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순응이 본질상 비합리적인 일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지혜가 한 사람보다 나은 법이고, 자신이 혼자서 다 생각해 낼 수 있는 천재라고 믿기보다는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지혜가 모인 문화의 지시를 믿는 편이 현명할 때가 많다. 또한 게임 이론가들이 협동 게임이라고 부르는 상황에서는 순응이 미덕이 될 수 있다. 달리 말해, 남들이 다 그렇게 선택한다는 사실 외에는 개인이 그렇게 선택할 합리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도로에서 오른쪽 차선으로 주행하느냐, 왼쪽 차선으로 주행하느냐 하는 문제가 고전적인 사례이다. ... 그러나 때로 순응은 개인에게는 이득을 주지만 집단 전체로는 병리 현상을 빚어낸다. 좋은 예로, 초기의 기술 표준이 임계 규모 이상의 사용자에게 전파됨으로써 기반을 다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은 남들이 그것을 쓰니까 자신도 쓰는데, 그 때문에 더 우수한 경쟁자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영어 철자법, 쿼티 자판, VHS 비디오테이프,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소프트웨어들이 이런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때문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각각의 경우에 회의론자들도 있지만.). 또 다른 예는 베스트셀러 도서, 패션, 유행가, 할리우도 블록버스터가 예상 밖에 성공하는 경우이다. 이런 것을 무리짓기 행동이라고 부르든, 문화적 반향이라고 부르든,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부르든, 마태 효과라고 부르든, 사람들이 무리에 따르는 성향 때문에 집단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위 사례들에서 문화적 결과물들은 - 버그가 많은 소프트웨어, 그저 그런 소설, 1970년대 패션- 별로 해롭지 않은 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회적 역학의 한 종류로, 다원적 무지, 침묵의 나선, 애빌린의 역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분통 터지는 현상이 있다. 마지막 이름은 텍사스에 사는 어느 가족이 애빌린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는데, 찜통 같은 오후에 온 가족이 불쾌한 여행을 떠난 이유는 다들 남들이 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서였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개인으로는 한심하게 생각하는 관행과 견해를 남들이 다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바람에 지지할 때가 있다. ... 조사에 따르면, 불량한 청년들이 동성애자를 괴롭히는 것, 미국 남부의 인종 차별, 이슬람 사회에서 순결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명예 살인, 프랑스와 스페인의 바스크 사람들이 ETA 테러 조직을 참아 주는 것도 모두 침묵의 나선 때문에 존속하는 관습이다.... 분별 있는 사람들 사이에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뿌리 내리는 현상을 다원적 무지로 설명할 수 있을까? 사회 심리학자들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단순한 판단에서조차 그런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았다. 심리학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한 또 다른 실험에서, 솔로몬 아시는 피험자들에게 영화 <가스등>에 나오는 딜레마를 들이댔다. 피험자는 여섯 명의 다른 피험자와 탁자에 둘러앉았다(물론 다른 사람들은 아시와 한 패였다.). 아시는 그들에게 길이가 다른 세 선분 중 표적 선분의 길이가 같은 것을 알아맞히라고 요구했다. 쉬운 문제였다. 그러나 피험자에 앞서 대답한 여섯 명의 공모자는 다들 빤히 틀린 답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실제 피험자 중 4분의 3은 제 눈을 거역하고 무리의 뜻을 쫓았다. 그러나 군중에게 광기가 전염되려면, 사적인 거짓말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다원적 무지는 카드로 지은 집이다.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가 말해 주듯이, 어린 소년 하나라도 침묵의 나선을 깨뜨리면 거짓 합의는 순식간에 파열된다. ... 