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까지 LLM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은 해킹을 돕거나, 딥페이크를 만들고,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것까지 다양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배신하는 영화 ⟨터미네이터⟩나 ⟨엑스 마키나⟩ 같은 시나리오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94,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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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AI 연구소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인구통계학 자료는 없지만, 인공지능 분야를 떠받치고 있는 고등교육 통계를 보면 AI 업계는 압도적으로 ‘백인’과 ‘남성’이 주도하는 분야다. 스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신규 AI 박사 학위 취득자의 78.7퍼센트가 남성이었고, 북미 지역의 컴퓨터 과학, 토목 공학, 정보학 교수진 중 남성 비율은 75.8퍼센트에 달했다. (…) 이처럼 LLM이 특정 인구집단을 배제한 채 개발된다면, 기존의 사회적 위계를 더욱 강화하고, 현재의 불평등한 구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00~101,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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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머신러닝 엔지니어들과 AI 정책 연구자들의 지리적 위치와 이념적 배경 역시 AI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AI 연구소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 있다. 이곳은 신자유주의 경제학, 자유지상주의, 극단적 개인주의, 반노동조합 문화가 지배하는 곳이다. (…) 이 문제는 단순히 데이터세트의 편향성을 넘어, AI 개발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의 불평등 문제와 직결된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00~101,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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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 이처럼 AI는 온라인 플랫폼의 사용자 구성, 데이터세트의 생성과 선별, 모델 훈련 방식, AI 정책 등 전 과정에서 특정한 헤게모니의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백인, 남성,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술 엘리트들이 AI의 설계와 활용 방식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결과 AI는 이들의 관점을 반영하고, 그들의 관심사에 맞춰 개발되고 있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01,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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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AI 또는 테크 기업에 유독 남성 직원과 창업자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정한 산업은 특정한 성별의 진입을 차단하거나 성공을 막는 어떤 요인이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단지 남성들이 개발이나 프로그래밍에 더 흥미를 느끼는 경향성이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지 우연에 불과할까요?
프로그래머나 개발자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인상이나 관념 중에는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하거나 장기간 숙식을 회사에서 해결하며 개발을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초반에 추천드린 책인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에서는 테크 기업과 IT산업, 프로그래머 직군이 유독 남성 종사자가 많은 이유를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초창기 환경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진 '신화'로 해석합니다.
1960년대 아르파넷 개발 당시 참여한 프로그래머들의 평균 근무시간은 하루 16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개발자들은 자신들의 아르파넷 개발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면서 장시간 노동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게임이나 이메일의 개념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 아르파넷 개발에 참여한 종사자들은 전부 남성이었는데 이들에 의한 인터넷 개념의 도입은 이후 IT업계에 종사하려면 '자기 일을 재밌어 하고 자발적으로 자기 시간을 장시간 바쳐 근무하는 개발자'라는 열정신화가 업계에 뿌리내렸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초창기의 남성으로 구성된 멤버들의 특성이 이후 정보통신과 IT산업에서 남성성과 결부되었다고 보고요.
60년대에 시작된 이런 경향성은 이후 70~80년대를 거치며 인텔과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즉 PC 보급이 확대되면서 굳어져 갔다고 분석합니다. 상대적으로 남성 종사자가 많았고 그로 인해 컴퓨터에 관심을 갖는 남성도 많았던 시대 분위기에서 기업들은 컴퓨터와 게임을 남자아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광고에 집중합니다. 점차 남자가 곧 미래의 컴퓨터와 전자장비의 수요자이자 프로그래머라는 개념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구분이 불가능한 순환관계가 되어 서로가 서로의 확산을 부추깁니다.
