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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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다른 사례로 1570년대 초, 열 살도 채 안 된 일본인 소녀 마리아 페레이라가 포르투갈에 도착한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녀는 20년간 가사 노예로 일한 후 자유의 몸이 되었다. 제3장에서 상세히 다루겠지만 포르투갈에는 16세기 중엽, 덴쇼 소년견구사절 도착 이전부터 일본인이 존재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83,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덴쇼 소년사절단(天正遣欧少年使節) 또는 견구소년사절은 에도 시대 당시 일본을 자주 방문하던 나폴리 선교사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의 제안으로 규슈지방 다이묘였던 '오토모 요시시게' 및 다른 인물들이 교황과 접선하기 위해 보낸 사절단이라고 합니다. 규슈는 기리시탄, 즉 그리스도교도의 세력이 상당한 지역이었다네요. 포르투갈 상인/신부들과 일본 그리스도교도들이 세운 예수회 교육기관 세미나리오를 통해 13~14살의 소년 4명을 선출하고 다른 수행원들과 함께 여정을 떠납니다. 1582년 나가사키에서 출항하여, 1584년 8월에 리스본에 도착한 이들은 이후 마드리드를 거쳐 로마에 도착했는데 당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극동의 국가의 존재를 증명하는 첫 사례가 되어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교황 외에도 펠리페2세, 토스카나 대공 같은 군주들도 접견했다고 하네요. 이래저래 당시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서구 세계와 가장 교류가 잦았나 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Tensh%C5%8D_embassy https://brunch.co.kr/@acafbf4b3dc14af/111
오, 안그래도 이 대목 읽으면서 ‘덴쇼 소년견구사절’이 궁금했는데 자료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레산드로 발리냐노’는 128쪽에서도 언급되네요.
루벤스에 대한 기사 감사합니다! 비록 노예 신분이긴 하지만 조선인이 이미 네덜란드까지 간 사례가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이 당시 국제 교역의 핵심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나는군요.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에 대한 관련 정보 중에서 사실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처음에는 가져오지 않았지만 한국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는 그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에 어쩔 수 없이 협력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더라고요. (영문 페이지에는 관련 내용이 별도로 없습니다.) "그 때의 히데요시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 같은 코엘료의 태도에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이러한 히데요시의 분노를 억제하기 위해서 결국 발리냐노는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임진왜란)에 전면 협력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조선에 출병한 그 대부분이 고니시 유키나가를 비롯한 크리스천 영주들이었다." https://ko.wikipedia.org/wiki/바테렌_추방령
여기서 언급되는 코엘료라는 인물은 가스팔 코엘료(Gaspar Coelho)라는 포르투갈인으로 16세기 동안 일본에 방문한 예수회 선교사였습니다. 1586년, 코엘료는 오사카 성에서 히데요시와 회동을 가졌는데 이 때 히데요시는 자신의 중국/조선 침공 계획을 위해 포르투갈에서 배 두 척을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요. 그런데 코엘료는 거기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만일 히데요시가 원하면 더 많은 병력을 포르투갈로부터 지원 받고 또한 규슈 지역에서 그리스도교 다이묘 세력을 규합하겠다고 제안했답니다. 히데요시는 이때 코엘료의 제안을 불쾌하게 받아들였다는 데요. 규슈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포르투갈과 그들의 종교에 충성을 바치는 군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코엘료의 태도가 오만하고 으스댄다고 생각했는지 언짢아 하며 신경질을 내고 이를 발리냐노가 수습했다는게 한국 위키피디아의 설명 같은데 실제로 발리냐노가 임진왜란에 있어 고니시 유키나가 같은 그리스도교 왜장 다이묘들의 참전을 유도한 원인인지는 불명확하네요. 그래도 히데요시가 포르투갈의 군사적 지원을 요청한 내용은 사실이라고 하니, 생각 이상으로 임진왜란이 국제전의 성격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어요. 명, 조선, 일본을 넘어 해귀와 포르투갈까지.. https://en.wikipedia.org/wiki/Gaspar_Coelho
오오 이런 뒷담이 있었다니.. 재미있네요. 정말 청일전쟁 러일전쟁 때도 그랬지만 생각보다 이 좁은 땅덩이 위에 많은 나라의 국익이 피튀기게 부딪히던 것 같아요. ㅜㅜ
임진왜란 때 쳐들어온 고니시 유키나가 등 다이묘들 대부분이 가톨릭 교도였다니! 몰랐던 사실이에요.
