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왜 역사를 배우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보통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해서라는 말들을 하죠. 저는 이전부터 이 대답이 다소 모호하고 불분명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책의 이 부분이 역사를 배우는 이유를 와닿게 잘 설명한 문장 같아 수집했습니다. 똑같은 노예사에서도 특정 시기나 특정 지역의 노예무역과 제도가 세계사에서 더 비중 있게 다뤄지지만 노예제는 시대와 권역을 불문하고 많은 문화권에서 보편적인 현상이었죠. 서로 다른 역사와 지역에서 발생한 사회현상의 특수성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어떤 공통된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가는 점이 '비주류'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예무역의 규모나 노예제의 공고한 체제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대와 지역의 노예들은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당하며 사회를 떠받쳐야 했습니다. 비록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르더라도, 그들이 겪은 모든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개개인 각자의 삶을 억누르고 괴롭게 만드는 경험은 공통적으로 비참했죠. 누군가의 아픔이 다른 이의 아픔보다 덜 가치 있거나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듯 보다 잘 알려진 비극이냐, 또는 덜 알려진 비극이냐는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현대사회의 특징은 보고 싶지 않은 것, 보기 싫은 것을 최대한 가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도시만 하더라도 도시를 떠받치는 인프라 중 많은 것들이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죠. 쓰레기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환경미화원 분들께서 치우시고, 오수와 폐수는 하수구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흘러갑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죠. 우리가 직접 들어가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던 영역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이번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갑자기 어떤 짤에서 "직업이 무엇이냐?"라고 어느 코미디언이 지나가는 남자분을 붙잡고 물어봤더니 "현대의 노비, 회사원이올시다."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나네요. 물론 노비와 노예는 좀 다르긴 하지만요. 저야말로 현대의 노비...ㅎㅎ 다른 얘기지만, 어제도 아파트 지하1층을 지나면서 아주 깔끔하게 정리되어 쌓여 있는 재활용쓰레기를 보며, 청소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했어요. 진정한 프로란 저런 것이구나 하면서요. 얼마 전에 읽은 남궁인 작가님의 칼럼을 붙여 봅니다. “핏방울 하나라도 안 돼요”…‘인간 회복될 자리’ 여사님 손끝에서 https://v.daum.net/v/20251108070640399
올려주신 링크 칼럼을 읽다 보니 예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고등학교 때 한 학년 학생들이 모두 가평에 있는 꽃동네 요양원으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어요. 시설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학생들을 필요한 업무나 조직별로 나누어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급식부에 들어가서 간단한 청소나 조리, 식사준비를 돕게 하거나 환자 나이대나 유형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른 식이었죠.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간 곳은 아마 거동이 불편해서 병원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 하는 중환자 분들이었던 듯 해요. 식사 시간이 되면 침대 각도를 살짝 올려 식사를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누운 자세를 바꿔드리거나, 이동시 부축하고 청소하는 일이었어요. 칼럼 중간에도 피를 닦기 힘들다는 말이 있는데 이 문장이 공감되었어요. 꽃동네로 갔을 때 잠시 쉬다가 직원? 봉사자? 분이 부르길래 가봤는데 바닥에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있더라고요. 하혈이나 또는 피를 토하신 건지 피가 말라붙어 있던 거에요. 그걸 손걸레를 가져와 닦는데... 걸레 너머로 느껴지는 그 감촉에서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바닥에 눌러붙은 피가 처음 걸레질로 벗겨지고 뜯겨나가는 그 감촉이... 아마 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저야 그 날 하루, 그 한 번의 순간만 경험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간병인이나 직원 분들은 그게 칼럼의 일처럼 일상이었겠죠. 깔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훨씬 많은 수고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걸 어렴풋이 그때도 느꼈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기에 사회가 유지되고 우리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는 거죠.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모임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다음에는 스파르타쿠스를 읽어야 하나, 역사책 위주로 계속 읽는 것 같아서 잠깐 문학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또한 모임의 주제가 노예제 위주이긴 하나 제목에도 써있듯 아프리카와 흑인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고요. 그래서 이 점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으로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가 쓴 소설 3부작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식민시대에 영국이 아프리카의 이보족(또는 이그보족)의 마을에 들어오면서 공동체가 서구문명의 침입에 의해 어떻게 내외적으로 무너지는지를 조명하고 있어요. 그의 다음작인 <더이상 평안은 없다>와 <신의 화살>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모두 이그보족을 배경으로 하며, 서구권의 현대문명으로 인해 아프리카 사회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다루고 식민주의를 비판하는 공통점이 있어 작가의 '아프리카 3부작'으로 꼽힌다고 하네요. 다음 모임에서 아프리카, 식민시대, 흑인문화를 다룬 아체베의 작품 세계와 함께 뵙겠습니다. 한 달 동안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세기 말 아프리카의 한 부족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 폭력적인 서구 세력에 맞서 부족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려는 한 남자가 주인공인 이 작품은, 1958년 작가 치누아 아체바의 나이 스물여덟에 발표되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최초의 아프리카 소설인 점도 눈길을 끈다.
더 이상 평안은 없다'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 치누아 아체베의 대표작. 격동하는 사회 속에서 타락해 가는 나이지리아 지식인 청년의 모습을 통해 물질적인 현대 사회에서 소외되는 비극적 인간상을 그린다. 나이지리아 국가상을 받았으며,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신의 화살>과 함께 '아프리카 3부작'으로 불린다.
신의 화살'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6권. '아프리카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치누아 아체베의 장편소설. 1964년에 발표된 <신의 화살>은 부커 상을 받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 나이지리아 국가 상을 받은 <더 이상 평안은 없다>(1960)에 이어 나이지리아 식민 역사를 주체적으로 재조명한 '아프리카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치누아 아체베의 책은 지난번에 같이 읽었던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고 들어서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은화님 언제나처럼 이번 모임도 정성껏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평안한 연말 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읽었지만, 몇 년 전에 시간에 쫓기며 읽어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어요. 뒤의 두 편도요! 역시 은화 님은 항상 제 마음의 10점짜리 과녁을 맞추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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