그래서 사회학자 마이클 메이시는 강제라는 추가의 요소가 있어야만 다원적 무지가 어린 소년과 진실을 말하는 자들에 맞서서 강고하게 버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남들이 다 믿는다는 착각에서 가당찮은 신념을 맹세할 뿐 아니라, 맹세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처벌하기까지 한다. 그 역시 주된 이유는 남들이 강제를 바란다고 - 역시 착각이지만- 믿기 때문이다. 메이시와 동료들은 거짓된 순응과 거짓된 강제가 서로 강화함으로써 악순환을 형성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제임스 페인은 20세기에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에 장악된 과정이 공통된 순서를 따랐다고 말한 바 있다. 어느 경우든, 소수의 광신적 집단이 '폭력을 포함한 극단적 조치를 정당화하는 순진하고 격렬한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고, 다음에는 폭력을 기꺼이 수행할 불량배를 모집했으며, 이후 점점 더 많은 인구를 겁박하여 묵인하게 만들었다. 메이시와 동료들은 밀그램이 처음 발견했던 또 다른 현상도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방대한 인구의 모든 구성원들이 상당히 짧은 인연의 사슬을 거쳐 다른 모든 구성원들과 연결된다는 현상이다. 대중적인 밈으로는 여섯 단계 분리 이론이라고 불린다. 세 연구자는 가상 사회에 소수의 장거리 연결을 무작위로 부여했다. 좀 더 짧은 단계 만에 다른 행위자들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그 행위자들은 다른 동네의 순응도를 알 수 있었고, 거짓 합의의 미몽에서 깨어날 수 있었고, 순응과 강제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었다. 장거리 연결로 먼 동네들을 이은 결과, 광신자들의 강제는 흐지부지되었다. 그들이 충분히 많은 순응주의자들을 겁박하지 못하니, 파문이 온 사회를 삼킬 만큼 퍼지지 못했다. 이것을 보면, 발언과 이동의 자유가 허락되고 통신 채널이 잘 발달된 열린사회일수록 망상적 이데올로기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적지 않을까 하는 교훈이 절로 떠오른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그(도덕적 유리)중 하나는 완곡어법이다.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 비도덕적으로 느껴지는 단어들로 포장하는 것이다. 1946년 에세이 <정치와 영어>에서, 조지 오웰은 정부가 관료적 어법으로 잔학 행위를 숨긴다고 폭로했다. - 우리 시대에는 정치 발언과 글이 대체로 변호할 수 없는 것을 변호하는 데 쓰인다. ... 그러자면 그 논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야만스럽고 정당들이 공언한 목표와도 일치하지 않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정치의 언어는 주로 완곡어법, 논점 회피, 아니면 그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만 구성될 수밖에 없다. 무방비 상태의 마을을 공중에서 폭격하고, 주민을 벌판으로 내쫓고, 가축을 기관총으로 쏘아 죽이고, 소이탄으로 집을 불태우는 것. 이런 짓을 평화화라고 부른다. 농민 수백만 명에게서 농장을 빼앗고, 그들이 몸뚱어리로 짊어질 수 있는 것만 지닌 채 터벅터벅 걸어서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는 것. 이런 짓을 인구 이동 또는 국경 조정이라고 부른다. ... 그런 행위를 지칭하면서도 그런 장면이 마음 속에 떠오르지 않게 하려면 이런 어법이 필요한 것이다. ... 도덕적 유리의 두 번째 메커니즘은 점진주의(gradualism)이다. 사람들은 어떤 야만 행위를 한 번에 해치우라면 못하지만, 한 발 한 발 다가가서 빠져들 수는 있다. 그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도 자신의 기존의 규범에서 엄청나게 벗어난 일을 한다는 느낌이 안 들기 때문이다. 나치가 악명 높은 역사적 사례이다. ... 세 번째 유리의 메커니즘은 책임의 이동 혹은 확산이다. 밀그램 실험의 가짜 연구자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피험자들에게 강조했다. 이 대사를 바꿔서 피험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면, 순응률이 곤두박질쳤다. ... 역사적 사례와의 유사성은 뚜렷하다. 전범으로 고발된 자들은 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진부한 변명을 꺼낸다. 