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소녀

D-29
인간은 자기 합리화의 귀재다. 일본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이혼하자고 해서 부인이 자살을 하고 어떻게든 애들이 있는 가정을 꾸려나가야 해서 좋아했던 그녀와 다시 결혼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간다. 결국 애들 때문에 원만하게 가정을 꾸리라는 것이다. 의리를 주장하지만 그냥 타협을 하고 애들 핑계를 대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도 그 불륜의 연인과 잘되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은 정의와 부장의 없이 대충 맞춰가면서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 사회에 함부로 기대를 걸면 안 된다.
소설은 대개 이렇다. 지금 막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 게 아니라 엉뚱한 사람에게서 대개는 전화가 온다.
어떻게/어떡해 카톡에 문자 보낼 때 이게 맞춤법에 맞나 신경이 쓰인다. 부담 없는 사람은 괜찮은데 좀 부담되는 사람이나 회사 단톡방 같은 덴 맞춤법에 맞는지 심히 골치가 아프다. ‘어떻게’는 대개 안 틀리는데 이 ‘어떡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떡해는 ‘어떻게 해’의 줄임말로 문장의 끝에 온다. ‘어떡하지’로 바꿔 말이 되면 어떡해가 맞다. “어제 술에 잔뜩 취해 전 여친에게 전화했는데 어떡해(어떡하지)?” 이 ‘어떡’은 ‘어떻게’의 줄임말로 보면 된다. 그래 ‘어떻하지’가 아니라 ‘어떡하지’가 맞고 그러니 ‘어떻게 하라고’도 ‘어떡하라고’로 쓸 수 있다. 그 여자 어떻게 생겼어? 나보다 예뻐? 예쁘냐고! 고백했다가 차이면 어떡해?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어떡하면 내게 다시 돌아올 수 있겠니?
안/않 이거 잘못 쓰면 내 이미지가 심대하게 실추되니 잘 써야 한다. 표를 이용해 깔끔하게 정리해 보자. 안 아니의 준말, 대신 아니를 넣어보면 된다. 안 보고 싶다→아니 보고 싶다 안을 빼도 말이 된다. 말이 안 돼요→말이 돼요 않 앞에 지가 온다. 가지 않았어. 않을 빼면 말이 안 된다. 말이 되지 않아요→말이 되지 아요 이젠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 선배 좋아하면 안 되나요?
누구나 익숙한 집에서 죽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게 맘대로 안 된다. 의사가 사망 진단을 하기 쉽지 않다.
사람은 말한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한 대로 된다. 그렇게 안 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과 평소 말은 다르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안 죽인다. 그리고 말로도 보는 눈이 있어 안 그런다. 그러니까 생각이 진실이므로 사람은 말한 대로가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산다 사람은 말한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생각한 대로 된다. 그렇게 안 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각과 평소 말은 다르다.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안 죽인다. 그리고 말로도 보는 눈이 있어 안 그런다. 그러니까 생각이 진실이므로 사람은 말한 대로가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어 결국 그 생각이 사는 대로 되니까 인간은 생각을 바꿔야 사는 것도 바뀌는 것이다.
인연 불교에서는 인(因)은 인연(因緣)을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고, 연(緣)은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한다. 이게 정확한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난 다음처럼 해석하고 싶다. 인은 인간 세상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것이다. 내가 하필 한국에, 2025년에 지금 존재하는 것과 이런 자식들이 나와 천륜(天倫)으로 이어진 것이나 타고난 성정(性情)처럼 내게 우연히 배태(胚胎)된 것들이다. 자기 힘으로는 어쩔 수 없게 내게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연은 그래도 자기 의지가 조금은 개입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엔 내가 나를 몰라 아무나 만나 내 페이스대로 살지 못해 그러는 중에 힘만 들고 성격도 버려가며 좋은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다. 물론 성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런 시행착오(試行錯誤) 끝에 나는 이제 어느 정도 나를 알아서 나 스스로 연(緣)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인으로 인해, 인간으로(개돼지가 아닌 인간으로 태어난 것 자체도) 할 수 없이 불가항력으로 주어진 것 (이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을 감수하며 잘 다스리고 하여간 그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내 활용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연으로 인해, 이제 나를 앎으로 아무나 안 만나고 나와 맞고 내게 뭔가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 그리고 내 기질에 맞는 것에 몰입하며 살아야 그나마 잘살아갈 것 같다. 요컨대, 인으로 주어진 것을 감지덕지하며 고맙게 여기고 내 의지가 조금이라도 작용하는 연에선 내게 맞는 사람(없으면 사람이 아닌 책이라도)이나 자기가 진정 즐기면서 빠질 수 있는 것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야 할 것만 같다. 인연 ● 인은 직접적인 것, 연은 간접적인 결과 ● 인에서 장점을 찾아내 잘 다스리고 ● 타고난 기질같이 인(因)으로 주어진 것이라도 그걸 알아내 삶에 녹여내는 것도, 의지가 들어간 연(緣)이라 볼 수 있다. ● 자기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연으로 진정 거기에 빠져 행복한 삶을 향유(享有)해 보자.