흥미롭게도 아프리카인 노예 혹은 용병의 다수는 급여를 받았고 자기 자신이 노예를 구입하는 일도 있었다. 1598년의 기록에는 아프리카인 노예가 나가사키에서 일본인 노예를 구매한 내용이 나와 있다. 또한 멕시코에는 후안 비스카이노라는 이름의 아프리카인 노예가 1631년 일본인 노예 후안 안톤을 해방시켜 주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후안 안톤이 해방되는 데 소요된 비용은 100페소였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99,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이 부분 전후로 하여 묘사되는 포르투갈인들의 아시아인 노예의 취급이 신선했습니다. 주인이 사망하면 해방과 동시에 어느 정도 생계를 보장 받는 게 제가 생각하던 '노예'의 상태와 많이 다른 모습이었거든요. 좀 더.. 배려와 자유의 여지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일부는 다시 또 다른 곳으로 노예로 팔려가기도 하고, 제대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해 노예가 되어버리는 일본인들도 있지만 18~19세기에 걸쳐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간 흑인노예들에 비하면 훨씬 취급이 유화적인 느낌이랄까요. 왜 이후 시대의 아프리카 노예들과 아시아인 노예가 다를까 생각해봤는데 결국 어떤 목적으로 노예를 삼느냐의 차이 같더군요. 흑인 노예들은 신대륙의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력,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고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게 고정시켜 영구적으로 착취하려는 목적이었죠. 이들 절대 다수는 담배나 목화, 인디고, 사탕수수 농장으로 팔려갔고 극히 일부만 농장주나 상인의 하녀나 시종 또는 농장의 하급관리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들의 운명은 탄생부터 죽음까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소모성 노동력으로 착취당할 뿐이었죠. 반면 포르투갈 인들이 활동하던 시기와 경로는 아직 신대륙의 농업이 확대되기 이전이었다는 점, 포르투갈 상인 본인들의 수행원이나 도우미 같은 가사노동 목적이 컸다는 점이 차이일 겁니다. 불법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구매하긴 했어도 장시간 자신을 따라다니며 수행하는 인간을 접하다 보면 인종과 국적이 다르더라도 인간적 교류가 생기기도 할 거고요. 똑같은 노동력을 필요로 노예로 삼았지만, 그 노동력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쓰이냐에 따라 취급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갈라진 게 인상 깊었어요. 어쩌면 그만큼 시대가 지나면 지날수록 백인들이 최소한의 양심이나 종교적 도덕성마저 무시하고 '비인간화'의 방향으로 노예제가 변해가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음? 생각보다 인간적으로 대하고 한시적이고 자유로운 노예도 있었네?'했다가 마지막에 고아에서 일본인 여성 노예의 치아에 대한 남편의 칭찬을 이빨을 부수고 또 음부에 뜨거운 철봉을 집어넣어 죽였다는 걸 보고.. 아.. 이 노예는 아마 가사 도우미 등을 담당하는 정도였을 텐데 이렇게 비인간적인 학대를 받으니 이건 어쩌면 어떤 목적으로 쓰이냐에 따라서도 있겠지만 결국 고용인의 기질에 따라 노예의 인생은 정말 하늘과 땅만큼 다른 모습을 보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필리핀의 스페인인과 외교적 혹은 상업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때 포르투갈인은 복수의 방법으로 알코올 중독자, 강도, 범죄자 등 골치 아픈 노예들을 모아 배에 태워 마닐라로 보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01,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웃겨서 문장으로 수집했습니다.