학살 지도자들은 군대, 암살대, 관료 등의 조직을 교묘하게 구성함으로써 누구도 자기 개인의 행동이 학살에 꼭 필요하거나 충분한 것이라고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평상시의 도덕적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네 번째 방법은 거리 두기(distancing)이다. 사람들은 광란극에 휩쓸렸거나 가학성으로 침잠하지 않은 이상, 무고한 타인을 제 손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리고 5장에서 말했듯이,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라는 말은 사실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밝혀 두건대, 나도 감정 이입에 불만은 없다. 나도 감정 이입을 - 늘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감정 이입을 호소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잔인한 처벌을 외면하고 전쟁의 인명 피해를 더 염려하게 된 까닭은 감정 이입의 확장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의 감정 이입은 점차 1960년대의 사랑처럼 되고 있다. 그것은 감상적인 이상이고, 무수한 캐치프레이즈로 칭송되지만(세상을 움직이는 것, 세상에 필요한 것,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 등등), 폭력을 감소시킨 요인으로서는 과대평가 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경쟁과 대리전 지원을 그만둔 것은 사랑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을 것이고, 감정 이입과도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 폭력의 감소는 감정 이입의 확장에도 약간은 빚을 졌겠지만, 그보다는 신중함, 이성, 공정성, 자기 통제, 규범과 터부, 인권 개념과 같은 더 냉철한 능력들에게 더 크게 빚졌다. ... 선한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것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서 우리를 폭력에서 멀어지게 하는지만을 설명해서는 안 되고, 그것들이 그 일에 자주 실패하는 이유까지도 설명해야 한다. 그것들이 역사적으로 점점 더 많이 발휘된 이유만을 설명해서는 안 되고, 그것들이 온전히 발휘되기까지 이토록 긴 세월이 걸린 이유도 설명해야 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감정 이입(empathy)이라는 단어는 만들어진 지 100년도 안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에드워드 티치너가 만들었다고들 하는데, 그는 1909년 강연에서 처음 그 말을 썼다. 그러나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영국 작가 버넌 리가 1904년에 그 단어를 썼다고 나온다. 두 사람 모두 그 단어를 독일어 아인퓔룽(Einfühlung, 속을 느껴 본다는 뜻)에서 가져왔고, 일종의 심미적 감상을 뜻하는 표현으로 썼다. 그들에게 그것은 '마음의 근육을 느끼거나 행사한다'는 뜻으로, 가령 우리가 마천루를 보면서 내 자신이 그것처럼 곧고 높게 서 있다고 상상하는 경우를 말한다. ... 감정 이입이라는 단어가 인기를 얻은 시점은 그 단어에 '공감(symtpathy)'이나 '연민(compassion)'과 더 비슷한 새로운 뜻이 생긴 시점과 일치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의 맹목성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인간과 인간의 제일 좋은 친구 사이의 유대를 이렇게 고찰했다. -인간과 개의 관계를 생각해 보라. 이들은 세상의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친밀한 유대로 맺어져 있다. 그러나 그 친근한 애정을 넘어선 영역에서는, 어느 쪽이든 상대의 삶에서 유의미한 것에 대해 너무나도 무감각하지 않은가 말이다! 인간은 개가 울타리 밑에 묻어 둔 뼈다귀나 나무와 가로등의 냄새에서 느끼는 황홀감에 무감각하고, 개는 인간이 문학과 예술에서 느끼는 기쁨에 무감각하다. 당신이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책보다도 감동적인 연애 소설을 읽으며 앉아 있을 때, 당신의 폭스테리어는 그 행동을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그가 비록 당신에 대한 호의로 가득하다지만, 당신의 행동은 그의 이해력을 철저히 넘어선다. 대체 왜 아무것도 못 느끼는 조각처럼 덩그러니 앉아만 있는 걸까! 차라리 자신을 산책에 데려가거나 막대기를 던져 주면 좋을 텐데! 무슨 괴상한 병에 걸렸기에 매일 몇 시간씩 그딴 것을 쥐고서 응시하는 걸까? 모든 움직임이 마비되고 생명의 의식이 깡그리 사라진 채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기만 해도 괴로움(distress)을 느낀다. ... 