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이미 그 시기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일본인 노예의 거래는 마카오 상인의 수입원이 아니게 되었다. 당시 예수회 선교사들은 아직 일본인 봉공인을 두고 있었지만 유럽과 인도의 예수회,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동시에 통치했던 국왕 펠리페 3세와 일본의 위정자들은 마카오의 노예상인에게 압력을 가해 일본인 노예의 거래를 그만두게 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07,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마카오 태생 시민의 대부분은 포르투갈인 아버지와 일본인, 중국인, 말레이인, 조선인, 인도인 등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들이었다. 그들은 주르밧사라고 불렸다. 주르밧사의 어원은 말레이어로 본래는 통역을 의미했는데 마카오에서 통역은 대체로 혼혈인들이 담당했기 때문에 이 단어가 별도의 의미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08,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네그로(Negro)의 단어가 검은 색에서 흑인, 더 나아가 노예의 의미로 변하고 치나(China)가 단순히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 출신을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가 되어 간 것처럼 주르밧사라는 단어가 혈통을 넘어 하나의 포괄적인 관념으로 변해가는 게 또 나오네요.
마닐라의 일본인 공동체는 그 초기부터 마닐라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7세기에는 스페인의 통치 아래에서 주재 일본인이 불만을 품게 되었고 여러 차례 충돌이 일어났다. 스페인 당국은 딱히 일본인의 존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일본과의 교역 유지를 위해 주재 일본인의 힘이 필요했고 용병으로서도 유능했기 때문에 그들을 축출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2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일본인이 어떠한 경로로 페루에 당도하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두 가지 항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대서양 경유, 즉 고아를 경유하여 리스본으로, 그곳에서 브라질을 건너는 항로이고, 또 하나는 태평양 경유, 즉 나가사키에서 마카오 혹은 마닐라를 경유하여 아카풀코에 이르는 항로이다. 17세기 초의 페루에 있던 일본인은 아마도 복수의 항로를 거쳐 그 땅에 도착했을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5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같은 인구조사에서 확인되는 것은 인디오라 불리는 사람이 총계 1,917명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내용에는 아메리카 대륙 선주민 ‘인디오’ 외에 114명의 ‘오리엔트’ 출신의 ‘인디오’가 포함돼 있다. 그것은 그들이 ‘인디아스 오리엔탈레스’ 즉 동인도에서 건너왔음을 의미한다. 당시 ‘인디아스 오리엔탈레스’는 아시아 전반을 가리킨다. 그 지역에 상업 루트를 확립한 것은 스페인이 아니라 포르투갈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포르투갈 통상 루트를 거쳐 남미 대륙에 도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51,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리마의 인구조사에서는 ‘아시아인’에 대응하는 누에바에스파냐풍의 호칭과 포르투갈풍의 호칭이 혼재돼 있다. 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까지 이러한 사람들을 옮긴 상인과 항로가 포르투갈에 귀속된 것이고 그 때문에 리마의 ‘아시아인’에 대한 호칭이 뒤섞이게 되었다고 상상할 수 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5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책에서 직접 이유가 설명되지는 않지만 포르투갈이 페루에 상업루트를 확립한 이유나 포르투갈의 언어가 반영되는 이유는 당시의 스페인-포르투갈의 신대륙에 대한 영토분할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추측됩니다. 1494년 스페인 토르데시야스 지방에서 맺어진 이 조약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항해를 통해 새로운 대륙을 발견할 경우 누구의 소유로 할 것인지 영토구분선을 정한 약속이에요. 그 이전인 1481년에 카나리 제도 서쪽에서 항해를 통해 발견한 신대륙은 오로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게만 지배와 식민화의 권리가 있다고 교황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콜럼버스를 비롯해 신대륙 항해의 과정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영토 구분을 통해 갈등을 방지할 필요가 생겨남에 따라 10여년 뒤에 토르데시야스 조약이 맺어져요. 토르데시야스 조약에서는 카나리 제도보다 좀 더 서쪽에 있던 포르투갈령 카보베르데 섬으로부터 일정거리 이상 떨어진 선을 기준으로 (사진상의 보라색 실선) 서쪽의 영토는 스페인이, 동쪽의 영토는 포르투갈이 지배하기로 정해집니다. (보라색 점선이 원래는 교황에 의해 처음 제시된 구분선이었으나, 포르투갈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여 항의가 있었고 양국간의 직접 교섭을 통해 보라색 실선으로 이동했다고 하네요.) 지도상으로 보면 페루나 아르헨티나는 더 내륙에 위치해있기에 배를 통해서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상대적으로 남미 대륙의 동쪽에서 해안을 따라 접근하기 쉬웠을 포르투갈 상선의 이동이 페루나 아르헨티나의 일본인 노예 호칭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위키피디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방식의 차이도 간략하게 기재되어 있는데 흥미로워 보여 가져왔습니다. "세력권은 분할되었지만, 두 나라의 정책은 180도로 판이하게 달랐다.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와 지금의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 등 직접 식민지 지배 체제를 굳혔지만, 포르투갈은 직접 식민 지배를 하지 않고 고아 주나 마카오처럼 항구 도시를 건설하여 무역 거점으로 삼는 방식을 채택했다(브라질은 예외)." https://ko.wikipedia.org/wiki/%ED%86%A0%EB%A5%B4%EB%8D%B0%EC%8B%9C%EC%95%BC%EC%8A%A4_%EC%A1%B0%EC%95%BD
오, 두 국가의 식민 지배 방식에 이런 차이가 있군요. 포르투갈의 거점 지배 방식은 영국의 동남아 항구 거점(홍콩, 싱가폴 등) 지배와 비슷하네요.
