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푸코는 스스로의 지적·정치적 도정을 재구성했음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그가 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결코 니체 사상에 의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니체 읽기는 훨씬 뒤에 이루어졌고, 여하튼 니체가 그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1953년경이었다는 것이 증인들의 말이다. (94쪽) 푸코가 자신을 ‘니체적 공산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크게 감동을 받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용하면서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위대한 작가들, 예컨대 바타유, 블랑쇼 등을 발견했을 때 그가 아직 현상학이나 맑시즘의 영향권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타유나 블랑쇼 같은 작가들 덕분에 그는 철학과 정치학의 기존 개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작가들의 발견이 사르트르의 매개로 이루어졌지만 말이다. 사르트르는 1948년에 나온 『상황』 1권에 그들에 대한 긴 해설을 싣고 있다. “우리는 바타유와 블랑쇼를 사르트르를 통해 알았으나 사르트르와는 정반대의 독서법으로 그들을 읽었다”라고 자크 데리다는 설명한다. 여하튼 푸코에게 있어서는, 그가 나중에 여러 번 말했듯이, 그들이야말로 ‘니체의 사상’으로 인도하는 진정한 통로였다. 그는 또한 르네 샤르와 베케트도 발견했다. 1953년에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상연되었다. “놀라움으로 숨이 막힐 듯한 공연”이었다. (104-105쪽)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블랑쇼의 서문 제목은 「탁월한 광기」였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읽을 수 있다. “과학이 인과관계를 내세워 설명하면 할수록 그 설명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는 자기 능력에 벗어나는 것만을 추구하고, 아예 이해가 불가능한 순간을 향해 힘차고 끈질기게 나아간다. 이 순간에 이르면 철저하게 구체적인 현실임에도 모든 사실이 불투명하고 모호하게 되고 만다.” 틀림없이 블랑쇼는 푸코가 그후에 한 작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근본적인 원천 중의 하나다.
미셸 푸코, 1926~1984 106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와 비이성』 서문에서 푸코는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규칙과 방법 중에서 나는 유일하게 한 가지만을 택했는데, 그것은 가장 집요하고도 가장 억제된 진실에 대해 정의해 놓은 샤르의 텍스트 속에 있는 것이다. 샤르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물이 우리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환상을 제거했고, 사물이 우리들에게 양도한 부분을 사물에게 남겨 놓았다.’” 그 서문은 샤르의 또 다른 인용으로 끝을 맺고 있다. 따옴표 속에 석 줄을 인용했는데 이번에는 저자를 밝히지 않았다. “힘겹게 중얼거리고 있는 비장한 동지여, 등불을 끄고 보석을 주게나. 새로운 신비가 그대 뼛속에서 노래하고 있나니. 그대의 정당한 남다름을 계발하게나.”
미셸 푸코, 1926~1984 107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블랑쇼 바르트 푸코 데리다로 이어지는 탈구조주의에 대해 챗지피티에게 긴급히 과외받았네요. 희미하게나마 배경지식이 있어야할듯해서. 잘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가며 읽는것 재미있네요. "규칙과 방법 중에서 나는 유일하게 한 가지만을 택했는데 그것은 가장 집요하고도 가장 억제된 진실에 대해 정의해 놓은 샤르의 텍스트 속에 있는 것이다" 푸코의 이 말 인상깊네요. 푸코가 한번도 자신의 우상들을 직접 만나지 못했단것. 블랑쇼도 아쉬워 했다는 것. 그리고 이와 관련해 저자가 실은 그들 자신이 그걸 원했던 것은 아닐까하는 부분에서 그럴수 있지 싶어서 웃음이..
오히려 좋아..이런 느낌? ㅎㅎㅎ 그나저나 이걸 읽고서 블랑쇼와 샤르의 작품들이 궁금해졌어요. 샤르는 카뮈와도 친했던 것 같은데.. 유명하긴 한데 한번도 못 읽어봤어요.
우리에게 감각• 경험• 관능•독특한 체험•주관적 내용 혹은 사회적 의미의 중요성만을 가르쳐 준 그 시기에 불레즈와 음악을 만남으로써 20세기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즉 형식의 주변에서 일어난 오랜 전투가 그것입니 다. 러시아에서 독일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또는 중유럽에서 미술•건축• 철학• 언어학•신화학 등을 통해 '형식주의'가 낡은 문제들에 어떻게 도전 했고, 사유방식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았는지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p. 121,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12월 11일 목요일은 1부 6장 '사랑의 불협화음'을 읽습니다. 이번 장은 20대 중반(26세부터 28세까지) 푸코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푸코의 당시 연인이었던 작곡가 장 바라케와의 관계가 나옵니다. 이 시점은 푸코가 헤겔/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고 니체를 받아들이고 또 광기의 역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던 때라서 바라케가 그에게 준 영향은 숙고해 볼 만합니다. 그런데 바흐와 모차르트를 좋아했던 푸코가 바라케의 현대 음악을 즐겼을 것 같지는 않아요; 바라케는 1973년 만 45세로 요절합니다.
