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CE9 님. 개인적으로 이번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 다양한 의견과 담론 모두 현재 기업체 중심의 개발이라는 방향성 안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어서 관심이 갔어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 지역사회, 공동체, 비영리단체, 개인 등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AI가 한 쪽의 입장에서만 조명받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놓치는 부분들도 많을 겁니다. 이번 책을 통해 AI의 영향과 시선을 다른 관점에서도 생각해보는 자세를 갖게 되는 게 가장 큰 교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
D-29

은화

은화
“ 데이터 주석 작 업자는 데이터를 특정 태그로 분류하여 컴퓨터 알고리즘이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작업은 ‘데이터 노동’이라 불린다.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기술과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건 이들의 노고 덕분이지만, 정작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숨겨진 노동이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1,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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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머시의 작업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영상에 정확한 태그를 붙여야 하고 메타의 정책이 정의한 심각한 위반 사항을 어기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폭력과 선동은 단순한 괴롭힘이나 성희롱보다 높은 수준의 위반 사항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한 가지 위반 사항을 발견했다고 해서 작업이 끝나는 게 아니다. 영상을 끝까지 살피면서 그보다 더 심각한 위반 사항이 숨어 있지 않은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1~12,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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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근무 중 충격적인 영상을 보고 자리를 이탈한 직원들은 회사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아야 했다. 화장실 이용을 가리키는 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하지 않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생산성 점수가 감점됐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2~13,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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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우리 저자들은 실리콘밸리 중심의 협소한 시각을 넘어, AI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조명하는 스냅샷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20,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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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책 23p에 나오는 메커니컬 터크, 또는 터키인 기계는 1770년 헝가리 출신 공학자 겸 발명가였던 볼프강 켐플렌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1854년까지 유럽과 미국 각지를 돌며 체스를 자동으로 둘 수 있는 기계로 사람들에게 공연과 쇼를 선보였다고 해요. 목제 상자 여기저기 서랍과 여닫이 문이 달려 있었고 사람과 같은 크기의 터키인 인형이 붙어서 한 손으로 체스 말을 옮기며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사진)
쇼를 시작할 때는 항상 시연자가 동행했습니다. 기계가 사기극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시연자는 게임 시작 전이나 중간에 상자의 문들을 여기 저기 열어 안에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해요. 안에는 배관과 태엽 장치만 보이는 구조였고요.
하지만 이 장치는 사실 사기극으로 안에 사람이 들어가 말판을 확인하며 체스를 두는 식이었습니다. 우선 기계장치의 내부는 실제 깊이의 1/3까지만 볼 수 있었고 안에는 더 공간이 있었습니다. 공간 안에 숨어있는 사람은 시연자와 이미 상호 합의된 순서에 따라 밖에서 문을 열 때 자신의 몸을 가릴 별도의 문을 안에서 닫아 보이지 않게 숨길 수 있었다고 해요. (두 번째 사진)
체스판이 접한 상자의 안쪽 면에는 가로세로 격자 형태로 줄을 매달아 체스 칸 배열에 맞게 자석을 실에 고정시켰습니다. 체스 장기말의 바닥 면에도 자석이 붙어있어 체스 말이 이동하면 어디에 말이 놓였고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안의 사람이 자석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었고요. 터키인 인형의 왼팔은 줄과 레버로 상자 안 쪽까지 연결되어 있어 상자 안의 사람이 체스 칸의 격자에 맞춰 팔을 이동하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터키인 인형의 팔이 움직임에 맞춰 일부러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를 냈기 때문에 관객들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죠. (세 번째 사진)
이후 쇼의 인기가 사그라들며 터키인 기계는 처박혀 있다가 1854년에 화재로 창고와 함께 기계도 파괴되며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1857년에 기계를 소유했던 소유주의 아들 '실라스 미첼'이 더 이상 사업상 기밀을 간직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당시의 체스 잡지에 기계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기사를 실으면서 터키인 기계의 비밀도 세상에 밝혀집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Mechanical_Turk




은화
터키인 기계가 한창 유행하던 당시에도 의심하는 의견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한 번은 1827년 볼티모어에서 쇼를 진행하는데 당시 공연장의 온도가 너무 높아 기계 안에 숨어있던 사람이 참지 못하고 몰래 도망을 나오는 일이 벌어져요. 당시 공연장 근처 건물의 지붕에서 쇼를 훔쳐보고 있던 소년 2명이 이 광경을 목격했고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터키인 기계의 명성 그리고 '정직함'에 사람들은 관심이 팔려있어 오히려 거짓 소문으로 여겨져 묻힙니다.

은화
https://youtube.com/shorts/1MAAu6JBa18?si=GD69eoUXgY39gT8o
작동법을 CG로 설명한 쇼츠도 있습니다.

