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

D-29
YG 님 의견에 정말/매우/아주/베리 공감합니다. 어디에서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옳은 것과 다정한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다정한 것을 선택하라."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 아닌가 싶어요. 옳지 않은 걸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요. ^^ 물론 둘 다 충족시키면 좋겠지만, 판을 확 뒤집으면 고꾸라지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터라 판을 뒤집을 게 아니라 다른 말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보면서 하나씩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요. 게다가 판을 뒤집는다고 해서 항상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도 않고요. 특히 요즘처럼 촘촘하게 다 엮여 있는 사회에서는 더 조심히, 세심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도가 자꾸 뒤쳐지지만 그래도 ㅎㅎ 따라가는 중입니다. 대학교 때 '타고난 개량주의자'라는 말을 들으셨다니 어떤 단어인지 좀 이해를 못했네요...^^;; 그래도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건 아니다에는 동감합니다. 차근차근 엉킨실을 풀기보다는 그냥 한번에 끊어내서 성과를 보이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세상사가 그렇게 쉽진 않으니까요...
왜냐하면 그 시절의 푸코의 존재는 감해 말해 보자면 '파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가 관계를 맺은 서클은 매우 광범위했으며 특히 -이것이 중요한데-아주 다양했다. 가장 극단적인 정반대의 지적, 문화적 경향들을 한데 모으는 정도로 다양했다. 한데 모은다는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푸코는 자기와 교류를 맺고 있던 상이한 경향의 사람들과 그룹들 사이에 엄격한 칸막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장 다니엘이 말했듯이 푸코는 지금 말하고 있는 상대방과만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교묘함을 갖고 있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왠지 자신과 맞는 집단과만 친했을거 같은 이미지인데 정반대의 지적, 문화적 경향들을 모으다니 신기합니다. 그리고 상대방과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교묘함도 어떤 능력도 어떤지 궁금하네요....
우리 사회와 같은 사회에서 사법장치는 너무나 중요한 국가장치 중의 하나인데 그것의 역사는 항상 은폐되어 왔습니다. 법의 역사, 경제사 등은 연구하지만 사법의 역사, 사법의 실천의 역사 다시 말해서 실제로 억압의 제도였던 형벌체계에 관한 역사는 별로 연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국가장치로서의 사법은 특별히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세까지 근본적으로 징세(fiscal)의 기능을 갖고 있던 형벌제도가 어느 시기에 갑자기 폭동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민중 봉기에 대한 억압은 그때까지는 군인의 임무였습니다. 그런데 그후에는 사법-경찰-감옥이라는 복합적인 제도에 의해 그 임무가 수행되었습니다. 사법장치를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혁명은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사법장치나 이데올로기를 연상시키는 모든 것, 그리고 이 이데올로기가 민중적실천에 은근히 스며 들어가게 허용하는 모든 것을 몰아내야 한다고 내가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뒤메질이 옳았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해 주었다. 별로 대학지신인답지 못한 미셸 푸코의 활동에 불안감을 느꼈던 교수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미셸 푸코는 유능한 교수였을 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했다. "두 사람의 푸코가 있었다"라고 르 루아 라뒤리는 회상한다. "시위대 안의 푸코와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실 안의 푸코, 그는 대학에서의 자기 역할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푸코는 끝까지 아카데믹한 역할을 잘 수행했다. 다만 피에르 블레즈를 지원자로 추천할 때처럼 가끔 일탈적인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는 토론에 참석하여 콜레주 드 프랑스가 선출하게 될 지원자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고는 자신이 절대로 원하지 않는 후보는 교묘히 제거했고 자신이 호감을 갖는 후보를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 기울였다.
미셸 푸코, 1926~1984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미셸 푸코는 단순히 학문적 연구만 잘하시는게 아니라 일명 정치도 참 잘하시네요.. 신기합니다^^ 그런데 뒤에 들뢰즈와 정치성향으로 서로 멀어지는 것은 아쉬웠어요.ㅜㅜ
우리가 파시즘의 존재를 느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치 수백 번 그런 장면을 보았다는 듯이 무심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군중들의 시선이 그것이다. 뭔가 말할 수 없는 슬픔...... 그리고 침묵.