타인의 고통에서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타인의 안녕에 공감하여 염려하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그것은 종종 억누르고 싶을 정도로 원치 않는 반응이고, 벗어나고 싶을 정도로 성가신 기분이다. ... 감정은 전염성(contagious)이 있다. '웃어라, 그러면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시트콤에 웃음소리를 삽입하는 것, 실력 나쁜 코미디언이 회심의 대사 끝에 웃음소리를 모방한 드럼림숏을 끼워 넣는 것은 그 때문이다. ... 좀 더 약한 형태로는 갖가지 대리 반응이 있다. 우리가 운동선수의 부상에 공감하여 저도 모르게 찡그리는 것, 제임스 본드가 의자에 묶여 얻어맞는 장면에 저도 모르게 움찔하는 것 등이다. 운동 모방도 또 다른 사례인데, 아기에게 사과즙을 먹이면서 저도 모르게 함께 입을 벌리는 행동 등이다. 감정 이입의 팬들은 이런 전염이 인류의 복지에 제일 주효한 의미에서의 '감정 이입'을 낳는 기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중요시하는 의미의 감정 이입은 이것과는 다른 반응으로서, 차라리 공감적 관심, 줄여서 공감(sympathy)이라고 불러야 옳다. 공감은 타인의 쾌락과 고통을 인지한 뒤에 그의 안녕과 자신의 안녕을 나란히 놓는 데서 비롯된다. 공감과 감정 전염을 등치시키기가 쉽지만, 두 가지가 다른 것임을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다. 어떤 아이가 짖어 대는 개에 놀라 마구 울부짖는다면, 내 공감적 반응은 아이를 따라 울부짖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안심시키고 보호하는 것이다. ... 그리고 우리의 감정 반응은 타인의 감정을 자동으로 베끼는 것이 아니며, 상대를 나와 한편으로 느끼는가 경쟁자로 느끼는가에 따라 180도로 바뀌곤 한다. 스포츠 팬이 홈경기를 볼 때는, 군중이 즐거워하면 자신도 즐겁고 군중이 낙담하면 자신도 낙담한다. 반면에 어웨이 경기를 볼 때는, 군중이 낙담하면 자신은 즐겁고 군중이 즐거워하면 자신은 낙담한다. 즉, 전염이 공감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이 전염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요즘의 감정 이입 열풍은 이런 다양한 의미들을 뒤섞어 감정 이입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 데서 비롯한다. 거울 뉴런(mirror neuron)을 연민이라는 의미의 공감과 같은 말로 쓰는 요즘의 유행은 이 혼동의 결정체이다. 리프킨은 "감정 이입 뉴런이라고 불리는" 거울 뉴런이 "인간을 비롯한 여러 종에서 다른 개체의 상황을 자신의 상황처럼 느끼고 경험하게" 만든다고 썼다. ... 1992년, 신경 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와 동료들은 원숭이의 뇌에서 특별한 뉴런을 발견했다. 그 뉴런들은 원숭이가 직접 건포도를 집을 때도, 다른 사람이 건포도를 집는 모습을 관찰할 때도 활성화했다. 또 다른 뉴런들은 만지거나 찢는 다른 행동들에게 반응했는데, 역시 원숭이가 직접 수행하든 인지만 하든 모두 활성화했다. ... 인간에게도 거울 뉴런이 있다고 믿을 근거는 충분하다. 뇌 영상 시험에 따르면, 사람이 직접 움직일 때나 남이 움직이는 것을 볼 때 모두 활성화하는 부위가 마루엽과 아래이마엽에 있다. 거울 뉴런은 중요하기는 해도 아주 뜻밖의 발견은 아니다. 우리에게 행동을 실시하는 주체와 무관하게 하나의 행동을 늘 동이랗게 인식하는 능력이 없다면, 하나의 동사를 일인칭과 삼인칭으로 사용할 줄도 모를 테니까. ... 거울 뉴런 이론의 작은 문제는, 과학자들이 그것을 처음 발견한 붉은털원숭이가 감정 이입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약한 종이라는 점이다(모방 능력도 없고, 언어는 물론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뒤에서 더 이야기하겠지만, 거울 뉴런이 뇌 영상 연구로 미루어 볼 때 공감적 관심과는 무관한 영역들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점이다. 많은 인지 신경 과학자는 거울 뉴런이 행동의 관념을 정신적으로 표상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그마저도 반박이 따른다. 하물며 거울 뉴런이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을 설명한다는 허황한 주장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이미 기각했고, 요즘은 거울 뉴런이 활동을 공감 능력과 동일하게 여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공감적 관심이라는 도덕적 이미의 감정 이입은 거울 뉴런의 자동 반사 반응이 아니다. 