인간은 요즘은 공동체보다 혼자 살기 때문에 야수성이 더 잘 드러난다. 공동체에선 남의 눈치를 보았다.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시대다. 대놓고 본능이다.
왠/웬 왠지 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는데, 요즘 MZ들은 모르는, 분위기 있게 비는 내리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예전 음악다방에서 디제이가 항상 시작하는 멘트가 있으니, “오늘은 왠지~”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거 헷갈릴 필요가 없다. ‘왠지’ 말고는 다 ‘웬’이다. 오늘은 왠지 옆구리가 허전해지는 시월의 마지막 밤입니다. 웬 여자가 웬 물건을 건네며 흰 이를 드러내 웃고만 있었다. 이게 웬 떡이냐? 그는 웬만하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은체를 하지 않는다. 꼭두새벽부터 웬일이냐? 참고로 ‘웬만하다’, ‘웬만큼’, ‘웬일’은 한 단어라서 붙여 써야 한다.
몇일/며칠 몇일은 표준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쓰면 안 된다. 몇일을 쓰는 순간 그건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말은 한글에 없기 때문이다. 며칠과 바꿔쓸 수 있는 단어는 ‘며칟날’뿐이다. 결혼기념일이 몇 월 며칠이라고 했지? 그는 골방에 틀어박혀 며칠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몇 월 며칟날 나가겠다는 어떤 언질도 없이 그는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
뺐다/뺏다 ‘물건을 뺐다’와 ‘물건을 뺏다’ 어느 게 맞을까? 둘 다 맞다. 그러나 뜻은 다르다. 이거 간단히 정리하면, 뺐다 빼었다의 준말 뺏다 빼앗다의 준말 “오늘 치과에 가서 사랑니를 뺐어.” “넌 나쁜 새끼야. 왜 남의 돈을 뺏니?”
공부가 잘되고 즐거우면 그걸 계속 늘리는 것도 좋다. 그것으로 밤을 새우는 것이다.
일본 드라마엔 정치 고위직에 있는 인물은 잘 안 나온다.
인간의 허영 식당 종업원이 고기를 구워주는 것은 사람들이 그걸 원해서 그런 것이다. 그래야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자기 혼자 먹을 땐 그런 곳에 안 간다. 귀족이나 부자가 고급 식당에서 우아하고 과한 서비스를 받아 자기도 받아보고 싶어 그런 곳에 가는 것이다. 지인을 데리고 가서 그런 서비스를 받으며 자기를 그에게 과시하고 싶은 것도 있다. 별로 대접하고 싶지도 않지만, “난, 너에게 이렇게 대접하고 있어.” 하는 걸 퍼포먼스로 보여주는 것이다. 뭔가 그 이후의 대가를 바라는 것이다. 이런 허영심의 작용으로 고기를 자르고 구워주는 곳으로 굳이 가는 것이다. 맛은 별 차이 없는데도. 혼자라면 귀찮게 그런 곳에 애써 가진 않는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고 본능이다.
친한 사이라도 남에게 고마움을 느낄 땐 5% 정도 밖에 안 된다. 뭔가 오해하는 게 15% 정도 이고, 내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게 5% 정도이고, 나머진 다른 사람하고 같은 감정을 느낀다. 남은 대개 이런 사이로 이어지다 결국 헤어진다.
한글을 많이 칭찬하지만 그리고 다른 말도 그런 게 많겠지만 한글도 발음하고 실제 쓰는 것하고 다른 게 너무나 많다.
사이시옷 사이시옷, 한글 맞춤법에서 가장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데 세계적으로 한국어 열풍도 불고 있으니 외국인이 물어볼 때를 대비해 이참에 정리해 보자. ① 고유어+고유어, 한자어+고유어 조합에서만 넣는다. 떡만둣국, 제삿날 ② 뒷말이 된소리로 바뀌면 넣는다. 아랫집, 바닷가 ③ ㄴ, ㅁ, 모음 앞에서 ㄴ, ㄴㄴ 발음 날 때 넣는다. 아랫니, 냇물, 깻잎 한자어+한자어 조합은 사이시옷을 안 쓰는데 이 여섯 가지는 예외로 쓰니 그냥 외워야 한다.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그런데 머리말, 반대말, 인사말은 ㄴ 발음이 난다고 생각해 사이시옷을 넣고 싶지만, 발음이 잘못된 것이니 사이시옷을 넣으면 안 된다.
이제 작가의 단 한 줄이라도 그것을 쓴 의미를 생각하면서 읽는다.
한자는 뜻글자라 그런지 뭔가 더 심오한 면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선 한자가 한글보다 우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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