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아이를 낳지 않거나 늦게 낳는 선택을 두고 “이기적이다/책임 있다” 같은 평가를 들은 적이나 혹은 직접 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 판단은 주로 어떤 “자연스러운 삶의 궤도”를 전제로 하고 있었던 것 같나요?
: 저는 결혼 후 공부와 경제적 이유로 늦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른바 노산, 고위험군 산모였어요.
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던 시기에는 "왜 아이를 갖지 않으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불편했습니다.
출생과 육아는 개인의 계획과 조건에 따라 선택해야 할 문제인데도, 결혼했으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당연한 일'로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심지어 저는 '결혼했어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온전한 성인이 아니고, 어른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 말이 더 충격적이었던 점은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거였어요.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는 어른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성애 부부+자녀'만을 '정상 가족'으로 인정하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부부로만 살아가는 2인 가족'은 온전한 가족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미완성 상태에 머문 사람들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이런 논리인 셈입니다.
"짐승도 짝을 지으면 새끼를 낳고 키우는데, 하물며 사람이 왜 자연에서 벗어나는 비정상적인 선택을 하느냐?"
결혼과 비혼, 동성애와 이성애, 동성혼과 이성혼, 출생과 비출생은
각자의 정체성, 가치관과 삶의 조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의 문제를 '자연스럽냐, 비자연스럽냐'의 문제로 환원하는 순간,
자연은 하나의 잣대로 축소되고, 인간의 삶은 그 잣대에 맞춰 선별됩니다.
책에서도 지적하듯, 자연은 애초에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다양성과 예외, 변칙과 변이를 포함하고 있는 곳이 자연입니다.
그 복잡성을 무시하고 인간의 삶을 이분법으로만 가르는 것 자체가 이미 '자연주의적 오류'입니다.
비혼이나 동성애, 비출생을 선택하는 이들은 종종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는 공격을 받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 윤리가 없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입니다.
저는 이 비난이 공동체를 위한 진지한 우려라기보다는,
자신의 혐오를 감추는 위선, 그리고 막연한 공포를 키우는 호들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의 재생산 책임을 몇몇 개인에게 떠넘기고, 그들을 도덕적으로 몰아붙이는 쪽이야말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까요.
또한 양육 의지나 여건이 충분치 않은 사람에게 "그래도 낳아야 어른"이라며 출생을 강요하는 태도가 훨씬 더 무책임하고 위험합니다.
누구의 삶이 어떤 기준으로 '자연스럽다/ 비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문제일까요?
누군가의 선택이 타인과 공동체에 위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최소한의 자유 의지로 이루어진 선택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그게 우리가 지켜야 할 예의이자, 진짜 책임 윤리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냥 놔두는 게 왜 그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라스카
마치 <자연스럽다는 말> 의 또 다른 장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그냥 놔두는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는 이를 자연이라 부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그러한 것, 자연.
레오니
책 178쪽에 인용된 삽화 작품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좀 더 찾아보았습니다.
1871년 3월 22일, 영국의 주간지 The Hornet (땅벌처럼 날카로운 풍자를 한다는 의미의 제호) 에 실린 것으로,
제목과 부제는, A Venerable Orang-Outang. A contribution to Unnatural History ( 존귀한 오랑우탄. 부자연스러운 자연사에 헌정, 여기에 언내처럴 부자연스러운이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다윈의 실제 사진 얼굴을 바탕으로 몸 전체를 오랑우탄(또는 유인원)으로 그린 석판화 작품, 1850~70년대의 사진 보급과 출판, 인쇄, 언론 문화의 발달상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습니다.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1871)에서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을 주장한 다윈을 조롱하며, “자연사(natural history)가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역사(unnatural history)”라는 말장난이 재미있습니다.
다음은 캠브리지 대학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다윈 프로젝트에 실린 해설문 번역입니다.
