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D-29
이것이 복잡한 유기 화합물들의 화학 반응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생명이 태어났던 것이다.
코스모스 459,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인류는 전적으로 태양의 힘에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코스모스 459,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생명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를 통해 화학반응에 대한 실습을 수없이 많이 해 왔지만 인간은 이제 겨우 그 화학반응들을 연구하기 시작한 데 불과하다.
코스모스 549,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현대 기술 문명은 기기묘묘한 생화학 반응의 지극히 사소한 반응만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육체는 그 모든 화학반응을 전혀 힘들이지 않고 척척 수행해낸다.
코스모스 549,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우주에 비하면 지구도, 인간도 정말 작은 존재라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네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양의 광구를 배경으로 홍염이 차지하는 하늘의 넓이를 지구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45 칼 세이건의 뛰어난 비유 능력과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문장입니다. 별들이 신생아실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나온다니, 상상해 보면 왠지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니까 하는 말이다. […]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 태어난 별들이 ‘신생아실’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은하수 은하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홍승수 역, 사이언스북스, 2023, p. 447
@권인 그러게 말입니다. 수년 전부터 '자존감'이 화두가 되면서 '겸손'이란 화두가 다소 등한시되어 온 것 같아요. '작은 존재'로서 코스모스를 열심히 이해한다는 게 당장의 이익과 직결된 것이 아니고, 그저 관점과 확장일 뿐인데 새삼 깨닫게 되는 게 많습니다.
맞아요. 갈수록 겸손의 미덕이 작아져 가는 요즘이라 칼 세이건의 문장들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505페이지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하고 시작되는 밀턴 휴메이슨과 에드윈 허블의 이야기가 재미있네요. 노새 몰이꾼 휴메이슨이 옮긴 짐이 마침 관측 장비여서, 에드윈 허블의 아버지가 마침(?!) 돌아가셔서... 운명처럼 둘이 팀을 이루게 되었군요. 휴메이슨과 허블의 발견은 우주의 기원이 대폭발임을 '암시'하고 있었고, 이것은 모든 것의 근본을 건드리는 문제였다... 이야기의 시작이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이어서인지 전설처럼 느껴지네요.
코스모스 감상 기록 12 [ 밤하늘의 등뼈] 308 구멍 뚫린 동판을 간단히 복원한 것이다. 이 사진을 보고 소설 희랍어 시간에 나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동판이 소설에 나오는 필름 조각과는 다르겠지만 저런 자세로 태양을 보았을 듯하다. 태양을 보고 있으나, 태양이 아닌 별의 밝기를 조사하는 모습이었던 것처럼 소설 인물도 해를 올려다 보며 다른 것을 탐색하지는 않았을까. <희랍어 시간 33쪽-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그 다리 앞의 벤치에 앉았을 때, 당신은 그렇게 문득 청바지 주머니에서 두 개의 네거티브 필름조각을 꺼냈지요. 가무잡잡하고 날씬한 팔을 들어, 두 눈을 필름들로 가리고 해를 올려다보았지요. - 당신은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를 질끈 묶은 채 필름조각들을 통해 해를 보고 있었습니다. 당신 옆에 앉아 있던 무뚝뚝한 표정의 남자 간호사가 그것들 중 하나를 달라고 손짓했지요. 다 큰 어른들이 나란히 앉아 한쪽 눈을 감고, 필름조각 한 장씩을 들고 해를 올려다보는 모습은 어딘가 웃음을 자아내는 데가 있었습니다. - 뭐가 보여요? -네 눈으로 직접 봐. > 덧붙여 희랍어 시간에 나오는 신에 대한 이야기와 칼 세이건이 말한 신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코스모스 59쪽 식물과 동물이 모두 그 나름대로 완벽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면 이렇게 대단한 능력의 설계자가 처음부터 완전하게 의도된 다양성을 실현할 수 없어서야 어디 말이나 되겠는가? 오히려 화석 기록들은 위대한 설계자가 저지른 시행착오의 과거와 그의 미래 예측 능력에 숨어 있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는 위대한 설계자에게 결코 어울리는 속성이 아니다. (냉정하고 변덕스러운 기질의 설계자라면 괜찮겠지만 말이다. ) 희랍어 시간 43쪽 - 이 세계에는 악과 고통이 있고, 거기 희생되는 무고한 사람들이 있다. 신이 선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면 그는 무능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 않고 다만 전능하며 그것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존재이다. 신이 선하지도, 전능하지도 않다면 그를 신이라 부를 수 없다. 그러므로 선하고 전능한 신이란 성립 불가능한 오류다. - 그렇다면 나의 신은 선하고 슬퍼하는 신이야. 그런 바보 같은 논증 따위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느 날 갑자기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걸.
