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소녀

D-29
내가 술을 먹으면서도 안 무너지는 것은 바로 책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책은 위대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 매일 감사의 절을 세 번씩 올리는 것이다.
나는 한 작가의 평범한 글에서도 영감을 얻어 그걸 기화로 글을 쓴다.
허영기 넘치는 여자들이 많다.
재능 있는 사람을 자기 출세에 이용하는 인간이 많다.
글엔 거짓말을 쓰고 싶지 않다.
화해 사랑하는 사람이 저세상으로 가서 식음을 전폐하는 사람을 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한다. 인명은 재천이기 때문에 죽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산 사람은 자기 맘대로 수명을 조절할 수 없으니까 -따라 죽을 수는 없으니까-안 죽고 이렇게 남아 있는 거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갔어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기 목숨이라도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즉, 주어진 환경을 거역하기보단 지금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를 합리화하고 산다며, 그러니 주체적으로 살라고 하지만 현실과 자연은, 안 그래서 이 현실에 적응하지 않으면 바로 부러질 수 있다. 알고 보면 누구나 지금 그가 그러는 건 충분히 그럴 만해서 그러는 것이다. 지금은 그게 최선인 것이다. 남이 보면 그걸 “왜 안 바꾸냐?”라고 하지만 상대 입장에 서보면 자기 자신도 그럴 수밖엔 없을 것이고, 자기가 아닌 남들도 왜 너를 바꾸지 않느냐며 핀잔을 주게 된다. 누구나 남이 되지 않아 남을 모르는 것이고, 남도 내가 아니기에 나를 모르는 것이다. 그래 인간은 겪어보기 전엔 그걸 모른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 위주로 일단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 자기 합리화인 것이다. 실은 그렇게 안 하면 살기 힘들다. 자기 한 개인을 놓고 봐도 과거에 자기 일기(日記)를 보면, “이 당시 내가 왜 이랬지?” 하며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변해서 안 그러지만. 지금이야 그때와는 달리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지만 그때는 여건이 지금과 달라(열악해), 그나마 그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내가 봐서 이해가 안 가고 또 내 과거가 지금 생각하면 이해 안 가는 것으로 봐서, 90년대 초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이 활약하던 중에도 KBS <가요톱10>에서 4위까지 오른 신신애의 <세상은 요지경>처럼 세상은 요지경인 것이다. 인간이 세상에서 사는 모습은 참으로 다채롭다. 잘난 사람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 못난 대로 사는 것이다. 이 사람은 이렇게 살고, 저 사람은 또 저렇게 사는 것이다. 나조차도 과거와는 다른 현재에 맞게 산다. 그 사람은 나름 그게 최선이고 나도 그 당시엔 그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사람 따라 다 다르고, 나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다른 것이다. 다 사람마다 다르고 그렇게 나름 최선으로 그 시간을 살아 나가는 것이다. 세상과 화해하며 사는 것이다. 내 내부와 다른 사람의 조언과 시선과도 조화를 이루며 화해하며 사는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인생 뭐 있어?” 하며 나름 지금을 맘껏 누리는 것이다. 이상(理想)을, 글에 그렇게나 많이 적는 작가도 고작 현실을 사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 갈대가 태풍에도 살아남는 건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인생관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기 합리화는 현실과 환경, 자연, 또 자기 자신과도 화해하며 살아간다는 말이다. 이게 마음에 안 들면 자기만의 허구(Fiction)공간이라도 만들어 거기서 맞추지 않고-하고 싶은 대로-살아가면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간은 맞춰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간(人間)이란 말에서 사람 인(人)자는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이고, 간(間)은 사이 간 자로 사람과 사람 사이 즉,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문자이므로 이 세상은 혼자 독불장군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인간(人間)이란 한자에도 벌써 나타나 있는 것이다. 현실과 불화(不和)하지 않고, 화해하고 타협하며 서로 양보, 절충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 실존이란 말이다. 한자(漢字)에도 벌써 나와 있듯이, 이건 서양보다 동양에서 먼저 깨달은 것 같다. 