남성을 중심으로 한 기업들의 PC보급은 자연스레 컴퓨터에 대한 접근성 그리고 활용능력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계층/직업장벽이 곧 성별장벽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화
“ (1970~1980년대) 이때쯤 컴퓨터나 컴퓨터 게임은 남자아이들(혹은 늘 아이처럼 사는 남자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깊게 자리 잡혀 있었다. 여자들의 컴퓨터공학 과정 등록률은 1980년대 40퍼센트에서 현재 2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고, 초창기에는 주로 컴퓨터 게임에 알맞게 제조된 개인용 컴퓨터는 어린 남자아이들에게 광고되고 판매되며 미래의 프로그래머들은 남자들이라는 개념을 더 굳게 다져갔다. 대중문화도 이러한 흐름을 알아채고 백인 남자 컴퓨터 괴짜들을 영웅시했다. 개인용 컴퓨터가 없다면 누구든 컴퓨터 능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성별 장벽과 함께 계층 장벽이 세워졌다. ”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78,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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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하지만 재밌는 건 최초의 현대적 민간 컴퓨터로 평가 받는 에니악의 프로그래머 겸 정비/실행을 담당한 인원들은 여성이었다는 점입니다. 에니악의 물리적 개발 자체는 남자 공학도들이 주도했지만 실제 에니악을 프로그래밍하고 작동하기 위한 인원도 필요했는데 1945년 6명의 여 성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현재의 인식과는 별개로 초기의 컴퓨터 산업과 업계, 특히 프로그래머는 여성들이 진출하고 활약하던 영역인 겁니다. 이들만이 아니더라도, 과거 영화를 보면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사무실이나 공간에 앉아 계산기나 주판을 두드려 전문적인 계산을 하던 광경이 가끔 나오죠.
컴퓨터의 어원 Computer가 계산을 하는 사람, 즉 계산수를 의미하며 과거 수학을 전공한 여성들이 '컴퓨터'로서 활약했던 역사를 생각해보면 IT와 컴퓨터는 사실 여성들의 기여가 있던 셈입니다.
은화
“ 1945년 여섯 명의 여성이 최초로 프로그래밍 훈련을 받았다. 이들은 장 제닝스Jean Jennings, 마를린 멜처Marlyn Wescoff, 루스 타이텔바움Ruth Lichterman, 베티 홀버튼Betty Snyder, 프랜시스 스펜스Frances Bilas, 케이 맥널티Kay McNulty였다. 그들은 군인들과 어울려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하기를 나누었고, 복잡한 기계인 에니악에 적용할 다양한 미분방정식을 계산하며 에니악을 개발한 남자 공학자들의 지식은 물론 에니악의 내부 작동방식을 익혀갔다. 제닝스는 이후에 가로세로 2.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에, 수천 개의 진공관, 케이블, 스위치를 달고 있던 에니악을 “프로그램하기 정말 힘든 개자식”이라고 했다. ”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 우리를 지치고 외롭게 만드는 사랑하는 일에 대하여』 p.371, 세라 자페 지음, 이재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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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책의 서문과 1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데이터 주석 작업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심리적 트라우마, 정신적 상해는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아프리카에서는 23년 케냐에 이어 올해 4월 가나에서도 주석 작업자들이 메타를 상대로 두 번째로 소송을 제기했고요. 주석 작업자들은 공통적으로 극단적인 폭력적 장면이나 아동학대/성폭행이 담긴 영상이나 사진에 반복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증세,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작업자들이 아무리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검수하더라도 이 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는데요. 내전과 무장조직 충돌, 전쟁 등으로 인해 극단적인 폭력과 고문이 담긴 영상이 올라오는 아프리카의 특성이 배경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즉 어느 국가에서 어느 작업자들을 동원하든, 그들의 규모가 얼마나 되고 어떠한 보상을 하건 상관없이 누군가가 정신적/심리적 상해를 입어야만 하는 고통의 외주화와 책임전가가 시스템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는 셈입니다.
메타 또는 그들이 외주/하청을 맡긴 현지 대행업체들이 작업자들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최소 임금 수준인데다 작업량과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임금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추가근로나 특근이 사실상 반강제되는 문제도 있다고 해요. 이로 인해 작업자들은 더 오래, 자신의 의지와 반하는 노동을 해야 하고 더 장시간 정신적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근무 환경 자체도 감시와 통제의 연장으로 작업자들이 화장실을 가는 경우에도 관리자가 뒤에서 따라와 정말 화장실에 가는지, 얼마나 머무는지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가디언지에서 분석한 이곳 직원들의 급여 체계는 최소 월 1,300 가나 세디화(약 64파운드)에서 시작해 개인 성과 정도에 따라 4,900 세디화(약 243파운드)까지 받을 수 있지만 가나의 수도에서 살기에는 여전히 다소 부족한 액수라고 하네요.
