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의 노예무역 또는 노예제도를 다룬 책들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두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조선 노비들>은 제목처럼 조선 시대에 있던 노비들의 다양한 유형, 노비제의 기원, 노비-노예-농노의 차이점, 대표적인 노비 인물 등 노비제를 여러 방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노비와 노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중에 모임 도서로 읽어보려고 해요. <일본의 노예>는 이번 모임 책에서 나온 중세의 일본노예무역 외에도 가라유키상, 게닌, 봉공인 등 일본 역사에서 전국시대를 거치며 인간을 취하는 '인취'의 개념을 시간 순으로 따라갑니다. 더 나아가 작가는 한국의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 중의 위안부가 이와 같은 일본의 전쟁관행이었던 인취의 연장선이라고 제시해요. 루시우 데 소우사의 책이 포르투갈과 일본의 교역 과정에서 발생한 일본인 노예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일본의 노예>는 일본 역사 전반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한국인의 입장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책을 펼치면 분명 괴롭고 힘들겠지만 위안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언젠가 읽어보려고 합니다.
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18개의 키워드로 읽는 조선 노비, 그리고 노비제도. 조선시대 노비 18명의 삶을 소개하고, 각각의 노비와 관련된 개별 쟁점, 즉 노비의 개념, 기원, 결혼, 직업, 사회적 지위, 유형, 의무, 법률관계, 재산, 자녀, 면천 등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노예 -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역사의 진실일본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전쟁에서의 승자가 전리품의 일부로 남녀를 납치해 가는 ‘인취’가 빈번하게 행하여졌다. 일본의 해적인 왜구들이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납치하여 일본 농지소유주에게 노예로 팔아 농사를 짓게 한 것도 이러한 인취라는 일본의 전쟁관행에서 비롯되었다.
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인취'라는 단어도 제게는 생소한 단어네요.. 실은 역사는 승자들이 쓴 게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당하는 입장에서의 역사는 자료 조차 얼마 없는 게 현실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걸쳐 조사한 소우사 교수와 그 부인 (알고보니 같이 쓴 분이 일본인 부인인가봐요!)의 노고와 열정이 뒤의 글에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신 은화님 감사합니다!
어떤 이들은 인신매매 자체에 대해서도 '더 나은 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실정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이며 그에 대한 사료 역시 극히 적은 이유는 그만큼 어두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44,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인류 역사를 보는 한 노예는 모든 곳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뚜껑을 덮은 채 보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이는 사실 현대 사회문제의 기층과 연관이 깊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논하려고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공통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개개인이 자의적인 의견에 흐르기 쉽다. 모든 현대사회의 문제는 역사를 모르고서는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고, 역사의 문제는 배우고 직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45,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왜 역사를 배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보통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해서라는 말들을 하죠. 저는 이전부터 이 대답이 다소 모호하고 불분명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책의 이 부분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와닿게 잘 설명한 문장 같아 수집했습니다. 똑같은 노예사에서도 특정 시기나 특정 지역의 노예무역과 제도가 세계사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뤄지지만 노예제는 시대와 권역을 불문하고 많은 문화권에서 보편적인 현상이었죠. 서로 다른 역사와 지역에서 발생한 사회현상의 특수성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어떤 공통된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가는 점이 '비주류'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예무역의 규모나 노예제의 공고한 체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대와 지역의 노예들은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당하며 사회를 떠받쳐야 했습니다. 비록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더라도, 그들이 겪은 모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개개인 각자의 삶을 억누르고 괴롭게 만드는 경험은 공통적으로 비참했죠. 누군가의 아픔이 다른 이의 아픔보다 덜 가치 있거나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듯 보다 잘 알려진 비극이냐, 또는 덜 알려진 비극이냐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보고 싶지 않은 것, 보기 싫은 것을 최대한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도시만 하더라도 도시를 떠받치는 인프라 중 많은 것들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죠. 쓰레기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환경미화원 분들께서 치우시고, 오수와 폐수는 하수구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흘러갑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죠. 우리가 직접 들어가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던 영역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번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갑자기 어떤 짤에서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어느 코미디언이 지나가는 남자분을 붙잡고 물어봤더니 "현대의 노비, 회사원이올시다."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나네요. 물론 노비와 노예는 좀 다르긴 하지만요. 저야말로 현대의 노비...ㅎㅎ 다른 얘기지만, 어제도 아파트 지하1층을 지나면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쌓여 있는 재활용쓰레기를 보며, 청소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했어요. 진정한 프로란 저런 것이구나 하면서요. 얼마 전에 읽은 남궁인 작가님의 칼럼을 붙여 봅니다. “핏방울 하나라도 안 돼요”…‘인간 회복될 자리’ 여사님 손끝에서 https://v.daum.net/v/20251108070640399
