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그들 가운데에는 노예 구매자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 자신을 파는 사람도 있었다. 노예가 되는 것에는 본인의 동의가 필요했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어떠한 입장에 처해 있고 어떠한 일에 종사하게 될 것인지 등을 알지 못했다. (...) 노예의 구매자는 일본인의 인식 부족과 해외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그들의 욕구를 잘 이용해서 용이하게 노예를 모집할 수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0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이게 참 슬픈 것 같아요.. 실은 빅토르 위고가 여전히 남아있는 노예 매매라고 했던 여성의 매춘행위 또한 제대로 된 인식 부족과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자 한 욕구를 이용한 '자발적'으로 자신을 팔게 되는 행위여도 결국에는 제대로 된 사전정보가 없고 주체성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informed consent가 아닌 거죠.
매춘의 자발성은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에 소위 588로 불리던 지역의 직업여성?들이 시위했을 때도 마음잉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근데 왜 '직업여성'이 그런 단어가 된 거죠?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의 항해 중에는 아프리카 여성들이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지만, 때로는 선장이나 상급선원과 연인이나 부부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선장들은 보통 배에서 개인 선실을 따로 가졌고, 선박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보니 여러 생필품과 사치품에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배 안에서 권력이 높은 위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음으로서 생활상의 여러 편의를 누리고, 만일 자녀가 생기면 어느 정도의 지위와 지원을 확보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이전 모임의 <아이티 혁명사>에서도 자유유색인 여성들이 백인들에게 접근한 이유도 당시 아이티 사회가 구조적으로 자유유색인들의 재산의 권리를 억압하고 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가 배경에 있었죠. 선택의 자유, 자유의지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길로 개인을 유도하고 사람들에게 '어려운 선택'을 내리게 만드는 게 문제 같습니다. 선택할 자유를 줬으니 그 이후의 결과와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이 감내하라는 말은 또 다른 억압일 거에요. 다른 대안이 없는 양극단의 선택의 구도는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 양극단의 선택의 구도라고 하니 영어 숙어가 생각나네요.. You're damned if you do and damned if you don't. 한국에선 '맞고 할래? 그냥 할래?'가 생각나네요..;;ㅜㅜ
직업여성은 영어로 직역하면 커리어 우먼 아닌가요? ㅜㅜ 레미제라블에서 팡틴이 la femme publique (public woman)이 되었다고 나오는데 좀 이상하더라구요. 매춘부를 이렇게 표현하다니;;; 그만큼 매춘이 공인되었다는 것이겠죠?
필리핀의 스페인과 외교적 혹은 상업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때 포르투갈인은 복수의 방법으로 알코올 중독자, 강도, 범죄자 등 골치 아픈 노예들을 모아 배에 태워 마닐라로 보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01,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유명한 탐험가와 항해자가 아닌 아시아 각지에 확산했던 포르투갈인들은 이때까지 역사상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역사상 결과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하나는 포르투갈인이 가지고 있었던 선박제조술, 선박조종술, 화기제조술 등을 아시아 지역으로 퍼뜨렸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지에 정주하면서 현지 사회와 긴밀한 연결을 형성하여 그들의 후손 또한 유럽과 아시아의 지역사회를 잇는 상업 네트워크를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1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유의해야 할 점은 1570년 포르투갈 국왕 돈 세바스티앙이 포르투갈령 내에 있는 일본인 노예 거래를 금지하는 법령을 공포했음에도 그것은 포르투갈령 인도에서는 준수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28,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즉 아시아인 용병과 노예는 포르투갈령 인도의 군사적 유지에 꼭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3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1607년 포르투갈령 인도에서 일본인을 노예로 삼는 일이 금지되었다. 그것은 학대를 받는 일본인의 참상이 고려된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금령 이후에도 일본인에 대한 학대는 끊이지 않았다. 금령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이전에 계약된 노예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고 '하인'이라는 애매한 형태로 존재한 '노예 거래'는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33-134,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마카오에서 명조의 일본인 입국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었고 고아에서 일본인 노예 금지령을 내려도 결국 식민지의 필요에 따라 용병과 노예를 유지하고 학대도 계속되었던 것을 보면 결국 실제 효력은 없고 이름 뿐인 허울 좋은 법령은 사회를 변하는 데 도움이 안 되고 그저 금지대상의 행동을 음지화할 뿐이고 뭔가 더 실질적인 체제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게 필요한 듯합니다.