서양은 자연(세상)을, 화해, 조화가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봤다. 그래 결국 지구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 사람이 점점 살기 어렵게 되었다. 그 결과 기후 위기로 극지방 빙하가 녹고 아마존 정글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젠 가을이 사라진 것 같다. 단풍도 전처럼 색깔이 선명하거나 진하지 않고, 이건 단풍인지 그냥 마른 낙엽인지 구별을 못 하게 되고 말았다. 한국에서 여름 다음에 가을은 지워지고 바로 겨울이다. 그러니 지하철도 춘추복은 겨우 입는 게 몇 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하복과 동복은 오래 입으니 세 벌씩 나오고, 춘추복은 아주 짧게 입으니 한 벌씩만 나와도 충분하다. 지금, 춘추복은 남아돌아 쌓여만 가고 하복과 동복은 없어 못 입는다. 이게 무슨 비효율인가.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사과하는 쪽이 자존감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먼저 화해하고 사과하면 지고 들어간다고 생각해 겉에 방어기제(防禦機制)를 두르고 있지만 그게 다칠 것 같아-조개처럼 속살이 상할 것 같아-미리 겁을 먹고 단단한 껍데기로 방어만 하는 꼴이다. 즉 자존감이 낮아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지 못하는 것이다. 겁먹은 개는 물지도 못하면서 짖기만 한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그림도 보면 서양은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외치는 나폴레옹처럼 말 타고 알프스산맥을 넘어 뭔가 인간이 정복하는 그림이 많다. 그러나 동양 그림은 사람이 산에 오르다가도 중간에 멈춰 계곡 같은 곳에 그냥 머물러 거기서 유유자적하며 노니는 그림이 많이 나온다. 산을 정복하는 게 아니라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 흡수된-조화를 이룬-느낌이다. 자연과 인간이 섞여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된 듯하다. 정복한 산꼭대기가 아니라 산 중턱에서 물놀이나 시를 한 수 읊는 그런 여유로운 풍류(風流)와 여흥을 즐기는 그림이 주를 이룬다. 즉, 자연과 화해(和解)하고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려는 모습이다. 정복하려는 게 아니라 화해하고 함께 어우러져 더불어 살자는 의미다. 서양은 인간에게만 포커스를 맞췄고 동양은 그저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산 전체에서 아주 조그만 포지션만 차지할 뿐이다. 태풍에 버티면 부러져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 결국 내가 제일이라며 고집을, 현실에서 부려봐야 일찍 죽는 것밖에 없다. 억세게 버티는 것보다 부드러운 게 실은 결국 이긴다. 냉전 체제보다 화해 모드가 모두에게 좋다. 윈윈하는 것이다. 나 외에 다른 건 모두 정복해 처단의 대상으로 삼으면 저쪽에서 언젠가는 보복해 온다. 지금 지구상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지구가 기후 위기 같은 걸 통해 인간에게 보복 중이다. 주변의 것들과 조화롭게, 바람에 부드럽게 숙이는 갈대처럼 거스름 없이 자연에 순응하고 어우러져 앞으로 잘해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고 화해하면, 상대도 나를 공격하지 않고 협조하고 도와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친구로 여길 것이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고 기대고, 좋은 방향으로 힘을 합쳐야만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 화해 ● 사람은 누구나 지금 조건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다. ● 세상은 요지경으로 인간 삶은 제각각으로 다채롭다. ● 인간(人間)이란 문자에도 나와 있듯이 서로 의지하며 자기중심이 아닌 이웃과, 다툼이 아닌 화해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만 모두가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힘들게 살면 대개 종교에 귀의한다. 난 종교에 귀의 안 하기 위해서도 힘들게 안 살 것이다.
전문가랍시고 심리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해 오진단을 내릴 수도 있다.
인간은 속은 안 그렇지만 겉으로만 사회가 요구하는 것에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
문맥 없이 한 구절만 딱 떼어내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거나 글의 내용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참으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성에 대한 건 물 수 변이나 계집 녀 변이 꼭 붙어있다.
외국인의 한국 지하철에 대한 칭찬이 넘친다. 한국 환승 시스템은 잘한 것 같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에 산다. 확 안 바뀐다. 그러니 타고난 것을 잘 활용하면 그만이다. 더는 바래선 안 된다.