맞아요 옛날에 저렇게 지구본 위에 주우욱 선 그어놓고 스페인과 포르투갈과 갈랐다고.. 그래서 남미는 브라질만 포르투갈이 차지했지만 아프리카 아시아는 스페인보다 포르투갈 영향이 많았던.. 어제 일본어 독서모임에서 짬뽕의 어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재미있는게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어원설도 있지만 포르투갈 어원설도 있더라구요.
동서 분할의 교황 칙령 > 토르데시야스 수정 조약 > 지구는 둥글다 사라고사 조약… 두 깡패들 지구지배 망상이 아주 우주 끝까지 날아갈 태세군요 ㅎㅎ
그런데 20여 년 후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마젤란의 항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렇게 되자 카보베르데 서쪽 370리그라는 하나의 선만으로는 경계를 그을 수 없음을 두 나라 모두 깨달았다. 이에 두 나라는 다시 조약을 체결하는데, 바로 사라고사 조약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카보베르데 서쪽 370리그부터 말루쿠제도 동쪽 297.5리그까지를 스페인, 그 서쪽은 다시 포르투갈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오늘날 중국인 마카오가 포르투갈 소유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약은 다른 유럽 제국들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기에, 유럽인들의 세계 진출과 함께 당연히 유명무실해졌다.
지구본 수업 2 - 유럽, 아메리카, 남극대륙 박정주.황동하.김재인 지음
지구본 수업 2 - 유럽, 아메리카, 남극대륙평면 지도가 어쩔 수 없이 지닌 왜곡과 한계를 걷어내고, 진짜 지구와 세계의 모습을 담았다. 세계 최초로 생생한 지구본 도판을 비롯한 200여 컷의 다채로운 지도와 240여 컷의 풍성한 역사·문화 도판들을 함께 수록해 입체적인 ‘지구 전체사’로 통합해냈다.
짬뽕이 아마 찬폰?이었나요? 저도 예전에 들은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네요. 포도의 기원도 사실 페르시아, 박트리아를 거쳐 한자어가 들어왔다는데 어원이란 참 신기하죠? 그나저나 일본어 독서모임이라니. 일본어로 된 책을 읽는다는 뜻이겠죠? 언어공부랑 독서를 병행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네요. borumis님은 다른 그믐 모임에서도 보면 원어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던데 외국어 능력자이시군요..!
네 미우라 시온의 소설책을 소리내서 한쪽씩 번갈아가며 읽는 모임이에요. 일본어 전공자분과 실제 일본 원어민도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아가며 간신히 읽고 있어요^^;; 능력자는 아닙니다;;
와, 쐐기문자 아카드어로부터 페르시아어를 거쳐 유래한 ‘포도’라니 신기한데요? 짬뽕도 어원 썰이 여러가지였을 줄이야 ㅎㅎ
디에고 델 프라도도 그의 동료도 소유자에 관한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자유민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처음부터 노예가 아니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5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고아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상당수에 달했다. 그랬기 때문에 16세기 말 포르투갈 국왕의 이름으로 일본인을 노예 신분에서 해방한다는 명령이 선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아 시의회는 그에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집단으로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155,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옆방의 YG님께서 알려주신 책인데요, 목차를 훑어보니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랑 접점이 많아 보여요. ‘카피탕 모르’처럼 이번 독서로 새로 알게 된 단어도 보이고 ㅎㅎ 그리고 무엇보다 엄~청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항해사 흰닭, 파드레, 그리고 오렌지 반란군의 기이한 모험 - 16~17세기 동아시아와 유럽의 만남370여 년 전 조선의 해안에 불시착하여 17세기 전 지구적 소빙기의 혹독한 겨울을 넘기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밥을 얻어먹었다던 사람들, 그 사람들처럼 넓은 바다를 건너 지구의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인연을 맺었던 바로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는 YG 님이 요새 강추하신 '바벨'을 읽었는데, 식민주의에 대해 굉장히 비판하는 책이더라고요. 아래 그 책의 글 하나를 발췌해 보았어요. 식민주의는 사고할 수 있는 기계도, 이성을 지닌 몸도 아니다. 그것은 벌거벗은 폭력이며, 더 큰 폭력에 직면했을 때만 굴복한다. -프란츠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예전에 여기서 '아이티 혁명사' 읽었을 때, 권력을 탈취한 흑인들이 더 잔인한 방법으로 보복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너무나 순진하게) 실망했었는데, 결국 폭력은 폭력으로밖에 제압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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