고 쉽게 설명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도덕적 풍경 가운데 가장 특이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잔학 행위에 대해서 읽고는 - 이를테면 우간다 반군들이 지붕에서 야영하다가 시간을 때울 겸 여자를 납치하고, 결박하고, 강간하고, 끝내 땅으로 떨어뜨려 죽이는 사건 -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어떻게 인간이 이런 짓을 하지? " 이때 우리는 지루함, 욕정, 놀이 등등 명백한 답이 있는데도 그 답을 거부하는 셈인데, 왜냐하면 가해자의 이득보다 피해자의 고통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해자의 관점을 취하고, 순수한 악의 개념을 취한다. 그러나 사실은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가 아니라 왜 그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지지 않는가를 물어야만 그런 무도한 행위를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포식적 폭력은 전적으로 실용적이지만, 인간의 마음은 추상적 추론에 그리 오래 매달리지 못한다. 마음은 진화를 통해 갖춰진 다른 종류의 폭력, 즉 감정이 팽배한 폭력으로 자꾸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포식의 대상이 폭력에 대응하여 방어 조치를 취하는 순간, 포식자는 감정이 격화된다. 먹잇감이 된 사람들은 숨거나 재규합하여 포식자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포식자를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다.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것도 도구적 폭력인데, 이러면 양쪽은 안전의 딜레마, 즉 홉스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가해자는 흔히 피해자를 해충에 빗대고 도덕적 혐오를 느낀다. 혹은, 그들을 존재론적 위협으로 감주하고 증오를 느낀다. ... 포식자는 먹잇감의 방어적 보복에 대해서 마치 자신이 공격을 당한 입장인 양 반응하고, 도덕화된 분노와 보복의 갈망을 느낀다. 도덕화 간극 때문에, 자신의 선제공격은 불가피하고 사소한 것으로 축소하면서 상대의 보복은 이유 없고 파괴적인 것으로 부풀린다.양측은 과실을 다르게 셈하고 - 가해자와 피해자는 공격 횟수를 서로 다르게 헤아린다. - 그 차이 때문에 보복의 악순환에 빠진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자기 위주 편향이 포식적 폭력의 작은 불꽃을 지옥의 불길로 부채질하는 두 번째 방법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힘과 전망도 과장해서 생각한다. 자기 위주 편향 중에서도 이런 유형을 긍정적 착각(positive illusion)이라고 부른다. 수백 건의 연구가 보여 준 바, 우리는 자신의 건강, 리더십, 지능, 전문가로서의 유능함, 스포츠 실력, 관리 기술을 과대평가한다. ... 우리는 왜 이런 망상을 품을까? 긍정적 착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자신감을 주고, 정신적 건강을 북돋운다. 그러나 이것은 왜 우리가 그러는가에 대한 설명이 못 된다. 그렇다면 왜 뇌가 현실을 기준으로 삼아 만족을 평가하는 대신 비현실적인 평가에서 행복과 자신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생겨나니까.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긍정적 착각이 협상의 전략, 즉 신뢰할 만한 허세라는 것이다. 당신이 위험한 모험을 함께할 동맹을 모집할 때, 유리한 거래를 꾀할 때, 적을 겁주어 물러나게 할 때, 스스로의 힘을 그럴싸하게 과장할 수 있다면 좀 더 유리할 것이다. 그런데 이때 냉소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당신도 스스로의 과장을 믿는 편이 낫다. 거짓말과 거짓말 탐지의 군비 경쟁 때문에 당신의 청중에게는 새빨간 거짓말을 꿰뚫는 능력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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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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