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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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현재 AI에 관한 책도 같이 병행해서 보고 있는데 거기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왜 로봇이나 AI 이미지를 검색하면 흰 색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을까?' 입니다. AI나 로봇은 애초에 인간이 아니므로 인간적 특성이 반영될 이유가 없으며 특별한 기술적 문제가 없음에도 사람처럼 얼굴이나 두상을 설치하고, 두 개의 시각적 기관을 만들고, 사지를 달아 놓죠. 여기까지는 무정물에 대한 '인간화'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많은 언론사 기사나 기업 보고/발표자료,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많은 이미지들이 코카서스계 백인의 외양 또는 흰 색의 자재로 덮여있죠. 캠브리지 대학 연구교수 Stephen Cave과 공동참여자인 Kanta Dihal은 AI와 로봇의 영역에 백인성(Whiteness)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형성되었고, 또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우리의 관념과 인식을 굳히고 있음을 분석했습니다.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된 해석 중 흥미로운 게 '흰 색의 무색화/표준화'에요. 과거 유럽 대륙에서는 백인들이 자신들의 피부를 '다른 인종과 마찬가지로 색의 일부'가 아니라 '무색無色'으로 간주해 왔다는 지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색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피부색을 다른 색과 동일한 '색깔'의 범주로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죠. 요즘에는 다들 '살구색'이라고 하지만 저도 어릴 때는 크레파스나 물감에서 '살색'이란 말을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오래 전부터 살색이란 단어는 학교에서도 그렇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죠? 한국인으로서의 피부색은 수많은 색의 영역에서 하나의 색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살색이란 표현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준'의 영역으로 작동해 왔죠. 백인들도 이와 비슷했을 겁니다.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색의 개념을 넘어 흰색이 곧 '색이 없는 무특성'의 개념으로 이어져 마치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처럼 투명한 존재인 '기본값'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거죠. 백인 사회에서는 흰 피부가 '인간'으로서의 기본 조건이고 그 외 흑인이나 아랍인, 무어인, 라틴계와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의 다양한 피부색을 '유색인'으로서 구분짓는 관점과 이어질 겁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인종이나 피부색으로 남을 판단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으려는 중립성이 중요시 되지만 이러한 태도 자체가 백인의 우월성과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해요. 피부색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개념의 중심에는 '인종'을 보지 않겠다는 개념이 기본적으로 내포되어 있는데 마치 그것이 도덕적 자산이자 자질인 것처럼 자신들의 '우월성에 기반한 중립적 태도'가 은연중에 담겨있다는 거죠. 책 중간에 Negro가 원래는 색을 의미하는 단어였지만 그것이 점차 흑인으로, 더 나아가 노예와 거의 동일한 단어로 의미의 영역이 이동한 역사를 보면 결국 인간의 '자기 자신도 포함하는 인식'의 부족과 상대를 범주화하고 일반화하려는 특성은 어디나 똑같나 봐요.
우리나라 화장품 가게엔 흑인을 위한 화장품이 없어 많이들 불편해합니다. 워낙 수요가 없어서 만들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피부톤 번호가 21번 23번 외엔 없는 게 좀 찝찝합니다.
