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물론 일부 강단 철학의 옹호자들이 나를 비판했던 것처럼 푸코의 모든 작품을 그의 동성애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한 사람의 이론 작업이 그 저자의 생애는 물론 일반적인 인생 전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어리석은 말로 나를 비난했다)! 다만 비록 최초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실존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경험 속에서 하나의 지적 기획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에서의 투쟁 속에서 하나의 지적 모험이 어떻게 창안되었는지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투쟁 속에 매몰되지 않았고, 다만 그것들을 사유하고, 극복하려 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 예컨대 정신의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의 질문을 아이러니하게 되풀이하는 형태로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가?” “당신은 당신의 이성에 대해, 당신의 과학적 개념에 대해, 당신의 지각 범주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그것들을 문제화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53-5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왜 그토록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당에 입당했는가? ... 모리스 아귈롱이 "이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들은 레지스탕스에 대한 공산당의 선전이 얼마나 전면적이고 강렬하고 거의 뻔뻔스럽기까지 했었는지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애국적인 투쟁에서 우리의 숫자가 가장 많았고, 우리의 투쟁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우리만이 유일하게 진지했다. 그리고 우리의 순교자 명부가 가장 길다. 그러니까 우리 당은 총살자의 당이라는 명칭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공산당은 애국적 순수성의 완강한 수호자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우리의 비판정신은 완전히 침몰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비판정신은 열여덟 살이나 스무 살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레지스탕스에 참가하여 투쟁하지 않았다는 막연한 후회가 그 나이 또래의 젊은 학생들로 하여금 레지스탕스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는 한 정당을 택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시대에 뒤진 듯한 기분을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리스 아귈롱, 무대 뒤에서, 자아-역사 시론, pp21-22)
미셸 푸코, 1926~1984 65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3장은 전후 윌름가의 엘리트들 모습 그리고 프랑스 지성계 풍경이 생생하네요. 프랑스 지성사를 이해하는 데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폴리트는 푸코의 세대를 열광시켰던 맑스, 니체, 프로이트 등을 젊은이들에게 소개한 주도적 인물이었다. (중략)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헤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그와 유리됨으로써 치르게 될 대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공공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나마 헤겔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며, 우리가 헤겔에 대항하여 사고할 때조차 그것이 여전히 헤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상대로 한 제소가 실은 그가 우리에게 마련한 계략이며 그 끝에서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장 이폴리트에게 빚진 듯한 느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리고 우리를 앞질러서 헤겔과 거리를 유지했고, 비록 다른 방식이기는 하나 그 길을 통해 헤겔에게 당도했으며, 이어서 다시금 그에게서 떠나게 되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pp.41-4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멋지다.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당도하고, 당도함으로 인해 떠날 수 있게 되다.
빈스방거의 책을 다 번역했을 때 자클린 베르도는 푸코에게 “만일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 서문을 하나 써 보지 않을래?”라고 말했다. 그는 어렵다고 물러서지 않고 곧 그것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후 프로방스에서 남편과 함께 부활절 휴가를 보내고 있던 자클린 베르도는 꽤 두툼한 봉투를 받았다. “부활절 계란을 보냅니다”라는 글과 함께 푸코의 긴 글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서문이었다. 자클린 베르도는 그 부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문이 본문보다 더 길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8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대목 읽고 웃음이 나왔어요 ㅎㅎ
ㅎㅎ 그럼에도 이 미셸 푸코의 서문을 싣기 위해 동분서주한 자클린 베르도도 대단한듯 합니다~👍 (푸코의 놀라운 지적능력과 사회성은 함께 갈수 없나봐요~^^;;)
@거북별85 @향팔 그래도 또 운이 좋게 주변에 항상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스승, 친구, 후배가 있었으니 복 받은 사람인 듯.
이런 걸 두고 인덕은 없는데 인복은 있다고 하는 걸까요 ㅎㅎ
오타니나 메시같은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면 감동하게 됩니다. 그 탁월성과 천재성에 말이죠. 주위에 있었다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그와 같이 푸코의 괴팍함에도 불구하고 그 범상치 않은 능력에 끌려 인복이 형성된 것 아닐까요.
옳은 말씀이세요. 혹은 푸코 선생님도 내 사람에겐 따수웠을지도…
@밥심 @향팔 '인덕은 없지만 인복은 있다' 찰떡인데요? 그런데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빛나는 사람들 주변에는 (그 사람의 인성 혹은 인덕과는 무관하게) 또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푸코도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듯하고요.
푸코가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듯하다는 말씀을 읽으니 이 문장이 떠오르네요.
사후 2년 만인 1992년에 출간된 루이 알튀세르의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에서도 이 시대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다. 알튀세르는 이 책에서 자신과 푸코가 광기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했고, 자신은 점점 더 착란의 밤에 빠져들어 거의 ‘행방불명자’가 된 반면 푸코는 점차 벗어나 완전히 ‘치유되었음’을 스스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48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게요. 자클린 베르도가 싸우지 않았으면 책이 아예 못 나올 뻔… (펭수짤 너무 적절하고 웃겨요. “눈치 챙겨”)
앗 저두요..ㅋㅋㅋㅋ 제가 자클린이라면 '장난해? 배보다 배꼽이 크면 어쩌자는 거냐.. '라고 핀잔줬을 텐데.. 착한 자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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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아는 이름, 또 생소한 이름이 많이 나와서 헷갈리죠? 그래서 제미나이랑 같이 아래와 같은 표를 만들어 보았답니다. 필요할 때 계속 업그레이드할게요. 푸코를 중심에 놓고서 나이가 많은 순부터 정리했고, 표에 푸코와의 나이 차이, 또 출신 학교 차이, 중요한 저서 등도 기록해 보았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감사합니다. 잘 정리되어 독서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 책 전에 읽은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에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였는지 그 때 보단 덜 힘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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