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D-29
<10. 영원의 벼랑 끝>을 읽었습니다. 빅뱅, ‘우주의 알’, 준성 또는 퀘이사, 화이트홀, 도플러 효과, 처녀자리 은하단, 힌두교 시바 신의 창조의 춤, 웜홀, 우주들의 ‘계층 구조’ ...등등 낯선 내용을 이해(?)하느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밀턴 휴메이슨과 에드윈 허블은 만나자마자 서로 장단이 잘 맞았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노새 몰이꾼이던 휴메이슨이 윌슨 산 천문대의 정식 연구원이 되고 훌륭한 업적을 많이 남겼으며 천문학계에서 존경을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납작이나라의 납작이들이 3차원에 익숙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4차원적 실체인 ‘초구체’는 중심도 경계도 없다. p529” 이 부분을 읽으며 ‘코스모스를 읽고 있는 내가 4차원으로 가는 대오에 합류한 거 아닌가!?’하고 씩 웃었습니다. “그들의 세계로 진입하려면 어떻든 4차원으로 ‘길’을 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쉽게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우리를 그 길로 데려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양계 근처에 작은 블랙홀이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p532”
성간운과 신생아 별이 중력의 끈으로 묶여 있다는 표현이 엄마와 아기를 연결해주는 탯줄을 연상시켰습니다. 과학책인데도 이렇게 풍부한 비유와 문학적인 표현들 덕분에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고, 때로는 감상에 젖게 하는 매력이 넘칩니다. "이 가스 성운은 별들의 자궁이랄 수 있는 성간운에 있던 기체 찌꺼기로서 어머니 성간운과 신생아 별이 아직도 중력의 끈으로 묶여 있음을 보여 준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48 작년 Fun & Learn 호암재단 청소년 강연회에서 박인규 교수님 (서울시립대 석좌교수)께서 직접 만드신 "중성미자"라는 곡을 밴드 동료들 (대부분 과학 관련자들)과 함께 라이브로 불러 주셔서 너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중성미자 얘기가 나오자마자 친근한 느낌도 들고 반가웠습니다. "중성미자"라는 노래의 가사를 박인규 교수님이 직접 쓰셨는데요, 중성미자를 '존재감 없으나 똗 필요한 사람'에 빗댄 표현이 절묘하고 멜로디도 들을수록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좋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 들어가셔서 들어 보세요. "중성미자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으며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광자는 아니다. […] 중성미자는 지구나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에 거의 흡수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관통할 수 있다. […] 대낮에 태양을 1초만 바라봐도 총 10억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눈을 통과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48 "그러나 중성미자를 활용하면 태양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소상하게 알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중성미자천문학은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50 https://youtu.be/VHIyGfcm7ZE?si=cYJ-V_JiWcPf7FhX
@권인 으아니 이렇게 재미난 영상 감사합니다. 노래방 화면에 굳건한 크레딧 자막 '영상: NASA'에 웃음 터졌어요. 가사 밑에 사려 깊은 해설까지 ㅋㅋ 따숩네요. 중성미자 = 존재감 없으나 꼭 필요한 사람, 이라고 멜로디에 붙여서까지 외치고 싶은 마음이 재밌습니다. 덕분에 중성미자가 친근해졌어요. 여담이지만 조지프 르두라고 하는 신경과학자는 편도체를 연구하시는데 그 분이 보컬로 있는 포크록밴드 이름은 '편도체(아미그달로이드)'더라구요. ㅋㅋ (마음과 뇌를 노래하는 밴드)
록밴드 이름이 편도체라니 정말 과학 사랑이 느껴집니다. 과학자 중 감수성 풍부하신 분들도 의외로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중성미자 노랫말이 너무 와닿았어요. 박인규 교수님께서 노래로라도 중성미자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
제 존재를 규정하는 노래를 찾은 듯해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노래네요 ㅎ 감사합니다. 박인규 교수님(이 누구신지는 전혀 모르지만...)은 짝을 찾으셨는지 문득 궁금해 지고요...
@송현정 (넘 재밌으셔요..ㅎㅎㅎ)
저도 작년에 처음 알게 된 교수님인데 중성미자에 대한 애정이 정말 크신 것 같았어요.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라는 책도 쓰셨고요. 노래 마음에 드신다니 기분 좋네요. ^^
2년 전 완독후 필사를 시작한 지 어언 수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에 밀려 목성에서 중단한 상태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 들어와 보았습니다. 저는 필사 사진을 등록해 보겠습니다. 늦더라도 가기만 가면 언젠가는 도착할거야. 저의 신조입니다.