미셸 푸코, 1926~1984 44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1974년에 프랑스에서 나온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반밝시즘의 전복세력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프랑스의 지식사회에서 전지전능의 힘을 갖고 있던 맑시즘, 모든 이론적·정치적 성찰이 거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이며 이 시대의 극복할 수 없는 지평이었던 맑시즘은 70년대에 속절없이 허물어져 갔고, - 장기적으로 - 지식 현장에서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미셸 푸코, 1926~1984 45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들은 일반인들이 조용히 있는 가운데 법원 자체가 어떤 안을 내어 스스로를 개혁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진정한 깊은 변화는 근본적 비판, 단호한 거부 그리고 약해지지 않는 목소리들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3,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어디에 오류가 있는가? 몇 년 전부터 감옥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사람들은 감옥이 '처벌하고 교화하기 위해 설치되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벌을 준다? 아마 그럴 수 있겠다. 교화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직업 교육도 없고, 재취업의 교육도 없으며, 그저 '범죄 환경'의 강화가 있을 뿐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무책임한 지식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푸코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당신들, 오늘의 범죄가 어제의 처벌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들은 이성적인 추론의 능력이 없다. 그러나 더 나쁜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당신들도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최소한 우리처럼 당신들도 자의적인 힘에 도취되어 잠자고 있는 사법의 피해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말이다. 당신들은 또한 역사적 위험물이다. 왜냐하면 스스로의 제도에 대한 연구 없이 한 사회가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없듯 사법제도도 끊임없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
미셸 푸코, 1926~1984 455,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두 저서에서 그는 '권력'과 그 행사의 양식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감시와 처벌'에서 권력이 인체를 강제하는 '규율'의 방식으로 사회 전체를 관통한다는 것을 부여 주었으므로, 이어서 성과 권력의 메커니즘 및 그물망을 연걸하는 '장치들' 더 정확히 말해 근대 사회에서 섹슈얼리티가 곧 특정한 개인의 삶의 형태 자체가 되는 방식을 고찰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규율과 함께 이 방식이야말로 권력을 작동시키는 중요한 기능들 중의 하나다.
미셸 푸코, 1926~1984 456,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이때까지 그의 분석의 중심에 있던 금기, 터부, 억압, 배제, 침묵은 더 이상 섹슈얼리티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말하라는 명령, 담론화, 담론적 카테고리 설정 등이 성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억압'과 '터부'의 주체는 결국 섹슈얼리티 장치의 톱니바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될 정도였다. ... 다시 말하면 '위반적'임을 자처하는 말들이 사실은 사람들을 예속시키는 기술을 작동시키기 위한 (즉 성적 개인화의 과정 속에서 복종하는 주체들을 생산해 내는) 권력 쪽의 효과적인 간계라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7,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성을 말할 때 우리는 모두 다소간 어떤 포즈를 취하면서 말한다. 기존 질서에 도전한다는 의식을 갖거나, 자신이 전복적임을 과시하는 어조를 취하거나, 아니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현실을 회피하고 미래를 재촉하는 열기를 보이는 것이다. 반항, 약속된 자유, 현재와는 다른 법이 지배하는 새 시대의 도래 같은 것들이 성의 억압이라는 담론 속에 손쉽게 끼어들어 온다. 예언이라는 과거 시대의 기능이 거기서 되살려진 듯이 보인다. 그 잘난 성이여, 안녕.
미셸 푸코, 1926~1984 458,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는 무엇을 사고 싶었던가? "한 세기 전부터 떠들썩하게 자신에게 위선의 매질을 가하면서, 자신의 침묵을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말하지 않는 것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을 비판하고, 자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하는 그런 이상한 사회를 연구해 보는 것이다.... 내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는 왜 우리가 억압을 당했느냐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방금 전의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 자신을 부인하면서까지 우리가 억압당했다는 것을 그토록 원망 섞인 어조로 열렬하게 말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58-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우리가 성과 범죄를 연결했는가를 물어보는 것은 매우 정당한 일이다...... 그러나 또 한편 우리는 오늘날, 예전에 그것을 죄악시했다는 사실에 대해 왜 그토록 죄악감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도 자문해 보아야 한다.
미셸 푸코, 1926~1984 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그러나 이 '억압 가설'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서 그것이 이 가설을 완전히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푸코는 자신의 직업이 한번 더 역사적·비판적·고고학적·계보학적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인간의 성에 대한 담론을 떠받치고 있는 '권력-앎-쾌락'의 체제가 어떤 기능과 존재 이유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
미셸 푸코, 1926~1984 459,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담론의 생산과 권력의 효과가 성에 대한 진실을 형성했는지 아니면 반대로 그것을 은폐하는 거짓말을 만들어 냈는지를 아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담론들의 내용이며 동시에 도구 역할을 했던 '앎의 의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미셸 푸코, 1926~1984 46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지식의 고고학'과 '담론의 질서'에서 담론의 희소화 원칙을 조사했던 푸코는 여기서 그 접근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지금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성의 담론화', 말을 하라는 독촉이며 그 독촉의 형태다. 또 (말의) 증식의 역사와 그 역사를 떠받치고 있는 원칙들, 그리고 그 역사가 기대고 있는 심급들이다. ...... "앎의 의지는 도저히 제거될 수 없는 금기 앞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악착같이 앞으로 나아가 결국 성 과학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정신분석에 대한 공격은 분명해 보였다. "하급담당자가 다른 사람의 성 고백을 들어 주는 것으로 돈을 버는 직업이 있는 유일한 문명 안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셸 푸코, 1926~1984 460, 디디에 에리봉 지음, 박정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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