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이번 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스쳐 지나가는 유명한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만) 가운데 푸코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을 찾자면 루이 알튀세르(1918~1990) 같습니다. 알튀세르는 20세기 후반 프랑스를 대표하는 좌파 지식인이자 이론가입니다. 하지만 프랑스 좌파 정치에서 그가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1968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좌파 특히 청년 세대 좌파에게 그가 미친 사상적 영향은 작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중반에 제가 대학에 왔을 때 가장 유행했던 사상가가 알튀세르였어요.) 알튀세르는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자본』 읽기 세미나 등을 진행했고, 세미나에 참여했던 이들 가운데 19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 현대 철학을 이끄는 유명한 이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자크 랑시에르, 에티엔 발리바르, 피에르 마슈레이 그리고 알랭 바디우 등입니다. (모두 국내에 책도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한때 알튀세르의 영향력은 대단해서, 그의 추종자뿐만 아니라 비판자도 그를 의식하면서 연구와 작업을 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같은 걸작으로 유명한 E. P. 톰슨 같은 영국 역사학자가 알튀세르의 ‘구조주의적 마르크스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논쟁은 유명합니다. * 알튀세르는 1980년 11월 16일, 우울증 치료를 받던 중 연인이자 아내였고 또 동지였던 엘렌느 리트먼을 목 졸라 살해한 일로 사실상 1990년 10월 22일 사망할 때까지 3년간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나서, 퇴원 후에도 은둔 생활을 합니다. 그때 그가 집필했던 자서전이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이고, 그가 죽고 나서 1992년에 나왔습니다. 저자는 개정판에서 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의 이야기를 많이 담아냈습니다. 하지만, 이 자서전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알튀세르가 자신의 삶을 객관적으로라도 회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자기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짜깁기하고 때로는 가공해서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논란이었죠. 흠. 알튀세르가 자기는 “광기에 잡아먹혔다”고 할 때는 바로 이런 개인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 루이 알튀세르 자서전'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는 어느새 먼 과거의 전설처럼 잊힌 알튀세르의 삶과 철학, 독특한 정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신분석적 자서전이다.
이번 책도 역시 모르는 사람들 너무 많습니다. YG님의 부연 설명이 아주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잘 따라 가 보겠습니다
알튀세르도 푸코처럼 동성애자인데 연인이자 아내가 있었군요.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이유로.. ㅜㅜ 자서전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1978년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광기의 역사>의 탄생에 대해 답하면서 "내 개인사 속에서도 내가 배제되었다는 것, 진정 배척되었다는 것, 사회의 그늘 속에 속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였다. 성 정체성이 바로 자기 문제일 때 그것은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과적 문제로 변모하는 것이다. 당신이 남들과 같지 않다면 당신은 비정상이라는 의미고 당신이 비정상이라면 그것은 당신이 환자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좀더 확대하여 그는 1981년에 이렇게 말했다. "이론 작업을 시도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전개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내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 내가 관여하는 제도들 속에,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 균열 미세한 진동, 기능장애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작업을 수행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서전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학교 내의 모든 생활이 정치에 물들어 있었고 생각을 달리하는 학생들간의 싸움이 격렬했다. 공산당원 학생들이 야기하는 '지적테러'의 분위기는 학교를 무겁게 내리눌렀다. 같은 노선이 아니면 가차없이 파문되고 탄핵되었다. 세포 서기였던 에마뉘엘 르 루아 라뒤리도 악랄한 고발자 중의 하나였다. 그는 명령을 내리고 모든 것에 대해 비판하고 특히 정통성을 재단하는 등 정말로 종교재판의 심판관 같았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요즘 정치 얘기만 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분위기를 보며 한탄하고 했는데 미셸 푸코가 대학생활을 할 때도 전쟁처럼 치열했다는 모습에서 이 당시와 오늘날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다. 그런데 종교재판의 심판관같다니!! 왠지 푸코시대가 더 양극단으로 치닫고 공포스러웠을거 같다.