@책읽는토깽이 반갑습니다! 생각해보니 코스모스는 필사하기에도 좋은 책이네요. 우직함이 느껴지는 신조입니다. 모든 게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속도보다는 나에게 맞는 방향이 중시되는 듯해요. 근본으로의 회귀, 가 오히려 트렌드가 되기도 하고요. 필사사진은 여기 2기방에 이어서 3기방(아래 링크)에서도 계속 공유해주셔도 됩니다! https://www.gmeum.com/gather/detail/3207
우와... 코스모스를 필사하신다고요!! 정말 멋지십니다 +_+!
와~ 이 두께의 책을 필사하신다니.. 쉽게 도전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필사를 완료했을 때의 결과물이 어떨지도 궁금하네요.. 꼭 마지막까지 완성하셨으면 좋겠네요.. 굉장히 귀한 결과물이 될 듯.. ^^bb
외계 문명의 탐색이야말로 실패해도 성공하는 사업이다. 인류사에서 절대 밑지지 않는 사업은 흔하지 않다.
코스모스 622,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책은 씨앗과 같다. 수세기 동안 싹을 틔우지 않은 채 동면하다가 어느날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갑자기 찬란한 꽃을 피워 내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책인 것이다.
코스모스 p.560,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못된 습성과 좋은 천성 중에서 어느 쪽이 우리 마음을 지배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코스모스 632,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우리와 같은 문명의 운명은 결국 화해할 줄 모르는 증오심 때문에 자기 파괴의 몰락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코스모스 632,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자연은, 우주는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평정심이 강하고 인정사정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고통이나 두려움 따위에 전혀 공감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존재인 것 같아요. 그게 우주의 섭리이니 우리 사정은 알아 주지도 않는다고 원망할 수도 없고요. "지구의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양은 자신의 진화 과정을 어김없이 밟아 간다. 바다가 끓어올라 물이 모두 증발하고 그 다음 대기마저 완전히 증발하여 사라지면, 우리의 상상력으로는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재앙이 행성 지구를 뒤덮는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53
“비트로 잰 인간 두뇌의 정보량은 뉴런 연결의 총수 정도이다. 즉 약 100조비트의 정보가 우리 뇌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 정보를 모두 영어로 기술한다면 대략 2000만권의 책 더미가 쌓일 것이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의 장서량이 대략 이 수준에 이른다. 두뇌가 차지하는 공간은 협소하지만 뇌는 실제로 아주 거대한 장소임에 틀림 없다. 두뇌 도서관에서는 대부분의 책을 대뇌피질에 보관한다.” p. 554 코스모스에서 나오는 뇌과학이라니.. 천문학 물리학, 화학을 넘어 생물학과 인류학, 사회학, 과학사, 철학 등 방대한 지식의 연결이 느껴진다. 현재의 뇌과학에서는 아직도 두뇌의 용량을 2000권의 책이라고 이야기할까?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솔크(Salk) 생물학 연구소의 테리 세즈노프스키(Terry Sejnowski) 교수는 사람의 뇌가 무려 1 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는 용량을 지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에 10배에 달하는 크기로, 13.3년 동안 HD 방송을 녹화하거나 책 47억 권을 담아낼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책 47억권을 담아낼 수 있는 거대한 도서관을 머리에 이고 다니다니 새삼 놀랍다. 그렇지만 우리는 얼마나 극히 적은 양을 쓰고 있는가!
@가을문장 이 책의 특장점인 광대한 테마는 초심자에게 아주 좋은 관문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뇌과학' 부분에서는 요 부분을 감안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년 전 뇌과학 베스트셀러였던 <이토록 특별한 뇌>의 저자 리사 펠트먼 배럿 교수는 칼 세이건이 <에덴의 용>에서 대중에게 널리 퍼뜨린 '삼위일체 뇌' 가설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이 기사를 참고해보셔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05823.html 이를테면 칼 세이건은 파충류 뇌(뇌간): 생존 본능과 공격성 담당. 구포유류 뇌(변연계): 감정과 사회적 행동 담당. 신포유류 뇌(신피질): 이성, 언어, 계획 담당. 이렇게 구분하며 이성이 본능을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지만, 현대 신경과학은 진화가 이렇게 층위적으로 쌓이며 진행되지 않는 것에 주목하고 있어요. 인간에게만 특별한 '이성의 층'이 새로 추가된 것이 아니라는 맥락인데요. 따라서 전전두피질, 변연계의 주요 기능 등은 최신 뇌과학 책을 참고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답니다. 우리의 독서법은, 이 빅히스토리 도서의 시초로서 방대한 연결성을 즐기는 방향을.. 취하고요.
