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5.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루시우 데 소우사

D-29
나가사키에서 거래된 비일본인 노예 중 수적으로 가장 많았던 것은 히데요시가 벌인 전쟁으로 조선에서 생포돼 일본으로 끌려간 사람들이다. 나가사키 개항 이전 사쓰마의 여러 항구에서 거래된 사람 중에는 왜구에 의해 중국에서 연행된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이후 후기 왜구의 쇠퇴로 외국인에게 팔려 가는 사람의 국적은 일본 국내 전란 중 포획된 일본인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의 천하통일에 의한 전국시대의 종언과 거의 연이어서 일어난 조선 출병으로 나가사키에는 외국인에게 팔려 가는 조선인이 넘쳐나게 되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14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일본에 머물렀던 스페인 사람 아빌라 힐론은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1597년, 태합(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말함.)께서 조선 왕국에 전쟁을 걸었을 때 일본으로 수많은 조선인 노예를 데려왔는데, 그중 상당수가 여성이었던 사실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아빌라 힐론 『일본왕국기』).” 16세기 말 일본에 온 피렌체 상인 프란치스코 카를레티는 일본 시장에서 본 조선인 노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연령대의 남성, 여성들이 수많은 노예로 몰려왔다. 그중에는 아름다운 여인들도 있었다. 누구나 아주 싼 값에 팔렸고 나 자신도 다섯 명의 노예를 겨우 12에스쿠드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20-221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일본인 노예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 책 곳곳에 나타나는 예수회와 노예무역의 관계가 정면으로 다뤄지지 않는 데 대한 의문도 종종 제기된다. 포르투갈어 원서에서는 사실 두 장에 걸쳐서 그 문제를 논하고 있는데 이 또한 본서의 초판에는 들어 있지 않다. 예수회가 노예무역에 ‘폐지론자’로서의 입장뿐만 아니라 현실에 많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모순을 밝히면 적잖은 풍파가 일어나 학술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불꽃 튀는’ 일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 새 장을 더하긴 했지만 예수회가 인신매매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본다. 어떤 이들은 인신매매 자체에 대해서도 ‘더 나은 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실정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이며 그에 대한 사료 역시 극히 적은 이유는 그만큼 어두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44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표면적으로는 근대에 들어서면서 서양세계의 노예제는 폐지됐다. 그러나 소위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지역에서는 비록 ‘노예’라는 호칭은 아니지만, 그에 가까운 형태의 노동은 당연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이들 지역에서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지역(일본을 포함한다)으로 외화벌이를 나와 있는 사람들 중에도 ‘노예적’인 노동을 강요당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예제를 극복했다고 하는 나라들도 실상으로는 뚜렷한 격차가 남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인류 역사를 보는 한 노예는 모든 곳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뚜껑을 덮은 채 보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이는 사실 현대 사회문제의 기층과 연관이 깊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논하려고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공통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개개인이 자의적인 의견에 흐르기 쉽다. 모든 현대사회의 문제는 역사를 모르고서는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고, 역사의 문제는 배우고 직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45쪽,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당시 유럽에서는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신학적으로 혹은 윤리적으로 중대한 위반을 하고 있지 않은지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었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예수회의 눈부신 성과를 시기하는 다른 수도회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예수회는 이 문제에 대해 그들 스스로 답을 내리는 것을 피하고 유럽의 저명한 신학자엑 견해를 물어 일종의 '보증'을 받고자 했다. ... 