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D-29
감추어진, 동떨어진, 미지의 원인으로 인한 현상에 접하게 될때, 사람들은 '신' 이란 단어를 흔히 사용한다. 기존 원인의 자연적 근원인 이치의 샘이 손에 잡히기를 거부할 때, 사람들은 이 신이라는 용어에 자주 기대게 된다. 원인에 이르는 실마리를 놓치자마자 또는 사고의 흐름을 더 이상 쫓아가지 못하게 될때 우리는 그 원인을 번번이 신의 탓으로 돌려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때까지 해오던 원인 탐구의 노력을 중단하고는 한다....
코스모스 P.328,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고대 이오니아 인들은 우주에 내재적 질서가 있으므로 우주도 이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자연 현상에서 볼 수 있는 모종의 규칙성을 통해 자연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며,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주의 이렇게 훌륭하게 정돈된 질서를 "코스모스" 라고 불렀다.
코스모스 P.343,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그리고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도 바로 피타고라스였다. 그는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전체", 즉 코스모스로 봄으로써 우주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코스모스 P.36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공간과 시간은 서로 얽혀 있다. 시간적으로 과거를 보지 않으면 공간적으로 멀리 볼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어떤 천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그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코스모스 P.397,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7장과 8장을 읽었습니다. 과학사를 재빨리 훑는 듯한 7장 내용은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각각의 에피소드도 재밌었지만,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핵심을 알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과학발전에 꼭 필요한 요소는 자유로운 탐구정신이다 p.372> 라는 문장과 대조적인 역사속 시대상을 읽으며, 저자가 과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수 있었고. 저 또한 개인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 바가 컸습니다. 과학이 태어났다는 이오니아 이야기도, 탈레스나 엠페도클래스같은 낯설지만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저는 어릴때 위인전을 재밌게 읽었는데요 제가 제일 재밌게 읽은 책이 장영실이었어요. 그 책을 읽기전엔 세종대왕은 알았지만 장영실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장영실의 어린 시절과 신분등을 알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과학자들(혹은 천문학자)이 선사하는 탐구정신과 열린 마음, 호기심에 대한 헌신과 몰입등은 나라를 막론하고 영감을 주는 것같아요. 우리는 여전히 해가 뜬다, 해가 진다는 표현의, 지구중심우주관에 부합하는 말투를 쓰고 있지만, 자신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주변을 개선할수 있는 필수전제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되네요. 별들은 대체 어떤 존재인지 저도 궁금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저자의 표현대로, 나그네로 시작한 우리는 여전히 나그네로 남아있는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이 두꺼워서가 이유로 자주 거론되긴 하지만, 저는 내용의 광대함과 깊이도 쉽게 읽어내려가기 힘든 이유중 하나인것 같아요. 특히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이 많지는 않은 상태에서 그저 호기심만으로 읽어나가다보면, 이 책을 덮더라도 앞으로 여기저기에서 관련 내용들을 좀더 찾아 읽어봐야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할수 밖에 없는데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완독을 위해 유의미한 시간을 내보기로 결심한 12월이기도 해서 매 장을 나름 공들여 읽고 있지만, 지금껏 읽은 내용중 가장 압도적으로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복잡하고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장이라면, 단연코 이번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편인것 같아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여행을 했을때 우주여행을 하는 이와 지구에 남겨진 이들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이렇게 구체적인 예시로 접해본건 처음이라 (p.416) 시간과 공간, 빛의 속도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해보게 될것 같습니다. 먼 과거에 일어난 사건일수록 시간이란 지렛대의 길이가 더 길어지므로 역사에 남기는 영향은 그만큼 더 커지게 마련이라는 (p.419) 문장은 나비효과도 떠오르게 하고, 미래와 과거를 오가는 후반부의 내용들은 그 광활함에 장자철학을 연상시키기도 해요. 인터스텔라같은 영화도 물론 생각나구요. 저자는 수많은 별들 어딘가에 살고 있을 우리 후손들을 언급하며 이 장의 끝을 맺었지만, 저는 문득 '지금 저자는 어디에 있을까? ' 라는 황당한 상상속 궁금증으로 마무리하네요.
