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특정 국가나 문명권의 민족/인종이 어떠한 노역이나 업무에 더 적합하다는 관념은 노예를 부리던 다양한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 같습니다. 피지배계급을 구성하는 다수의 직업적/인종적 인구분포를 '당연한 특성'으로 연결지어 차별과 계급 구분을 정당화하고 양심의 가책을 덜려는 수단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이슬람 문명에서도 다양한 민족들에 대해 이러한 식으로 설명하곤 했습니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싶으면 누비아인을, 문지기나 가정하인은 잔즈족과 아르메니아인을, 용맹하고 강력한 사람은 투르크인과 슬라브인을, 어린 소녀노예를 원하면 베르베르를, 가게를 돌볼 시종은 비잔틴 사람을,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는 페르시아인 노예를 써야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History_of_slavery_in_the_Muslim_world#
지배계급이 마음대로 설정한 기준이긴 하지만, 민족성과도 관련이 있을 듯 싶어요. ^^ 각 개개인은 다르지만요.
앗 이걸 보니 흔히 말하는 아래 우스개소리가 생각나네요. 천국은 영국인 경찰, 프랑스인 연인, 독일인 수리공과 이탈리안 요리사에 모든 것이 스위스인에 의해 관리되는 곳이고 지옥은 독일인 경찰에 스위스인 연인, 프랑스인 수리공에 영국인 요리사에 모든 것을 이탈리아인이 관리하는 곳이라는.. Heaven is where the police are British, the lovers French, the mechanics German, the chefs Italian, and it is all organized by the Swiss. Hell is where the police are German, the lovers Swiss, the mechanics French, the chefs British, and it is all organized by the Italians.
모수/모사는 노예 상태의 남녀를 표현하는 동시에 통상의 젊은 남성/여성을 표현하는 말로도 쓰이기 때문에 사료상에서는 ‘노예적 상태’를 암암리에 의미하면서도 그것을 명확하게 하지는 않을 목적으로 일부러 이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 뒤에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언어 사용은 1570년대 이래 일본인 노예 거래가 포르투갈 국왕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것에서 비롯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같은 의미로 사용된 용어로 ‘메니노/메니나(menino/menina)’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미성년 남녀를 표현하는데 미성년이기 때문에 양육과 ‘어른의 감시’가 필요한 것을 전제로 노예적 취급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어린 노예의 경우 주인이 ‘친부모 대신 양육하는’것으로 생각되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1,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그러나 ‘해방 노예’라는 말이 반드시 ‘자유민’과 같았던 것은 아니고 예속 신분이었던 과거와 구별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3,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포르투갈인은 적도 이남의 아프리카인이면서 이슬람교도는 아닌 자들, 한마디로 더욱 야만적이고 비천한 토속 신앙을 믿는 자들을 두고 ‘카프리’라고 불렀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8~3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책에서 나오는 카프리(Cafre)는 아랍어 '카피르'(Kafir)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본래 카피르는 이슬람교의 입장에서 알라와 이슬람의 가르침을 거부하는 '비이슬람교도'들을 일컫는 의미였다고 해요. 사전적으로는 그렇지만 종종 이 단어는 '신을 믿지 않거나 신앙심이 없는 자'로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했답니다. 이 단어는 점차 15세기에 들어 이슬람교가 아프리카 대륙에도 퍼져나가자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들이 다른 신앙을 믿는 이들을 지칭하는 구체적이고 특정한 표현으로 바뀌어 갑니다. 당시 이슬람 사회 곳곳에 노예가 존재하였고, 전문적으로 노예를 매매하고 사냥하기도 하는 아랍 노예상들도 있었죠. 포르투갈이 서아프리카 해안지대에 진출하면서 이들과의 교류 과정에서 카프리(Cafre)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네요. 본래는 인종적 편견이 없던 사전적 단어가 점차 역사와 지리의 변동에 따라 그 안에 담긴 의도와 사용법이 변해가는 점이 흥미롭네요. https://en.wikipedia.org/wiki/Kafir#History_of_the_usage_of_the_term
포르투갈의 상인들은 자기 아들의 놀이 상대나 종자 역할을 할 어린아이를 사는 경우가 있었다. 어린아이 노예를 구입하여 종자로 삼는 것은 자신의 부와 관대함을 주위에 알리는 것, 요컨대 재력의 과시와 경건한 그리스도교인이라는 증거로 생각되었다. 아이에게는 가혹한 노동이 강제되지 않았고 주인이 부끄럽지 않게 음식과 의복을 충분히 보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4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과거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문장인데요. 종교적인 관대함과 신앙심도 전 과시의 연장선으로 보였습니다. 재력의 과시를 넘어 자신이 경건하고 관용적인 부호라는 걸 물적인 증거물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욕구로 느껴졌습니다. 지금보다 물자의 공급이 제한적이었을 과거에 딱히 일을 시키지 않으면서도 재우고 먹이고 입힐 책임을 한 명 더 늘린다는 건 분명 엄청난 사치의 증표였겠죠.
저도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아마 돈만 많다는 속물적인 특성을 희석화시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호들이 그렇게 예술과 자선 사업에 힘을 쏟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진심으로 예술에 관심이 많고, 너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진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좋은 지적이네요. 저도 예전 부자들의 자선파티들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한 적 많아요. 그리고 실제로 자선사업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하는 social washing효과도 있겠지만 요즘은 실제로 세금 등을 피하는 탈세 등 자금 세탁의 목적도 있을 것입니다.
페레스 자신의 증언에서도 그들은 이단심문소에 쫓기고 있으며 그 때문에 부인을 놔둔 채 두 아이를 데리고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페레스 주변의 포르투갈인들 사이에서 그와 두 아이는 이단심문소의 추적을 피해 고아를 경유해서 마카오로 왔다고 알려져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44,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고아와 코친에 있어서 말라카에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없었던 페레스 일가는 마카오로 도피해야만 했다. 코친과 말라카에 거주하면서 마카오와의 교역에 종사한 신그리스도교도들이 그들의 도피행을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48,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거기에는 루이 페레스와 페레이라 선장이 서로 구면이었던 점이 영향을 주었다. 그 둘은 비세우 출신으로 동향 사람이었다. 16세기 말 비세우는 인구가 불과 2,600명인 작은 마을이었다. 그 때문에 주민 모두가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5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포르투갈부터 시작하여 나가사키에 이르기까지 지구 반대편까지 도망가서도 번번이 그를 쫓아오는 이단심문의 추적에서 공포스런 집념이 느껴지네요;
전 예전에 작가 살만 루시디에게 사형선고를 하고 쫓아다니는 것을 보고 어떻게 살아갈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어떤 종교의 본질도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이 아닌데, 왜 그렇게 인간들은 종교의 명분을 들어 다른 종교인들을 살해하려고 하는 걸까요....
정말;;; 아마 재산 몰수가 실제적 동기겠지만 너무 징글징글맞게 전세계를 건너 쫓아가지 않았나요?? 오죽하면 이름을 여러번 바꿨을까;;
그러니까요...세상에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나 좀 잡으러 다니지;;;;
이 책을 한번 꼭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나이프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저자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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