다시 말해 바스케스의 답변은, 병사들로서는 단지 주인의 명령에 따랐을 뿐 전쟁이 부정의하다는 것을 알 수 없으므로 약탈품이나 포로를 취하는 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신학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예수회 선교사들은 나가사키에서 포르투갈인이 조선인 포로를 구입하는 것을 걱장할 필요가 없게 됐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15-216,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한반도로 건너간 병사들의 손에 많은 여성이 일본으로 끌려오면서 나가사키 노예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곤세카이초와 신지야초에 생겨난 유곽은 조선인 여성을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21-222,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그렇지 않아도 강렬하고 희소했던 카프리인을 종자로 삼는 것은 일본인에게 있어 ''부귀'와 '위풍'의 상징이었기에 교역에 관련된 다이묘들은 저마다 소유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30,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예수회는 노예무역의 과정에 있어서 틀림없이 한 기능을 담당했고 그것을 히데요시는 모른 척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36,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덴쇼 사절의 소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아마도 그 소년들보다도 더욱 어렸을 남자아이가 포르투갈까지 건너갔고 성인이 되어 극동으로 귀환한 것과 부유한 상인이 되어 나라에서 쫓겨난 일본인 그리스도교도들을 위해 재산을 기부한 것은, 당시 일본에게는 세계가 생각만큼 먼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과 오랜 해외 생활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고향 사람들에 대해서 '동향'의 정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39,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본서에서 그려낸 바다를 건넌 노예들의 생애는 다미안과 같이 복 받은 경우는 드물고, 전란 중에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열악한 생활 환경에 있던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떠한 환경 에서도 '사는' 것을 선택했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39,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예수회가 인신매매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본다. ... 그래도 역시 실정 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이며 그에 대한 사료 역시 극히 적은 이유는 그만큼 어두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44,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인류 역사를 보는 한 노예는 모든 곳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뚜껑을 덮은 채 보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이는 사실 현대 사회문제의 기층과 연관이 깊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논하려고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공통 인식이 형성되어 잇지 않고, 개개인이 자의적인 의견에 흐르기 쉽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245,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완독했습니다. 사실 좀 풀리지 않은 문제들도 많고 너무 자료가 부족하고 산발적이어서 뭐라고 결론 내리기도 힘든 게 많지만 일단 사료가 부족했던 예전에도 그렇지만 여전히 이런 문제들이 묻히고 외면되고 이상한 논리에 의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불어주는 책이네요.
전 완독한 지 좀 오래 되었는데 borumis 님의 의견과 비슷합니다. 좀 중학교 교과서처럼 빈 곳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 근데 그래서 그런지 이해도는 다른 책들에 비해 높았습니다. ^^ @은화 님 감사합니다.
@꽃의요정 님 감사합니다. 확실히 전의 <아이티 혁명사>에 비하면 책 두께로나, 마음의 심란함(?)으로나 훨씬 부담이 덜한 책이었어요. 노예제의 비인간성이나 폭력성보다는 사료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당시의 아시아 노예무역을 소개하는 입장이라 다소 담백한 느낌이죠. 이런 부담 없는 책도 좋네요 ㅎㅎ