"신들이 세상을 만든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p349. 아무래도 신앙인인 입장으로써는 믿음이 흔들릴 수 있는 내용이였지만, 여기서 종교적인 내용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보니, 신앙인으로써의 느낀점은 삼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것을 보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가 어떻게 변했고, 또 어떤 과학적인 사고를 향해 나아갔었는지를 이 문장을 통해서 이해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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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대항해시대를 잇는 네덜란드의 새 항로 개척과 창의성 폭발의 시대를 보며 미지의 세계 탐색으로 지식이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 풍성한 창발로 이어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어요. 당시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 중 하나였겠지만 반대로 탐색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고 그것이 이후 동북아시아와 유럽의 발전 경로에 꽤 영향을 주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렸을 때 보았던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사진은 매혹적이고 신비로웠고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저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요. 보이저호 여행은 인류 모두에게 주는 선물이었네요.
말코손바닥사슴님의 대화: @Uniya 오 친구 분과 함께하시는 건가요? 너무 좋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과학 베스트셀러 순위에 <코스모스>가 항상 상단에 위치해 있는 걸 보면, 거의 전 국민이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막상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쉬이 진도를 나갈 수 있는데, 워낙에 오래된 명성이 주는 부담감과 ㅎㅎ 까맣고 두꺼운 외양이 주는 압박감 때문에 많은 이에게 못다한 숙제가 되는 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틈틈이 편하게 글 남겨주셔요. 올겨울은 코스모스와 함께하시지요☃️☃️!
네 고맙습니다~ 올 겨울에 꼭 완독하고 리워드도 신청하려구요 ㅎㅎ 행복한 겨울 보내세요~~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라는 것도 뭐 그리 대단한 존재도 못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주의 후미진 구석을 차지하고 (..) 작은 은하군의 그저 그렇고 그런 '식구'일 뿐이다.
코스모스 38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우리는 하늘을 보고 머릿속에서 모형을 구축해보고 그 모형에서 귀결되는 관측 현상들을 예측하고 (..) 예측이 실제와 맞지 않을 경우 그 모형을 과감하게 버리면서 모형을 다듬어왔다.
코스모스 38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이론적 모형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또 파기하는 과정을 뒤돌아보면서, 우리는 인류의 진정한 용기가 과연 어떠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코스모스 385-386,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어떻게 동일한 사건이 나와 당신에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단 말인가? (..) 이것은 자연 세계의 근본을 건드리는 질문이며 매우 심각한 도전이었다.
코스모스 401,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질문들을 통해서 세계를 그 뿌리에서부터 다시 보기 시작함으로써 자연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코스모스 401,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P34 세포가 복제되는 과정 설명이 이어짐. 다 아는 것 같고 쉬워보임. 내가 어느정도 경지에 올라있구나 생각이 듦 ㅋㅋㅋㅋ. 하지만 이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라고 하면 머뭇거리게 됨. 난 그저 자신감만 조금 있는 바보구나.. 안다는 건 착각일 수도 있겠다. P35 If the mutation rate is too high, we lose the inheritance of four billion years of painstaking evolution. If it is too low, new varieties will not be available to adapt to some future change in the environment. The evolution of life requires a more or less precise balance between mutation and selection. When that balance is achieved, remarkable adaptations occur. 오랜 세월 쌓아온 절묘한, 돌연변이의 발생 정도. 수십억년이 쌓인 그 절묘함을, 사람은 통제할 수 있다. 자연도 대단하고 인간도 대단하다. P35 This major influence on the function of the blood—so striking as to be readily apparent in photographs of red blood cells—is the result of a change in a single nucleotide out of the ten billion in the DNA of a typical human cell. We are still ignorant of the consequences of changes in most of the other nucleotides. 선명히 기억나는 겸형 적혈구 이야기. 그런데 과연 요즘도 뉴클레오타이드의 변화에 따른 결과를 전만큼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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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논지의 완벽함이지 그 논지가 지니는 권위의 무게가 아니다.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권위가 배우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장애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권위의 무게가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주어진 문제의 답을 스승이 내린 판단에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나는 피타고라스학파에서 통용됐던 이와 같은 관행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들은 논쟁에서 "우리의 스승께서 말씀하시기를..." 하는 식으로 대답하는 습관이 있었다. 여기서 스승은 물론 피타고라스를 가리킨다. 이미 정해진 견해들이 아주 강해서 타당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은 채 권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식이었다.
