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국내에 나온 이런 책들이 모두 푸코의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들이죠. 얼른 생각난 게 다섯 권이고 훨씬 많습니다. :(
정신병을 팝니다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는가영국 의료인류학자 제임스 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에 일어난 거대한 변동이 정신 건강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정신질환이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한 개인의 뇌의 문제로만 비춰질 때, 정신적 고통을 둘러싼 맥락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정신병의 신화반정신의학의 선구자이자 정신의학의 전복자 토머스 사스는 《정신병의 신화》에서 “정신병은 은유”라고 선언하며 자기 분야에 가장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들이댔다. 사스는 현대 정신의학이 정신병 개념을 이용해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근본적으로 억압하고 훼손하는 방식을 꿰뚫어봄으로써 정신의학의 토대를 뒤흔들었다.
우울증은 어떻게 병이 되었나? - 일본에서 우울증의 탄생의료인류학자 기타나카 준코가 일본에서 우울증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심층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1990년대 말 북미 친구들에게 받은 질문, “일본 사람들은 왜 우울증에 걸릴 만큼 일을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25년간 우울증을 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 한 정신 의학자의 정신병 산업에 대한 경고내부자의 시선으로 현대 정신 의학계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내부 고발서인 동시에, 진단의 기준을 대폭 넓힘으로써 그릇된 정신병의 유행을 일으키는 데 스스로도 일조한 데 대한 일종의 양심선언이다.
프로작 네이션 - 우울에 빠진 한 여자의 심리 보고서<비치 : 음탕한 계집> 등의 저서를 통해 제3세대 페미니즘을 대변했던 엘리자베스 워첼의 자전적 회고록.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만 우울증에 관한 솔직하고도 대담한 기록이다.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 중인 엘리자베스 워첼의 이 내밀한 고백은 출간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맙소사 다 읽어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전 그동안 푸코는 고사하고 정신의학이나 우울증에 관한 책도 전혀 읽질 않았네요. 알콜중독 관련책은 한권 봤었는데 그저 그랬고요.)
와우~~ 👍🏻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서구 사회가 『우신 예찬』에서 『정신현상학』(이건 비이성의 예찬이지)에 이르기까지, 또는 ‘쾌락의 정원’에서 ‘귀머거리의 집’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비이성의 경험 속으로 미끄러져 그 합리주의와 실증주의의 끝에서 애매한 파토스(pathos)의 형식으로 자신의 한계를 맞이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려구요. 이 파토스가 서구 문화의 비장미(pathetique)의 요소이고 또한 병리학(pathologie)의 근원이죠. 에라스뮈스에서 프로이트에 이르기까지, 인본주의에서 인간학에 이르기까지 광기는 근본적으로 우리 하늘의 배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차이를 측정해 봐야겠어요. 그런데 어떤 컴퍼스로 재야 할까요?
미셸 푸코, 1926~1984 153-154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저는 정신분석학의 역사나 발달사를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분석학이 발달해 온 사회적·도덕적·상상계적 맥락의 역사를 쓰고 싶었던 것입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156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정신분석학이 개인 발달의 ‘고고적 단계’라고 부르는 것을 언급하면서 그가 고고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음을 기억해 두자. “정신분석학은 성인의 병리학을 연구하면서 어린이의 심리학을 쓸 수 있다고 믿었다. …… 모든 리비도적 단계는 잠재된 병리적 구조다. 신경증은 리비도의 자발적 고고학이다.” (127쪽) “지금은 공통의 언어가 없다.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18세기 말에 광기를 정신병으로 규정한 이래 미친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정상인과의 분리는 기정사실화됐으며, 전에 광기와 이성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대화, 즉 약간 더듬거리며 직설적으로 내뱉는 두서없는 말들이 완전히 망각 속에 묻히게 되었다. 정신과의사의 언어는 광기에 대한 이성의 독백일 뿐, 그런 침묵 위에서 진정한 언어는 형성될 수 없다.” 그리고 그후에 자주 인용되는 멋진 선언으로 푸코는 자신의 계획을 정의했다. “나는 이 언어의 역사를 쓰려는 것이 아니라 이 ‘침묵의 고고학’을 쓰려는 것이다.” (169-170쪽)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 '불편한 지역'을 주파하기 위해 푸코는 시작하기에 앞서 '최종적 진실이라는 편리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다시 말하면 현대 심리병리학의 개념들에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것이다. "광기를 분리시키는 일은 구성적인 일이다. 