동시대의 사료를 보면 이러한 '고용살이 계약"의 형태는 유럽에서 보이지 않고 주로 일본에서 한정적인 계약 형태로 나타난다. 유럽의 상인들은 고용살이 계약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지 않고, 자신들의 편의대로 그들의 신분을 '영구적 노예'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어린아이 노예를 구입하여 종자로 삼는 것은 자신의 부와 관대함을 주위에 알리는 것, 요컨대 재력의 과시와 경건한 그리스도교인이라는 증거로 생각되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4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유럽인의 '시한부 노예'에 대한 생각과 중세 일본사회의 '고용계약'의 관행에 대한 인식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었음을 전제로 일본에서의 국제적 '노예 구매' 환경이 고찰되어야 한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41,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나가사키에서 유대인 혈통이 일본인 그리스도교도에게 그러한 취급을 받을 정도로 차별이 일상적인 것이었음을 인식했다. 일본인 그리스도교도가 보통의 그리스도교도와 유대계 개종자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개항 이전부터 나가사키에는 이들 개종자 상인들도 이미 드나들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57,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상인들이 정규 계약을 무효화하고 법이 정한 수속마저 파기해 버린 것은 그들의 신분을 애매한 '노예'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이익을 얻기 위한 계획적인 행위였다. 한시 계약직 노예와 종신노예는 그 매각 대금도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유럽은 고국 이외의 '미개한 땅'으로 보이는 토지에서는 종교적 도덕심에 기반한 합법적인 거래를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상인들은 타 인종이 어떠한 이유로 자유를 잃어버리게 되었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 상인들은 자신들이 노예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포획자들은 포획행위를 그만두기보다는 살해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따라서 구입은 종교적 도덕심에 기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들은 노예들이 그리스도교도 상인의 소유물이 되는 순간(유럽인에 의하면 '인간화'를 의미했다)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들의 변명을 정당화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69,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이 새로운 두 사람의 일본인 노예와 더불어 페레스는 가스팔이라는 조선인 노예를 구입했다. 이 하인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 시기에 일본인의 병사들에게 잡혀와서 나가사키에 연행되어 마닐라까지 보내진 내력을 지닌 이였다. 아마도 루이 페레스가 마닐라의 노예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격은 확실치 않다. 이들 두 명의 일본인 노예와 조선인 노예는 가사 전반을 담당했다. 동시에 이 조선인 노예는 루이 페레스의 가짜 성유물 판매를 도왔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61-62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상인들은 자신들이 노예를 구입하지 않았다면 포획자들은 포획행위를 그만두기보다는 살해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따라서 구입은 종교적 도덕심에 기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결국 그들은 노예들이 그리스도교도 상인의 소유물이 되는 순간 세례(유럽인에 의하면 ‘인간화’를 의미했다)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통해 자신들의 변명을 정당화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69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143p에 윌리엄 아담스(일본명 : 미우라 안진)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디즈니 플러스의 '쇼군'이닷! 했습니다. 이 책 처음 읽을 때부터 왠지 안진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딱 두 줄 나오네요. ^^ 쇼군은 쇼군과 안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인데, 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224p에 나오는 조선인 줄리아 오타와 앞에도 잠깐 언급되다 227p부터 본격적으로 나오는 야스케에 대해 세세하게 궁금합니다. 급 생각난 건데 @borumis 님이 이 책 오리지널판보다 많이 요약되었다고 하셨죠? 아쉽네요. 제가 글재주가 있다면 줄리아씨와 야스케씨 이야기를 '미실' 같은 시대극으로 썼을 텐데 안타깝네요
아직 거기까진 안 읽었는데 전 온세계를 신분을 바꾸며 도망다니다 결국 노예들에 의해 발각된 기구한 이 유대인 가족의 삶도 재미있는 시대극의 소재일 것 같아요.^^
저도 줄리아 오타에 대해 궁금해서 더 찾아봤는데요. 고니시 유키나가에 의해 일본으로 끌려가 세례를 받고,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섬기면서도 신앙을 유지하고 오히려 이에야스를 섬기는 가신들에게 적극적으로 포교와 전도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1609년, 모리씨毛利氏 일가를 섬기던 하인 중 한 명인 '무라타 운나키'라는 남자가 그녀와 똑같은 출생의 흔적을 갖고 있다는 소문을 듣습니다. 줄리아 오타는 자신이 13살일 무렵, 6살이었던 남동생과 헤어진 과거가 있었고요. 줄리아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무라타에게 편지를 써서 정말로 신체의 흔적이 있는지를 물었고, 마침내 슨푸성에서 감동적인 재회를 했다고 해요. (운나키는 운낙, 운락, 운학, 응락 등 조선인 이름의 흔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고 합니다.) 아래는 그 당시 줄리아 오타가 쓴 편지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제 남동생은 손에 푸른 멍이, 발에는 적갈색 멍이 있습니다. 당신도 같은 부위에 멍이 있나요? 부디 대답해 주세요…. 우리 형제 중 당신만큼은 부모님과 함께 피신했을 거로 생각했는데, 저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에 끌려와 있을 줄이야….” 하지만 1612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리스도교 다이묘들이 쇼군의 이름을 위조한 비밀사기극이 밝혀지면서 주변에 있던 기독교도들을 경계하고 몰아내기 시작했고 당시 가신들에게 영향을 행사하던 줄리아 오타에게도 종교 활동을 멈추고 신앙을 철회할 것을 지시합니다. 줄리아는 이를 거부했고 이에야스는 도쿄 남쪽의 작은 섬들이 모여있는 이즈 제도로 줄리아를 추방해요. 이에야스 사후에는 그녀에 대한 경계와 감시가 느슨해지면서 나가사키로 들어가 예수회의 지원을 받으며 종교활동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Julia_Ota https://news.cpbc.co.kr/article/1109968?division=NAVER
