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1982년 한 인터뷰에서 푸코는 이 작업을 다음과 같이 떠올렸다. "정신병원에서 심리학자의 위치는 불분명한 것이었다. 심리학도로서 그곳에서의 내 위치도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소장은 내게 아주 친절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나는 환자와 의사의 중간 위치에 있었는데, 그것은 특별한 능력이나 태도 때문이 아니라 의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내 지위의 애매성 때문이었다. 그것이 내 개인적인 능력에 기인하는것이 아님은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나는 이 모든 것을 막연히 불안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불안감, 이 개인적인 경험이 내게 있어서 역사 비판 또는 구조 분석의 형태를 띠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 후 내가 정신의학의 역사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한 때 부터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신병원에서 심리학자, 심리학도의 불안정한 위치에서 위대한 연구들을 이어 나갔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 기간 동안 푸코는 실험심리학의 전문적 분위기를 완전히 익힐 수 있었다. 그의 견습은 이제 대학의 테두리를 벗어나 어떤 민속학자가 말했듯이 '현장'속에서 이루어졌다. 정신병의 실재 그리고 정신병자의 현존과 맞부딪쳤다. 그는 '광인'의 수용과 '범죄자'의 수용이라는 두 형태의 현실 속에 몸을 푹 담그고 관찰할 수가 있었다. 비록 그의 불확실하고 어정쩡한 지위는 그가 학습하려 하는 정신분석가의 일로부터 그를 멀리 떼어 놓았지만 그 자신 역시 '바라보고' '관찰하고''확인하는'사람 중의 하나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내게 새겨진 인상을 되돌아볼 때, 가장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나의 모든 감정적 추억들이 정치적 상황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1934년 독일의 돌푸스 수상이 나치 당원들에게 암살되었을 때 크게 공포감을 느꼈던 게 생각난다. 지금 같으면 우리와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일 텐데, 그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죽음에 관한 나의 최초의 공포가 아니었나 싶다. 스페인에서 온 피난민들도 생각난다. 내 나이 또래의 소년 소녀들은 모두 그와 같은 큰 역사적 사건들을 유년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시켜 놓았을 것이다. 전쟁의 위협은 우리들의 지평이었고 우리들의 실존의 테두리였다. 그리고 정말로 전쟁이 터졌다. 우리 세대의 기억의 실체는 가정생활보다는 세계적 관점의 사건들이었다. 나는 ‘우리들’이라고 말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소년 소녀들이 똑같은 체험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사사로운 개인 생활은 정말로 위협을 받았다. 내가 역사에 매혹되었던 것은, 그리고 우리가 처한 사건과 개인적 체험 사이의 관계에 그토록 관심이 끌렸던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내 이론적 욕망의 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22-2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1978년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광기의 역사』의 탄생에 대해 답하면서 “내 개인사 속에서도 내가 배제되었다는 것, 진정 배척되었다는 것, 사회의 그늘 속에 속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나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였다. 성 정체성이 바로 자기 문제일 때 그것은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정신과적 문제로 변모하는 것이다. 당신이 남들과 같지 않다면 당신은 비정상이라는 의미고, 당신이 비정상이라면 그것은 당신이 환자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좀더 확대하여 그는 1981년에 이렇게 말했다. “이론 작업을 시도할 때마다 나는 언제나 내 주변에서 전개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내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 내가 관여하는 제도들 속에,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 균열·미세한 진동·기능장애를 발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그런 작업을 수행했다. 다시 말하면 내 자서전의 한 조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셸 푸코, 1926~1984 5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물론 일부 강단 철학의 옹호자들이 나를 비판했던 것처럼 푸코의 모든 작품을 그의 동성애로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그들은 한 사람의 이론 작업이 그 저자의 생애는 물론 일반적인 인생 전체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어리석은 말로 나를 비난했다)! 다만 비록 최초의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실존적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경험 속에서 하나의 지적 기획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그리고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삶에서의 투쟁 속에서 하나의 지적 모험이 어떻게 창안되었는지는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투쟁 속에 매몰되지 않았고, 다만 그것들을 사유하고, 극복하려 했으며, 더 나아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 예컨대 정신의학자나 정신분석학자들의 질문을 아이러니하게 되풀이하는 형태로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가?” “당신은 당신의 이성에 대해, 당신의 과학적 개념에 대해, 당신의 지각 범주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그것들을 문제화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53-5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왜 그토록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당에 입당했는가? ... 