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표현은 혼란스러울 수 있을듯 해요. 괴물출현을 막기위해 이성의 불을 꺼뜨려선 안된다는 구호처럼 읽는다면 고야에 대한 푸코의 입장과 다르니까요. 그런데 이 괴물이 인간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존재라면 푸코와 잘 맞겠네요. "우리시대의 인간은 자신이 광인이건 아니건 간에 광인의 수수께끼 속에서만 자신의 진실을 찾아볼 수 있다. ~여하튼 그 진실은 그의 인간성이 추락할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고전주의 시대에 비이성은 무이며 밤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당혹했던 이 광기는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사람들 -니체, 아르토-에게 거의 들리지 않는 나지막한 소리로 그러나 분노와 절규에 이르도록 한없이 증폭시키면서 고전주의 시대의 비이성의 말들을 전달해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인식의 단초를 주지 않았는가? " p.177 고야 그림 떠올리며 인상깊게 읽은 페이지라 글 남겨요^^ 고야의 그림 중 유명한 크로노스 그림은 말씀하셨든 광기가 예술적 창조성으로 연결되어 진실을 드러냄을 즉각적으로 일순간에 느끼게 해주었고 제겐 큰 충격이었어요.
으 정말 크로노스 그림은 섬뜩해요.. 꿈에서 나타날까봐 두려운;;
"나는 항상 프랑스의 사회적• 문화적 삶의 어떤 부분을 견디기 어려웠 다. 그것이 내가 1955년에 프랑스를 떠난 이유다"라고 그는 나중에 자신의 스웨덴행을 설명했다. "그 당시에 스웨덴은 훨씬 자유스러운 나라로 여겨 졌다. 그러나 나는 곧, 어떤 자유의 형식은 억압사회와 똑같은 억압적 효과를 낸다는 것을 그곳에서 발견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p.13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사람들은 놀란 정도가 아니라 엄격한 대학사회에서 가장 말단의 강사가 이처럼 부를 과시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뒤메질은 이 사건을 재미있게 회상했다. 푸코는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집에서 계속 그를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나중에 사람들이 묘사했듯이 결코 금욕주의자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p. 141 이번 장에는 조르주 뒤메질과의 만남을 주로 다루네요. 푸코는 공부도 잘했지만 잘 놀았던 사람인 것 같아요. :)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서구 사회가 『우신 예찬』 (Moriae Encomium)에서 『정신현상학』 (이건 비이성의 예찬이지)에 이르기까지, 또는 쾌락의 정원'에서 '귀머거리의 집'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비이성의 경험 속으로 미끄러져 그 합리주의와 실증주의의 끝에서 애매한 파토스(pathos)의 형식으로 자신의 한계 를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려구요. 이 파토스가 서구 문화의 비장미 (pathetique)의 요소이고 또한 병리학(pathologie)의 근원이죠. 에라스뮈스에서 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인본주의에서 인간학에 이르기까지 광기는 근본적으로 우리 하늘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p.15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1부 7장 '웁살라, 바르샤바, 함부르크'를 읽습니다. 푸코가 조르주 뒤메질의 도움으로 스웨덴 웁살라, 폴란드 바르샤바,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랑스문화원(?) 원장 겸 프랑스어 강사로 재직한 경험(전반부)과 그 때 만들어진 어제 많은 얘기가 오간 박사 학위 논문 초고 『광기와 비이성: 고전주의 시대 광기의 역사』 이야기(후반부)가 나옵니다. 푸코의 삶에서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5년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7장까지 읽고서 주말에 2부로 넘어가는 일정입니다. 이번 주에 푸코와 함께 하느라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놀랍게도 웁살라, 바르샤바, 함부르크 등에서의 푸코의 활약을 살펴보면, 그는 일머리 심지어 행정 능력도 있었던 듯해요. 아예 그 길로 갔더라면, 푸코는 박식한 문화 관료 혹은 외교관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
이제 우리는 스웨덴에 와 있다. 때는 1956년 봄, 무대는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7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웁살라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인 유명한 석학은 <광기의 역사>로 이름을 날리게 될 미래의 철학자를 처음으로 만났다. 푸코가 1955년 8월 말 스웨덴의 이 작은 대학 도시에 오게 된 것은 뒤메질을 통해서였다. 그들은 아직 서로 모르는 상태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푸코는 그들과 있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언젠가 그는 차를 한 대 구입하기 위해 장 크리스토프와 함께 스톡홀름으로 나갔다. 그들은 베이지색의 멋진 재규어 차를 한 대 사 가지고 왔는데 그것은 검약에 익숙해 있는 웁살라 사회를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놀란 정도가 아니라 엄격한 대학사회에서 가장 말단의 강사가 이처럼 부를 과시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뒤메질은 이 사건을 재미있게 회상했다. 푸코는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집에서 계속 그들 도와주고 있었으니까) 나중에 사람들이 묘사했듯이 결코 금욕주의자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나 푸코에게 있어서 웁살라 체류는 박사학위논문을 쓴 시기로서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그가 <광기의 역사>에 착수한 곳이 바로 웁살라였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서른 살쯤에 나를 사로잡았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외국 생활이 필요했다. "라고 그는 나중에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매우 서투른 언어(영어 혹은 스웨덴어)를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유일한 진정한 조국, 그 위를 걸을 수 있는 유일한 진정한 국토, 머물러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집은 다름 아닌 자신이 어린 시절 이래 배운 언어였다. 나는 이 언어를 되살리고, 언어의 작은 집을 하나 짓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 집의 주인이 될 것이다, 그 집의 구석구석을 잘 알게 될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거북별85 님, 얼른 스웨덴에서 (폴란드, 독일) 프랑스 찍고 튀니지로 넘어 오세요!