그것은 끄고 켤 수 있는 반응이고, 심지어 역(逆) 감정 이입으로 도치될 수도 있다. 남이 기분 나쁠 때 나는 기분이 좋아지거나 그 역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역감정 이입의 유발 기제로는 복수가 있다. 스포츠 팬의 반응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데서 보듯이, 경쟁은 또 다른 유발 기제이다. ... 감정 전염, 모방, 대리 감정, 거울 뉴런 따위를 뜻하는 감정 이입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계획의 문제는, 그것이 반드시 우리가 바라는 종류의 감정 이입을 일으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언제나 타인의 안녕을 염려하는 공감적 관심만을 일으킨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공감은 내생적 반응으로, 사람들의 관계 양식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기보다는 그 결과이다. 우리가 그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상대의 고통에 대한 반응은 감정 이입일 수도 있고, 중립일 수도 있고, 심지어 역감정 이입일 수도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실 연민이라는 뜻의 감정 이입과 긴밀한 뇌 조직은 겉질이나 겉질 하부 기관이 아니라 호르몬 전달 체계이다. 옥시토신은 시상하부에서 생산되는 작은 분자로, 편도와 줄무늬체를 비롯한 뇌의 감정 체계들에 작용한다. 또한 뇌하수체에 의해 혈류로 분비되어 몸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래 옥시토신의 진화적 기능은 출산, 수유, 육아 같은 모성적 활동들을 활성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지나치게 가까이 있을 때 느끼기 마련인 두려움을 줄여 주는 이 호르몬의 능력은 진화를 거치면서 다른 관계에까지 폭넓게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성적 각성 상태, 일부일처 종에서 이성애적 유대, 부부나 친구의 애정, 비혈연 개체들의 공감과 신뢰 등이다. 그래서 옥시토신을 포옹 호르몬(cuddle hormone)이라고도 부른다. 뱃슨은 옥시토신이 이처럼 다양한 인간 관계에서 사용된다는 점에 근거하여, 모성적 돌봄이 모든 공감 능력의 진화적 선조라고 제안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은 내가 도덕성에 관한 절에서 설명할 구분법을 동원하여 이런 패턴을 설명했다. 그들에 따르면, 공감과 죄책감은 공동체 관계의 범위 내에서 작동한다. 교환 관계, 혹은 동등성 관계에서는 그런 감정이 덜 느껴진다. 우리가 지인, 이웃, 동료, 제휴자, 고객, 서비스 제공자와 맺는 관계가 교환 관계이다. 교환 관계를 규제하는 것은 공정성 규범이며, 여기에는 진심 어린 공감이 아니라 그냥 화기애애한 감정들이 수반된다. 우리가 그들을 해치거나 그들이 우리를 해치면, 명시적으로 벌금, 환불금, 배상금을 논하여 피해를 바로잡는 협상을 벌일 수 있다. 만일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그들과 거리를 두거나 그들을 비난함으로써 마음의 괴로움을 던다. 그런데 교환 관계를 수선할 때 쓰이는 이런 사업적인 보상 협상은 공동체 관계에서는 보통 터부이다. 또한 공동체 관계를 끊는 선택에는 값비싼 대가가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 관계를 수선할 때는 좀 더 어수선하지만 오래가는 감정 접착제, 즉 공감, 죄책감, 용서가 사용된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그렇다면, 우리가 공감의 범위를 밖으로 더 확장하여 아기, 복슬복슬한 동물, 공동체 관계로 묶인 사람들 외에 낯선 사람들까지 점점 더 많이 끌어안을 가능성이 있을까? 상호 이타주의 이론과 그것을 실천하는 전략들, 즉 팃포탯을 비롯하여 기타 첫 수에 협력하고 남이 배신하기 전에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착한' 전략들로부터 답을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착한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더 쉽게 공감하는 경향성이 있을 것이다. 그 궁극의 (달리 말해 진화적인) 목표는 서로 유익한 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 필요는 귀여움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공감 유도 기제이다. 심지어 아기들도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거나 괴로워하는 사람을 달래려고 애쓴다. ... 나는 요전 날 바닷가를 걷다가 뒤집힌 투구게를 발견했다. 게는 다리 10개를 공중에 쳐든 채 하릴없이 버둥대고 있었다. 