다윈을 반(半)유인원으로 묘사한 풍자화들은 매우 많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특정한 역사적 순간을 반영한다. 대부분은 1871~72년 『인간의 유래』 출간 직후부터 1870년대에 걸쳐 제작된 것이며, 다른 유럽 국가에서 발행된 잡지들에도 광범위하게 모방되었다. 다윈의 외모는 『종의 기원』의 명성에 힘입어 1860년대 중후반부터 그의 사진이 대량으로 퍼지면서 비로소 대중에게 익숙해졌다. 그 이전까지 『펀치(Punch)』나 다른 잡지에 실린, 인간의 조상에 대한 그의 생각을 조롱한 만평들은 대체로 다윈 자신을 희화화하기보다는, 의인화된 원숭이나 다른 동물들을 등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인간과 유인원의 진화적 연관성은 『종의 기원』에서 암시적으로만 언급되었지만, 1858년경부터 헉슬리의 논쟁적 글들이 이미 그 생각을 널리 알렸고, 1860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BAAS(영국과학진흥협회) 논쟁의 핵심 주제가 되기도 했다.
다윈 자신을 준(準)유인원 형태로 시각화하는 발상은 1871년 3월 『더 호넷(The Hornet)』에 실린 대형 익명 석판화, 존귀한 오랑우탄(A Venerable Orang-Outang). 부자연한 역사에 대한 한 기여(A Contribution to Unnatural History) 를 통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에서 다윈의 머리는 비아냥 섞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며, 웅크린 원숭이의 몸에 붙어 있고, 그 원숭이의 신체는 다시 일부는 인간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화가는 1860년대 중반 에른스트 에드워즈(Ernest Edwards)가 촬영한 다윈의 초상사진, 혹은 엘리엇 & 프라이(Elliott & Fry) 사진관에서 제작된 초기 사진들을 본 것이 분명하다. 줄리아 마가렛 캐머런(Julia Margaret Cameron)이나 다윈의 아들 레너드처럼 ‘예술사진가’들은 조명과 카메라 각도를 통해 사색적이고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며 그의 외모를 이상화했지만, 상업 스튜디오들은 오히려 다윈의 실제 얼굴 특징—두툼한 코, 입가에서 어색하게 잘린 흐트러진 콧수염과 턱수염—을 훨씬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풍자화가는 바로 이러한 특징을 활용했다.
이에 실린 논평에서 『호넷』의 편집자는 다음과 같이 가장한다. 그는 ‘내 고집스러운 화가의 제어 불가능한 상상력을 개탄한다’면서, 자신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심오한 철학자 다윈 씨의 생생한 초상을 그리라”고 지시했지, “원작자의 근엄한 용모를 희화 효과를 위해 손보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다. “못된 녀석이 혼동해버렸어; 철학자의 얼굴과 원숭이의 얼굴을 뒤섞다 보니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구분도 못하게 되어버렸지.”
이러한 ‘혼동’은 오히려 인간 기원에 대한 다윈 자신의 이론을 정당화하는 것이었고, 그림의 ‘희극적 효과’는 『인간의 유래』에서 제시된 사상에 대한 거부나 적의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다윈 본인도 이 풍자화를 유쾌하게 받아들였다고—혹은 그렇게 말한 것으로—전해진다. 1871년 산호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미국 광물학자 제임스 헤이그(James Hague)가 다윈 가족이 머물고 있던 런던의 그의 형 에라스무스 집에 초대되었을 때, 대화 중 다윈은 일반 대중이 『인간의 유래』에 담긴 자신의 견해를 별 충격이나 반대 없이 수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헤이그가 이에 동의하며 『펀치』에 실린 관련 농담을 언급하자 다윈은 매우 재미있어 했다. 그는 “내일 그걸 구해야겠군요. 그런 것들은 전부 모아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그의 아들 중 한 명이 『호넷』 한 부를 가져왔다. 다윈은 그것을 즐겁게 보여주며, 특유의 느긋한 비평적 말투로 “머리는 아주 영리하게 그렸는데, 고릴라는 형편없군. 가슴이 너무 두텁네, 저렇게 생길 수는 없지”라고 말했다. 재치 있는 풍자화들은 대중에게 다윈의 모습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이미지들은 『인간의 유래』 저자를 존경하게 만들기보다는, 그가 주장한 조상 계보 중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일부와 아주 가까운 친척임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아마도 그 풍자들을 가장 즐긴 사람은 바로 다윈 자신이었을 것이다.
