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D-29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는 짧은 만남에서도 그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거친 소통이 오가는지. 자기객관화를 위해서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나한테 너무한가. 1독 후 다시 음미하며 정리해두고픈 마음이 들어 혼자읽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만들면서,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라는 이름의 반박 책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네요. 대충의 반박 내용을 훑어보니 이책도, 그책도, 그럴 줄 알았어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책도, 저책도, '계속되는 선한 몸부림'으로서 괜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이브해요.. 😅 졸지에 '낙관론자'가 되어버린 스티븐 핑커는 그래도 이 분야에 무지한 제게 많은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었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저자가 주장하는 논지의 당부를 구별해낼 수야 없지만..그럼에도 그 당부를 다시금 음미해볼만한 문장들은 발췌할 수 있을 듯하고, 여기 나누는 것 또한 의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은 더 좋은 사랑 해야지요. :)
요즘 십자가 액세서리를 찬 여성은 그 고문 도구가 고대에 흔한 처형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좀처럼 떠올리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매 맞아 주는 아이(whipping boy)'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행실 나쁜 왕자 대신 죄 없는 아이가 매를 맞았던 옛 관행을 좀처럼 생각해 보지 않는다. 우리는 선조들의 지독한 생활양식을 증명하는 신호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여행이 우리의 정신을 넓히는 것처럼, 우리의 문화적 유산을 있는 그대로 둘러보는 것은 옛 사람들이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살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성경에 대한 공경은 순전히 부적 같은 의미이다. 근래 수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히브리 성경을 달리 해석하거나, 우화로 간주하거나, 덜 폭력적인 다른 텍스트로 교체했다(유대인은 탈무드로, 기독교인은 신약 성서로). 혹은 그저 무시했다. 바로 그 점이 핵심이다. 폭력에 대한 대중의 감수성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요즘은 신앙인들조차도 성경에 대한 태도를 구획화(compartmentalize)하게 된 것이다. 신자들은 말로는 성경을 도덕률의 상징으로 인정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더 현대적인 다른 원칙들로부터 도덕률을 얻는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결투는 유럽에서 르네상스 시기에 등장한 관습으로, 귀족들과 그 수행원들 사이의 암살, 보복, 시가전을 줄이려는 조치였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느끼는 사람은 상대에게 공식적으로 결투를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면 폭력이 한 명의 죽음으로 마감될 것이고, 패배한 사람의 일족이나 측근에게 악감정이 남지 않을 것이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요즘 체육관이나 운동기구 광고는 주먹다짐으로 남자의 명예를 되찾는 광경을 내세우지 않는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자기도취적이다. 거의 동성애적이기까지 하다. 불룩한 가슴근과 골 진 복근을 예술적인 클로즈업으로 보여 주어, 남자든 여자든 감탄하게 만든다. 오늘날의 광고가 약속하는 이점은 힘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찝찝한 마음이 들어 함께 읽기 시작했다.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 스티븐 핑커의 역사 이론 및 폭력 이론에 대한 18가지 반박전 세계의 권위 있는 역사학자들이 ‘폭력의 역사’에 대한 몰이해와 왜곡에 바탕을 둔 핑커의 저술을 전면적으로 논박한 최초의 책이다. 책에는 지성의 역사, 감정의 역사, 문화사, 사회사, 의학사,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유럽사, 지역사, 형법사. 환경사, 생물학·고고학의 역사 등의 학제간 방법론이 동원되었다.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풋내기 가수였던 딸 마거릿의 공연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가 호의적이지 않은 리뷰를 실은 것을 보았다. 트루먼은 백악관 편지지로 비평가에게 이렇게 써 보냈다. "언젠가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오면 당신은 코를 새로 맞춰야 할 테고, 멍든 눈을 문지를 소고기가 잔뜩 있어야 할 테고, 아마 아래에는 팔걸이도 필요할 겁니다." 누구나 이런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는 공감하겠지만, 요즘 정말로 이처럼 공공연하게 가중 폭행을 위협하는 글을 비평가에게 썼다가는 사람들한테 광대 취급을 받을 것이다. 권력자가 그런다면 심지어 악랄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루먼의 시절에는 그것이 기사도적 부성애로 널리 칭송되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대체 왜 한 생물체가 다른 생물체를 해치도록 진화할까? 