<가나의 메타 주석 작업자가 겪어야 했던 끔찍한 경험들>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5/apr/27/meta-moderator-on-the-cost-of-viewing-beheadings-child-abuse-and-suicide
<직원 Solomon이 점차 피폐해져가는 과정> - 내용이 다소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25/apr/27/meta-moderator-on-the-cost-of-viewing-beheadings-child-abuse-and-suicide
은화
케냐의 Samasource(줄여서 Sama)라는 외주업체에서 주석 작업자로 근무했던 Nathan Nkunzimana는 여성이 살해 당하는 영상과 더불어 어린아이가 성적으로 학대 당하는 게시물을 검수 때문에 지켜봐야 했다고 합니다. 자신 외에도 수많은 작업장의 직원들이 때때로 이런 게시물들 때문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고 하고요.. 이곳에서 근무했던 작업자 중 약 200여명이 약 16억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며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Nkunzimana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아서 번역을 해서 적어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둘러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전혀 불쾌한 경험이 없었다면 저 같은 사람들이 그 똑같은 스크린의 화면을 보며 검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석 작업자들은 전장의 군인과도 같아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신해 각종 해로운 컨텐츠라는 총알을 맞는 셈입니다."
"처음에는 공동체를 위해 영웅과도 같은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영상들에 노출될 때마다 고향의 정치적/인종적 분쟁으로부터 달아났던 과거가 되살아나곤 했습니다. 작업장에는 휴대폰 같은 개인 소지물을 들고 올 수 없었고 일터에서 경험하거나 겪은 일을 외부에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비공개 동의서에 서명해야 했습니다."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완전히 지쳐버려 침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하루 종일 틀어박혀 그 날 본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어떤 일터에서 어떤 상황을 겪는지 전혀 상상도 못합니다. 최근에는 아이가 저에게 찾아와 왜 일을 그만뒀냐며, 왜 더이상 일을 하지 않아 학교에 갈 돈을 마련할 수 없는 거냐며 묻기 때문에 질문을 피하려고 방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2023년 케냐 주석 작업자의 사례>
https://www.nbcnewyork.com/news/national-international/facebook-content-moderators-in-kenya-call-the-work-torture-their-lawsuit-may-ripple-worldwide/4463454/?amp=1
은화
책과 기사에서는 메타의 사례가 많이 나오지만 사실 주석 작업자들의 피해는 이미 SNS기업 전반에 퍼진 사회문제로 봐야 합니다. 올해 3월, 케냐에서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 컨텐츠 검수를 담당하던 나이지리아 출신 여직원(Ladi Anzaki Olubunmi)이 자살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자살 사유나 유서는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동료들은 Olubunmi가 장기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했는데요. 3년 전 케냐로 이주한 후 고향에 방문한 건 딱 한 번 뿐이었다고 합니다.
케냐의 외주업체 Teleperformance Kenya에서 일하는 주석 작업자 중 약 100여명 이상이 나이지리아 출신이지만 이들은 외국인 취업 허가증을 발급 받지 못했다고 해요. 이로 인해 회사에서 연1회 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항공권 티켓을 받아도 고향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Olubunmi의 가족은 그녀의 시신을 고향으로 이송할 재정적 여력이 없기에 케냐 나이로비 현지의 수도원에서 장례를 치룰 것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https://apnews.com/article/kenya-content-moderators-facebook-tik-tok-aa8cd8bd993c38d4701a64cfb7cd8ee6
Alice2023
어제 책을 펼치고 단숨에 2장까지 읽었어요. AI 기술이나 주가, 이익보다 더 중요한 그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오늘 내가 무심코 사용한 어플리케 이션이나, 피드, 숏폼, 코파일럿까지 다시 한번 보게 되네요.