@borumis 님 완독하느라 고생하셨습니다 ㅎㅎ 저랑 같은 느낌을 받으셨네요. 각 장마다 개별적인 일본인, 조선인, 중국인 및 다른 아시아 지역 출신 노예들의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례가 매우 짧더라고요. 책을 읽을 때 '그렇구나' 하며 휙휙 쉽게 읽으며 넘기기는 했는데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요. (아마 그러려면 분량이 더 길어져야 했겠지만요.) 저희끼리 대화를 나누면서 중간 중간 나온 내용들처럼 다른 노예무역 경로나 시대와의 차이점이라든지, 당시 일본이 전국시대-히데요시-에도 막부를 거치며 변화한 그리스도교에 대한 대우/포르투갈과의 교역/노예무역의 변화를 주제별로 다루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어요. 어쩌면 저자들도 이 시대의 충분한 사료를 찾기가 어려웠기에 이곳 저곳에 흩어진 자료들을 모아 보여주는 방향을 선택한 게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임진왜란이 1592년이었는데 더 이전인 전국시대부터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쟁포로'와 '기간제 봉공인'이 존재했던 걸 보면 상당히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노예가 보편화 된 현상이었을테니까요. 노예라는 말을 들으면 주로 떠올리는 시대가 로마시대 그리고 한참 후인 아메리카 대륙 노예제일 겁니다. 특히 대서양 노예무역은 시기와 규모에 있어서 훨씬 최근이었기도 하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기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 사람들의 관심과 연구도 집중되어 있는 것 같고요. 이번 책은 노예제라는 거대한 덩어리 중 우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대로 인간이 인간을 소유할 수 있고, 그것을 이유로 인간으로 대접하지 않는 제도가 동서양이나 시대를 불문하고 합리화하는 명분이 있었다는 게 여기서도 확인되는 걸 보니 씁쓸했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아시아의 노예무역 또는 노예제도를 다룬 책들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많지는 않았지만 두 책이 눈에 들어왔는데요. <조선 노비들>은 제목처럼 조선 시대에 있던 노비들의 다양한 유형, 노비제의 기원, 노비-노예-농노의 차이점, 대표적인 노비 인물 등 노비제를 여러 방면에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노비와 노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알아보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중에 모임 도서로 읽어보려고 해요. <일본의 노예>는 이번 모임 책에서 나온 중세의 일본노예무역 외에도 가라유키상, 게닌, 봉공인 등 일본 역사에서 전국시대를 거치며 인간을 취하는 '인취'의 개념을 시간 순으로 따라갑니다. 더 나아가 작가는 한국의 아픈 역사인 일제강점기 중의 위안부가 이와 같은 일본의 전쟁관행이었던 인취의 연장선이라고 제시해요. 루시우 데 소우사의 책이 포르투갈과 일본의 교역 과정에서 발생한 일본인 노예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일본의 노예>는 일본 역사 전반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의 연관성을 한국인의 입장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책을 펼치면 분명 괴롭고 힘들겠지만 위안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를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언젠가 읽어보려고 합니다.
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18개의 키워드로 읽는 조선 노비, 그리고 노비제도. 조선시대 노비 18명의 삶을 소개하고, 각각의 노비와 관련된 개별 쟁점, 즉 노비의 개념, 기원, 결혼, 직업, 사회적 지위, 유형, 의무, 법률관계, 재산, 자녀, 면천 등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노예 - 한국인이 꼭 알아야 할 역사의 진실일본에서는 중세 시대부터 전쟁에서의 승자가 전리품의 일부로 남녀를 납치해 가는 ‘인취’가 빈번하게 행하여졌다. 일본의 해적인 왜구들이 조선인과 중국인들을 납치하여 일본 농지소유주에게 노예로 팔아 농사를 짓게 한 것도 이러한 인취라는 일본의 전쟁관행에서 비롯되었다.
오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인취'라는 단어도 제게는 생소한 단어네요.. 실은 역사는 승자들이 쓴 게 대부분이어서 이렇게 당하는 입장에서의 역사는 자료 조차 얼마 없는 게 현실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러 지역에 걸쳐 조사한 소우사 교수와 그 부인 (알고보니 같이 쓴 분이 일본인 부인인가봐요!)의 노고와 열정이 뒤의 글에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려주신 은화님 감사합니다!
어떤 이들은 인신매매 자체에 대해서도 '더 나은 생활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서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역시 실정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일이며 그에 대한 사료 역시 극히 적은 이유는 그만큼 어두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44,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인류 역사를 보는 한 노예는 모든 곳에 늘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뚜껑을 덮은 채 보지 않으려 해서 그렇지 이는 사실 현대 사회문제의 기층과 연관이 깊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문제를 논하려고 해도 본질적인 부분에서 공통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 개개인이 자의적인 의견에 흐르기 쉽다. 모든 현대사회의 문제는 역사를 모르고서는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없고, 역사의 문제는 배우고 직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항해시대의 일본인 노예 - 기록으로 남은 16세기 아시아 노예무역 p.245, 루시오 데 소우사.오카 미호 지음, 신주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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