답은 '적자생존'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것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리처드 도킨스는 진화 생물학이 유전학과 게임이론을 받아들여 이룬 '현대적 종합'을 설명한 책 <이기적 유전자>에서, 별다른 의식 없이 그냥 생명계를 친숙하게 느끼는 독자들의 선입견을 깨려고 노력했다. 도킨스는 동물을 각자의 유전자에 의해 설계된 '생존 기계'로 상상하라고 요구했다 (진화 과정에서 충실하게 전파되는 개체는 유전자뿐이다.). 그리고 그 생존 기계들이 어떻게 진화했을지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생존기계에서 다른 생존 기계는 (단, 제 자식이나 가까운 친척이 아닐 경우) 바위, 강물, 먹이 덩어리과 같은 환경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은 자기를 방해하는 존재이거나 자기가 이용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위나 강물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반격하는 성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 역시 미래를 위해 불멸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는 기계이고, 그것 역시 갖은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자기 유전자를 보전하려 들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은 생존 기계를 잘 통제함으로써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유전자를 선호한다. 같은 종이든 다른 종이든 다른 생존 기계를 최대한 이용하는 행동도 물론 포함된다.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폭력성의 진화는 언제나 전략적이다. 자연은 기대 편익이 기대 비용을 넘어서는 상황에서만 폭력을 쓰는 생물체를 선택한다. 지적인 종은 특히 이런 분별에 능하다. 큰 뇌 덕분에 진화 기간 전체에 대한 평균값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국한한 기대 편익과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홉스는 <리바이어던>(1651년)의 주목할 만한 한 대목에서 불과 100단어로 폭력의 동기를 분석했는데, 현대의 어떤 분석에도 뒤지지 않는 통찰이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니 싸움(quarrel)에는 세 가지 주된 원인이 있다고 할 것이다. 첫째는 경쟁(competition), 둘째는 (diffidence), 셋째는 영광(glory)이다. 첫째는 이득을 노려 침입하는 것이고, 둘째는 안전을, 셋째는 평판을 노린다. 첫째는 남에게 딸린 일꾼, 아내, 아이, 가축을 자신이 갖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이다. 둘째는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 것이다. 셋째는 말, 웃음, 다른 의견, 기타 자신에게 직접 가해졌거나 친척, 친구, 나라, 직업, 이름에 간접적으로 가해진 멸시의 신호 따위 사소한 것 때문에 폭력을 쓰는 것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두 사람 다 먼저 총에 맞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먼저 상대를 쏘고 싶을 것이다. 이런 역설적 상황을 국제 관계 분야에서는 홉스의 함정(Hobbesian trap) 또는 안보의 딜레마(security dilemma)라고 부른다. 지적 행위자들은 어떻게 홉스의 함정에서 벗어날까? 제일 확실한 방법은 억제(deterrence) 정책이다. 먼저 공격하지는 말 것. 첫 공격을 견뎌 낼 만큼 강할 것. 공격자에게는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것. 신뢰성 있는 억제 정책은 상대에게서 이득을 노려 침략할 동기를 제거한다. 보복으로 치를 대가가 노획물의 기대 가치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 홉스의 분석은 무정부 상태의 삶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한편 그가 쓴 걸작의 제목은 거기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명시한 것이었다. 리바이어던은 개인들의 의지를 구현하는 동시에 폭력의 사용을 독점하는 군주 혹은 정부를 말한다. 리바이어던은 공격자를 처벌함으로써 개인들의 공격 동기를 제거한다. 그러면 전반적으로 선제공격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나아가 모두들 자신의 보복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리바이어던은 공평무사한 제삼자라서, 다들 자신은 눈처럼 순수하지만 상대는 음흉하다고 생각하는 배타주의(chavinism) 편향에서 벗어나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인류학자들은 ... 단순한 사회가 필연적으로 더 복잡한 사회로 발전하는 문화적 에스컬레이터 따위는 없다고 강조한다. 부족 사회나 군장 사회가 영원히 그 방식을 유지할 수도 있다. 유럽의 몬테네그로 부족은 20세기까지도 그런 방식으로 존속했다. 국가가 망하고 다시 부족들이 할거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스의 암흑시대가 그랬고(미케네 문명의 붕괴 이후, 호메로스 서사시의 배경이었던 시대를 말한다.), 유럽의 암흑시대도 그랬다. (로마 제국 멸망 이후를 말한다.). 요즘도 소말리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콩고 민주 공화국처럼 국가가 실패한 지역은 사실상 군장 사회인 셈이다. 군장 대신 군벌이라 부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인간은 폭력성과 어떻게 싸워 왔는가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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