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가 한 방 맞은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임지형 작가님의 성인 대상 소설인 <연희동 러너>를 읽었는데도 그랬습니다.)
무엇보다 주하가 불륜을 저질러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는데, 그에 대해 캐릭터도 작가도 변명하지 않는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남편이 나쁜 놈이었다든가 불륜이 아니라 사랑이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네요. 주하의 잘못은 끝까지 주하의 잘못으로 남고 주하는 자기 아이를 만나지 못합니다만 대신 다른 아이를 구하려 나서지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이 인물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게 됩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악인도 선인도 아닌 사람들이 설득력 있는 이유로 자신에게 불리하지만 선한 행동을 하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
D-29

장맥주

stella15
작가님이 러너라고 하셔서인지 주인공 역시 러너로 나와 뭔가 동적인 느낌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새벽서가 님과 같은 생각인데 유책 배우자에게 자녀를 만날 권리를 박탈한다는 게 과연 요즘에도 그런가? 좀 의아했습니다. 예전엔 보수적이고 가부장 때문에 그게 이상하지 않은데 지금은 법이 바뀌지 않았나 싶기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혼한 부모 때문에 어느 한쪽을 만날 수 없다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그러면서 동화작가이긴 하지만 어쨌든 작가로서의 녹록치 않은 삶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글만 써서 먹고 산다는 게 이렇게도 어려운 건가 싶기도하고, 또 어떤 면에선 작가가 투잡, 쓰리잡하면서 겪은 여러 다양한 경험을 녹여 쓰기도 하니 그게 꼭 나쁜 것마는 아닐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게다가 요즘엔 워낙에 멀티플레이어들이 많은 세상이라 한 가지 직업에만 만족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임작갑 님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달리기를 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최애 작가가 있으시면 더불어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렐류드
뒷북인데요. 읽은지 20년쯤 된 모니카 마론의 슬픈 짐승의 주인공 여성이 떠올랐어요. 욕망과 사랑, 미스터리가 같이 나와 멈출 수 없이 읽었습니다. 불륜이라는 선택이 결말이 뻔함에도 멈출 수 없던 것일까요? 주인공이 아들을 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뛰어가는 것을 보면 그럴수 있는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tella15
오, 저도 이런 책 좋아합나다. 추천 감사합니다. ^^

슬픈 짐승 (양장)2009년 독일 국가상을 수상한 현대 독일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모니카 마론의 대표작으로, 구동독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던 이전 작품들과 다르게 사랑과 열정이라는 모티프를 전면에 내세워 작가의 문학 세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받은 작품이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9권. 양장.
책장 바로가기

수북강녕
오, 저도요 책방에 당장 입고하겠습니다!

stella15
오늘 안 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했습니다. 오늘 첫눈이 왔다네요.^^

수북강녕
기다려 주시는 분도 계시고! 너무 행복합니다 ♡
제가 늦깎이 학생 이슈가 있어서 ㅎㅎ 요 며칠 좀 헉헉댔습니다 :)

Alice2023
남편과의 대화는 너무 일방적이었기 떄문에 모르겠지만 신입 수강생 지수원씨도 그렇고 편의점 사장님과도 그렇고
주하는 진심으로 대화를 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듣는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남편과도 그랬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TMI를 남발하는 유형의 사람들에게 쉽게 타겟?이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덕분에 아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걸 보면 그래도 많이 듣는 사람이 뭔가 득이 되는 걸까요 ㅎㅎ 한편 주하가 도와 주고 싶어 하는 그 소녀는 너무 말이 없어서 저는 주하가 너무나도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헛것을 보거나 영혼을 보는 것은 아닐까 싶었어요. 내가 내 아이는 못 지키고 타지로 보내지만 이 아이는 지켜주고 싶다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저도 평소에는 주로 이야기를 듣는 편이고 아주 가까운 몇명에게는 또 수다스러울 정도로 말이 많은 편이에요.
이게 낯 가리는 것인지 경계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듣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Henry
꿈인 듯 현실인 듯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주하와 함께 뛰기도 하고 숨을 허덕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달음 읽어내렸습니다.
목동과 마포의 중간(?)인 영등포 어디쯤을 주거지로 삼고 있기에, 그 계획된 동네 목동과 삐뚤빼뚤 엉켜진 마포 합정의 공간을 생각하며, 연하고 있는 한강을 달리는 주하의 마음을, 처한 상황을 상상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싶기도 합니다.
버스기사 아저씨의 호통에 기분이 좋아지는 장면이나, 투캅스 시리즈에서 박중훈 배우의 아내역을 했던 지수원이란 이름의 문우의 등장은 현기증 나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피클 같은 재미로 기억되고요.
이렇게 문득문득, 혹은 느닷없이 개인의 바운더리를 침범하는 이들의 행동과 말이 겨우 추스린 마음을 흐트러놓기도 하고, 의외로 리프레쉬해내기도 하는 기재가 되는 것은 그렇게 핍진성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를 도톰하게 만들었다 싶습니다.
작가님 자신, 동화작가이자 마라토너,을 소재로 삼아내며, 어쩌면 더 살갑고 주관적인(?) 감각의 글쓰기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리지
소설을 읽으면서 주하라는 인물은 굉장히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하는 주로 대화 상대로부터 요구 사항을 통보 받거나(이혼) 예상치 못한 정보를 듣게 되는 입장인데다, 주하가 말을 하는 곳은 보통 강의실인데, 강의실에서는 자신의 삶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서요. 일터에서 자신의 복잡한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도할 수도 있겠지만, 안도하는 만큼 외로움도 커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도, 이혼한 이후의 심정에 대해서도 털어놓을 사람이 없는 상황이, 주하가 불륜에 대한 죄값을 치르는 것처럼 보였어요. 으이구, 이년아, 하면서 등짝이라도 스매싱해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봤는데, 그런 인물이 옆에 있다면 이야기의 초점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주하를 비롯해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외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주하의 불륜을 알게 된 남편, 손님이 들어와 말을 걸자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를 꺼내는 편의점 사장님, 주하가 다가가면 겁을 먹고 도망치는 어린 소녀도요. 반면 주하의 아들 호수만큼은 가까운 친구가 있는데, 유학을 가게 되면서 호수 마저도 절친을 잃게 되는... 이렇게 인물들이 단절과 고립을 겪는 상황이다 보니 주하가 어린 소녀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행동들이 의미있게 느껴졌어요. 과연 주하가 소녀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유령일지라도요) 궁금해지는 결말이었습니다.