그리고 일단 광기를 배제하는 편가르기가 일어난 후 정착된 평온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은 과학이 아니다." 그가 발견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분리의 행동, 혹은 순간이었다. 의학의 카테고리는 미친 사람을 광기의 영역 안에 집어넣어 고립시킨다. 그러나 그 간극은 1세기 전만해도 도덕적이고 제도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공통의 언어가 없다. 과거에는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없는 것이다. 18세기 말에 광기를 정신병으로 규정한 이래 미친 사람과의 대화는 단절되고, 정상인과의 분리는 기정사실화됐으며, 전에 광기와 이성 사이에서 이루어졌던 대화, 즉 약간 더듬거리며 직설적으로 내뱉는 두서없는 말들이 완전히 망각 속에 묻히게 되었다. 정신과의사의 언어는 광기에 대한 이성의 독백일 뿐, 그런 침묵 위에서 진정한 언어는 형성될 수 없다." 그리고 그후에 자주 인용되는 멋진 선언으로 푸코는 자식의 계획을 정의했다. "나는 이 언어의 역사를 쓰려는 것이 아니라 이 '침묵의 고고학'을 쓰려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16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침묵의 고고학을 쓴다는 것은 모든 서구 문화의 깊이를 헤아려 본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중세 초기 이래 유럽인들은 모두 자기들이 막연히 광기, 실성, 정신착란이라고 불렀던 것과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이성, 실성의 관계가 서구 문화의 독창성을 이루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문화는 자신을 위협하는 이 심연에 의해 정의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할 것 같다. 푸코가 우리를 안내하고자 하는 곳은 바로 이 심연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p.17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1961년 5월 20일 토요일, 논문 발표로 심사위원과 청중을 매혹시킨 후 푸코는 "광기를 말하기 위해서는 시인의 자질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은 그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군요"라고 조르주 캉길렘은 대답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p.192,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가 갑자기 사회 속에 투입되어 특권적이고 거의 배타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된것, 과거에 친숙한 이웃으로 눈에 띄지 않게 살거나 아무런 경계선 없이 온 나라를 방랑하던 광인들은 어느 사이엔가(유럽 전역에서 50년도 채 안되는 사이에) 한정된 지역 안에 한데 집어넣어 누구나 그들을 구별하고 비난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그때부터 경찰의 예방 또는 치안 대책의 차원에서 비이성적인 사람들을 단숨에 몰아내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것, 그것이 중요한 문제다. ....비이성이 인식의 대상이 되기 전에 우선 파문의 대상이었다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까?
미셸 푸코, 1926~1984 17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제 광인들은 그들을 담당하는 의사들과 함께 혼자 남았다. 그것이 수용소의 탄생이다 강제수용이 의학의 이름으로 행해졌고, 광기가 '정신병'으로 규정될 모든 조건이 갖추어졌다.
미셸 푸코, 1926~1984 17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피넬(Philippe Pinel-19세기 초의 정신과의사. 현대 정신의학의 창시자로 일컬어짐)이 그 창시자라고 사람들이 찬양하는 실증주의 시대의 소용소는 관찰,진단,치료의 자유스러운 구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자가 고발되고 재판받고 선고받는 사법적인 장소였으며, 거기서 풀려나기 위해서는 깊은 심리학적 영역에서의 소송 절차, 즉 회개가 있어야만 했다. 광기는 비록 밖에선느 무죄였더라도 수용소 안에서는 처벌의 대상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17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광기의 새로운 승리와 계략. 광기를 측정하고 심리학에 의해 광기를 설명한다고 믿는 이 세계는 이제 거꾸로 그 광기 앞에서 자신을 변명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 논쟁과 노력 속에서 세계는 니체, 반 고흐, 아르토 등의 작품을 거슬러 자신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광기에 대한 지식은 결코 이 세계에 확신을 주지 못하며 오로지 그 광기의 작품들만이 이 세계를 설명해 줄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17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우리가 광인으로 분류하거나 경계에 있었던 예술가들, 이성적인 세계가 그들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광인의 예술'을 들여다 보는 역설, 이성(세계)은 작품들의 거대한 힘과 진실 앞에서 자신의 합리성이 얼마나 좁고 편협했는지를 시험해야 합니다 .... gemini 해석 우리는 우리세계의 부조리를 광인이나 광인의 경계에 있는 자들의 작품을 통해서 깨달게 된는 역설적인 상황을 푸코 지적한것이군요..