모리스 아귈롱이 "이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들은 레지스탕스에 대한 공산당의 선전이 얼마나 전면적이고 강렬하고 거의 뻔뻔스럽기까지 했었는지를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애국적인 투쟁에서 우리의 숫자가 가장 많았고, 우리의 투쟁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우리만이 유일하게 진지했다. 그리고 우리의 순교자 명부가 가장 길다. 그러니까 우리 당은 총살자의 당이라는 명칭이 합당하다......'라고 말했다. 공산당은 애국적 순수성의 완강한 수호자였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 우리의 비판정신은 완전히 침몰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우리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비판정신은 열여덟 살이나 스무 살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어서, 레지스탕스에 참가하여 투쟁하지 않았다는 막연한 후회가 그 나이 또래의 젊은 학생들로 하여금 레지스탕스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하는 한 정당을 택하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시대에 뒤진 듯한 기분을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다." (모리스 아귈롱, 무대 뒤에서, 자아-역사 시론, pp21-22)
미셸 푸코, 1926~1984 65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3장은 전후 윌름가의 엘리트들 모습 그리고 프랑스 지성계 풍경이 생생하네요. 프랑스 지성사를 이해하는 데 두고두고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이폴리트는 푸코의 세대를 열광시켰던 맑스, 니체, 프로이트 등을 젊은이들에게 소개한 주도적 인물이었다. (중략) "우리 시대는 논리학을 통해서건 인식론을 통해서건 간에, 모두 헤겔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 헤겔에서 벗어나려면 우리가 그와 유리됨으로써 치르게 될 대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비록 공공연하게는 아니더라도 암묵적으로나마 헤겔이 우리와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알아야 하며, 우리가 헤겔에 대항하여 사고할 때조차 그것이 여전히 헤겔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를 상대로 한 제소가 실은 그가 우리에게 마련한 계략이며 그 끝에서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 중 누군가가 장 이폴리트에게 빚진 듯한 느낌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그가 우리를 대신해서, 그리고 우리를 앞질러서 헤겔과 거리를 유지했고, 비록 다른 방식이기는 하나 그 길을 통해 헤겔에게 당도했으며, 이어서 다시금 그에게서 떠나게 되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pp.41-4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멋지다.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당도하고, 당도함으로 인해 떠날 수 있게 되다.
빈스방거의 책을 다 번역했을 때 자클린 베르도는 푸코에게 “만일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 서문을 하나 써 보지 않을래?”라고 말했다. 그는 어렵다고 물러서지 않고 곧 그것을 쓰기 시작했다. 얼마 후 프로방스에서 남편과 함께 부활절 휴가를 보내고 있던 자클린 베르도는 꽤 두툼한 봉투를 받았다. “부활절 계란을 보냅니다”라는 글과 함께 푸코의 긴 글이 들어 있었다. 그것은 서문이었다. 자클린 베르도는 그 부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문이 본문보다 더 길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83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대목 읽고 웃음이 나왔어요 ㅎㅎ
ㅎㅎ 그럼에도 이 미셸 푸코의 서문을 싣기 위해 동분서주한 자클린 베르도도 대단한듯 합니다~👍 (푸코의 놀라운 지적능력과 사회성은 함께 갈수 없나봐요~^^;;)
@거북별85 @향팔 그래도 또 운이 좋게 주변에 항상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던 스승, 친구, 후배가 있었으니 복 받은 사람인 듯.
이런 걸 두고 인덕은 없는데 인복은 있다고 하는 걸까요 ㅎㅎ
오타니나 메시같은 야구선수나 축구선수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면 감동하게 됩니다. 그 탁월성과 천재성에 말이죠. 주위에 있었다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겠죠. 그와 같이 푸코의 괴팍함에도 불구하고 그 범상치 않은 능력에 끌려 인복이 형성된 것 아닐까요.
옳은 말씀이세요. 혹은 푸코 선생님도 내 사람에겐 따수웠을지도…
@밥심 @향팔 '인덕은 없지만 인복은 있다' 찰떡인데요? 그런데 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빛나는 사람들 주변에는 (그 사람의 인성 혹은 인덕과는 무관하게) 또 좋은 분들이 많이 모여 있잖아요. 그것과 비슷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푸코도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듯하고요.
푸코가 점점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듯하다는 말씀을 읽으니 이 문장이 떠오르네요.
사후 2년 만인 1992년에 출간된 루이 알튀세르의 자서전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에서도 이 시대의 증언을 확인할 수 있다. 알튀세르는 이 책에서 자신과 푸코가 광기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서로 비슷했고, 자신은 점점 더 착란의 밤에 빠져들어 거의 ‘행방불명자’가 된 반면 푸코는 점차 벗어나 완전히 ‘치유되었음’을 스스로 느낄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48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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