또한 고아에서 마카오에 이르는 포르투갈령 항구에는 질병으로 일을 할 수 없는 고령의 노예가 노숙하거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고독사하는 사례도 확인된다. 이러한 고령의 노예는 전혀 이익을 내지도 못하고 돌봐주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되며 또한 그들 자신도 살아갈 방법이 없었으므로 주인은 자살을 명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목격한 교회 당국은 1606년, 주인이 말년에 이른 노예를 돌보지 않으면 그 노예는 해방시키도록 하였고,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그 지역의 미제리코르디아(자선원 혹은 구빈원) 원장과 수도사들이 신병을 인수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병원에 수용하도록 결정하였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01~10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이 문장을 읽을 때 이전에 읽은 책 <노예선>에서 늙거나 병들어가는 노예선 선원을 짐짝처럼 내던져버리던 선장들의 취급이 떠올랐습니다. 시대와 배경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대서양 노예무역 항해에 종사한 많은 선원들은 살아 생전 온갖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밑으로는 노예들의 폭동과 반란을 경계해야 했고, 위로는 자신들의 또 다른 계급투쟁의 적인 선장들과 경제적 이권을 두고 갈등이 이어졌거든요. 일부 악랄한 선장들은 바다에 나선 순간, 도망칠 곳이 없는 선원들의 처지를 이용해 배에서 지내는 동안 필요한 생필품을 비싼 값에 강매하고 빚을 지워 영구적으로 부채에 시달리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도 마음대로 못 마시게 해서 돛대 꼭대기 위에 물통을 설치해 선원들이 물을 한 컵 마시려면 돛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실컷 부려 먹고는 선원이 다치거나 병들면 아메리카 대륙이나 서인도제도의 현지 항구에서 버려버리고 귀국하기도 했습니다. 선장들 입장에서는 나중에 무사히 유럽으로 돌아갔을 때 수익금을 나눌 인원수가 줄어들수록 자신의 몫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가장 약하고 위기에 취약한 계층일수록 더 철저하게 이용 당하고 가혹한 대우를 받는다는 게 시대가 변해도 안바뀌는 점에서 슬프네요.
중간항로의 끝에서 많은 선장이 문제에 직면했다. 350명의 노예를 통제하기 위해 35명의 선원이 필요하던 200톤급의 함선이 이제는 설탕 같은 화물(아니면 밸러스트만)을 싣고 고향 항구로 돌아가는데 여기에 필요한 선원은 열여섯 명 혹은 그보다 더 적었다. (중략) 많은 선원이 어렵게 번 돈을 지키고 싶어 했고 특히 가족과 공동체가 기다리는 고향 항구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노예선 선장은 이러한 과잉 노동력을 처리할 전략을 고안했다. (중략) 중간항로 항해가 끝날 무렵 (노예를 시장에 팔기 위해) 노예들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기 시작하자마자 선장은 선원 전체 혹은 일부를 혹독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이는 그들이 도착한 항구에서 탈주해버리기를 바라는 강도 높은 괴롭힘이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5,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이렇게 서인도에 도착한 선원들은 딱한 모습이었다. 바베이도스에서 선원 헨리 엘리슨은 "노예선 선원 몇 명이 다리가 벼룩에게 뜯어 먹혀서 궤양을 앓고 있었고 발가락도 썩어가고 있었지만 보살펴 주는 사람 한 명 없는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물과 음식을 달라고 갈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 그들은 "부두 낭인", "폐선 잡부", 또는 부두 외의 다른 곳에서는 "해변 약쟁이"로 불렸다. 그들은 때로는 죽을 작정으로 부두에 놓인 빈 설탕통으로 기어들어 가기도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6,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이들의 처지는 제값에 팔기에는 너무 병약했던 "폐물 노예들"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차이점은 있었다. 이들은 당연히 "백인"이었고 법적으로 팔 수 없는 자들이었으며 이렇게 완전히 망가진 선원은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존재인 동시에 지난 몇 달간 그들이 몸 바쳐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손해만 끼치는 존재였다. 그들을 팔 수는 없었지만, 배에서 내리게 해서 버릴 수는 있었다. 가난하고 병든 선원은 부두의 거지가 되었고 이들은 아메리카의 노예 배달 항구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307,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16세기 닝보의 난(1523년)으로 명일 간 무역이 단절된 후 후기 왜구의 활동으로 명조 당국이 일본인 입국을 엄격히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카오에서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므로 거기에 대해서 언급하는 문헌 자체는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79-8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대만에서의 조난에 관한 사료를 통해 초기 마카오 공동체를 형성하는 3대 기둥을 알 수 있다. 바로 포르투갈인, 중국인, 그리고 일본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88,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총독 고메스 페레스 다스마리냐스는 마닐라 주재 일본인 병력을 두려워하여 그 지역 일본인 커뮤니티를 약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 일본인 커뮤니티는 마닐라시 중심으로부터 떨어진 디라오 지구로 옮겨졌고 모든 무기류는 몰수되었다.. 하지만 마카오에서는 이 법률에 따르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도 종교관계자도 이러한 용병을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97,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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