ㅎㅎ 네~~~ 부지런히 따라가겠습니다!!^^
(중략) 의학적 인격체가 광기의 위상을 정확히 집어냈다 해도 그것은 광기를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통제하는 과정에서였다. 그리고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반대편에서는 지배를 의미할 뿐이다.(중략) 광기가 더 이상 밝은 햇빛과 대립되는 어두운 밤이 아니고, 그것에 대해 정상인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관찰 가능한 실재라면 우리는 이 진실이 광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인간은 자신이 광인이건 아니건 간에 광인의 수수께끼 속에서만 자신의 진실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광인들은 사람에 따라 자기 속에 인간의 진실을 갖고 있거나 혹은 갖고 있지 않거나 하지만, 여하튼 그 진실은 그의 인간성이 추락할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요컨대 "정상인과 광인은 이 상호적이며 양립 불가능한 진실의 희미한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특히 비이성이 완전히 사라지려 하는 순간 그 횃불을 이어받은 사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어둠과 밤과 영원한 부정의 횃불, 여기 고야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에 비이성은 무(無)이며 밤이었다. 새로운 시대에 당혹했던 이 광기는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사람들-니체, 아르토-에게 거의 들리지않는 나지막한 소리로 그러나 분노와 절규에 이르도록 한없이 증폭시키면서 고전주의 시대의 비이성의 말들을 전달해 주지 않았던가? 그리고 사상 처음으로 그 말들에게 원시적인 힘을 복원해 주고 표현과 시민권을 줌으로써 서구 문화에 대한 인식의 단초를 주지 않았는가? 이 인식에서부터 모든 이의 제기, 전면적인 이의제기가 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중략) "광기는 새로운 승리와 계략, 광기를 측정하고 심리학에 의해 광기를 설명한다고 믿는 이 세계는 이제 거꾸로 그 광기 앞에서 자신을 변영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논쟁과 노력 속에서 세계는 니체, 반 고흐, 아르토 등의 작품을 거슬러 자신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기에 대한 지식은 결코 이 세계에 확신을 주지 못하면 오로지 그 광기의 작품들만이 이 세계를 설명해줄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p.176-17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Dreambook @도롱 @밥심 @테이블 @oh @향팔 사실, 저도 중간 정도의 입장입니다. 다만, 에드워드 쇼터가 푸코의 역사적 오류를 지적하며 강력한 반론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현대 정신의학의 풍경을 바라볼 때 푸코의 문제 제기는 여전히 날카롭고 유효한 지점들이 분명히 있어요. 1. 미국 정신의학협회가 펴내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은 2013년 5판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개정되었습니다. 판을 거듭할수록 진단 목록은 늘어나고 질환명은 세분화되죠. 물론, 이는 의학 지식의 축적 결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분류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당대 전문가 집단의 주관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푸코의 시선에서 본다면, DSM은 단순한 의학 매뉴얼이 아닙니다. 인간의 수만 가지 행동 중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치료(교정)해야 할 질병’인지를 가르는 사법적 판결문과 같습니다. 진단명이 늘어난다는 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비정상’의 영토를 그만큼 넓혀가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우리(모임 구성원의 연령대가 다양한 점을 반영 못 해서 죄송해요;) 어릴 적을 떠올려보면 ‘ADHD’라는 단어는 낯설었습니다. 그저 주의력이 좀 부족해서 덜렁대거나, 에너지가 넘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활발한 친구’가 있었을 뿐이죠. 하지만 지금 그 친구들은 ADHD 환자로 진단받고 약물을 처방받습니다. 우리가 로버트 새폴스키의 『행동』(2025년 1월)을 읽으며 확인했듯이, 인간의 전전두엽 피질은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성숙합니다. 즉,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감정의 기복을 겪고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건 뇌 발달 과정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입시 위주의 경쟁 환경에서는, 그 자연스러운 미성숙함조차 ‘그냥 둬서는 안 되는 질병’으로 규정됩니다. 