언젠가 새벽배송은 그냥 새벽에 택배가 와 있는 것이 아니라 밤새 일한 수많은 사람들이 문 너머에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AI 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직도 여전히 데이터 주석작업은 수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가 편하게 누린 많은 것들이 다 그분들 덕분인 건지 희생인건지 생각하게 되네요. 늘 하는 생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자리가 생겨서 다행인 것인지 그렇다고 해도 좀더 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하며 삶의 질이 향상 될 수 있도록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빨아들여 통계적 예측치로 변환하는 추출기계일 뿐 두려워하지 말고 잘 활용하면서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잘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도 저희 사용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은화
AI도 그렇고 결국 많은 서비스와 상품들의 이면을 소비자가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 같네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기까지, 가치가 부여되기까지 전체 연결고리를 들여다 볼 방법이 없죠. 기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가격과 품질'이라는 표면적인 형태만 잘 다듬어 시장에 출시하고 과정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면 되고요.
소비자가 기업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 보기도 힘들고, 현실적으로 그럴 여유나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결국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주와 경영진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의 절대 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와 근로자들, 기업의 결과물을 이용하는 고객,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는 근거지의 공동체까지 말이죠.
결과를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결과를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권력의 비대칭과 불균형을 해소해야 고통과 책임을 떠안는 희생자들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lice2023
기업들이 저개발 국가에 업무를 외주화하는 이유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값싸고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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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2023
고대 그리스인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기술이 신이 내린 선물일 리 없다. 기술은 인간이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며, 그것을 만든 인간의 세계관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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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1장은 AI산업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만 가장 근간이 되는 주석 작업자들의 사례를, 2장에서는 AI의 목표치와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엔지니어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의 내용들을 같이 생각하거나 공유해봐요.
1) 지금까지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정보나 일화, 또는 본인의 느낀 점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써주세요.
2) 1장의 애니타 그리고 주석 작업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일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석 작업자라는 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나친 감시, 가혹한 업무 요구사항, 그다지 높지 않은 보상,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기에 하나 또는 복수의 요소를 선택해 의견을 쓰셔도 됩니다.
3) 2장의 후반부에서는 기업이나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공정성/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에 AI가 가질 수 있는 편향성 중 가장 위험한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성별, 인종, 지리/문화, 이념적 배경 등)
RAMO
인공지능이 먹은 인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검색, 번역, 배달, 금융 서비스 같은 수많은 일상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AI의 편리함이 커질수록 오히려 더 작아지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AI 뒤에서 보이지 않는 노동을 수행하는 사람들, 우리가 기술의 표면만 보느라 놓치고 있는 '가려진 인간'들입니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AI 산업의 반짝이는 겉면 뒤에 숨어 있는 이 노동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합니다. 저자들은 AI를 '추출 기계'라 부릅니다. 인간의 지식, 감정, 창의성, 육체적 노동까지 흡수해 데이터라는 연료를 만들어내고, 이를 다시 자본과 권력으로 바꾸는 기계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사실 이 기계가 돌기 위한 화려한 전면부일뿐, 그 뒤편에는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서 사물에 라벨을 붙이고, 음성을 전사하고, 콘텐츠를 걸러내는 수백만의 노동자가 존재합니다.
AI 훈련 시간의 80%가 데이터 주석 작업에 쓰인다는 사실은 이 산업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은 뉴스에도, 기업의 홍보에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간들, 혹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존재'로 밀려난 사람들입니다.
이 지점에서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이 떠오릅니다. 작중 주인공 말로가 콩고강에서 처음 마주한 원주민들을 '문명 이전의 존재'로 간주하던 서구의 시선은 가까이 다가설수록 무너집니다. 그들도 인간이며 욕망과 감정과 존엄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말로는 충격을 받습니다. 식민주의의 핵심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노동과 땅과 생명은 얼마든지 착취 가능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AI 산업의 구조 또한 이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기술의 편리함 뒤에서 발생하는 고된 노동은 '기술의 자연스러운 과정' 또는 '부차적인 비용'으로 취급됩니다. 인간이 개별적인 주체로 보이지 않으면, 그들의 시간과 고통 역시 쉽게 삭제됩니다. 식민주의가 한때 그랬듯이 말입니다.