"각자는 한 사람의 성숙한 인격체로서 누구를 아끼며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하지, 파충류 수준의 두뇌가 명령하는 대로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555p 파충류 수준이라는 말에 빵 터져 한참을 웃었네요. 문득 문득 '파충류'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헤집으며 즐거움을 줍니다ㅎㅎ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 성숙한 인격체... 사실 저에겐 어렵네요. '사람 안 변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종종 하는데요. 이제는 '사람은 변해.'라고 말버릇도 마음가짐도 고쳐야겠습니다. 적어도 나부터, 나라도 변화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타인을 변화시키긴 어렵지만, 나를 변화시키는 건 그보다 쉬우니까요. 내가 마음 먹고 행동하면 되는 거니까. 나만이 나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과학 어렵고 잘 모르지만, 한번 덤벼보고(?) 싶은 마음에 코스모스를 집어 들었네요. 넘긴 부분이 많아, 과연 나에게 남는 게 있을까 싶지만, 지금의 저에겐 이 정도의 흡수가 최선인 듯합니다. 언젠가 다시 읽게 된다면, 달리 다가오겠지요:)
@bono 저도 저 표현에서 흠칫했습니다 ㅎㅎㅎ 사실 지능의 기준을 인간으로 상정했기에 '수준'이란 단어가 나온 것 같아요. 행간에 다소 감정이 삐죽 튀어나온 듯하지만요 ㅎ 지능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지 학계의 합의는 없다고 하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강조하는 칼 선생님의 애정 어린 잔소리처럼 느껴집니다. 성숙해지고 싶네요. 지금 나에게 맞는 독서법으로 찬찬히 발췌독을 하다가, 3기에 슬쩍 다시 오셔도 됩니다 !
좀 지났지만 [7장] 이야기. '밤하늘의 등뼈' 반복해서 감상을 나눠주신 것처럼 저 또한 !쿵족의 재미난 상상과 이오니아 역사에서 과학이 태동한 자유로운 탐구의 문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소위 문무의 겸비를 강조하는 듯한 대목에도 눈이 갔습니다. "실용적 기술과 이론의 융합" 창백한 머리와 뜨거운 발, 같은 여러 비유가 머리를 스쳐갔고요. 하지만 조금은 이 역사를 해석하는 칼 세이건이 주관성의 무게가 더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물론 중앙권력에서 탈피한 체계, 정치적 권력이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상인'에게 있었다는 것. 그리고 페니키아 알파벳(모음)을 그리스어에서 최초 사용함으로써 극적으로 개선된 문맹률, 그로 인해 다수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분석은 공감 갔습니다. 하지만 너무 매끈한 인과적 분석에 대한 저의 편향일까요? 민주주의와 과학의 상관관계를 강조하고 싶었고, 피타고라스학파와의 대조를 하고 싶었기에 역사적 사실이 배경처럼 끌려온 느낌도 들더라구요. 그래도 그 주관성이 조금 더 느껴진 건 그만큼 칼 세이건이 과학문화에 진심이기 때문이겠죠? 최근 과학사학자들 역시 여전히 이오니아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이오니아만을 유일한 과학의 탄생지로 단정하다 보면 유럽중심주의적 사고에 갇힐 수 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한 듯합니다. 다원적, 세계사적 접근으로 보면 과학은 다양한 형태로 점진적으로 발전했고, 문화마다 다른 과학의 형태가 있다는.. 전제가 45년 전보다 짙어졌구요. 우리는 그 경향성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학의 탄생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칫 이오니아에서 태동되었다고 확신하기 쉬웠는데, 이것이 유럽중심주의적 사고일수도 있겠네요. 세계 곳곳에서 발전되어온 과학의 태동에 대하여 궁금해지네요
P57 Kepler was a brilliant thinker and a lucid writer, but he was a disaster as a classroom teacher. He mumbled. He digressed. He was at times utterly incomprehensible. He drew only a handful of students his first year at Graz; the next year there were none. 그때 케플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흑흑 나는 바보야.. 였을까, 위대하신 이 몸의 말귀를 못 알아먹는 우매한 놈들.. 이었을까. 타인의, 특히 위대한 사람의 불행은 어느정도 위안을 준다. 