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종교는 어떤 건가요?”
내가 물었다.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사랑받는 사람들에 대한 종교지.”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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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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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별85
“ 대리인으로 미국인 세 사람이 왔다. 진짜 미국인을 본 적이 없어 아주 궁금해했었다. 그들은 분홍색 피부에 뚱뚱하고 다정했다. 능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땀도 비 오듯 흘렸다. 그들은 우리 동물을 검사했다. 동물들을 잠재워놓고, 심장에 청진기를 대보고, 소변과 배설물을 별점이라도 보는 듯이 재보곤 했다. 주사기로 피를 뽑아 분석하고, 등에 난 혹을 만져보고, 이빨을 두드려보고, 손전등을 눈에 비춰보았다. 살을 꼬집어보고, 털을 쓰다듬고 당겨봤다. 불쌍한 동물들. 미군으로 징병이라도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미국인들은 우리에게 활짝 웃으며, 손이 으스러져라 악수를 했다.
그 결과 동물들도 우리처럼 서류 작업에 착수했다. 그들은 미래의 ‘미국 놈’이, 우린 미래의 ‘캐나다 놈’이 될 터였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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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그는 ‘프티 세미네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토론토 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와 형제애를 느꼈다. 무신론자들이 다른 신앙을 가진 형제자매임을, 그들의 말이 모두 믿음의 말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도 선생님 때문이었다. 나처럼 그들 역시 이성이 이끄는 곳까지 간다. 거기서 뛰어오른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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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정직하게 말해야겠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무신론자가 아니라 불가지론자다. 한때는 의심도 쓸모 있는 법. 우리 모두 겟세마네 동산(예수가 십자가에 달리기 전 마지막으로 기도했던 곳 — 옮긴이)을 거쳐야 한다. 예수가 의심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예수가 기도하며 분노에 찬 밤을 보냈으니, 십자가 매달려 ‘주여,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울부짖었으니, 우리도 의심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 한다.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 하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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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vi
“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분위기보다는, 그가 거기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인내심 있게 -사실이 본능적으로 이해된다는 점이었다. 누군가 그와 대화하고 싶을 경우에 대비해서 거기 있다는 것. 영혼의 문제든, 무거운 마음이든, 어두운 양심이든, 무슨 말을 해도 그가 사랑으로 들어주리라는 것. 그가 맡은 일은 사랑하는 일이었고, 그는 최선을 다해서 위로해주고 길잡이가 되어줄 터였다. 가슴이 뭉클했다. 눈앞에 있는 것이 내 마음을 훔쳤고, 전율하게 했 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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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요정
저도 그래서 교회는 더 이상 가지 않지만, 하늘에 계실 것만 같은 그 분께는 항상 감사 기도를 드립니다.
무언가를 붙잡지 않고, 온전히 혼자 선다는 건 저에겐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그것이 종교가 됐든 뭐가 됐든 그것을 버팀목으로 버텨야 제가 오~래오래 잘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더 이상 그 분의 답을 기다리지 않아요. 그냥 들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
evvi
이게 제가 생각한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를 믿는 이유랑 빅비슷해 더 인상깊게 다가왔어요. 길잡이로 여겨지는 누군가 나의 말을 사랑으로 들어준다는 것.
초록단풍
“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ㅡ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안 한두 가지를 놓친다. ”
『파이 이야기 - 개정판』 20-21,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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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단풍
“ ...동물원을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점이 있다. 동물은 '다른 곳으로'가 아니라 '뭔가로부터' 달아난다는 사실이다. 자기 영역 내 두려움을 주는 게 있으면 ...도망칠 태세를 취한다. ...동물이 무엇보다 꺼리는 게 있다면 바로 '미지의 세계'다. 달아난 동물은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은 곳에 숨게 마련이다. 그 동물들은 그들과 안전지대로 여기는 곳 사이에 끼어드는 대상에게만 위험할 뿐, 다른 것은 해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