3. 우울증 진단과 처방의 급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개인의 뇌 호르몬 문제인 동시에, ‘피로 사회’, ‘성과 사회’로 불리는 현대 한국 사회의 특수성과 뗄 수 없는 현상입니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압력이 질병의 형태로 내면화되는 과정, 이것이야말로 질병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성된다는 푸코적 사유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국내외의 많은 정신질환 관련 교양서들이 푸코의 시각을 빌려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아마 에드워드 쇼터 교수가 들으면 부르르 떨며 화를 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설명하는 데 있어 푸코의 박사 학위 논문은 여전히 서늘하고 정확한 통찰을 주는 도구입니다.
아, 그래서 우리동네 정신건강의학과가 그렇게 복작복작 미어터졌던 것인가! 푸코는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네요. 이번달 독서는 뭐랄까, 제 앞에 신세계가 짠! 하고 열린 느낌입니다. 지금은 푸코가 마악 웁살라를 떠나 바르샤바로 가려는 중인데 흥미진진합니다. (수호천사 뒤메질 ㅎㅎ)
전 10/20대의 푸코와 30대의 푸코가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제일 흥미롭습니다. 제 주위에서는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사람을 못 봤거든요. 저는 오래전부터 평전을 읽을 때 반 정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저자의 주관적 견해 반영에 따른 왜곡 또는 원천 자료의 오류 등의 이유로), 이 변화도 사실이 아닌 것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지만 사실이라면 상당한 미스터리라고 생각합니다.
푸코도 30대를 맞이하면서 전두엽이 성숙하고 학업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난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쓰고보니 푸코 선생을 너무 범상한 인물로 폄하한다는 느낌이 드네요. ㅎ
말씀하신 바가 생각해볼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아닐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럴 수 있겠네요. 안그래도 ADHD 등 어릴 적 보였던 여러 가지 증상들이 30대에 전두엽이 성숙하면 완화되기도 한다던데.. 전 요즘 거의 성인이 다되어가는 저희 아들을 보면서 초등 중등 때 그렇게 절 힘들게 하던 놈이 이제는 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많은 '육체적인' 질병(이를테면 신경통)이 MRI나 CT나 각종 검사들 못지않게 환자의 주관적인 통증 보고를 듣고 진단 내려집니다. 정신과에서는 영상 진단 같은 도구를 동원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고 문진이나 심리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죠. 정신질환 혹은 장애의 진단은 '일상에서의 기능 저하' '부적응' 등을 확인하고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능 이상을 보고하는 주체는 환자 자신이거나 그의 주변인이고요. DSM은 매뉴얼일 뿐 결국 진단은 환자를 직접 본 의사가 내리기 때문에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에 많이 기댈 수밖에 없고요. 마치 사전이 얼마간의 합의를 통해 단어의 정의를 내려 놓고 있더라도 어떤 문장에서 어떤 단어를 골라 쓸지, 맥락 속에서 단어를 선택하는 건 결국 발화자 각자의 몫인 것처럼 DSM도 그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증상을 호소해도 의사마다 다르게 진단 내리는 건 모든 과에서 익숙한 일입니다만 정신과에서는 더더욱 흔하죠. 중요한 건 의료진에게 주관적인 불편함을 보고하는 게 환자 자신이거나 혹은 그 주변인이라는 거 아닐까요. 정신병의 분류와 진단이 차별과 배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요긴하고 적당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하면 그걸 꺼릴 이유가 없을 텐데, 아무래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낙인의 부정적 효과에 민감하기 때문이겠지만, 저나 제 친구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분명히 있거든요.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게 오히려 더 불편해요. 그런다고 제 기능저하나 그로 인한 부적응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거든요. 그저 이유도, 이름도 모르는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면서 제 모자람을 끊임없이 의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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