코스모스 p.366,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7장 밤하늘의 등뼈>를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용한 내용에 저도 밑줄 그어놔서 함께 책 읽는 기쁨을 확인하게 되네요. 저는 이번에 될 수록 다른 분이 인용하지 않은 내용만 골라 올리겠습니다. 밤하늘의 그림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그림이 매년 거기에 걸려 있다. 달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해 가느다란 은이 되었다가 둥그런 동그라미로 자란다. 그리고 또다시 사라진다. 달이 변하면 여자들은 피를 흘린다. (...) 어떤 부족들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날과 여자들이 피를 흘리는 날을 사슴 뼈에 새겨 둔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짤 수 있으며, 그들의 규칙을 지킬 수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36 실용적 가치를 얕잡아 보는 풍조가 고대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천문학자들에게 천상의 문제를 생각하되, 하늘을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 한편 플루타르코스는 또 이렇게 주장했다. “만들어진 물건이 우아하다고 해서 보는 사람마다 기뻐할지라도, 반드시 그것을 만든 사람까지 높이 칭송할 필요는 없다.” (...) 기능인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천시 때문에 전도가 유망하던 이오니아의 실험 중심적인 방법론은 그 후 2,000년 동안이나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험에 대한 혐오감은 도데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 아테네인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온갖 대범한 생각들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해당됐지, 구성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 노동에 있었다. 육체 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한편 과학 실험도 육체 노동이었다. 노예 소유자들은 당연히 육체 노동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과학을 할 만큼의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도 일부 사회에서 체면치레로 ‘gentle-men’이라 불러 주는 바로 노예주들뿐이었다. 그러니 과연 누가 과학을 했겠는가?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69~370 * 별이란 무엇인가? 별이란 광막한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태양이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80 *태양은 벌겋게 달아오른 돌멩이였고 별들은 천상의 불꽃이었으며 은하수는 밤하늘의 등뼈였다. 이론적 모형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또 파기하는 과정을 뒤돌아보면서, 우리는 인류의 진정한 용기가 과연 어떠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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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별님의 대화: <7장 밤하늘의 등뼈>를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용한 내용에 저도 밑줄 그어놔서 함께 책 읽는 기쁨을 확인하게 되네요. 저는 이번에 될 수록 다른 분이 인용하지 않은 내용만 골라 올리겠습니다. 밤하늘의 그림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그림이 매년 거기에 걸려 있다. 달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시작해 가느다란 은이 되었다가 둥그런 동그라미로 자란다. 그리고 또다시 사라진다. 달이 변하면 여자들은 피를 흘린다. (...) 어떤 부족들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날과 여자들이 피를 흘리는 날을 사슴 뼈에 새겨 둔다. 그렇게 하여 그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짤 수 있으며, 그들의 규칙을 지킬 수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36 실용적 가치를 얕잡아 보는 풍조가 고대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천문학자들에게 천상의 문제를 생각하되, 하늘을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 한편 플루타르코스는 또 이렇게 주장했다. “만들어진 물건이 우아하다고 해서 보는 사람마다 기뻐할지라도, 반드시 그것을 만든 사람까지 높이 칭송할 필요는 없다.” (...) 기능인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천시 때문에 전도가 유망하던 이오니아의 실험 중심적인 방법론은 그 후 2,000년 동안이나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험에 대한 혐오감은 도데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 아테네인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온갖 대범한 생각들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해당됐지, 구성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 노동에 있었다. 육체 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한편 과학 실험도 육체 노동이었다. 노예 소유자들은 당연히 육체 노동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과학을 할 만큼의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사람들도 일부 사회에서 체면치레로 ‘gentle-men’이라 불러 주는 바로 노예주들뿐이었다. 그러니 과연 누가 과학을 했겠는가?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69~370 * 별이란 무엇인가? 별이란 광막한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태양이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80 *태양은 벌겋게 달아오른 돌멩이였고 별들은 천상의 불꽃이었으며 은하수는 밤하늘의 등뼈였다. 이론적 모형을 이렇게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또 파기하는 과정을 뒤돌아보면서, 우리는 인류의 진정한 용기가 과연 어떠했는가를 실감하게 된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0, p386