나는 녀석을 뒤집어주었다. 그리고 녀석이 파도 속에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행복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선뜻 돕게 되는 상대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그들의 가치를 공유한다고 인식하거나 다른 유사성이 있다고 인식할 때는 큰 차이가 생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고통을 지켜보는 자신의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돕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공감할 때는, 자신의 괴로움을 덜 수 있든 없든 상대의 고통을 덜겠다는 동기가 더 지배적이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 뱃슨과 동료들은 도움의 두 번째 배후 동기를 시험해 보았다. 사회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다. ... 그 결과, 감정 이입을 많이 하는 피험자들은 어느 경우든 (일레인이 충격으로부터 풀려나면 ) 안도했지만, 감정 이입을 많이 하지 않는 피험자들은 자신이 공을 세워 그녀를 풀어 준 경우에만 안도감을 느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에게 글자 찾기 과제를 준 뒤 점수가 좋아야만 일레인을 대신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어떤 경우에는 그 과제가 쉽다고 믿게끔 했고 (그러면 피험자가 곤경을 모면하고자 일부러 나쁜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다른 경우에는 어렵다고 믿게끔 했다(피험자가 일부러 점수를 나쁘게 받아서 희생 요청을 회피할 수 있다.). 그 결과 감정 이입을 많이 하지 않는 피험자들은 과제를 대강 수행했고, 어렵다고 여긴 과제에서 점수 가 더 나빴다. 반면에 감정 이입을 많이 하는 피험자들은 어려운 과제에서 더 잘했다. 자신이 일레인을 대신하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감은 정말로 진정한 도덕적 관심, 즉 인간을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 다루지 말고 그 자체 목적으로 다루라는 칸트적 의미의 도덕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위의 경우에는, 남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고 싶다는 목적을 위한 수단조차 아니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기억하겠지만, 공감은 보통 공동체 관계에서 표현된다. ... 그렇다면, 공동체 관계를 창조하는 인자라면 무엇이든지 공감도 창조할 것이다. 우리가 공동체 의식을 구축하는 첩경은 사람들에게 상위 목표를 주어 서로 협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로버스케이브 캠프 실험이 고전적인 사례로, 아이들은 진흙탕에 빠진 버스를 함께 끌어내야 했다.). 갈등 해소 워크샵은 대개 이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적대적인 참가자들을 친근한 분위기에서 한곳에 모아 서로 개인으로 친해지게 하고, 갈등 해소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상위의 목표를 안겨 주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상호 공감이 생겨난다. ... 그러나 이런 사례도 참가자들에게 협동을 강제하기는 마찬가지이고, 수십억 인구를 한곳에 모아 갈등 해소 워크샵을 벌인다는 발상은 당연히 현실적이지 못하다. 공감을 일으키는 외생적 기제로 가장 강력한 것은 아주 값싸고, 널리 적용되며,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픽션, 회고록, 자서전, 르포를 읽으면서 타인의 관점을 취해 보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1~2주 뒤, 피험자들은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다. 교도소 개혁에 관한 여론 조사라고 했다(전화를 건 사람은 실험자의 공모자였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조사 문항 중에 살인자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실험실에서 답했던 질문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시간적 거리를 두었더니, 관점 취하기의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2주 전에 제임스의 느낌을 상상했던 학생들이 살인죄 수감자들에게 눈에 띄게 관대했던 것이다. 