올려주신 링크 칼럼을 읽다 보니 예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고등학교 때 한 학년 학생들이 모두 가평에 있는 꽃동네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시설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학생들을 필요한 업무나 조직별로 나누어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급식부에 들어가서 간단한 청소나 조리, 식사준비를 돕게 하거나 환자 나이대나 유형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른 식이었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간 곳은 아마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중환자 분들이었던 듯 해요. 식사 시간이 되면 침대 각도를 살짝 올려 식사를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누운 자세를 바꿔드리거나, 이동시 부축하고 청소하는 일이었어요. 칼럼 중간에도 피를 닦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이 문장이 공감되었어요. 꽃동네로 갔을 때 잠시 쉬다가 직원? 봉사자? 분이 부르길래 가봤는데 바닥에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하혈이나 또는 피를 토하신 건지 피가 말라붙어 있던 거에요. 그걸 손걸레를 가져와 닦는데... 걸레 너머로 느껴지는 그 감촉에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바닥에 눌러붙은 피가 처음 걸레질로 벗겨지고 뜯겨나가는 그 감촉이... 아마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저야 그 날 하루, 그 한 번의 순간만 경험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간병인이나 직원 분들은 그게 칼럼의 일처럼 일상이었겠죠.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훨씬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그때도 느꼈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우리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거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모임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다음에는 스파르타쿠스를 읽어야 하나, 역사책 위주로 계속 읽는 것 같아서 잠깐 문학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또한 모임의 주제가 노예제 위주이긴 하나 제목에도 써있듯 아프리카와 흑인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고요. 그래서 이 점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으로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가 쓴 소설 3부작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식민시대에 영국이 아프리카의 이보족(또는 이그보족)의 마을에 들어오면서 공동체가 서구문명의 침입에 의해 어떻게 내외적으로 무너지는지를 조명하고 있어요. 그의 다음작인 <더이상 평안은 없다>와 <신의 화살>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모두 이그보족을 배경으로 하며, 서구권의 현대문명으로 인해 아프리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다루고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공통점이 있어 작가의 '아프리카 3부작'으로 꼽힌다고 하네요. 다음 모임에서 아프리카, 식민시대, 흑인문화를 다룬 아체베의 작품 세계와 함께 뵙겠습니다. 한 달 동안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 폭력적인 서구 세력에 맞서 부족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려는 한 남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1958년 작가 치누아 아체바의 나이 스물여덟에 발표되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최초의 아프리카 소설인 점도 눈길을 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 격동하는 사회 속에서 타락해 가는 나이지리아 지식인 청년의 모습을 통해 물질적인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는 비극적 인간상을 그린다. 나이지리아 국가상을 받았으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신의 화살>과 함께 '아프리카 3부작'으로 불린다.
신의 화살'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6권. '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치누아 아체베의 장편소설. 1964년에 발표된 <신의 화살>은 부커 상을 받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 나이지리아 국가 상을 받은 <더 이상 평안은 없다>(1960)에 이어 나이지리아 식민 역사를 주체적으로 재조명한 '아프리카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치누아 아체베의 책은 지난번에 같이 읽었던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고 들어서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은화님 언제나처럼 이번 모임도 정성껏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평안한 연말 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읽었지만, 몇 년 전에 시간에 쫓기며 읽어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어요. 뒤의 두 편도요! 역시 은화 님은 항상 제 마음의 10점짜리 과녁을 맞추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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