릴 대학 조교이며 윌름 가에서도 강의를 하고 있던 푸코도 어느 날 와서 파블로프를 강의했다고 그들은 말한다. 정신의학에 대한 이 강의는 나중에 <정신병과 인격>의 제 7장이 되었다. 물론 그 강의는 정통 맑스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푸코는 거기서 스탈린을 언급했다고 파스롱은 말했다. 그의 강의는 아내와 아이들을 때리는 알코올 중독의 가난한 구두장이 예화로 마무리되었는데 이 예화는 바로 스탈린의 것이었다. 그는 정신병리가 가난과 착취의 산물이며 따라서 인간 조건의 근본적인 개혁만이 그것을 종식시킬 수 잇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가난한 구두장이를 예로 들었던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녀가 햇빛에 반짝이는 호수의 장엄한 경치를 그에게 보라고 하자 그는 일부러 도로 쪽을 향하며 “나는 그런 것에는 등을 돌리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86쪽,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의외네요. 저는 '귀여움'과 '경이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과는 좁힐 수 없는 거리감 같은 걸 느껴서 상종하지 말자는 인간관계의 철칙 같은 걸 가지고 사는 사람인데... 젊은 한때의 모습이었는지 평생을 간 취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시기 푸코는 자기에게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 매사 통제하고 싶어하는 사람, 저항할 수 없는 어떤 것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dobedo 저는 그 대목 읽으면서 웃었는데요. 같이 사는 분들한테 그런 경향이 있거든요. 일화를 말씀드리자면, 장모님께서 친구들과 패키지 여행으로 미국을 가셨다가 나이아가라 폭포 관광 일정에서 중도 포기하셨답니다. 자기는 도시가 좋은데 자꾸 나무랑 숲을 보여주다 이젠 물 떨어지는 걸 보라니, 하시면서요. 같이 사는 그 딸도 비슷한 성정인데. 여행갈 때마다 저는 자연 경관에 경이감을 느끼는 편인데 매번 심드렁하거든요. 하지만 또 장모님처럼 압도적인 인공물 이런 데에 오히려 경탄하더라고요. 저는 푸코도 이런 같이 사시는 분들 성향이 아니었을까, 하면서 웃었어요. 사람마다 '경이로움'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푸코가 아주 나르시시스트였고 또 자기 확신과 독선적인 면모가 강했던 것 맞아 보여요. 저는 그런 푸코가 또 수많은 스승을 인정하고 그들로부터 여러 가지를 흡수하고 계속해서 그 공을 인정했던 게 오히려 신기하기도 해요. 사람은 항상 다면적이니까요.
실은 저도 어릴적 부모님이 여행하면서 그런 경관을 감상하라고 자꾸 차 안에서 책 읽고 있는 제게 밖을 좀 보라고 잔소리할 때 성질내고 그랬는데 장모님과 부인이 저랑 비슷한 취향이신 것 같아요 ㅋㅋㅋ 그래도 이제 나이 드니 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긴 하더라구요.. 전 그나마 스마트폰 세대가 아닌데도 그러니 요즘 애들은 오죽할까요.. 전 그래도 그렇게 혼자 있길 좋아하던 푸코가 외국에선 이렇게 외교적인 면을 보여주는 걸 보니 참 신기해요. 사람은 정말 I나 E 등 하나의 잣대로 (아니 여러개의 잣대로도) 설명하기 힘들어요.
이맘때 국도를 달리다가 헐벗은 나무들이 이루는 산의 실루엣이 어린 짐승의 부스스한 털 같은 이미지라 귀엽다고 했더니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일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리액션이 고장나버린 사람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더랬는데.... 폭포를 보면서 '물 떨어지는 거 보라니'라... 하하 푸코를 좋아하는 지인이랑 얘기하다가 푸코의 사상적 변화가 드라마틱하길래 참 치열하게 살았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울 때 반응하는 방식, 그러니까 '세상이 바뀌어야지'라고 하는지 아니면 '내가 맞춰서 적응해볼게'라고 하는지는 세계관의 차이라 잘 안 바뀌던데 푸코는 그런 면에서 변화가 있었던 거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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