학생을 가르치던 때가 떠오른다. P57 And one pleasant summer afternoon, deep in the interstices of one of his interminable lectures, he was visited by a revelation that was to alter radically the future of astronomy. Perhaps he stopped in mid-sentence. His inattentive students, longing for the end of the day, took little notice, I suspect, of the historic moment. 세이건의 재주가 잘 나타난다. 곽재식 작가님이 생각나기도 한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실제 일어난 것처럼 묘사한다. 좋은 연출이다. 주절거리며 떠들다가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는 케플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P58 The five perfect solids of Pythagoras and Plato. See Appendix 2. 오랜만에 증명 문제를 보며 집중해보았다. 역시 수학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하는 듯. 이미 답을 다 알고 접근하는데도 이해가 이렇게 오래 걸리다니. 다 이해한지도 의문이다. 전에는 더 쉽게 이해되었던 거 같은데.
우주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에드윈 애벗 이라는 학자의 납작이나라(Flatland)를 언급한 점이 흥미로웠다. p.524~ 2차원 세계에 살고있는 납작이들이 3차원세계에서 온 사과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3차원인 나는 2차원 세계의 이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관련 유투브를 찾아보니 이런 영상이 있었다!! https://youtu.be/-wv0vxVRGMY?si=OfpHodSjrVvI_RyU 납작이나라에 사는 납작이들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2차원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 3차원에 사는 우리도 4차원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납작이나라'라는 형태로 설명하니 납작이의 심정이 너무나 이해가 된다. 도무지 상상이 불가능한 세계, 하지만 그 세계를 이해하고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게는 3차원이 어떻게 보일까.
많은 신들 중 어느 분이신지, 그분께서 세상을 정돈하여 카오스에서 코스모스의 영역으로 밀어 넣은 다음에, 제일 먼저 땅을 튼튼한 공의 모습으로 빚어내셨다. 어느 쪽에서 보든 땅이 같은 모습으로 보이도록 말이다. 그 어디에도 생명이 없는 곳이 없었으며, 하늘은 별과 성스러움으로 가득했고, 바다는 번쩍이는 물고기들의 집이 됐으며, 땅에는 짐승이, 부드러운 공기에는 새들이 있었다. … 그 다음에 사람이 태어났다. … 모든 짐승들의 시선은 땅을 향하게 하셨지만, 사람에게는 쳐들 수 있는 머리를 주시고 곧추설수 있게 하셨다. 사람은 자신의 시선을 하늘로 향할 수 있게 됐다.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1세기
코스모스 p.536,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행동의 관습적 유형은 마음 어딘가 깊숙한 곳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인간 본성의 일부인 것이다.
코스모스 555,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글쓰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글쓰기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먼 과거에 살던 시민과 오늘을 사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코스모스 558,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기후 변동의 실제 요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인간 생존의 근본 문제는 천문학 내지 지질학적 우연성에 이렇게 민감하게 의존한다.
코스모스 567,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핵무기의 발명이 있기까지는 지성이야말로 생존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였던 것이다.
코스모스 567,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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