다른 분들이 저와 달리 수집한 문장들을 보면.. 읽고 지나온 부분이지만 또 다르게 다가오는 새로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 대중화에 반대하는 과학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과학의 신성한 지식은 소수 집단의 전유물이며, 대중이 함부로 손대어 훼손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p.368 "피타고라스학파의 사상이 가져다준 득과 실은 요하네스 케플러의 일생과 업적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비록 감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이지만 피타고라스학파는 완벽하고 신비한 세계의 존재를 확신했다. 케플러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주장에 따라 행성들이 등속 원운동만을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고집했다. 그런데 그는 번번이 행성 운동의 관측 결과를 이러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그는 원 궤도로 다시 설명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렇지만 피타고라스학파와 달리 케플러는 현실 세계에 대한 실험과 관측의 중요성을 깊이 신뢰했기 때문에 행성의 겉보기 운동에 관한 상세한 관측 자료에 따라 원 궤도 운동이라는 전제를 포기했다. 행성들의 궤도는 타원이었다. 케플러는 피타고라스학파의 생각에 매료되어 행성 운동의 조화를 연구하게 됐지만, 결국 피타고라스 학파의 생각 때문에 그의 연구는 10년 이상이나 지체됐던 것이다. "p.368~368 "실용적 가치를 얕잡아 보는 풍조가 고대 사회에 만연하기 시작했다. 플라톤은 천문학자들에게 천상의 문제를 생각하되, 하늘을 관측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역설했다. 기능인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통념과 천시 때문에 전도가 유망하던 이오니아의 실험 중심적인 방법론은 그 후 2000년 동안이나 버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험을 통한 검증 없이 경쟁 중에 있는 가설들의 우열을 가릴 수가 없으므로, 과학은 실험에 의존하지 않고는 발전을 할 수 없다. 피타고라스학파의 큰 오점인 실험을 천시하는 생각이 오늘날까지 살아 있으니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실험에 대한 혐오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p.370 "아테네인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온갖 대범한 생각들은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해당됐지, 구성원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노예의 정체성은 손을 사용하는 그들의 육체 노동에 있었다. 육체 노동은 바로 노예임을 뜻했다. 한편 과학 실험도 육체 노동이었다. "p.370 오늘날에도 이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론을 말하고 손을 쓰지 않는 사람을 더 우아한 지성으로 여기고, 기술직이나 현장직을 사유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시선은 형태만 바뀐 채 반복되고 있다. 생각이 몸을 떠날수록 고귀해진다는 믿음, 손을 더럽히는 순간 지성은 한 단계 낮아진다는 이 낡은 구분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돌이켜보면 이 관념은 짧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오니아에서 움트다 꺾였던 실험의 전통 이후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간은 생각하는 자와 만드는 자를 구분해 왔다. 그 사이 문명은 달라졌지만, 손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노예의 노동으로 취급받던 그 손들 덕분에 세계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왔다.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고쳐 만들며 생각을 기술로, 기술을 다시 세계로 환원시킨 이들이 있었기에 문명은 정체되지 않았다. 지성은 말하는 곳이 아니라 끝내 만들어지는 자리에서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묻게 된다. 이 오래된 사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우리는 언제쯤 생각하는 손과 만드는 머리를 다시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프톨레마이오스의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울어버렸습니다. P51 He developed a predictive model to understand planetary motions and decode the message in the skies. The study of the heavens brought Ptolemy a kind of ecstasy. “Mortal as I am,” he wrote, “I know that I am born for a day. But when I follow at my pleasure the serried multitude of the stars in their circular course, my feet no longer touch the Earth . . .” 내 이랄 줄 알았다. “Mortal as I am”이라고 나올 때부터 감동적인 소리 할 줄 알았다… 흑흑 ㅠㅠ 너무 멋지다.. 과학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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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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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편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수림문학상 수상작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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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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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러시아 문학이 제 맛
[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그믐밤] 8. 도박사 1탄, 죄와 벌@수북강녕[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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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요리는 배를 채우고, 책은 영혼을 채운다
[밀리의서재]2026년 요리책 보고 집밥 해먹기[책걸상 함께 읽기] #23.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도서 증정] 소설집『퇴근의 맛』작가와 함께 읽기[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8일 오후 8시 라이브채팅 예정!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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