129쪽과 131쪽에 실린 루벤스의 그림 제목을 보고 ‘와, 루벤스가 조선인을 그린 적이 있단 말이야?’ 하는 생각에 조금 찾아봤는데요. 마침 재미있는 기사가 눈에 띄어 공유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780762?sid=103 명나라 상인의 초상이 이탈리아의 조선인 '안토니오 코레아'가 된 사연 [송주영의 맛있게 그림보기]
오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저 이 그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기적' 예전에 봤는데 그때는 무슨 중국 재상인 줄 알았어요;;
오다 노부나가의 흑인 노예 야스케 씨는 남편 말로는 무사에 가까웠다고 하네요? 게다가 그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 '어쎄신 크리드 : 섀도우즈'가 있다고 해서 찾아 봤어요. 근데 말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16세기 중반 이후 멕시코에 확실히 일본인이 있었음이 확인된다. 그들의 신분은 노예, 상인 등 일정하지 않고 계층이 다양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수의 일본인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상업 네트워크 속에서 노예 신분으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49,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볼에 달군 낙인을 찍는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단순한 이유로 도망간 노예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인물이 노예라는 것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156,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선점 노예를 처리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 갔다. 18세기 초반에 선장과 다른 고급 선원들은 선점하고 싶었던 노예를 골라 두었지만, 이 노예들이 죽으면 다른 노예를 선택해서 손해는 선주의 몫으로 돌렸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인들은 선장들에게 해안에서 미리 노예를 선택하고 다른 고급 선원들이 보는 앞에서 낙인을 찍어두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 방식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는데, 이는 모든 고급 선원 역시 이 문제에 관해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서로 이를 덮어주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상인들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려고 했고 선점 노예를 개별적으로 정하는 대신 노예선이 신세계 항구에 도착해서 판매한 모든 노예의 평균 가격으로 선점 노예의 가치를 환산했다. 이 방식은 모든 노예를 잘 보살피도록 하는 이점이 있었지만, 동시에 평균 가격을 낮추고 선장의 선점 특권을 저해하는 아프고 병약한 노예를 항구 근처에서 죽여 버리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다.
노예선 - 인간의 역사 p.452, 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낙인이라는 단어를 보니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 생각났어요. 대서양 노예 무역에 종사한 선장이나 고급선원들은 미리 상태가 좋은 노예를 눈여겨 보고 찜했다고 합니다. 이 당시 노예무역의 후원자는 유럽대륙의 상인들이었기에 노예 판매로 인한 수익의 많은 부분이 상인에게 돌아갔지만, 동시에 선장과 선원들의 배반이나 탈주를 막고자 일종의 성과급 같은 보상체계가 작동했다고 해요.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급여 외에도 항해를 완수했을 시, 무사히 건강하게 살아서 판매한 노예의 수에 비례해 성과급을 주기도 했고 문장처럼 선장과 선원이 자기 몫으로 노예를 남겨 직접 개인거래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걸 너무 봐주면(?) 상태가 좋은 노예들의 수익이 정작 상인에게 돌아가지 못하므로 상인들은 최상급의 노예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상인의 소유라는 표시로 낙인을 찍었지만 다들 담합하여 모른 체 하는 경우들도 있었고요.
헐 그들 사이에서도 그런 경쟁과 담합이 오가는 거였군요. 사람의 건강 상태를 갖고 가격을 매기고 거래를 하네요.. 그나마 노예들을 너무 험하게 다루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방책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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