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에도 이어서 읽는 보르헤스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민음사 논픽션 전집판으로는 네 번째 책을 읽습니다. 함께 읽을 분들은 참여해주세요. 극단적으로 느리게 읽는 모임입니다😀
『또 다른 심문들』는 총 2부로 나뉘어 있으며, 이 모임에서는 1부의 산문들을 이어서 읽겠습니다. 번역도 찬찬히 살펴보면서 매우 천천히 읽겠습니다. 참고로 1부는 오역이 이루 말하기 어렵게 많습니다. 원문을 제공하는 사이트(https://borgestodoelanio.blogspot.com/)를 참조하세요. 추천드리는 방법은 AI 챗봇을 이용해서 원문 번역을 시켜본 다음, 한국어 판본과 나란히 펼쳐놓고 읽는 것입니다. 이 모임은 오역을 일일이 지적하는 모임도 아니고 지적하기에는 너무 많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만 말하겠습니다.
⏤맨 처음의 웰스 153
⏤『비아타나토스』 159
⏤파스칼 167
⏤존 윌킨스의 분석적 언어 174
⏤카프카와 그의 선구자들 181
⏤도서 예찬에 대하여 186
⏤키츠의 나이팅게일 195
⏤수수께끼들의 거울 202
⏤두 권의 책 209
⏤1944년 8월 23일 자 기사 217
※ 한 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제 짤막한 감상을 남기겠습니다. 대화하실 때는 단편별로 [이 대화에 답하기] 기능을 활용해서 대화 타래를 엮어가요.
※ 지나간 글꼭지에 대한 언급도 얼마든 가능합니다. 나눠놓은 기간에 구애하지 마시고 [게시판] 기능을 활용해서 언제든 대화 타래에 동참해주세요.
※ 제 아이디를 탭 하고 [만든 모임]을 보시면 이전에 열렸던 모임의 성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략적인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임에 대한 의견도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18) [보르헤스 읽기] 『또 다른 심문들』 1부 같이 읽어요
D-29

russist모임지기의 말
화제로 지정된 대화

russist
[맨 처음의 웰스] 언젠가 오스카 와일드는 H.G 웰스를 두고 "과학적인 쥘 베른"이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위트와 통찰이 묻어나는 짧고 간결한 평가입니다. 쥘 베른은 오늘날 우리에게 과학 소설이라는 분야를 개척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작가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H.G. 웰스를 평가하면서 "과학적인 쥘 베른"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추측컨대 와일드는 쥘 베른의 소설은 '과학적'이라기보다는 그저 있을 법한 일들의 가능성을 부풀려서 썼다는 의미에서 '공상적'인 소설을 썼을 뿐, 진정 인류의 가능성을 깊숙이 탐구하고 사색했다는 점에서 '과학적'이지는 않다고 본 것이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보면, 언젠가 쥘 베른이 웰스의 소설을 읽고서 그 자유로운 상상력에 충격을 받아서 분개하면서 "그는 발명을 한다"(Il invente!)라고 말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웰스가 제시한 플롯들은 하나같이 인간 운명에 내재한 과정들을 상징합니다. 웰스의 투명 인간은 눈꺼풀이 더 이상 빛을 차단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두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이는 모든 인간이 느끼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보여줍니다. 한편, 밤이 되면 자신들의 노예근성을 한탄하는 괴물들의 비밀집회는 바티칸과 포탈라궁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보르헤스의 표현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무한하고 유동적인 모호성"을 지니며, "독자의 면모를 드러내는 거울임과 동시에 세계 지도"입니다. 하지만 웰스의 작품에서도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웰스는 머릿속으로 고안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때때로 지나치게 추론하고 설득하려고 했는데, 보르헤스는 이 부분에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한 세계를 온전히 누리고자 합니다. 이 누림은 일종의 종교적 경험이며, 엄밀한 의미로는 이성적인 추론 과정을 밟지 않고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이때 본성상 지극히 '인간된 추론'이 끼어들게 되면, 독자는 은연중에 자신이 신봉하려는 세계의 신이 불완전하다고 느낍니다. 왤까요? 그 답변은 보르헤스의 다음 문장에 함축돼 있습니다. "신은 신학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존재 이유와 근거를 치밀하게 논증하는 신은 당장은 완벽해보일지언정, 언젠가 그 추론과 논증을 되밟아서 논파할 이론가를 배태하게 마련입니다. 금에는 금박을 두르지 않듯, 이론적인 설명의 외피를 두르는 것은 언젠가 궁색하게 돼 있습니다. 신은 존재 그 자체이며, 유일한 실재라는 관념에 되비추어 볼 때, 그것은 논증과 설득의 대상은 아닙니다. 이성과 논리로써 다투지 않고 다만 존재할 따름입니다(“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출애굽기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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