은화
터키인 기계는 '겉으로는 기계의 정직성과 투명성의 환상을 바탕으로 하지만 뒤에 인간의 개입이 숨어있는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터키인 기계가 불에 타 없어지면서 이런 환상에 바탕을 둔 사기극은 사라진 것 같지만 생성형AI가 대두 되면서 이제는 AI를 통한 사기범죄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죠.
최근 영국에서는 터키인 기계보다 규모와 교묘함에 있어서 훨씬 거대한 사기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Builder.AI라는 스타트업은 고객이 원하는 사양의 어플리케이션을 AI에게 입력하면 자동으로 앱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홍보했습니다. 본사에만 500여 명의 직원에 1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지만 이들이 내세운 AI의 성능은 실제로는 인도와 우크라이나에 있는 개발 직원 및 외부개발자를 아웃소싱하여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해요.
고객이 '나타샤'라는 챗봇에 원하는 사양이나 지시사항을 입력하는 인터페이스 형태였는데, '일부' 기본적인 작업은 챗봇이 수행하긴 했지만 그 외 많은 영역은 사람이 개입했다고 합니다. Builder.AI가 의심받기 시작한 건 서비스를 사용해 본 고객들이 기대한 제작 기간에 비해 결과물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느렸고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의문이 제기되었고요.
점차 결과물에 불만족한 고객들이 대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면서 Builder.AI의 현금창출 능력이 고갈 되었고, 인도의 다른 업체와 실제로 물건이나 서비스가 오고 가지 않는 허위거래를 만들어 매출을 부풀리다가 내부자 고발로 인해 실태가 드러나면서 파산하게 됩니다.
결국 Builder.AI가 홍보한 나타샤와 AI는 단지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도인(A lot of Indian)을 투입한 훨씬 거대한 터키인 기계였던 셈이죠.
https://www.digital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8857
https://www.auto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31829
https://restofworld.org/2025/builderai-ai-apps-downfall/

은화
“ AI를 하나의 기계 즉 추출 기계로 이해하는 것은, AI가 내세우는 객관성과 중립성의 허울을 벗겨내는 시도이다. 모든 기계에는 역사가 있으며, 특정한 시기와 목적에 따라 인간이 설계하고 구축해 왔다. AI 또한 기존의 정치경제 시스템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데이터를 분류하고, 차별하며, 예측하는 모든 과정은 이를 만든 사람들의 이해 관계 와 권력 구조를 반영한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21,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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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기계는 전력과 물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AI의 이면에서,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분투하는 인간 노동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AI는 광범위한 인간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 데이터 주석 작업, 결과 검증, 알고리즘 조정 등 다양한 업무에 노동자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22~23,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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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AI 시대에도 소프트웨어와 알고 리즘의 소유권은 중요하지만, 기반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반면 빅 AI 기업들은 인프라 권력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형태의 힘을 통해 이익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기업들은 AI 모델을 훈련시키는 데 필요한 연산 능력과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기반 설비, 즉 거대한 데이터 센터, 해저 광케이블, AI 칩을 직접 소유하고 통제함으로써 이익과 권력을 유지한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 29,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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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AI의 발전으로 나타나는 노동 관리 방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의 공장, 집단 농장,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사용된 노동 통제 방식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AI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약탈적이고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통해 자원을 수탈했던 신식민주의적 질서를 답습하고 있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34,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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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AI 산업은 글로벌 디지털 노동 분업 체계를 통해 유지되는데, 고임금의 안정적인 직업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도시들에 집중되는 반면,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위험한 직업은 남반구 저개발국가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34,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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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철도와 인터넷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케나를 바꿔놨지만,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둘 다 키베라 지역 노동자들을 글로벌 네트워크에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머시 같은 데이터 주석 작업자의 일은 바로 이런 세계적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낸 데이터세트는 지구 반대편 북반구의 AI 연구소들로 흘러들어간다. 케냐의 노동자들이 글로벌 AI 생산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정작 자신들이 기여한 시스템에서 목소리를 내거나 창출된 가치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머시의 경험이 여실히 보여주듯이, 추출 기계의 일부를 이루는 일자리들은 착취적이고 불공정하며 때론 잔혹하기까지 하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36~37,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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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망고나무 밑에 앉아서 하루의 마지막 햇빛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하며.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46,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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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러한 혹독한 근무 조건 아래에서 애니타와 동료들은 주당 최소 45시간 이상을 극도로 집중하며 일한다. 때때로 무급 초과 근무까지 해야 하지만, 그들이 받는 임금은 월 80만 우간다 실링(미화 200달러), 시간당 약 1.16달러에 불과하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49,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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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10시간 근무 중 휴식 시간은 1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되며, 공식적으로 허용된 휴식 시간 외에는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한다. 주석 작업을 잠시라도 멈추면 효율 점수가 즉시 하락한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49~50,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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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곳의 노동자들은 스스로 업무 내용을 조정하거나 결정할 여지가 거의 없으며, 모든 작업은 최대한 단순하고 세분화되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극도의 지루함과 불안감이 뒤섞인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53,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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