설득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지연된 영향을 가리켜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라고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꾸도록 만드는 정보를 접하면 - 이 경우에는 살인자에 대한 온화한 감정 -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그 영향을 인식하여 의식적으로 밀어내지만, 나중에 방어가 사라진 뒤에는 심경이 변한다. 이 연구의 결론은, 사람들이 어떤 집단을 몹시 싫어하더라도 그 속에 포함된 어느 낯선 구성원의 관점을 취하면서 그의 사연을 들으면 그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대변하는 집단으로까지 진심으로 공감이 확장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지 몇 분 뒤에는 아니지만.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오히려 많은 학자는, 대표적으로 수전 킨이 <감정 이입과 소설>에서 그랬듯이, 픽션이 도덕성을 고취시킨다는 가설에 발끈한다. 그들은 그것이 지나치게 평범하고, 치유적이고, 저속하고, 감상적이고, 오프라 윈프리다운 발상이라고 본다. ... 그러나 만일 가상의 경험이 현실의 경험과 비슷한 효과를 내지 않는다면 그 편이 더 놀라울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를 기억에서 종종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픽션이 공감을 넓힌다는 것을 보여 준 실험이 소수나마 있다. .... 그리고 능숙한 작가의 손에서는 가상의 피해자가 현실의 피해자보다 더 많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 문학 비평가 예멜얀 하케뮐데르는 <도덕 실험실>에서 이런 실험을 소개했다. 그는 피험자들에게 알제리 여성들의 고통을 다룬 글을 읽혔는데, 일부에게는 말리케 모케뎀의 소설 <추방자> 속 주인공의 관점을 취하게 했고, 나머지에게는 잰 굿윈의 폭로성 논픽션 <명예의 대가>를 읽혔다. 그 결과, 소설을 읽은 피험자들이 사실적 기록을 읽은 피험자들보다 알제리 여성들에게 더 많이 공감하여, 그들이 괴로움을 그들의 문화, 종교 유산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덜 보였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감정 이입과 공정성의 상충은 실험실에서만 관찰되는 희한한 현상이 아니다. 현실에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정치 지도자와 정부 관료가 감정 이입에 따라 행동한다면, 그래서 친척과 벗에게만 다정하게 특권을 나눠 준다면, 낯선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분배할 때보다 사회에게는 큰 해가 된다. 족벌주의는 경찰, 정부, 기업의 능력을 약화시킨다. 게다가 여러 일족과 민족 집단이 삶의 필수 요소를 놓고 제로섬 경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런 경쟁은 쉽게 폭력으로 변질된다. 근대의 사회 제도들은 운영자들이 사회로부터 위임 받은 추상적 의무를 수행할 때 감정 이입의 유대를 초월해야만 제대로 돌아간다. 감정 이입의 또 다른 문제는, 그것이 모든 사람들의 이해를 두루 고려하는 힘이 되기에는 너무 편협하다는 것이다. 거울 뉴런이 있다지만, 감정 이입은 눈길이 닿는 모든 상대에게 공감하게끔 만드는 반사 반응이 아니다. 감정 이입은 우리가 상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고, 아예 거꾸로 작동하기도 한다. 감정 이입은 귀여움, 잘생긴 외모, 혈연, 우정, 유사성, 공통의 유대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타인의 관점을 취함으로써 감정 이입의 범위를 넓힐 수는 있지만, 뱃슨이 경고했듯이 그 정도는 크지 않은 편이고 효과가 일시적일 수도 있다. 낯선 사람을 친척이나 친구와 동등하게 느낄 정도로 우리의 감정 이입 기울기가 평평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20세기 최악의 유토피아적 이상과 다르지 않다. 그러려면 우리는 본성을 억눌러야 하는데, 그것은 달성할 수 없는 일인 동시에 바람직한 일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게다가 꼭 그럴 필요도 없다.감정 이입 범위가 확장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우리가 지구 상 모든 인간들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누구에게도 그럴 시간과 에너지가 없으려니와, 감정 이입을 그렇게 얇게 퍼뜨리려다가는 감정이 소진되고 동정심이 지쳐 버리고 말 것이다. 