“생존에 꼭 필요한 정보 전부를 유전자에 저장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양이 증가하자 진화는 서서히 두뇌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또 어느 정도 흘러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년 전쯤부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의 양이 새로 만든 두뇌로도 쉽게 보관 할 수 없을 정도록 크게 늘어났다. 진화가 그 다음에 택한 방책은 육체 바깥에다 필요한 정보를 저장해 두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유전자나 뇌가 아니라 별도의 공용 저장소를 만들어 그곳에 보관할 줄 아는 종은 지구상에서 인류뿐이라고 한다. 이 ‘기억의 대형 물류 창고’를 우리는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p.557 “우리는 책을 한 번 슬쩍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죽은 지 수천년이 된 저자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저자는 1,000년을 건너뛰어 소리 없이 그렇지만 또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의 머릿속에 직접 들려준다. 글쓰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글쓰기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먼 과거에 살던 시민과 오늘을 사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책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통해서 우리 모두는 마법사가 된 것이다.” p.558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점토판이나 돌에 새기거나 밀랍, 나무껍질, 가죽을 날카로운 연장으로 긁어서 흔적을 남김으로써 글자를 써 왔다. 이 외에도 안료를 써서 대나무 쪽, 파피루스 잎, 비단에 글씨를 쓰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는 한 번에 단 한편의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비석과 같은 거대한 기념물에 새겨진 글이 아닌 한 어떤 저작물이든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읽혀졌다. 그러다가 2세기와 6세기 사이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종이와 먹이 발명됐다. 그 결과로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먹물을 묻힌 다음 종이에 눌러 책을 찍어 내는 목판 인쇄술이 탄생했다. 목판 인쇄술 덕분에 같은 작품을 필요한 수만큼 복제하여 원하는 이들에게 줄 수 있게 됐다. 중국의 목판 인쇄술이 유럽 사회에 전해지는 데에는 1,000여 년의 세월이 더 필요했다. 그 다음부터는 인쇄술이 전 세계로 급격하게 전하됐다. 금속 활자가 발명된 1450년경 직전까지 전 유럽에 흩어져 있던 책이라고 해야 겨우 수만 권에 불과했다. … 그러나 활자가 발명된 지 50년 후인 1500년 경에는 전 유럽에서 약 1000만원의 책을 볼 수 있게 됐다. 필사된 책이 아니라 모두 인쇄 된 것이었다. 일단 글자를 읽을 줄만 알면 필요한 지식을 책에서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됐다. 마술이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된 것이다.” p.559 “책은 씨앗과 같다. 수세기 동안 싹을 틔우지 않은 채 동면하다가 어느날 가장 척박한 토양에서도 갑자기 찬란한 꽃을 피워 내는 씨앗과 같은 존재가 책인 것이다.” p.560 "책은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준다. 책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조상의 지혜를 오늘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이렇게 해서 도서관은 인류가 이룩한 거대한 지식 체계와 위대한 통찰의 세계를 우리와 연결시켜 주는 고리의 구실을 한다." 신기하게도 3000년전의 인류나 지금의 인류는 크게 생각하는 능력이 변화한것 같지 않다. 고전을 읽다보면 그때 하던 고민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여러 정보가 쌓여 더 나은 판단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질문의 종류는 비슷하다. 3000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여행은 오랫동안 그들이 침묵했던 목소리를 듣게 해준다. 그들은 도서관의 하나의 장서가 되어 잠자고 있다가 독자와 만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가을문장 책과 글쓰기를 둘러싼 수많은 예찬론이 있지만 칼 세이건의 언어로 들으니 새삼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더군다나 저희도 이번 달 내내 45년 전 칼 세이건의 문장을 이 책을 통해 또렷이 읽고 있으니, 저 대목을 읽을 때 묘했어요. 책-글을 통해 작가는 당대에 나누어지지 않는 고민을, 후대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죠. (칼 선생님은 당대와 후대를 넘나들며 사랑받고 계시네요!) 이제는 영상 매체도 차차 이런 역할을 하겠지만 오랫동안 종이에 익숙한 인류의 몸체 때문인지 통찰의 세계에 진입할 때는 책이라는 매체가 아직은 유리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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