'가려진 인간'이 인공지능 뒤에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면 기술 발전의 놀라움 대신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은화
의견 감사합니다. @RAMO 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또 저자들의 지적처럼 현재 AI산업은 과거의 산업발전의 역사에서 반복되어 온 문제의 근원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죠.
결국 일부 기업가나 자본가가 주도하는 산업의 흐름 속에 개인을 강요하여 몰아넣는 점, 시스템이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회가 시스템을 위해 맞춰가야 한다는 점이 제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AI산업이 이전의 경제 변화의 흐름들과 다른 점은 실체보다 그 실체를 둘러싼 '환상'이 더 영향력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환상들이 겹겹이 쌓여 AI산업을 더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산업혁명 시대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대량 자동생산이 가능해진 생산혁신 시기에도 산업에 가려지는 노동자들이 있었지만, 최소한 그때는 유형의 결과물이 존재했고 산업에 종사하던 노동자들이 함께 부대끼며 살았죠.(비록 사회는 그들을 무시했지만요)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또는 '유연한 고용구조'라는 이름으로 해외 아웃소싱이 증가하면서 산업의 기반이 되는 계층들의 존재감마저 외주화 되고 있죠. 고용구조는 점점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단기계약직, 하청, 파견직이 늘어나 노동자/근로자간 연대와 공감을 어렵게 만들고 있고요.
그에 비해 AI산업은 AI자체적인 무형의 특성, 그것이 가져다 줄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약속', 일부 혁신적 기업가들에 대한 신화라는 환상들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들은 이런 방향성 위주로만 조명하고 있죠. 그 결과 우린 주석노동자들의 고충도, 그들의 헌신과 기여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성형AI는 최소 억단위 이상의 매개변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의 흐름을 인간이 분석하고 파악할 수 없는 불투명성이 있죠. AI만큼이나 AI산업 그 자체도 공급망이나 가치사슬, 고용구조 전반에 걸쳐 불투명성이 실체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Alice2023
2) 주석 작업자들은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 발전하고 커리어 래더를 밟을 수 있는 일인 지에 대한 의구심이 무엇보다 힘든 이유라고 생각해요. 보통 일이라는 것은 보상과 재미, 그리고 일의 의미 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주석 작업자들을 대하는 기업들의 태도를 보면 이 세가지가 모두 결여된 것 같네요.
3)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통계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목소리가 큰 집단, 온라인 데이타를 잘 만들어내는 집단에 악용될 가능성이 가장 위험한 점이라고 생각해요. 책에서 나온 디지털 우생학이라는 현상과도 비슷하고 온라인과 거리가 먼 집단의 소수 의견은 점점 더 배제될 것 같네요.
은화
“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데이터 센터와 데이터 전송 네트워크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나 독일 전체의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 인공지능 신화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p.116,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책증정] 2월, 코스모스 완독자가 되자![김영사/도서 증정] 주자와 다산의 대결 <두 개의 논어> 편집자와 함께 읽기 [루멘렉투라/도서 증정] 나의 첫, 브랜딩 레슨 -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아요.[📚수북플러스] 7. 무성음악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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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9. 죽은 자를 묻고 그 삶을 이어갈 것인가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그믐연뮤클럽] 8. 우리 지난한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여정, 단테의 "신곡"[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 아고라의 삶의 깊이를 더하는 책들.
[도서증정-고전읽기] 조지 엘리엇의 『고장 난 영혼』[도서 증정] 『문명과 혐오』를 함께 읽어요.[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도서 증정] <나쁜 버릇>을 함께 읽어요.
2026년에도 한강 작가의 책 읽기는 계속됩니다!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흰 같이 읽어요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한강 작가님 책 읽기]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으실 분을 구합니다.[책 선물] 한강, 『여수의 사랑』 : 미래가 없는 자들을 위한 2026년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