원문
Caricatures of Darwin that depicted him as a semi-ape are numerous and well known, but they marked a specific historical moment. Most date from the period following the publication of Descent of Man in 1871-2, extending through the 1870s and widely imitated in journals published in other European countries. Darwin's personal appearance only became familiar to the general public when photographs of him began to proliferate from the mid to late 1860s onwards, on the strength of the fame of Origin of Species. Before that time, cartoons ridiculing his ideas on human ancestry that appeared in Punch and other journals had tended to feature anthropomorphised apes and other animals, rather than caricaturing Darwin himself. Although humans' evolutionary link with apes was only hinted at in Origin, Huxley's polemical writings of c. 1858 onwards had already made the idea familiar: it was central to the famous BAAS debate at Oxford of 1860. The idea of visualising Darwin himself in quasi-simian form seems to have come with this large anonymous lithograph in The Hornet of March 1871, A Venerable Orang-Outang. A Contribution to Unnatural History. Here an unflattering portrayal of Darwin's head is attached to the body of a crouching ape, which in turn has some quasi-human physical features. The artist must have seen portrait photographs of Darwin by Ernest Edwards, dating from the mid-1860s, or possibly the earliest ones produced by the firm of Elliott and Fry. Whereas 'artistic' photographers like Julia Margaret Cameron and Darwin's son Leonard idealised his appearance through lighting and camera angle, conferring an impression of thoughtful melancholy and refinement, the commercial studios tended to reveal more of Darwin's actual features - the fleshy nose, and untidy moustache and beard cut awkwardly at the mouth, which the caricaturist has exploited. In the accompanying commentary, the editor of the Hornet pretends to deplore 'the wild flights of my incorrigible artist. I told him most clearly and positively to draw me a life-like portrait of that profound philosopher, Mr. Darwin', and not to 'meddle for comic effect with the sober lineaments of the original thinker . . . The scamp has got confused; jumbled memories of the philosopher's face with monkey's till he didn't know t'other from which'.
The supposed confusion validated Darwin's own theory of human origins, and the 'comic effect' of the drawing does not seem to imply either rejection of, or hostility towards, the ideas expressed in The Descent of Man. Darwin himself took the caricature in good part - or professed to. In 1871 James Hague, an American mineralogist with a special interest in coral islands, was invited to the London house of Darwin's brother, Erasmus, while the Darwin family was staying there, and in conversation Darwin remarked to Hague that the public at large seemed to have accepted his views in Descent without much shock or dissent. Hague agreed and mentioned a joke about it in Punch, which 'seemed to amuse him very much. "I shall get it to-morrow," he said: "I keep all those things"', and one of his sons fetched a copy of the Hornet. 'Darwin showed it off very pleasantly, saying, slowly and with characteristic criticism, "The head is cleverly done, but the gorilla [sic] is bad: too much chest; it couldn't be like that." The humorists have done much to make Mr. Darwin's features familiar to the public, in pictures not so likely to inspire respect for the author of The Descent of Man as they are to imply his very close relation to some slightly esteemed branches of the ancestry he claims; but probably no one has enjoyed their fun more than he.'
비화척성
“ 결국 자연주의의 오류는 어떤 자연 현상을 좋고 나쁨의 성질을 얻는 과정에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인간의 자신의 가치 판단이 선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마치 자연이 먼저 존재하고 그로부터 가치가 도출되는 양 생각하는 것이 오류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답을 구하기 이전에 자연에 투사되고 있는 나의 가치 체계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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