구약성서는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신약성서는 적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아마도 우리가 이웃과 적을 사랑해야만 그들을 죽이지 않는다는 도덕적 논리일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 적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나보다 다음과 같은 이상이 더 낫다고 믿는다. 이웃이나 적을 죽이지 마라, 설령 그들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역사적으로 실제 확장된 것은 감정 이입의 범위라기보다 권리의 범위이다.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고 전혀 다른 모습일지라도 모든 생명체가 피해와 착취를 겪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확장된 것이다. 물론, 감정 이입은 그동안 간과된 집단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자는 통찰을 제공한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했다. 그러나 통찰만으로는 부족하다. 감정 이입이 실제로 중요하게 작용하려면, 그런 집단들에 대한 정책과 규범을 바꾸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 단계에서야 비로소 감정 이입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습적인 인명 피해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이 엘리트들의 결정과 대중의 상식적 지혜를 옳은 방향으로 기울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성에 관한 절에서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우리가 감정 이입을 얽어매는 내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도덕적 논증이 꼭 필요하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과 규범이라야 한다. 그것이 제2의 본성이 되어, 감정 이입이 아예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듯이, 감정 이입만으로도 부족하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모든 조건이 같다면, 쾌락은 지금 당장 즐기는 것이 남는 장사이다. 우리가 돈을 빌려 주면서 이자를 요구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이자는 시간이 경과할수록 당신에게 돌아올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정도를 정확하게 보상해 주는데, 왜냐하면 가치가 감소하는 양상도 지수적이기 때문이다. ... 달리 말해, 합리적 행위자는 마땅히 내일을 할인해야 한다. 그래서 내일의 더 적은 쾌락 대신 오늘의 쾌락을 즐긴다. ... 그러나 우리 미래를 지나치게 할인하는 경우, 자기 탐닉은 비합리적인 행동이 된다. 미래의 자신이 멀쩡히 살아서 지금 아끼는 것을 즐길 수 있는데도 미래의 자신에게 실제보다 훨씬 낮은 가치를 매기는 경우이다. ... 지나친 자기 탐닉과 자기 통제 상실은 미래의 자신을 지나치게 할인하는 행동이다. 달리 말해, 지나치게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고서는 그 수준이 되어야만 현재의 자신에게서 자원을 빼앗아 미래의 자신에게 할당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수북탐독] 10. 블랙 먼데이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나를 넘어뜨린 나에게』 함께 읽기 / 책 나눔 안내[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책 증정]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죽음에 관해 깊이 생각해 봅니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 나눔] 송강원 에세이 <수월한 농담> 혼자 펼치기 어렵다면 함께 읽어요! 죽음을 사색하는 책 읽기 1[삶의 길. 그 종착역에 대한 질문] ㅡ'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수북탐독]9. 버드캐칭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꿈꾸는 도서관> <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번역가의 인생책> 윤석헌 번역가와 [젊은 남자] 함께 읽기[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
❄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