수북강녕
주하의 직업이 작가이자 강사라는 점에서 사람들과 일대다 소통을 하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 외로움이 느껴졌어요 이야기 속에서 호수의 입장도 상상해 보게 됩니다 엄마와 헤어져 살게 되고 면접권마저 박탈당해서 가장 힘들 사람이 바로 호수니까요
주하가 소녀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다음에 이어진 차무진 작가님의 작품까지 함께 생각하면 분명히 가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선경서재
자신의 잘못으로 자신의 아들은 지키지 못했으나 학대받는 소녀는 지킨다? 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어요.
저는 여러 사람과 잘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어려워하는 편이예요. 남편과 이야기할때가 제일 좋아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죠. 주로 제가 읽고 있는 책 내용에서 발현된 질문들인데 삼천포로 빠져도 재미있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거 같아요.

꽃의요정
오잉? 뵈었을 때 너무나 말씀을 잘 하셔서 '와~나도 저렇게 말하고 싶다' 하면서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밍묭
남편이 "얘기좀 해." 라며 주하를 부를 땐, 제 등이 다 서늘해지더라고요;; 어떤 내용일지 다 알지만, 마지막 1분 1초까지도 모른 척 하고 싶은 그 마음 잘 알 것 같아요. 물론 주하가 잘했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저도 주하처럼 최대한 피하고 미루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회피형 인간인데요, 성향이라 바꾸기 어렵지만 그래도 정면돌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밥심
“ 이사 오고 며칠 지나지 않은 어느 저녁, 주하는 처음으로 강변을 산책했다. 유난히 노을이 좋은 날이었다. 붉은 태양이 천천히 수면 아래로 잠기던 순간, 주하는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강은, 처음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
『한강』 한강을 달리는 여자, 110쪽, 장강명 외 지음
문장모음 보기
밥심
이 문장을 읽고 떠오른 한강의 해질 무렵을 아름답게 담은 뮤직비디오를 공유합니다.
김동률-답장
https://youtu.be/kMRLzSQorK0?si=-K-3SWN5XK8k4PLJ
화제로 지정된 대화

수북강녕
📣 앤솔러지 『한강』 작가 초청 북토크 안내 입니다
📅 일시. 2025년 12월 16일(화) 19시 30분
📬 장소. 가가77페이지 (서울 마포구 망원로 74-1, 지하 1층)
🎤 진행. 정연식 감독님
👀 초청. 임지형·박산호·정명섭 작가님
💎 참가비. 5천 원 (행사 당일 책 구매에 사용 가능)
📝 신청. https://vo.la/G50OhM8 (가가77페이지 @gaga77page 프로필 링크 참고)
🌕 소식 기다리셨죠? 작가님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 어서 신청해 주세요~
# 온라인에서 나누는 대화가 풍성할수록, 오프라인에서는 이야기가 더 많아진답니다 ♡

임작갑
밥심@덕분에 오늘 아침은 답장으로 시작했네요 감사합니다
밥심
제법 추운 아침입니다. 다음주는 더 춥다고 하죠.
@임작갑 님(임지형)의 소설은 처음 읽어봅니다. 동화를 주로 써오셔서 동화를 잘 안 읽는 저는 접할 기회가 적었던 모양입니다.
전 몽실언니 스타일의 꼬마를 원령으로 단정했습니다. 그래서 외도로 인해 엄마의 책임을 다 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진 주인공 앞에 나타나(죄책감에 빠진 주인공에게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꼬마가 보였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네요) 타인의 아이에게는 사회의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이야기라고 해석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꼬마가 등장함으로써 비현실적으로 바뀌었는데 아마도 현실의 비극과 부조리를 개선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으로도 읽혔습니다. 몽실언니 스타일이라고 해서 난데없이 공포영화 <주온>의 꼬마 원령이 떠올라 흠칫하기도 했어요. ㅎㅎ(몽실언니 미안~~)
마지막에 주인공의 결심이 서술될 때는 약간 교훈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만약 작가님이 이렇게 묘사를 하지 않았다면 제가 주인공의 심리를 알아챌 수 있었을까, 자신 못하겠더라구요(눈치가 없어서).
자, 망원한강공원의 리틀야구장이 배경으로 나옴으로써 지금까지 한강 서쪽 2편, 동쪽 1편이 세 편의 소설에서 등장했습니다. 다음 소설도 대세인 서쪽일까요? 아니면 동쪽의 반격일까요?(전 답을 알고 있습니다 ㅎㅎ)

수북강녕
가평 청평 양수리까지 흘러 북한강 남한강 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이어지며 앤솔러지 2탄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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