오~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래 달아 주신 링크의 영어는 못 읽고, 네이버만 봤는데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마카오의 포르투갈인 거류지에는 성립 초기부터 일본인과 타 아시아인종이 다수 공존하고 있었고, 그 사회구조는 포르투갈인을 아시아 각지에서 마카오로 오게 한 노예무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8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또한 다른 사례로 1570년대 초, 열 살도 채 안 된 일본인 소녀 마리아 페레이라가 포르투갈에 도착한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녀는 20년간 가사 노예로 일한 후 자유의 몸이 되었다. 제3장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포르투갈에는 16세기 중엽, 덴쇼 소년견구사절 도착 이전부터 일본인이 존재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83,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덴쇼 소년사절단(天正遣欧少年使節) 또는 견구소년사절은 에도 시대 당시 일본을 자주 방문하던 나폴리 선교사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의 제안으로 규슈지방 다이묘였던 '오토모 요시시게' 및 다른 인물들이 교황과 접선하기 위해 보낸 사절단이라고 합니다. 규슈는 기리시탄, 즉 그리스도교도의 세력이 상당한 지역이었다네요. 포르투갈 상인/신부들과 일본 그리스도교도들이 세운 예수회 교육기관 세미나리오를 통해 13~14살의 소년 4명을 선출하고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1582년 나가사키에서 출항하여, 1584년 8월에 리스본에 도착한 이들은 이후 마드리드를 거쳐 로마에 도착했는데 당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극동의 국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첫 사례가 되어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교황 외에도 펠리페2세, 토스카나 대공 같은 군주들도 접견했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서구 세계와 가장 교류가 잦았나 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ensh%C5%8D_embassy https://brunch.co.kr/@acafbf4b3dc14af/111
오, 안그래도 이 대목 읽으면서 ‘덴쇼 소년견구사절’이 궁금했는데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레산드로 발리냐노’는 128쪽에서도 언급되네요.
루벤스에 대한 기사 감사합니다! 비록 노예 신분이긴 하지만 조선인이 이미 네덜란드까지 간 사례가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이 당시 국제 교역의 핵심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나는군요.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에 대한 관련 정보 중에서 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처음에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한국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는 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에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고요. (영문 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별도로 없습니다.) "그 때의 히데요시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 같은 코엘료의 태도에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이러한 히데요시의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서 결국 발리냐노는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임진왜란)에 전면 협력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조선에 출병한 그 대부분이 고니시 유키나가를 비롯한 크리스천 영주들이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바테렌_추방령
여기서 언급되는 코엘료라는 인물은 가스팔 코엘료(Gaspar Coelho)라는 포르투갈인으로 16세기 동안 일본에 방문한 예수회 선교사였습니다. 1586년, 코엘료는 오사카 성에서 히데요시와 회동을 가졌는데 이 때 히데요시는 자신의 중국/조선 침공 계획을 위해 포르투갈에서 배 두 척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요. 그런데 코엘료는 거기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만일 히데요시가 원하면 더 많은 병력을 포르투갈로부터 지원 받고 또한 규슈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다이묘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제안했답니다. 히데요시는 이때 코엘료의 제안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는 데요. 규슈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포르투갈과 그들의 종교에 충성을 바치는 군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엘료의 태도가 오만하고 으스댄다고 생각했는지 언짢아 하며 신경질을 내고 이를 발리냐노가 수습했다는게 한국 위키피디아의 설명 같은데 실제로 발리냐노가 임진왜란에 있어 고니시 유키나가 같은 그리스도교 왜장 다이묘들의 참전을 유도한 원인인지는 불명확하네요. 그래도 히데요시가 포르투갈의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하니, 생각 이상으로 임진왜란이 국제전의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어요. 명, 조선, 일본을 넘어 해귀와 포르투갈까지.. https://en.wikipedia.org/wiki/Gaspar_Coel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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