뭐든 잘 생각해 보면 긍정적인 것도 있는데 뭐든 부정적으로 본다.
그리움 그리움은 앞으로가 아닌, 전에 겪은 것 중에 다시 그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여기엔 층위(層位)가 있다. 순수와 행복과 사랑이다. 어릴 땐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건 진짜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이 진짜 좋아했고 자신은 뭐할 때 가장 몰입했는지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켜본 부모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다. “난, 어릴 때 주로 뭘 하고 놀았어?” 하고, 그러면 “넌, 항상 종이로 뭔가를 접었지.”하고 대답해 줄 것이다. 이제라도 자신은 그것에 진심이므로, 그게, 어릴 적 재지 않고-사회성이 들기 전에-진짜 좋아하는 것이므로 그리워만 말고 거기에 다시 빠져보면 진짜 자신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일 것이다. 가끔 불현듯 멍하니 공상에 빠질 때, 주로 돌아가는 과거의 한 시점(時點)이 있을 것이다. 노곤한 가운데 잠들 전 나는 그곳을 주로 방문한다. 무구(無垢)한 유년 시절에 매일 오르던 동산이나 냇가로 친구들과 함께 뛰어가던 그 장면은 나를 포근한 꿈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 시절은 취학 전일 때도 있고, 초등학교 때, 아니면 중학교에 가서 갑자기 성적이 올라 나조차 나를 다시 볼 때, 아니면 그저 기분이 들뜨고 힘이 주체가 안 되던, 푸르른 꿈을 안은 대학 신입생일 때도 있을 것이다. 과거 어느 특정 시점에 이르러, “아, 정말 그때가 좋았는데.” 하며 나도 모르게 즐거운 미소가 저절로 일기도 한다. 그때 나와 행복했던 시간을 보냈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 “거긴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하고 무작정 거길 다시 가보고 싶기도 할 것이다. 이 그리움은 지금 이렇게 힘들 때, 나를 지탱해 주고 격려, 위로해 주는 가장 그리운, 행복한 한 시절로 평생 남을 것만 같다. 노영심의 <그리움만 쌓이네> 노래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나 한 명은 있을 것이다. 그와 아쉽게 헤어진 것이다. 그는,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냥 일방적 풋사랑이나 짝사랑일 수도 있고, 하여간 헤어졌지만 내 쪽에서 더 좋아했던 상대다. 모든 사랑엔 같음이 없다. 반드시 더 좋아하는 쪽이 있고 안 그런 쪽이 있다. 안 그런 쪽이 무감(無感)하게 떠나지만, 남은 쪽은 아쉬움이 남아 그를 평생 그리워한다. 내 마음 한구석에 그리운 사랑의 자리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끝에 이르러 싫증이 나서 그런 게 아니다. 아쉬우니 그리운 것이다. 그는 평생 내 그리움의 대상으로 남았다. <그리움만 쌓이네>는 꼭 내 마음을 대변하는 평생 내 노래가 되었다. 그가 그리울 때면 듣는, 내 최애곡이 되었다. 그리움 ● 눈치를 모르던 가장 ‘순수’하던 시절이 그립다. ●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사랑’했던 그가 그립다.
사람이 죽고 생명 보험에 든 글을 많이 쓰는 작가이다.
작가들은 책을 많이 읽어 그런지 사람의 운명은 잘 안 바뀌는 걸 안다.
죽은 여자보다 살아남은 여자들이 더 고단수인지도 모른다.
일본 음식은 간장과 된장을 넣어 그렇게 짠 것이고 한국 음식은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항상 넣어 매운 것이다.
육체와 현실 실은 육체와 현실이 인간을 더 많이 지배한다. 아프면 잘하던 것도 못하고 늙으면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이래서 나온 말이다. 그리고 이상과 꿈을 갖고 있다가도 인간은 현실적 지배 때문에 꿈을 접기도 한다. 실은 이게 거의 인간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걸 감안하고 덤벼야 그나마 뭔가 된다. 현실과 육체에 대한 고려 없어 마구잡이로 덤비며 후회와 좌절만 남을 뿐이다. 현실과 육체의 압박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타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살려야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꿈과 이상에 조금은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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