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님의 대화: 447페이지입니다.
'지구가 아파요' 하는 식의 의인화에 불만을 갖고 있는데요... (이게 웬 현실을 흐린 눈으로 보게 하는 감정적인 접근인가...)
'새로 태어난 별들이 '신생아실'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은하수 은하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젊은 별들은 실타래같이 빛나는 엷은 가스 성운을 자기 주위에 달고 다닌다. 이 가스 성운은 별들의 자궁이랄 수 있는 성간운에 있던 기체 찌거기로서 어머니 성간운과 신생아 별이 아직도 중력의 끈으로 묶여 있음을 보여 준다.'
이 글을 읽고는 탯줄을 달고 엉금엉금 제 자리를 찾아 기어가는 아기별을 상상하지 않을 도리가 없으며...^^;;; 꼼짝없이 하늘을 향해 오구오구 하게 되네요 ^^;;;
@송현정
오.. 그런 '의인화'에 불만이 있으신 건, 사태를 축소시키는 듯한 뉘앙스 때문인 것 같네요.
맞아요. 예전에 <고래가 가는 곳>이라는 책에서
자연을 향한 인간 중심적 '의인화' '의인적 비유'가
기만적일 수 있다는 대목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역시 어떤 맥락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 먼 우주에서 우리는 가늠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지는 한 생애를
신생아실-풋내기-자궁-어머니-신생아-형제자매별-고향으로 확 엮어버리니.
마음에 콕 박혀버리고 마네요.
내 식대로 해석해버리겠다는 자기중심성이 아니라면,
우 주라는 타자를 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 거라면,
의인화/비유가 탁월할 수도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시는 칼 선생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