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

D-29
- 책을 고른 이유 - 생성형AI를 업무에 사용하는 건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미 회사들은 업무 목적으로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있죠. 간단한 문서 작성이나 내용 요약, 자료 수집은 이제 제미나이나 챗GPT를 통해 수행하는 팀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매체를 통해 영향력 있는 사람이나 기관들은 AI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은 미래의 조직과 노동사회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경고들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이 있습니다. 왜 우리가 AI에 맞춰 따라가야 하는 걸까요? 단지 AI가 기존의 산업 혁명들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도태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회적 진화와 경쟁이론 때문에? 우리가 AI에 적응한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AI가 우리의 세계와 산업의 모습을 끌고 간다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기술을 과연 가치중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이 개발 주체가 대부분 기업체라는 점, AI들이 개발하는 사람의 가치관과 데이터 모수의 편향성에 영향을 받음으로써 중립성이 훼손되는 초기 사례들을 이제 우리는 제법 알고 있습니다. 가치중립성의 얼굴을 들고 우리에게 업무효율화와 경쟁이라는 이유로 접근해오는 AI는 과연 노동시장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우리가 모니터를 통해 보는 산뜻한 로고, 현대적인 디자인, 빠른 결과물의 이면에는 무엇이 '희생'되어야 했을까요? 그 물음에 대한 고민을 책과 함께 같이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 함께읽기 일정 - * 11/16 ~ 11/25 : 책 준비 기간 11/26 ~ 12/3 : 1장~2장 12/4 ~ 12/10 : 3장~4장 12/11 ~ 12/17 : 5장~6장 12/18 ~ 12/24 : 7장~8장 및 책에 대한 감상 일정 구분을 나누긴 했지만 각자의 일정과 읽기 속도에 따라 자유롭게 읽으며 참여하시면 됩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내용을 공유하거나, 개인적으로 궁금하여 찾아본 내용을 함께 얘기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모임지기 은화입니다. 모임의 일정 시작 이전에 간단하게 책이나 주제에 대해 수다를 나누면 좋을 듯 하여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들은 인공지능이 과연 이번만큼은 그동안의 수많은 기술 혁명과 달리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인 관심사로 흑인문화와 역사, 노예제도에 대해 책을 읽고 있습니다. 노예제 하면 역시나 아메리카 대륙 특히 미국의 광활한 남부 주에서 담배와 목화를 비롯한 상품성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한 농장들과 거기서 일하는 흑인노예들의 풍경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1793년, 조면기(Cotton gin)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목화를 수확한 뒤 씨앗과 솜을 분리하는 작업을 사람의 손으로 일일히 발라내야 했습니다. 문제는 목화의 씨앗 부분이 끈적하여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해요.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하기 위해 조면기가 발명되면서 목화산업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1790년 8천 베일(짚, 양모와 같은 것들을 단단히 다져 묶은 더미 단위로 보통 1베일이 400파운드 약 181kg이었습니다.) 이던 미국의 목화 생산량은 1820년 65만 베일, 1850년 250만 베일, 1860년 400만 베일로 급증하게 됩니다. 사람이 돌리건, 또는 증기기관의 힘을 빌려 작동하건 조면기를 통해 목화를 더 수월하게 분리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노예들의 노동과 고통이 줄어들었을까요? 우리는 이미 역사에서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조면기가 더 빠르게, 더 많이 목화솜을 생산해냄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게 됩니다. 농장주들은 토지를 사들여 농장을 확장하고, 늘어난 토지의 구획에 필요한 흑인노예들을 더 사들이면서 노예의 숫자도 노예제도의 규모도 확대되었죠.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목화솜은 유럽으로 수출되면서 침구류와 의복 등 각종 섬유산업을 활성화시켰고 일반 대중도 솜과 무명천 옷을 입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됩니다. 자연스레 옷에 대한 수요가 일반 사회계층에까지 퍼지면서 수요의 증가가 다시 공급을 끌어올리는 순환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조면기의 발명은 섬유산업과 대규모 농장의 경제적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산업에 필요한 누군가의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가족과 고향으로부터 강제로 끌려와야 했습니다. 조면기는 단지 목화솜을 분리해내는 '작업'을 대체하고 효율화했을 뿐, 목화를 심고 수확하고 운반하는 기존의 나머지 작업을 전부 대체하지는 못했기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AI는 '직업'을 한 번에 대체하지 못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직무나 직업을 구성하는 수많은 자잘한 업무부터 중요한 업무까지 각 업무를 구성하는 세부단계를 하나둘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직업이 아닌 '작업'을 야금야금 AI가 대신하다 보면 어느 순간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의 일은 서서히 AI가 잠식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하지만 그 잠식의 과정의 과도기까지 여전히 인간의 정신과 육체의 노동과 집중이 필요하다면, 그 과도기에는 흑인노예들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섬유와 의복산업의 성장에 가려진 노예제도의 그림자처럼, AI의 대체가 끝나가는 미래에 무엇이 그림자 너머에서 가려지게 될까요?
1738년부터 1830년까지 의류 제조 기술에 혁명을 불러온 놀라운 발명들이 잇따랐다. 발명품 가운데에는 직조기의 북실통, 소면기, 증기 엔진, 동력 직조기가 포함되었다. 세상은 이제 직조에 필요한 실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공급받고자 했다. 그 해결책이 면화에서 발견되었고, 미국 남부는 특히 이 문화에 순응했다. 여기에 조면기의 발명은 마지막 어려움을 제거했다. 남부는 이제 비숙련 노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작물을 길렀다. 엄청나게 넓은 비옥한 땅이 있었고 노동력은 거의 무제한으로 요구됐다. 그 결과 1790년에 8천 베일이던 미국의 면화 생산은 1820년 65만 베일, 1850년 250만 베일, 1860년에는 400만 베일로 증가했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193~194,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오늘날까지도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흑인과 아프리카 이해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역작. W. E. B 듀보이스는, 무엇보다 미국 시민들에게 흑인에 관해 올바르게 설명해 주고 싶었고 그런 생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갔다.
1820년대에 시작된 새로운 형태의 노예제도는 바로 이 면화 생산의 급증이라는 경제적 기반 위에 성립되었다. 18세기에 노예제도 문제를 다루는 데 결정적으로 꾸물거렸던 미국은 19세기에 끔찍한 대가를 치렀다. 노예제도에 대한 변화된 태도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났다. 남부는 더 이상 노예제도에 대해 변명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를 경제 제도로서 방어했다. 노예무역에 관한 법령 시행이 점차 해이해졌고 노예법을 더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니그로 - 아프리카와 흑인에 관한 짧은 이야기 p.193~194, W. E. B. 듀보이스 지음, 황혜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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