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51. 무라카미하루키, 바람의노래를들어라, 완벽한문장,다시읽기, 감상과기억

D-29
처음 읽었을 때의 기억이나 여운이 없었다. 대략 15년전.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다 버릴까 했는데 너무 깨끗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하루키의 수많은 책들과 함께 책장에 남겨두었다. 며칠 후 한 소설가가 '소설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첫 작품'이라 평하는 글을 읽었다. 간신히 내 공간에 살아있는 책에게 이런 우연이 생기면 인생이 소설인지도 모를 생각에 짜릿하다. 의문과 믿음이 적당히 섞인 마음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완벽한 문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첫 문장부터 통했다. 나를 관통했다. 지금의 나는 모든 문장에 밑줄을 그을 수 없어서 눈 앞에 있는 한장의 그림 앞에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관람객처럼 이 소설을 끝까지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접어두었던 자리가 있었다. 너무 작은 dog-ear. 후루룩 넘겨볼땐 발견하지 못했다. '모두 마찬가지야'라는 문장위에 찍힌 방점의 의미를 나는 그때 알았을까, 내 무의식 속에 남아 어딘가로 이끌었을까. 체념과 의지가 섞인 무정형의 감정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실망할 각오를 하고 기대없이 한 시간을 책 읽기에 투자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그 시간에 차라리 달리기나 할 걸..' 후회할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읽었던 때처럼. 근데 인생은 결국 후회로 탑을 쌓고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일지 모른다.
찬바람이 부는 날 아침에는 창밖을 오래 바라봐야해. 새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의 질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야하니까. 나도 누군가의 뒤를 따라 이어지는 지도를 그려내는 중이라 생각해. 의미없어도 괜찮은 지도 한 장이 생길거야.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누구에게나 쿨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시절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나는 마음속의 생각을 절반만 입 밖으로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유는 잊어버렸지만 나는 몇 년 동안 그 결심을 실행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나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절반밖에 얘기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버린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이 쿨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1년 내내 서리제거제를 넣어주어야 하는 구식 냉장고를 쿨하다고 부를 수 있다면, 나 또한 그렇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p. 106,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아래 주소에 입장하여 참여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create/special/5qna 전 국민이 자신의 인생책 한 권씩 소개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작년에 소를 해부한 적이 있어." "그래?" "배를 가르고 보니까 위장 안에는 한 줌의 풀밖에는 들어 있는 않는 거야. 나는 그 풀을 비닐 봉지에 담아 집으로 가지고 돌아와서 책상 위에 놓았지. 그리고 뭔가 불쾌한 일이 있을 때마다 그 풀을 바라보면서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로 했어. 왜 소는 이렇게 맛없어 보이는 비참한 풀을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듯이 몇 번씩이나 되새김질해서 먹는 걸까 하고 말이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장) p. 126,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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