요컨대 모든 사람들이 푸코의 저서와 그의 연구업적 자체를 고등사범 시절 그가 극적으로 겪었던 상황 속에 정박시키려는 쪽으로 의견을 일치시키고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5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성 정체성이 바로 자기 문제일 때 그것은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과적 문제로 변모하는 것이다. 당신이 남들과 같지 않다면 당신은 비정상이라는 의미고, 당신이 비정상이라면 그것은 당신이 환자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 이론 작업을 시도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전개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내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 내가 관여하는 제도들 속에,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 균열· 미세한 진동 ·기능장애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작업을 수행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서전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셸 푸코, 1926~1984 5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투쟁 속에 매몰되지 않았고, 다만 그것들을 사유하고, 극복하려 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 예컨대 정신의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의 질문을 아이러니하게 되풀이하는 형태로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가?" "당신은 당신의 이성에 대해, 당신의 과학적 개념에 대해, 당신의 지각 범주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그것들을 문제화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5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동성애나 유대인이나 흑인이라는 차별 등 개인적인 삶의 중요한 부분이 사회적으로 삶에서 거부당하는 근원이 된다면 그 사회의 모든 면 (심지어 '합리적' '과학적'이라는 근거)을 의심해보게 되고 문제화하게 될 것 같아요. 나에 대해 규정하고 틀에 가두어두려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 자신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그들의 probe와 그들의 판결을 '전문가들' 스스로에게 되돌려 놓은 셈이군요.
저도 이 부분 수집했는데.. 비슷한 생각이 들더군요.. 엘리트 집안 배경에 우등생이라서 (저와는 거리감이 있지만..)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더 사유하고 , 질문하려 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는 정신의학과 정신분석학의 시대였다. 의사들은 성직자와 경찰관의 뒤를 이어 동성애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했는데, 그들의 심판은 외관상 과학의 권위를 띠고 있었으므로 더욱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었다. 그들의 어조는 마치 자녀를 걱정하는 아버지와도 같았다. 정신분석학자가 '나는 행복한 동성애자를 만난 적이 없다'라는 글을 쓸 때마다 나는 그 판결을 의심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였고, 나는 나의 불행한 운명 속에 더욱더 몸을 웅크렸다.
미셸 푸코, 1926~1984 5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나 '고백' 자체가 푸코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듯 민감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 민감성은 새로운 컨텍스트(1968년 이후라는 컨텍스트)속에 투영되기를 거부하는 과거의 정체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1970년대의 그의 모든 텍스트에서 우리는, 그 자신도 말하고 남들에게도 말을 시키라는 사람들의 재촉을 거부하고 피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서도 우리는 일상생활의 1차적인 경험이 학자의 이론적 탐구와 역사적 전망의 근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미셸 푸코, 1926~1984 56-5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책들에 나오는 '기본 인성'의 개념, 그리고 개인적 행동과 그 토양이 되는 문화와의 관계라는 가설이 그의 훗날의 사유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58-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특히 푸코는 좀 고독한 편이었다. 그는 온종일 공부만 했고 다른 학생들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시험 직전의 어느 날엔가 나는 그와 함께 대학 사무실에 뭔가 문의하려 간 적이 있었다 . 15분쯤 걸었을 때 그가 '금년 들어 처음 갖는 휴식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1년 동안 처음 가진 15분간의 휴식이라니!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1년만에 15분만의 휴식이라니!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드네요^^;; 그럼에도 이런 천재의 이런 노력에도 필기시험 등수가 101등이라 100등에 들지 못해 윌름가의 고등사범에 들어가지 못했다니!! 놀랍습니다...
푸코는 언젠가 이렇게 회상한 적이 있다. "가족이란 갈등의 관계이지만, 비록 가족을 떠난 다음에도 결코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어떤 끈끈한 관심의 관계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의 이상한 행동에 대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하루는 교실 바닥에 누워 면도칼로 가슴을 그으려는 순간 어떤 선생이 보고 제지한 적도 있다. 또 한번은 밤새도록 손에 칼을 들고 한 친구를 쫒아다닌 적도 있다. 그리고 1948년에 그가 자살을 기도했을 때 동급생들은 모두 그의 심리상태가 단순한 허약 이상임을 알았다. 그 당시부터 그를 잘 알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그가 "평생 광기에 아주 근접한 위치에서 살았다"고 생각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p.4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론 작업을 시도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전개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내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 내가 관여하는 제도들 속에,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 균열ㆍ미세한 진동ㆍ기능장애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작업을 수행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서전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셸 푸코, 1926~1984 p.5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나의 모든 철학적 형성은 하이데거의 독서에서 결정되었다. 그러나 니체가 그것을 압도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니체에 대한 나의 지식은 하이데거의 그것보다 훨씬 우수하다. 그러나 여하튼 그 두 경향의 철학은 나의 기본적인 철학 체험이다. 아마 내가 하이데거를 읽지 않았다면 니체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5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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