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현재 AI에 관한 책도 같이 병행해서 보고 있는데 거기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왜 로봇이나 AI 이미지를 검색하면 흰 색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을까?' 입니다. AI나 로봇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므로 인간적 특성이 반영될 이유가 없으며 특별한 기술적 문제가 없음에도 사람처럼 얼굴이나 두상을 설치하고, 두 개의 시각적 기관을 만들고, 사지를 달아 놓죠.
여기까지는 무정물에 대한 '인간화'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많은 언론사 기사나 기업 보고/발표자료,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많은 이미지들이 코카서스계 백인의 외양 또는 흰 색의 자재로 덮여있죠.
캠브리지 대학 연구교수 Stephen Cave과 공동참여자인 Kanta Dihal은 AI와 로봇의 영역에 백인성(Whiteness)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형성되었고, 또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우리의 관념과 인식을 굳히고 있음을 분석했습니다.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된 해석 중 흥미로운 게 '흰 색의 무색화/표준화'에요. 과거 유럽 대륙에서는 백인들이 자신들의 피부를 '다른 인종과 마찬가지로 색의 일부'가 아니라 '무색無色'으로 간주해 왔다는 지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색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색을 다른 색과 동일한 '색깔'의 범주로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요즘에는 다들 '살구색'이라고 하지만 저도 어릴 때는 크레파스나 물감에서 '살색'이란 말을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오래 전부터 살색이란 단어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죠? 한국인으로서의 피부색은 수많은 색의 영역에서 하나의 색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살색이란 표현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준'의 영역으로 작동해 왔죠. 백인들도 이와 비슷했을 겁니다.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색의 개념을 넘어 흰색이 곧 '색이 없는 무특성'의 개념으로 이어져 마치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인 '기본값'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거죠. 백인 사회에서는 흰 피부가 '인간'으로서의 기본 조건이고 그 외 흑인이나 아랍인, 무어인, 라틴계와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의 다양한 피부색을 '유색인'으로서 구분짓는 관점과 이어질 겁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인종이나 피부색으로 남을 판단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중립성이 중요시 되지만 이러한 태도 자체가 백인의 우월성과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해요. 피부색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개념의 중심에는 '인종'을 보지 않겠다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는데 마치 그것이 도덕적 자산이자 자질인 것처럼 자신들의 '우월성에 기반한 중립적 태도'가 은연중에 담겨있다는 거죠.
책 중간에 Negro가 원래는 색을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그것이 점차 흑인으로, 더 나아가 노예와 거의 동일한 단어로 의미의 영역이 이동한 역사를 보면 결국 인간의 '자기 자신도 포함하는 인식'의 부족과 상대를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려는 특성은 어디나 똑같나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