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아주 못생기고, 그러나 매력적이고, 강렬하게 정신적이다. 게이에 대한 박식함은 백과사전급이다. 내가 이때까지 알지 못하고 있던, 그리고 앞으로 고통스럽게 탐험하게 될 세계를 권유받은 듯 당황스러웠다.
미셸 푸코, 1926~1984 11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에게 감각·경험·관능·독특한 체험·주관적 내용 혹은 사회적 의미의 중요성만을 가르쳐 준 그 시기에 불레즈와 음악을 만남으로써 20세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즉 형식의 주변에서 일어난 오랜 전투가 그것입니다. ... '형식주의'가 낡은 문제들에 어떻게 도전했고, 사유방식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는지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까지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던 문화적 가치에 대한 믿음을 깨뜨린 음악은 그러니까 앞으로 푸코로 하여금 다른 모든 것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보게 만들었고, 결국 현상학과 맑시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2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바라케와의 관계가 지속되었던 2-3년간 푸코는 예술적 혁신의 고양된 분위기,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을 회의하고 새롭게 검토하려는 흥분된 분위기 속에 푹 젖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개성이 자리 잡고 작품들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12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편지에서 그는 타인에게 속해 있다는 것, 타인에게 소유된다는 것, 또 타인의 기쁨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 알게 되었다고 했다. 마치 빨간색 실이 짜여져 거대한 태피스트리가 되듯이 그의 팔이 만들어 내는 엮임 속에 자신의 모든 삶이 미끄러져 들어가 행복과 아름다움과 힘의 직물이 짜여진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자신을 아낌없이 다 주었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은 줄 것이 없으며, "당신은 내 욕망과 무관하게 순전히 당신의 쾌락만을 위해 나를 취하면 됩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것이 자신의 '비밀'이며 이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12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말 열렬하네요. “비의적이고 기괴하기까지” 한 사랑…. 푸코가 이 편지를 쓸 때의 나이쯤엔 저도 그런 “폭풍 같은 열정”에 빠져본 적이 있지만, 저렇게나 절절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은 전혀 없었습니다 ㅎㅎ
저두요.. 전 극T라.. 이런 폭풍같은 열정도 생소합니다;; ㅋㅋㅋㅋ 그나저나 확실히 푸코도 철학자 치고 참 문장들이 문학적인 것 같아요. 제가 철학 원서들을 읽은 게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문학적인 표현력을 가진 철학자들: 쇼펜하우어, 니체, 플라톤, 파스칼, 푸코.... 정말 문학적인 문장력이 1도 없는 철학자들: 데카르트, 흄, 로크,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그리고 무슨 수학의 정석같이 쓰는 철학자는 스피노자..;;;; 였던 것 같아요. 디디에 에리봉도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아요.
우리 두 사람에게는 단 하나의 삶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공동의 삶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삶을 잃거나 망칠 권리도 두 배로 줄어듭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12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바라케가 1969년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내게 '천재란 절망에 잠긴 엄격한 정신'이라는 주네의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푸코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2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정신분석이 '인간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비현실화'했다고 비난했다. 이것은 결국 파블로프와 파블로프 이론을 등장시키는 것이 아닌가. ... 여기서 우리는 그의 정치적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 파블로프는 공산당이 극찬했던 '유물론적 심리과학' 수립의 깃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2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주위 환경의 조건이 자극과 금지의 변증법적 운동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때 거기에는 방어에 대한 금지가 자리 잡는다. .... 병은 방어의 한 형태다." 그것은 결국 "정신병이 들었기 때문에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었기 때문에 정신병이 된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 "정신병이 여러 모순적인 행동들의 뒤얽힘 속에서 주로 나타나는 것은 모순의 요소들이 인간 무의식의 역설적 성격으로서 중첩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인간이 다른 인간을 모순적인 체험으로 삼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의 경제체제가 경쟁, 착취, 제국주의 전쟁 그리고 계급투쟁 속에서 결정하는 사회적 관계들은 인간에게 모순이 내재한 체험을 제공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126-12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신병이란 "인간이 역사적으로 소외되는 사회 안에서의 모순의 결과"다. 그렇다면 정신과 치료를 새로운 방향으로 해야만 할 필연성이 생긴다. "언젠가 환자가 소외의 운명을 겪지 않게 되는 날이 올 때, 우리는 비로소 정신병을 인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과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지 않고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심리학도 인간을 질곡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진정한 심리학은 심리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12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신분석학은 성인의 병리학을 연구하면서 어린이의 심리학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 모든 리비도적 단계는 잠재된 병리적 구조다. 신경증은 리비도의 자발적 고고학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2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신병리학이 심리적 경험의 한 근원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것은, 정신병이 거기서 어떤 숨겨진 구조를 끌어내거나 또는 인간이 거기서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좀더 잘 알아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거기서 자기 모순의 절대적 요소 또는 그 진실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발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인 질병은 건강의 심리적 진실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3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심리학은 지옥의 회귀에 의해서만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미셸 푸코, 1926~1984 13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며칠 후 전쟁이 이 지역을 휩쓸었고, 수업은 모든 학교에서 중단되었다. 다음 해는 이보다 좀 덜 소란스러웠다. 그러나 학생들은 여전히 입시공부를 계속했고, 푸아티에 학군에서 14명이 1945년 5월 24일에서 6월 5일 사이에 시행될 시험을 치기 위해 센느 가 퓌메관의 법과대학 문 앞에 모여들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p.2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습니다. 전쟁도 식히지 못한 입시 열기가 뜨겁네요! 왠지 정문에 엿도 붙였을 것만 같은...ㅋㅋㅋ
ㅋㅋㅋㅋ 프랑스에선 행운을 빌기 위해 toucher du bois(나무를 만진다)라고 하는데 영어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어요(knock on wood). 그 외에도 소르본느 대학에서는 시험 잘 보길 기원하기 위해 몽테뉴 동상의 오른쪽 구두를 만진다고 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거기만 반질반질 변색되었습니다.
"가족이란 갈등의 관계이지만, 비록 가족을 떠난 다음에도 결코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어떤 끈끈한 관심의 관계다."
미셸 푸코, 1926~1984 p.2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전쟁 직후 스무 살을 맞았던 사람들, 자신이 참여하지 않았던 이 비극을 몸으로 느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스탈린의 소련과 트루먼의 미국을 선택해야만 했을 때, 또는 프랑스 사회당(SFIO)과 기독교 민주당을 선택해야 했을 때 과연 정치란 무엇이었을까? 나를 포함하여 많은 젊은 지식인들이 교수, 기자, 작가 등등의 부르주아적 직업의 미래를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살았던 사회, 다시 말해서 나치즘을 허용하고 나치에 몸을 팔았으며 마침내 드골과 함께 침몰해 버렸던 그 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필연성과 긴박성을 느꼈던 것이다. 이 모든 것 앞에서 프랑스 젊은이의 대부분이 전면적 거부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9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젊은 지식인들인 우리들 대부분에게 있어서 니체나 바타유에 대한 관심은 맑시즘이나 공산주의에서 멀어지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공산주의에서 우리가 기대한다고 믿었던 것을 향해 가는 유일한 통로며 소통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 안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세계에 대한 전면적 거부의 욕구는 헤겔의 철학으로는 도저히 충족될 수 없는 것이었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어떤 것, 즉 공산주의가 형체를 갖추고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과거의 것과는 전혀 다른 지적인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맑스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헤겔주의를 거부하면서, 실존주의의 한계에 불만을 느끼면서 공산당에 입당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때는 1950년이었는데, 그러니까 나는 ‘니체적 공산주의자’였다!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것이고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9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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