저도 그렇게 좋아했을 것 같지는 않더라구요.. ㅎㅎ 유튜브에서 장 바라케의 음악을 검색해보니 매우 난해합니다..;;; 피아노 소나타 https://youtu.be/HaJOta-EhxQ?si=oHVNDb8wJ9E3AMlu Chant après Chant https://youtu.be/P7GOZTqa3hQ?si=w8WfcUgJPTSkmrb0
현대음악은 정말 듣기 힘들더라고요 ㅎㅎ 옛날 모스크바에서 반년살이할 때 저녁마다 차이콥스키 음악원으로 꽁짜공연을 보러 다녔는데, 프로그램이 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단 갔었거든요. 근데 가서 딱 봤더니 앗 오늘은 현대음악 하는 날이다? 그럼 그냥 바로 돌아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히틀러, 스탈린, 무솔리니 같은 독재자가 현대음악의 난해함을 부추겼다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기존 클래식 음악에 한계를 느끼고 무조성 음악 등 새로운 시도가 막 이루어질 때(마치 추상화 등 현대미술이 기존 미술에 한계를 느끼고 등장했듯이) 독재자들이 기존 음악을 옹호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퇴폐음악으로 지정하고 탄압했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음악가들이 망명도 하고 살아남은 음악가들이 반발심에 더 난해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러한 의견을 담은 책을 소개해봅니다. 저도 아직 읽지는 못했어요. ^^ 그나저나 모스크바에서 오래 지내셨군요. 러시아에 한번 쯤은 가보고 싶은데 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 저도 현대음악은 못 듣겠어요. 친구 아내가 피아니스트라 가끔 연주회에 초대받아 가는데 한번은 선곡이 모두 현대음악(존 케이지 등의 작품)이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다신 듣고 싶지 않아요.
전쟁과 음악 - 양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할리우드지휘자의 삶과 예술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 『지휘의 발견』, 음악을 듣는 기쁨과 클래식 음악의 표준 레퍼토리를 상세히 설명한 『클래식의 발견』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지평을 넓혀준 지휘자 존 마우체리는 신작 『전쟁과 음악』을 통해 클래식 음악사에서 사라진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비밀을 파헤친다.
네, 저는 그때 처음 몇 번은 현대음악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앉아있다가 너무나 괴로웠던 나머지.. 그담부턴 프로그램에 현대음악 찍혀 있으면 그냥 발길을 돌렸죠 ㅎㅎ 한때는 러시아-북유럽 세트로 꾸려서 여행 많이들 가셨었는데 장차 어찌될런지.. 그나저나 알려주신 책 흥미로워 보입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스탈린한테 퇴폐음악가로 단단히 찍히는 바람에 생존을 위해 작곡 스타일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데, 그 사연도 책에 나오려나요.
예술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변질되는 나쁜 예네요..ㅜㅜ 그래도 스트라빈스키나 쇼스타코비치는 좋아하는 작곡가인데.. 바라케는 제게는 넘사벽이네요;;
저도 바흐같은 고전적 작곡가가 더 좋아요.. ㅋ 그나마 피아노는 들을 수는 있는데 바이올린 소나타는 정말 귀가 아프더라구요;;;
바라케가 1969년 한 인터뷰에서 "누군가 내게 '천재란 절망에 잠긴 엄격한 정신'이라는 주네의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었습니다 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저 멀리서 들려오는 푸코의 목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정신병의 정의가 나온다. 즉 정신병이란 "인간이 역사적으로 소외되는 사회 안에서의 모순의 결과다. 그렇다면 정신과 치료를 새로운 방향으로 해야만 할 필요성이 생긴다. "언젠가 환자가 소외의 운명을 겪지 않게 되는 날이 올 때, 우리는 비로소 정신병을 인간 개인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ㅇ다. 그리고 푸코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환경과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지 않고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 모든 과학이 그렇듯이 심리학도 인간을 질곡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진정한 심리학은 심리학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제야 책이 와서 늦게 시작합니다. 철학에 약해서 어려울 것 예상하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그의 생각에 실존분석은 정신의학 분야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여겨졌다. 반면에 정신분석은 가혹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신분석이 '인간과 주변 환경의 관계'를 '비현실화'했다고 비난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p.12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의 표현은 이 사설과 놀랍게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갈등의 심리학'이라는 장에서 파블로프의 가설을 소개한 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위 환경의 조건이 자극과 금지의 변증법적 운동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때 거기에는 방어에 대한 금지가 자리 잡는다. 병은 방어의 한 형태다." 그것은 결국 "정신병이 들었기 때문에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되었기 때문에 정신병이 된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미셸 푸코, 1926~1984 p.12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다시 말하면 실증심리학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신병리학이 심리적 경험의 한 근원이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것은, 정신병이 거기서 어떤 숨겨진 구조를 끌어내거나 또는 인간이 거기서 자신의 진실된 모습을 좀더 잘 알아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거기서 자기 모순의 절대적 요소 또는 그 진실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조건인 질병은 건강의 심리적 진실이다"라고 그는 썼다. 자신의 근원을 잊는 심리과학에 그 '영원히 지옥 같은' 소명을 일깨워 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심리학은 지옥의 회귀에 의해서만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고 푸코는 결론을 내렸다.
미셸 푸코, 1926~1984 p.13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중략) 그러나 '고백' 자체가 푸코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듯 민감한 문제가 아니었을까? 이 민감성은 새로운 컨텍스트(1968년 이후라는 컨텍스트)속에 투영되기를 거부하는 과거의 정체성으로 해석될 수 있다. 1970년대의 그의 모든 텍스트에서 우리는, 그 자신도 말하고 남들에게도 말을 시키려는 사람들의 재촉을 거부하고 피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서도 우리는 일상생활의 1차적인 경험이 학자의 이론적 탐구와 역사적 전망의 근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미셸 푸코, 1926~1984 p.56-5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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